지식재산기본법(안)에 대한 의견서

1. 안녕하십니까.

2. 지난 2010년 4월 16일 국무총리실은 지식재산기본법(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3. 이미 지난 17대 국회에서 3개의 지식재산(기본)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바 있으며, 이 법안은 17대 국회 만료에 따라 자동폐기된 바 있습니다. 18대 국회에서는 지난 2009년 11월 4일, 국무총리실이 입법예고한 안과 거의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이종혁 의원의 대표발의로 발의되어 있습니다.

4. 이 법안은 우리사회의 기술, 문화 등 지식 자산을 재산적 가치를 우선으로 평가함으로써, 지식 고유의 정신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높습니다. 소위 돈 되는 지식을 중심으로 생산 및 활용을 촉진하겠다는 것으로 학문과 문화의 다양성을 침해하고, 대학 및 연구기관의 기능을 산업의 하부기관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배타적 권리의 보호와 공공성이 균형을 이루어야 할 지적재산권법의 상위에 위치함으로써, 기존 지재권 관련 법률에 내재한 고유 목적 및 가치를 형해화할 것이라 우려됩니다.

5. 정보공유연대 IPLeft와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지식재산기본법의 제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국무총리실에 제출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6. 더불어, 지식재산기본법의 문제점을 드러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식공유기본법’ 제정안 초안을 제안하였습니다. 이는 초안일 뿐이며, 관심있는 누구나 참여하여 수정 의견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오늘 입법예고를 하오니 5월 31일까지 의견을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

지식재산기본법안에 대한 의견서

지난 2010년 4월 16일 국무총리실이 입법예고한 지식재산기본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출합니다.

1. 이미 지난 17대 국회에서 3개의 지식재산(기본)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바 있으며, 당시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법안들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국무총리실에서 입법예고한 지식재산기본법(안) 역시 세부적인 문구에 있어서 차이가 있으나, 기본 취지 및 구조는 이전의 법안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당시 발표한 의견서를 첨부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식재산기본법(안)은 지적재산권 제도에 대한 오해와 정책방향에 대한 잘못된 전제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조항을 일일히 분석하여 비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법안이 기반하고 있는 기본 이념과 지향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합니다.

2. 기본이념의 문제점
지난 17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과 마찬가지로, 입법예고안 역시 지식재산을 ‘국가경제와 인류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적재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의 기만적인 논리일 뿐입니다. 일본이 미국과 유럽의 원천기술을 ‘베껴서’ 지금의 고도 성장을 이루었으며, 미국 역시 자국의 출판업자들의 해외의 저작물을 ‘해적질’할 수 있도록 1986년까지 무려 200년 동안이나 외국의 저작물을 차별해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제 와서 지식재산이 국가경제와 인류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개도국의 산업과 문화 발전을 막기 위한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일 뿐인데, 이러한 강대국의 이데올로기를 우리의 기본이념으로 채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법안에서는 ‘지식재산을 통하여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 및 경제성장을 지원’한다고 하고 있으나, 이는 반대로 개발도상국에서 타국의 기술과 지식을 자신의 요구에 맞게 자유롭게 허용함으로써 가능한 일입니다.

오히려 지식에 대한 배타적 권리의 강화가 산업이나 문화의 발전에 역행한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개별 지식 상호간에 의존성이 높은 첨단기술분야일수록 특허권의 강화가 기술발전에 오히려 부정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많으며,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저작물의 배타적 권리에 기반한 시스템보다는 자유로운 접근과 이용을 허용하는 것이 창작의 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식의 재산화, 즉 지식의 배타적 권리화를 촉진하는 것은 오히려 문화와 산업의 발전에 역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3. 저작권법 등 관련 법률의 목적 형해화
이 법안은 저작권법, 특허법, 상표법 등 상위에 있는 기본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관련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하기 위해서는 이 법의 목적과 기본이념에 부합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적재산권 관련 각 법률의 목적과 취지를 형해화하는 것입니다. 저작권법, 특허법, 상표법 등의 법률들은 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처럼 단지 ‘지식재산을 창조, 보호, 활용’하기 위한 법이 아닙니다. 저작권법은 문화 발전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 창작자에게 배타적 권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 뿐이며, 이는 공익과 균형을 맞추어야 합니다. 특허법 역시 무작정 특허권을 많이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엄격한 특허 심사를 통해 부실한 특허를 걸러낼 수 있을 때에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표법은 지식재산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굳이 국가적 차원에서 도메인을 ‘창출, 보호, 활용’해야할 필요성은 어떤 논리에 근거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 기업이라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창출, 보호,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물론 지식의 자유로운 활용을 촉진하는 것을 사업 모델로 하고 있는 기업도 다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을 담보해야할 정부가 나서서 ‘지식재산의 창조, 보호, 활용’의 관점에서 정책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4. 학문과 문화의 황폐화
이 법안은 대학, 공공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식재산 창출에 이바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학 등은 ‘연구개발성과를 지식재산의 창출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고, 지방지치단체 역시 ‘지역별 지식재산 시책 수립, 추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식재산 중심의 평가체계’를 확립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 공공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공적인 가치가 우선시되어야 하는 기관이지, 지식재산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대학의 활동은 ‘지식재산’의 창출이 아니라 ‘지식’의 창출과 교육이며, 이렇게 창출된 지식은 배타적으로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학문, 문화, 기술의 발전을 위해 자유롭게 이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생산된 지식이 ‘지식재산’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지식으로서의 가치가 폄하될 수 없을 것인데, ‘지식재산 중심의 평가체계를 확립’한다는 것은 얼마나 무지한 발상입니까? 또한, ‘연구개발사업의 기획단계로부터 개발단계에 이르기까지 관련 지식재산 및 시장 정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소위 ‘돈 되는’ 연구만을 하겠다는 것으로, 재산적 가치는 없지만 학문적으로 가치있는 연구를 배제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학문적, 문화적 토양을 황폐화할 수 있는 위험한 정책 방향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 우리는 지식재산기본법이 오히려 문화와 산업 발전에 역행하며, 우리사회의 지식 토양을 황폐화시켜 천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입법예고된 지식재산기본법안을 폐기할 것을 제안합니다.

2010년 5월 6일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 덧붙임 : 정부가 우리 사회의 지식 창출을 촉진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지식공유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참고로, 지식공유기본법 초안을 첨부합니다.

<첨부1> 지식공유기본법 초안

<첨부2> 지식재산기본법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의견서 (2006111일 발표)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