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야의 지적재산권
건강하게 살 권리와 세계화
양희진(IPLeft, 다른과학 편집위원)
몇 년째 축농증을 앓고 있는 나는 자주 두통에 시달린다. 머리가 아플 때 내가 주로 먹는 진통제는 \’타이레놀\’이다. 많은 진통제 중에 하필 타이레놀을 선택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타이레놀은 진통 효과는 약하지만 부작용이 덜한 약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 타이레놀을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과연 내가 지불한 돈의 몇%나 이 약을 만드는데 사용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약국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내가 주로 이용하는 회사 건물 지하의 약국에서는 한 알에 100원꼴로 판다. 내가 100원 내고 한 알을 산다고 했더니 내 뒤에 앉는 동료가 종로에 있는 대형 약국에는 한 알에 50-60원꼴이라고 일러준다. 그렇다면 더더욱 궁금해진다. 약사가 제법 남겨먹는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가 약값으로 지불하는 돈 중 정작 그 약을 만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두통약 같은 비교적 싼 값의 약은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마치 집 앞 구멍가게에서 군것질하듯 사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약 중 하나다. 적어도 먹을 것 걱정은 안하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그런데 만약 더 궁핍하고 (우리 사회에도 굶는 이들이 많다지 않은가) 더 비싼 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어떨까. 만약 필요한 약이 두통 따위의 참아도 그만인 병에 쓸 것이 아니고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병에 쓸 것이라면 어떨까. 우리 주변에도 먹을 것, 입을 것, 잘 곳이 없어서 거리에서 죽어 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물며 약 값이 그들에게 있을 리 없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이 사회가 보장해 줘야할 권리란 \’죽지 못해 살 권리\’ 밖엔 없는 것일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까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건강하게 살 권리\’란 \’세상 이치\’를 모르는 헛된 바램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 이치\’가 \’이윤과 효율만을 추구하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라면 그 이치를 바꿔 놓는 즐거운 상상도 해 봄직하다.
이 즐거운 상상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있었다. 1999년 11월 25-26일 암스테르담에서는 "세계화 경제에서 필수의약품에 대한 접근권 향상을 위한 회의 (Conference on Increasing Access to Essential Drugs in a Globalised Economy)"라는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국제건강행동(Health Action International), MSF (M decins Sans Fronti res), 기술에 관한 소비자프로젝트(Consumer Project on Technology) 등 보건 관련 3개 시민단체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개도국과 선진국간에 격차가 보건 분야에서도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이 회의의 배경이 되었다.
각 발표자들은 주로 지금의 무역자유화가 그러한 차별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무역기구(WTO)의 시애틀 각료회의 (1999년 11월 30 – 12월 4일 열림)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WTO의 지적재산권 관련 협정인 TRIPs가 주요한 공격 대상이 되었다. TRIPs 협정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지적재산권의 무역관련 측면에 관한 협정)은 WTO 가입국이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지적재산권 기준을 제시한 협정이다.
이 암스테르담 회의에서는 바로 TRIPs 협정이 의약에 대한 접근권을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이 한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으로 인해 \’건강하게 살 권리\’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의약품의 판매가격이 특허권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여기서 우린 한가지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된다. 내가 사먹는 약 하나의 가격이 약사 한 사람의 양심이나 유통구조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 그저 많으면 좋을 듯한 특허권으로 인해 의약품의 가격이 큰 영향을 받고 있고, 더 나아가 우리의 건강을 제약하고 있다면 깊이 따져볼 만한 문제가 아닐까.
이글에서는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과 특허의 관계를 다뤄 보고자 한다. 특히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의약품의 가격과 특허권의 관계를 몇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그 다음에는 TRIPs 협정의 내용과 현재 쟁점이 되는 사안들을 살펴보고,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넓히기 위한 NGO들의 주장을 소개할 것이다. \’건강하게 살 권리\’를 지키는 것이 특허 이야기로만 풀 수는 없겠지만, \’건강권\’을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기 위해 \’지적재산권 제도가 어떠해야 하는가\’ 정도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작업이 우리의 \’즐거운 상상\’에 날개 하나쯤 달아 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1. 의약품의 가격과 특허
의약품에 대한 접근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가난\’이지만 의약품의 가격 또한 무죄가 아니다.
