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위조 및 불법복제 방지 무역협정(ACTA)의 유럽의회 부결을 환영한다.

 [논평] 위조 및 불법복제 방지 무역협정(ACTA)의 유럽의회 부결을 환영한다. 

 
어제(7월 4일) 유럽의회는 ‘위조 및 불법복제 방지 무역협정(Anti-Counterfeiting Trade Agreement, 이하 ACTA)’을 반대 478, 찬성 39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다. 유럽연합 시민들은 ACTA가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불법복제 단속을 명분으로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며,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위축시킬 것을 우려하며, 세 차례에 걸쳐 유럽 전역의 동시다발 시위를 벌이는 등 거세게 반대해왔다. 이번에 유럽의회에서 ACTA가 결국 부결된 것은 이와 같은 유럽 시민들의 우려를 유럽의회 의원들이 반영한 것이다. 유럽의회의 ACTA 부결로 유럽에서 ACTA는 최종 사망선고를 받았으며, 유럽의 시민들은 승리했다. 인터넷의 자유와 시민의 권리를 위한 그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 협정은 위조상품이나 저작권 침해품에 대한 국제적인 집행 강화를 위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 캐나다, 멕시코,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해왔으며, 한국 역시 2008년부터 협상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이 협정은 기존의 논의틀인 세계무역기구(WTO)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TO)가 아니라 일부 국가들끼리 비공개적으로 협상을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전 세계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 제네릭 의약품의 유통을 통제함으로써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ACTA가 유럽의회에서 부결된 것은 우리에게도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한국의 지적재산권 정책 기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ACTA 협정에 한국 정부 역시 참여해왔으나, ACTA는 한국에서 거의 논란이 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 정부가 ACTA를 공론화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은 이미 ACTA에서 규정한 것 이상으로 지적재산권 보호에 편향된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 한EU FTA 체결을 통해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을 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P2P, 웹하드에 대한 필터링 의무화와 등록제, 저작권 삼진아웃제 등 많은 논란으로 국제협정에서 조차 포함되지 못한 정책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채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적재산권 강화 만능주의’ 정책이 과연 우리 사회의 문화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이제는 세계 시민들이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지적재산권 조약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ACTA 추진을 유럽의회가 제동을 건 것과 같이, 국제협정 체결에 있어 행정부의 독주를 의회가 적절하게 견제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1년 10월 ACTA에 서명을 하였으나, 입법 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ACTA에 대한 국회 비준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 설사 ACTA로 인해 국내 법 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국제협정은 국회의 검토를 받을 필요가 있다. 국내 법은 이후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만, 국제협정에 가입할 경우 국내의 입법권 행사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일 ACTA 가입으로 인해 국내 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면, 향후 입법권의 제약을 감수하면서 ACTA에 가입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시한번 유럽시민들의 승리를 축하하며, 유럽에서 불어오는 자유와 인권의 바람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2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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