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문화부의 토렌트 사이트 집중 단속 결과 발표에 대한 논평

논 평
날 짜 2013년 6월 4일
수 신 각 언론사 문화체육관광부 출입 기자, 정보통신 담당 기자
발 신 (사)오픈넷 (담당: 남희섭 이사, 02-581-1643, hurips@gmail.com)진보네트워크센터 (담당: 오병일 활동가)

정보공유연대 IPLeft

제 목 문화부의 토렌트 사이트 집중 단속 결과 발표에 대한 논평

문화부의 토렌트 수사 결과는 피해 규모 최소한 15배 과장!

중립성과 적법절차를 어긴 수사!

토렌트 파일은 저작물이 아닌데도 무분별한 소송을 부추김!

 

5월 30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10개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와 이 사이트에 토렌트 파일을 올린 이용자들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입건하면서 토렌트 파일 다운로드로 인한 피해 규모가 무려 1조 원에 육박하는 8,667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앞으로 모바일 환경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저작권 침해로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부는 (1) 피해 규모를 지나치게 부풀려 창조경제를 위해 문화부가 커다란 성과를 낸 것인 냥 이번 수사 결과를 과대 포장하였고, (2) 토렌트 파일은 저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공유하는 행위 그 자체는 불법이 아닌데도 대부분의 이용자를 범죄자로 취급하여 이용자들의 소통과 공유의 자유를 위협하였으며, (3) 적법절차를 무시한 강제수사를 통해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방식으로 증거를 수집하여 앞으로 저작권 소송이 남발되도록 부추겼다.

 

우리는 문화부의 이번 수사 결과 발표가 올바른 저작권 정책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저작물의 음성적인 유통이 조장될 것으로 우려한다. 그리고 저작권 보호를 이유로 적법절차를 무시한 수사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소비자 후생 효과와 합법 전환율 고려하면, 피해 규모 최소한 15배 과장

 

문화부가 피해 규모라고 추산한 8,667억 원은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첫째, 문화부는 이번에 적발된 토렌트 사이트가 없어지면 모든 이용자들이 합법 사이트로 전환된다는 가정 하에 피해 규모를 산정했다. 그러나 전환율 100%라는 가정은 상식에도 맞지 않다. 그리고 그동안 정부가 인용해온 저작권 피해 규모에 비해서도 지나친 과장이다. 문화부는 민간단체인 저작권보호센터가 매년 발표하는 저작권보호연차보고서를 인용해 저작권 피해 규모를 추산했는데, 2012년 저작권보호연차보고서의 전환율(이 전환율도 과장이 심해 신뢰성이 의심스러움)을 적용하더라도 이번 단속에 걸린 토렌트 사이트로 인한 피해 규모는 문화부 발표의 38%에 불과한 3,274억 원이다. 그리고 웹하드 제휴 콘텐츠의 경우 저작권자의 몫 70%를 적용하면 피해 규모는 문화부 발표의 26%인 2,291억 원으로 줄어든다. 가장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문화부는 피해 규모를 4배 정도 뻥튀기 한 셈이다(자세한 것은 첨부 “토렌트 사이트 단속 결과에 따른 저작권 침해 규모 재산정” 참조).

 

둘째, 문화부는 소비자 후생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다. 문화부의 희망과 달리 불법 사이트가 모두 사라진다고 하여 모든 이용자들이 합법 사이트로 전환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차피 합법 사이트로 전환되지 않는 이용자들이 토렌트 기술을 통해 얻은 소비자 후생 효과를 피해 규모 산정에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 후생 효과를 2012년 저작권보호연차보고서의 전환율과 이번 발표에서 문화부가 추산한 적용 단가의 50%로 가정하면, 소비자 후생 효과는 2,700억 원에 이른다. 이를 고려한 피해 규모는 문화부 발표의6.7%에 불과한 577억원 이거나, 오히려 피해가 없다(406억 원의 후생 효과 발생, 첨부 참조). 소비자 후생 효과가 중요한 이유는 저작권법 제30조는 사적복제를 위한 저작물 이용을 합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렌트 사이트를 사적 목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토렌트 파일이 저작물이라고?

 

문화부는 “.torrent” 파일을 “불법 공유정보파일(seed file)”이라고 하면서, 마치 토렌트 파일이 저작물인 것처럼 호도하였다. 그러나 토렌트 파일은 클라이언트가 파일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메타 파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작물이 아니다. 토렌트 파일에는 저작물 파일의 이름, 길이, 파일 조각의 길이, 파일의 무결성을 진단하기 위한 해시코드가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토렌트 파일은 기능적으로 네이버 검색이나 구글 검색 결과로 제공되는 링크와 동일하다.

 

그래서 토렌트 파일을 공유한다고 하여 곧바로 저작권법 위반(방조 포함)이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도 “저작물” 공유를 방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의 방조범으로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 2011년 2월 호주 고등법원은 토렌트 사이트인 iiNet이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Roadshow Films Pty Ltd v. iiNet Limited, [2011] FCAFC 23).

 

또한 문화부는 사이트 운영자들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미등록 영업)으로 보았으나, 이들이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에 따라 등록이 필요한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특수 OSP)인지는 의문이다. 만약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가 특수 OSP라면, 앱 스토어 운영자인 삼성전자, SK텔레콤도 미등록 영업을 하고 있으며, 토렌트 파일의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네이버와 다음, 그리고 유튜브 사이트를 운영하는 구글도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셈이 된다.