모든 상품이 그렇듯이 의약품의 가격도 그 시장의 여러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수요공급곡선이다. 그러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완전경쟁시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순전히 수요공급의 양만으로 가격이 결정될 리 없다. 소수 기업이 제한된 경쟁을 하거나 하나의 기업이 독점하는 형태가 더 일반적이다. 정부가 가격 조절을 위해 나선다면 모르지만 소수 또는 단일 기업의 횡포에 시달릴 가능성은 농후하다. 암스테르담의 회의는 그 가능성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리고 독점 기업의 횡포가 특허나 그 밖의 지적재산권에 의해 어떻게 지켜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사례 1. AZT의 특허
보건관련 민간단체인 MSF는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에 관련된 특허제도가 보다 완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가 99년 10월에 발표한 보고서{{) Cartrin Schulte-Hillen, "Study concerning the availability and price of AZT", 1999년 10월, MSF의 보고서, 출처: http://www.haiweb.org/campaign/novseminar/schulte_ text.html
}}에 따르면, 같은 의약품이라도 특허권이 인정된 국가에서의 가격이 훨씬 비쌌다. 이 조사의 대상이 된 약은 에이즈 치료약인 AZT (Zidovudine)이다. 이 약은 에이즈의 치료는 물론 에이즈 보균자인 임산부에게서 자녀에게로의 모자 감염을 감소시키는데 유용한 치료약이다. AZT는 1987년에 유래 없이 비싼 가격으로 시장에 출시되었다. 지금까지도 AZT는 에이즈 환자 대부분이 구입할 수 없는 가격으로 남아있다.
AZT는 미국 국립암연구소 (NCI)가 암치료제로서 1964년 처음 개발했으나, 독성이 강해서 실용화되지 못했다. AZT의 항바이러스 활성이 밝혀진 것은 11년 후에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와 유사한 바이러스인 프렌즈(Frends) 바이러스에 대한 억제활성이 밝혀지면서부터이다. HIV에 대한 유망한 결과는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수행한 연구를 통해 1984년 밝혀졌다. 그 후 1년이 지나서 에이즈 치료제로서의 AZT의 용도를 특허 출원한 기업은 현재 글락소 웰컴이 된 영국기업 버로프스 웰컴 (Burroughs Wellcome)이었다. 버로프스 웰컴은 1년간의 임상시험 결과를 얻어 특허출원했고, 겨우 2년만에 시판에 성공했다. 시판을 위한 등록에 짧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이 약에 "희귀의약품(orphan drug){{) 질병이 드물게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 치료약의 시장성이 없어 의약관련 기업들이 자체 개발 및 상품화를 꺼리기 때문에 이렇게 개발된 의약품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특허권 제도 이외의 보호법으로 17년간 독점배타적인 판매권을 인정하는 미국의 제도이다.
}}" 지위가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약은 AZT 자체로는 7개의 기업에 의해 생산되며, 완제품 형태로는 글락소 웰컴이외에도 13개 기업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AZT의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각국 정부가 필수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넓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느냐, 그 지역에서 해당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존재하느냐 등도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경향은 경쟁 제품이 시장에 존재하느냐 여부였다. AZT의 가격은 대체로 이 약에 대해 특허권이 인정된 나라의 경우에는 높게, 반대의 경우엔 낮게 나타났다. 특허권이 인정되지 않은 나라의 경우 경쟁업자가 이미 존재하거나 미래에 생겨날 것을 대비해 가격이 조절되고 있는 셈이다.
다음의 자료는 이런 사실을 그대로 뒷받침한다. 글락소 웰컴이 직접 제조 판매하는 레트로비어 Retrovir (AZT의 등록상표명)라도 특허 보호국이냐 비보호국이냐에 따라 그 가격에 큰 차이가 있다.
{{{{국가
}}{{특허 보호 여부
}}{{경쟁업자 유무
}}{{정부의 가격 조절 정책 유무
}}{{가격 (US$)
}}{{100 mg 캅셀제
}}{{20 mg/ml-10ml 주사제
}}{{태국
}}{{X
}}{{O
}}{{X
}}{{0.44
}}{{13.21
}}{{스페인
}}{{X
}}{{O
}}{{O
}}{{1.64
}}{{11.54
}}{{독일
}}{{O
}}{{X
}}{{O
}}{{1.93
}}{{27.70
}}
}}
위 표에서 보듯, 스페인과 독일에서는 레트로비어 100 mg 캅셀제가 태국 보다 각기 273 %, 339% 씩 더 비쌌다. 캅셀제의 경우 태국에는 글락소 웰컴 말고도 이 제품의 생산 공급하는 회사가 여럿 있다. 그러나 경쟁업자가 없는 주사제의 경우에는 태국보다 스페인에서 14% 정도 낮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독일은 태국의 200% 정도이다. 이를 통해 AZT의 가격이 경쟁업자의 유무에 의해 얼마나 달라지는 가를 알 수 있다.
글락소 웰컴사는 AZT에 대해 희귀질병치료약의 지위를 인정받아 12년간 독점판매권을 얻었고, 특허권은 2005년에 만료될 예정이다. MSF는 AZT가 애초에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공적 기금으로 개발되었는데도 일개 사기업이 엄청난 독점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다. 게다가 많은 나라에서 AZT의 가격은 너무 비싸서 어떤 나라의 경우에는 HIV/AIDS의 치료에 필수적인 이 약을 필수의약품 목록에 넣지도 않았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에이즈(AIDS)가 피부에 와 닿는 질병은 아니다. 그러나 에이즈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전세계적으로 한 해에 250만명에 달한다. 또한 HIV에 감염된 인구수는 3천3백4십만명이라고 한다. 이 환자들 가운데 95% 이상이 개도국에 거주한다. 남아공의 경우엔 젊은 군인의 40%가 에이즈 환자일 만큼, 태국은 에이즈 보균자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 따로 고아원을 운영해야 할 만큼 에이즈가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어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AZT의 가격이 높다는 것이 곧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과 연결되며, 사회 전체의 유지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다.
사례 2. 인도
의약품의 가격과 특허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가 있다. 여기서는 국제건강행동 (HAI)와 소비자 인터내셔널 (CI)이 펴낸 한 보고서{{) K. Bala and Kiran Sagoo, "Patents and Prices", 출처: http://www.haiweb.org/campaign/novseminar /bala1.html
}}를 인용하고자 한다. 이 보고서는 29개국 (OECD 소속 10개국{{) 벨기에, 캐나다, 필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포르투칼
}}과 아프리카 10개국{{) 베닌, 부르키나 파소, 말라위, 카메룬, 나이지리아, 세네갈, 남아프리카공화국, 토고, 잠비아
}}, 나머지 9개국{{) 인도, 말레이시아, 네팔, 파키스탄, 니카라과, 몰도바
}})을 대상으로 16개 약{{) 일반명으로 나열: 1. 심바스타틴(simvastatin, 상표명: Zocor, 콜레스테롤 저하제), 2. 오메프라졸(omeprazole, 상표명 : Losec, 위궤양치료제), 3. 라니티딘(ranitidine, 상표명 : Zantac, 위궤양치료제), 4. 시프로프록사신(ciprofloxacin, 상표명 : Ciproxin/Cipro, 감염치료제), 5. 디시클로페낙 소듐(diclofenac sodium, 상표명 : Voltaren, 관절염치료제), 6. 니페디핀(nifedipine, 상표명 : Adalat, 고혈압치료제), 7. 세프트리악손 소듐(ceftriaxone sodium, 상표명 : Rocephin, 감염치료제), 8. 아시클로비어(aciclovir, 상표명 Zovirax, 바이러스감염 치료제), 9. 플루코나졸 (fluconazole, 상표명 Diflucan, 항진균제), 10. 딜티아젬 (diltiazem, 상표명 cardizem, 고혈압치료제), 11. 캅토프릴(captopril, 상표명 Capoten, 고혈압치료제), 12. 라미부딘 (lamivudine, 상표명 Epivir, HIV 감염치료제), 13. 인디나비어 술페이트 (indinavir sulphate, 상표명 Crixivan, HIV 감염치료제), 14. 메트포르민(metformin, 상표명 Glucophage, 당뇨병 치료제), 15. 아테놀올 (atenolol, 상표명 Tenormin, 고혈압치료제), 16. 지도부딘 (zidovudine, 상표명 Retrovir, HIV 감염치료제)
}}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조사 및 분석한 특허와 의약품의 가격간의 관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다국적 제약회사는 나라마다 다른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나라마다 가격차이는 1 : 2에서부터 1 : 58까지 제품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즉 어느 나라에서는 2 달러하는 약이 어느 나라에서는 116 달러에도 팔린다는 뜻이다.
2. 특허권이 만료된 의약은 1 : 4 → 1 : 15까지 변동이 있으나, 특허권이 설정된 약의 경우에는 1 : 15 → 1 : 58의 차이가 있다. 특허권이 설정된 의약품이 훨씬 더 큰 폭의 차이를 드러냈다.