 

중립성과 적법절차를 어긴 수사 절차

 

문화부는 저작권위원회‧저작권보호센터와 협조하여 압수수색 등의 수사를 5개월간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령에 근거 없이 민간인을 수사 절차에 참여시킨 것은 위법하다. 문화부 공무원은 특수한 사법경찰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저작권법 위반 사건의 수사를 하고 증거를 수집할 수 있지만, 저작권위원회와 저작권보호센터의 인력은 이러한 강제수사 절차에 참여할 수 없다.

 

특히 저작권보호센터는 저작권자 단체들이 만든 민간단체에 불과하고 이번 수사와 관련하여 첨예한 이해관계를 갖는 이해당사자이다. 따라서 이들을 수사에 참여시킨 것은 이번 발표가 적법절차를 어긴 편파적인 수사 결과라고 의심할만하다.

 

저작권위원회와 저작권보호센터를 수사에 참여시킨 주된 이유는 이들로부터 전문적인 기술과 인력을 지원받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2008년에 도입된 저작권 경찰 제도는 일반 사법 경찰보다 저작권 소관 부처인 문화부의 전문성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만약 문화부가 전문성이 부족하여 다른 기관이나 민간인이 기술 지원을 받아야 한다면, 문화부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할 이유가 없는 셈이므로, 저작권 경찰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한편 문화부예규 ‘저작권 특별사법경찰 운영규정’에 저작권위원회나 저작권보호센터에 기술과 인력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제12조)이 있지만, 이는 법률에 아무런 근거 없이 문화부가 임의로 만든 것이고, 설령 기술‧인력을 요청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압수‧수색이나 증거수집 업무에는 적용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문화부는 2012년 저작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저작권 침해 단속 사무와 관련하여 기술적 자문이 필요할 때에는” 저작권위원회 또는 저작권 관련 단체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을 두려고 하였다.

 

우리나라 성인 10%를 범죄자로 만들고 소송 남발을 부추길 셈인가?

 

문화부는 이번 수사 결과 발표에서 토렌트 파일을 다운로드받기만 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토렌트 사이트 회원 378만 명을 범죄자 취급하였다. 우리나라 성인10%에 해당하는 이들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이런 발표는 올바른 저작권 정책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전국민을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소송만 부추길 뿐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2011년 1월까지 약 9만 명의 토렌트 이용자들이 소송에 휘말린 적이 있는데, 해외 어디에서도 토렌트 이용자를 상대로 한 무분별한 소송이 저작물의 불법 이용을 줄였다는 보고가 없다.

 

그리고 토렌트 파일은 저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공유하는 행위 그 자체는 불법이 아닌데도 대부분의 이용자를 범죄자로 호도하는 것은 저작물의 불법 유통을 방지하는 차원을 넘어 이용자들의 소통과 공유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며, 저작물의 음성적인 유통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2013년 6월 4일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공유연대 IPLeft

<첨부: 토렌트 사이트 단속 결과에 따른 저작권 침해 규모 재산정>

 

구분 문화부 발표 센터 전환율 적용 저작권자 몫 반영 소비자 후생 효과 고려
분야 다운건수(백만) 피해액(억원) 피해액(억원)(A) 피해액(억원)(B) 소비자후생(C) 피해액 1(억원)B+C 피해액 2(억원)A+C
영화 110 1,159 505 354 -327 27 178
TV 방송물 471 3,300 772 540 -1,264 -724 -492
도서 53 265 92 64 -87 -23 5
유틸리티 16 2,473 1,192 834 -641 193 550
애니메이션 35 248 120 84 -64 20 56
게임 14 1,149 554 388 -298 90 256
기타 14 70 39 27 -16 11 23
합계 715 8,667 3,274 2,291 -2,697 -406 576
비중 100% 38% 26% - 6.6%

 

문화부 발표: 시드파일 다운로드 건수를 모두 피해액으로 계산(적용단가는 영화 1,050원, TV 방송물 700원, 애니메이션 700원, 게임 8,000원, 유틸리티 15,000원, 기타500원)

센터 전환율 적용: 저작권보호센터의 2012년 ‘저작권보호연차보고서’의 전환율(음악 69.7% 영화 43.6% 방송 23.4% 출판 34.7% 게임 48.2%, 전체 평균 55.6%) 적용. 보고서에 항목이 없는 ‘유틸리티’, ‘애니메이션’은 게임 전환율 48.2% 적용. 기타는 전체 평균 전환율 55.6% 적용.

저작권자 몫: 웹하드 사이트의 제휴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자와 웹하드 사업자의 분배율 7:3 또는 6:4 중 저작권자에게 유리한 7:3 적용.

소비자 후생: ‘저작권보호연차보고서’의 전환율을 이용하여 미전환 이용자를 구하고 이들이 매기는 콘텐츠의 가치를 ‘적용단가’의 절반으로 추정하여 계산. 가령 영화의 경우 전환율 43.6%에서 미전환 이용자 비율 56.4%를 구하고 이들의 소비자 후생을 단가 1,050원의 50%로 추정하여 산정.

피해액 1: 저작권자가 받지 못할 저작권료만 피해액으로 계산한 경우.

피해액 2: 저작권자와 온라인서비스 제공자, 통신사가 입는 손해를 모두 피해액으로 계산한 경우.

 

 

논평-토렌트수사발표_최종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