3. OECD 국가에서는 개도국처럼 국가간 의약품 가격차가 심하지 않았다.
{{{{
}}{{경쟁업체가 없는 경우
}}{{경쟁업체가 있는 경우
}}{{OECD국가
}}{{1 : 1.7 – 1 : 2.2
}}{{1 : 1.2 – 1 : 11.5
}}{{개도국
}}{{1 : 1.2 – 1 : 4
}}{{1 : 1.7 – 1 : 58
}}
}}
4. 의약값이 부유한 국가에서 더 비싼 것은 아니다. 보통 GNP가 높은 국가에서 의약품이 더 비쌀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상은 다르다. 조사 대상이 된 의약품 14개 중 6개의 평균 가격은 OECD 10개국에서보다 아프리카 10개국에서 더 높았다. 뿐만 아니라 이 14개 의약품의 최고가격 분포를 보면 이들 중 11개의 최고가격이 아프리카에서 나타났다.
OECD 국가들에게서 의약품의 가격이 비교적 균일하게 드러나고 아프리카 국가들에게서는 국가별 의약품 가격차가 극심하게 드러났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OECD 국가들은 모두 의약품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고 있으며, 제조업자들간의 공동판매전략, 의약품의 병행수입, 기준가격제도, 의약품 가격조절정책 때문에 국가간 가격차가 덜하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국가들 간의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아프리카 국가라고 해서 모든 국가가 의약품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허를 인정하는 국가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국가도 있다. 이 차이가 의약품의 가격차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가격과 특허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국가는 바로 인도이다. 인도는 의약품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도의 의약품 가격은 특허를 인정하는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싸다.
{{{{일반명 및 용량
}}{{소매가격 (US달러)
}}{{인도 가격 대 최초 개발자 판매 가격 중 가장 낮은 가격의 비율
}}{{인도의 가격
}}{{최초 개발자 브랜드
}}{{최저가격
}}{{나라
}}{{1. 특허보호 의약
라무비딘 150 mg
지도부딘 100 mg
심바스타딘 20 mg
}}{{
115
42
32
}}{{
219
81
117
}}{{
캐나다
파키스탄
카메룬
}}{{
1:2
1:2
1:4
}}{{2. 경쟁업체가 여럿인 경우
플루코나졸 150 mg
플루코나졸 100 mg
캅토프릴 25 mg
오메프라졸 20 mg
}}{{
55
40
2
4
}}{{
697
584
20
76
}}{{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캐나다
포르투칼
}}{{
1:13
1:15
1:10
1:19
}}
}}
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위궤양 치료제인 오메프라졸은 포르투칼에서보다 인도에서 19배가 싸다.
이렇듯 의약품의 가격은 특허권의 유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가령 특허권으로 인해 의약품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조정이 필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 조정은 국제적 무역질서에 의해 허용되는 범위를 넘을 수 없다. 바로 TRIPs협정이다.
2. TRIPs 협정과 의약품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 (TRIPs 협정,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은 그간 역사적으로 축적되어온 지적재산권의 국제적 통일화 작업을 포괄하고 있다. 1967년 최종 개정된 파리협약, 71년 최종 개정된 베른협약, 실연자, 음반제작자 및 방송사업자의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 (로마협약), 반도체 집적회로에 관한 지적재산권 조약 (IPIC 조약) 등을 수용하여 지적재산권에 관한 체제를 국제화시키려는 시도이다. TRIPs 협정의 특징은 각 국이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해야할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고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 협정을 위반했을 때 WTO 분쟁해결절차를 따라 무역제제가 가능하다는 점도 기존의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 조약과의 차별점이다.
TRIPs 협정은 전문, 총7장 및 73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의약품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항은 △ 의약품을 특허로 보호할 것인가(제27조), △ 의약품의 병행수입의 허용 문제 (제28조의 권리 내용 규정 및 제6조의 권리소진 규정), △ 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권 허용폭(제31조), △ 개도국과 최빈국의 협정 이행 유예 기간 (제65조와 제66조), △ 의약 및 농화학 물질특허 출원에 대한 특례(제70조 제8항), △ 의약 및 농화학 물질의 배타적인 제조·판매권 (제70조 제9항) 등이다.
2-1. 의약품도 특허 대상
TRIPs협정 제27조에는 새롭고 진보된 것이고 산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발명이기만 하면 \’모든 기술분야에서 (in all fields of technology)\’ \’물건이든 방법이든 상관 없이 모든 발명에 대해 (for any inventions, whether products or processes)\’ 특허권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발명이 특허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27조에는 공공의 질서나 미풍 양속을 해치는 발명, 인간, 동식물의 생명, 건강의 보호 또는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는 발명은 특허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다.
}} 이 규정은 어떤 물질의 제조 방법은 물론 물질 그 자체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물질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거나 기술 분야에 따라 특허 대상의 예외를 정한 국가가 상당히 많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규정은 지적재산권의 보호 대상을 크게 강화된 것이었고 당초부터 엄청난 파급 효과가 기대되었다. 가령 각 국가의 필요에 따라 특수한 분야에 대해 특허권 적용을 완화하려는 시도도 이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특허청 국제협력담당관실, 『UR 지적재산권 (TRIPs) 협상 해설』 1993, pp 89-95, 대한변리사회 발간
}} 기술 분야에 따라 차별를 두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환경 보호에 관한 기술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에 대해서는 강제실시권 발동을 손쉽게 하거나 보상을 제한할 권리를 두는 등의 차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의약품을 특허 대상에서 제외한다든지 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2-2. 협정 이행 유예 기간
기존에 의약품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던 국가도 이 규정에 따라 특허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단 물질특허 제도가 없던 나라가 이를 도입할 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유예기간 5년을 추가할 수 있다. TRIPs 협정은 1995년에 발효되었는데 선진국은 96년 1월 1일부터 협정을 이행해야 하며, 개도국은 2000년 1월 1일까지(제65조), 최빈국은 2005년 1월 1일까지 이행 유예 기간이 잡혀 있다(제66조). 만약 개도국이 물질특허를 도입하려한다면 이 제도에 한해서는 2005년 1월 1일까지 적용을 유예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제65조). TRIPs 협정의 채결 당시 이 문제는 각 국가간 첨예한 대립을 일으켰다. 개도국은 물질 특허 제도의 도입에 어려움을 표시하고 경과기간을 10-20년으로 하자고 주장했었다. 선진국은 이런 개도국의 주장에 대해 물질특허제도의 특수성을 들어 경과기간의 단축을 주장했다. 특허된 물질은 대부분 의약, 농약 등으로 제품화되고, 이러한 제품화를 위해서는 임상실험 등 장기간 7-8년이 소요되는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제도 도입의 경제적 효과가 사실상 10년 이상 더 미뤄진다는 것이 선진국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TRIPs 협상 그룹 의장이었단 아넬(Anell)은 개도국의 주장대로 물질특허 경과기간을 10년으로 하되 (제65조), 제70조에서 선진국의 주장을 받아들여 물질특허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협정 발효시점부터 출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런 물질에 대해 제조 시판 허가를 받은 경우 최소 5년간 독점 시판권을 부여하는 중재안을 냈다. 출원은 협정 발효일 이후부터 가능하지만 심사는 경과기간 (10)년이 지난 후에나 이루어지며, 심사하여 특허가 결정되면 특허보호기간 (출원일로부터 20년)은 원 특허권의 잔여 보호 기간으로 한다. 즉 1994년 1월 1일 출원된 특허출원이 특허 결정이 되면 2004년 1월 1일까지 특허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단 의약품이나 농약 등 임상실험에 소요되어 제품화가 늦어진 경우에는 각국마다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를 둘 수 있어서 우리나라의 경우엔 5년 이내의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이 가능할 수 있다.
}}
2-3. 의약품의 병행수입
의약품에 특허권이 부여된다는 의미는 특허출원일로부터 20년간 제조, 사용, 판매를 위한 제공, 판매, 수입 행위를 금지할 권리가 특허권자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의약품의 제조 방법 특허의 경우엔 이 제조 방법의 사용 행위 및 이 방법에 의해 생산된 의약품을 사용, 판매를 위한 제공, 판매, 수입하는 행위를 금지할 권리가 인정된다 (제28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수입권을 특허권으로 인정한 부분이다. 특허권자에게 수입권이 인정된다면 특허권자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은 업자가 제3자의 수입 행위를 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행수입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개도국은 수입권을 특허권으로 인정하는 것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이 협정 제6조에서는 권리 소진 (exhaustion, 또는 first sale doctrine){{) 특허권자가 자신의 권리에 속하는 상품 또는 기술을 라이센스한 후에는 그 상품 또는 기술에 대해 자기 권리를 다시 주장할 수 없다는 원칙, 특허청 국제협력담당관실, 『UR 지적재산권 (TRIPs) 협상 해설』 1993, pp 20-23, 대한변리사회 발간
}}를 각 국가의 판단에 일임하고 있어서 병행수입은 각 국의 판례에 따라 인정되고 있다. 결국 병행수입의 인정 여부는 국가간 쌍무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강대국이 약소국에게 압력을 넣어 병행수입을 금지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앞서 의약품의 가격 조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의약품의 가격은 각 국마다 다르기 때문에 고가의 의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병행수입이 시도되고 있다.
2-4. 의약 발명의 강제실시
그밖에 의약품과 긴밀히 관련된 조항으로는 강제실시권을 규정한 제31조, 연구 또는 실험을 하기 위한 특허발명의 사용 등에는 특허권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한 제30조 등이 있다. 또한
TRIPs협정이 지적재산권의 보호 수준을 전반적으로 강화시킨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내용은 국가간 이해관계의 대립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따라서 모호한 규정이 많기 때문에 협정의 체결 당시에 있었던 대립은 그 해석의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무역대표부는 TRIPs 협정을 근거로 각 국의 의약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TRIPs 협정이 빌미가 되는 셈이다. 역시 해석의 문제도 국제경제정치의 역학적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3. 시민사회의 요구들
제약 산업에서 독점의 횡포를 막기 위한 비판과 대안이 각 국의 NGO들로부터 터져나오고 있다. 의약품의 독점을 둘러싼 싸움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보면 다국적 자본과 시민민중세력의 대결 구도로 드러난다. 제약 자본은 각국 정부를 내세워 이윤추구에 유리한 방향으로 국제 질서를 끌어가고 있다. 그 수단 중에 하나가 지적재산권이다. 그들은 WTO를 중심으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국제적 질서를 강화해 가려한다. 그들에게 TRIPs는 소기의 성과인 셈이다.
이에 맞서 싸우는 NGO는 제3세계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건강하게 살 권리\’라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모두 한 무더기로 모일 수 있는 NGO들이 지구 곳곳에서 연대의 끈을 형성하고 있다. 의약품의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싸움은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정부와 굵직한 제약 자본에 대한 전세계 민중들의 투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의 회의는 그 중 일부를 대변하고 있다.
이 회의를 중심으로 제기된 대안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TRIPs 협정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이며, 두 번째는 TRIPs 협정에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을 요구하는 제약자본과 미국 정부의 횡포에 대한 경계이다.
먼저 미국 단체인 \’기술에 대한 소비자프로젝트\’의 주된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강제실시권 (compulsory licence)의 확대 보장이다. 강제실시권이란 특허권이 설정된 발명을 수행할 수 있는 \’실시\’권의 일종이다. 보통의 실시권은 특허권자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취득할 수 있는데, 강제실시권은 몇 가지 요건에 만족했을 때 특허권자와의 협의 없이도 해당 특허발명을 실행할 수 있는, 특허청에서 부여하는 권리이다. 가령 약품 A에 대한 특허를 B 회사가 갖고 있는데, B 회사가 일정 기간 이상 A를 생산판매하지 않는다든지, 공급량이 수요량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든지, 공공의 목적을 위해 A의 생산이 필요한 상황 등에서는 제3자인 C가 특허청에 청구하여 A의 제조판매 라이센스를 부여받을 수 있다. 강제실시권은 현재 각국 특허법에서 대부분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국내 반독점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서 법원에서 강제실시권을 이용하는 사례가 상당하다. TRIPs 협정에도 명시되어 있다. 단 이 협정의 제31조에 따르면 특허의 라이센스를 받고자 하는 제3자는 특허권자로부터 상당 기간 동안 합리적 계약 조건하에 라이센스를 받으려고 했으나 실패한 경우에만 강제실시권을 국가로부터 강제로 부여받을 수 있다. 이 규정 자체가 해석의 여지가 많고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미국 무역대표부는 이 규정을 이유로 각국의 강제실시권 허락을 방해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국 정부가 에이즈 치료약에 대한 강제실시권을 허락하지 못하게 미국 정부가 압력을 가하고 있다.
둘째는 병행수입의 허용이다. 의약품의 가격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같은 공급업체에 의한 동일 상품이라도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면 글락소 웰컴의 \’잔탁\’이란 위장약은 인도에서는 2달러(100 유닛 기준)에 불과한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무려 116달러나 된다. 만약 우리나라의 수입업자가 \’잔탁\’을 수입하려한다면 영국의 글락소 웰컴사로부터 직수입하는 것보다는 인도에서 간접 수입하는 것이 더 싸다. 이럴 때 인도에서 수입해 오는 것이 가능하려면 병행수입이 인정되어야 한다. 대개 병행수입은 각 나라마다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가능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에는 광범위하게 병행수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뉴질랜드, 남아공, 태국, 에쿠아도르,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서 의약품의 병행수입을 반대했었다. \’기술에 대한 소비자프로젝트\’의 랄프 네이더 (Ralph Nader)는 이와 같은 미국 정부의 태도는 지극히 \’자국기업 보호주의적\’이며, 경쟁적인 배급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나라들의 보건정책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Ralph Nader, "October 6, 1999 letter to Charlene Barshefsky regarding review of US trade policy as it relates to access to essential drugs", 출처: http://www.cptech.org/ip/health/country/cb-oct6-99.html
}}
셋째는 연구를 위한 특허권 적용의 특례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특허법에서도 연구를 위해 특허발명을 이용하는 것에는 특허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사이프러스, 이스라엘, 캐나다 등의 국가들과 이에 관련된 WTO 분쟁해결절차를 밟고 있다.
넷째는 건강등록정보 (health Registration Data)이다. 건강등록정보란 의약품의 판매허가를 얻기 위해 관계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임상실험 데이터를 의미한다. 미국 정부의 입장은 판매허가를 얻으려는 사업자마다 독자적인 임상실험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A사가 B약을 개발해서 특허권을 취득하고 임상실험도 수행해서 시판에 성공했다고 하자. 물질특허가 인정되지 않는 인도에서 한 회사가 비교적 단시간 안에 B약을 모방해서 D라는 약을 생산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B와 D가 동일한 물질이므로 D에 대한 별도의 임상실험 데이터가 없더라도 인도 당국에서는 D의 판매를 쉽게 허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도의 C사는 임상실험을 완료하는데 필요한 4-5년의 기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임상실험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난소암과 유방암 치료제인 \’탁솔\’이다. 이 약은 미국립보건원 (NIH)의 지원을 받아 임상실험이 이루어졌고, 그 후 미국 제약회사인 브리스톨 마이어 스큅사 (Bristol-Myers Squibb)에 의해 제조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탁솔의 생산 및 판매는 브리스톨사에게 독점되어 있는데, 건강등록정보의 공정한 사용을 요구하는 미국의 통상압력 때문이다. 뉴질랜드와 영국에서는 탁솔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많은 사람들이 이 약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는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는 오래된 의약품에 대한 시장 독점권에 관한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도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 물질특허제도를 도입한 시기는 1987년이다. 이전까지는 의약품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에 개발되어 공개된 의약품은 우리나라에서 특허로 보호받을 수 없었다. 이들 약품 중에는 특허기간이 아직까지 만료되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이들에 대해 시장 독점권을 인정하라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이런 미국의 압력으로 인해 태국에서는 에이즈 환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화이자 (Pfizer){{) 우리나라에는 비아그라를 개발한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화이자는 미국과 영국에 주영업소가 있는 다국적기업이다.
}}는 미국 정부가 태국에 가한 통상압력 덕분에 HIV/AIDS 치료제인 플루코나졸 (fluconazole)에 대한 시장 독점권을 98년까지 누릴 수 있었다. 98년 이 약의 시장 독점권이 만료되었을 때 두 개의 다른 제약 회사가 이 약을 시판하기 시작했다. 약 값은 9개월 동안 200 바트에서 6.5 바트로 95% 이상이 하락했다.
여섯째는 의약품의 일반명 (generic name)의 사용에 관한 것이다. 일반명이란 상표명과 대응되는 개념이다. 가령 라니티딘 (Ranitidine)은 글락소 웰컴이 개발한 위장약의 화합물 이름, 즉 일반명인데, 글락소 웰컴은 이 약을 \’잔탁\’이라는 상표명으로 팔고 있다. 미국 제약업계는 TRIPs의 상표권 규정에 근거하여, 제품 포장에 상표명이 아닌 일반명을 사용하는 것은 각 기업의 상표권을 희석화하고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멕시코, 남아공, 태국, 필리핀, 파키스탄 등에서 관련 분쟁이 있었다.
\’기술에 관한 소비자프로젝트\’가 주장하는 공격하는 지점은 어느 정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국 정부가 제약업계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국제조약이나 미국 국내법을 넘는 강력한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 단체가 가정하는 정의는 시장에서의 독점을 막고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다. 시장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지적재산권의 조절이라고 믿는다. 과도한 지적재산권은 경쟁을 뿌리부터 자르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가지 특징은 세금의 주인이 국민임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어느 사회에나 당연한 진리이지만, 공공기금 또는 세금을 통해 거둬들인 연구 성과를 사유화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반대가 그들 주장의 한 축이 되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회의에 참석한 한 태국인은 주장은 약간 다르다. 태국 \’보건계획을 위한 인간자원\'(Human Resource for Health Development)이란 저널의 편집자인 수위트 위불폴프라서트 (Suwit Wibulpolprasert) 박사는 TRIPs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의 3가지를 주장했다.{{) Suwit Wibulpolpraset, "Globalization and Access to Essential Drug: Case Study from Thailand", 출처: http://www.haiweb.org/campaign/novseminar/suwit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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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TRIPs 협정의 대상에서 세계보건기구 (WHO)가 선정한 필수의약품 목록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 이런 주장은 지난 WTO 시애틀 각료회의에서도 많은 개도국이 주장한 내용이었다.
둘째, 포괄적으로 특허를 받은 새로운 필수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권 및 병행수입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태국의 경우엔 이와 관련해서 미국의 통상압력에 시달렸기 때문에 명시적인 규정을 원하는 셈이다. 또한 강제실시권을 허락하는 데 많은 제한이 있으므로 완화될 필요가 있다.
셋째, 세계적인 공공의약기금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의약의 합리적 사용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고 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보상, 공적 의약품의 연구 개발을 위한 전지구적 공공기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재원은 의약품의 판매수입에서 마련한다. 일본의 경우 의약 판매액의 1%를 공공의약기금으로 돌린다. 1998년 전세계의 의약품 판매액은 약 3천억 달러였다. 그 중 1%는 30억달러이며, 이 금액은 WHO의 보통 1년 예산의 7배이고, 신약 하나의 연구개발 예산의 30배에 해당한다. 이와 비슷한 의견으로는 의약 연구개발 기금 마련을 위해 특허 출원료에서 일정액을 떼는 방안도 제시되었다.{{) Hakan Bjorkman, 앞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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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정부그룹이나 그 외 제3세계에서는 TRIPs 협정 이행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하고, 의약품에 대한 특허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도 있다.
5. 맺음말
발명자의 노력을 보호하기 위해, 더 나아가 기술개발과 경제발전을 위해 지적재산권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게 주류적 견해이다. 이런 논리는 자본의 성장과 독점을 윤리적으로 정당한 결과인양 포장하는 데 상당히 유용하다. 정경유착의 떡고물에 힘입은 것이 아니라 투자와 그로 인한 기술개발의 성과라면 자본의 성장은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허 제도가 역사적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발명자의 권리가 자연권이기 때문이 아니다. 발명자에게 일정한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이 사회 전체에게 유익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해석하면 \’투자한 만큼의 보호\’가 아니라 \’사회에 유익한 정도까지의 보호\’가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과연 어떠한가.
* 빌 게이츠는 하루에 1억2천만 달러를 번다.
* 13억명의 사람들이 하루에 1달러가 못되는 돈으로 생계를 꾸린다.
* 선진국이 모든 인터넷 사용자의 88%를 차지한다.
* 20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 세계 의료 연구비의 0.2%만이 폐렴, 이질, 결핵에 투자된다.
* 폐렴, 이질, 결핵으로 인한 전세계 사망률은 18%나 된다.
*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0%가 전체 소비량의 86%를 차지한다.
* 가난으로 인해 3초마다 한명의 어린이가 죽는다.{{) Hakan Bjorkman, "The Messages of the 1999 Human Developement Report-Globalization with a Human Face", \’세계화 경제에서 필수의약품에 대한 접근권 향상을 위한 회의\’에서 UNDP 소속 참가자의 발표문, 출처: http://www.haiweb.org/campaign/novseminar/bjorkman.html
}}
이런 현실이 무역자유화와 세계화의 모든 것이라고 몰아세울 수는 없지만 그 흐름을 타고 변화해 가는 세상의 단면임은 부정할 수 없다. 빈부격차의 심화는 우리 사회 내에서 그리고 전지구적 차원에서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의 추정에 따르면 세계인구의 1/3이 필수의약품 조차 이용할 수 없으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빈곤 지역에서는 절반 이상이 가장 기본적인 의약품조차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반면 다국적 제약 자본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국제농촌진흥재단 (Rural Advancement Foundation International){{) http://www.rafi.org
}}이 1999년 3월에 펴낸 "The Gene Giants; Masters of the Universe"란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대 제약회사가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차첨부 파일http://www.ipleft.or.kr/bbs/data/ipleft_5/의약분야-양희진.hwphttp://www.ipleft.or.kr/bbs/data/ipleft_5/5/의약분야_양희진.pdf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