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2.14] 노바티스는 환자들이 살 수 있을 가격으로 약을 공급해야 한다.

노바티스는 환자들이 살 수 있을 가격으로 약을 공급해야 한다. 정부는 희귀 난치성 질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낮추어야 한다. 11월 27일 노바티스의 약 공급 중단 그리고 무상공급 제안 몇 달간의 지리한 협상 끝에 지난 11월 19일 보건복지부는 글리벡에 대한 보험약가를 17,862원으로 고시하였다. 이런 한국 정부의 결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바티스는 고시된 보험약가에 불응하고 당초 제안한 25,005원을 고수하고자 급기야 11월 27일 글리벡의 공급을 중단시켜 환자의 목숨을 위협하였다. 그러나 약공급 중단이 각종 언론과 사회단체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자 노바티스는 약가가 결정되기까지 한시적으로 글리벡을 무상공급하겠다고 통보함으로써 약공급 중단으로 인한 위기는 일단은 일단락된 듯이 보인다. 약을 팔아 먹고 사는 제약회사가 자신들의 이윤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 무상공급을 함으로써 환자들이 공짜로 약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는 한국사회에서 대단히 놀라운 뉴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시적인 무상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는 불안정한 상태이다. 이미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협의 효과는 충분히 발휘되었다. 지난 11월 27일 약공급 중단으로 인해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3명의 환자들이 약을 못받는 사태가 발생하였고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백혈병 환자에게도 글리벡이 공급되지 못하였다. 단 하루라도 약이 공급되지 못한다는 것은 글리벡 이외에 쓸 수 있는 약이 전혀 없는 백혈병 환자들에게는 말그대로 죽음의 공포이다. 약을 먹으면 생명이 연장될 수 있는 환자들이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의 탐욕에 의해 시한부 인생을 통보받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11월 30일 MBC의 보도이후 다시 환자들에게 글리벡 공급이 이루어졌으나 이미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살인위협은 충분히 이루어 졌다. 노바티스는 자신들의 이윤 추구를 위해 환자의 생명마저도 우습게 여겨 약공급을 중단하더니 이제는 자비로운 양의 탈을 쓰고서 무상공급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것은 환자들의 목숨까지 자신들이 통제하겠다는 오만한 행위이다. 공공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약으로 생색내는 노바티스 우리나라의 약가협상에서는 원가계산방식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노바티스가 글리벡을 개발하는데 소요한 비용이나 글리벡 생산원가 등은 국내에 공개된 바 없다. 그러나, 미국립암연구소(NIC)의 문서를 통해 글리벡의 개발에 공적기관의 참여가 있음이 확인되었고, 현재 글리벡에 대한 임상실험 또한 미국립암연구소에서 시행되고 있다. 더군다나 글리벡 개발 과정중에 노바티스가 비용부담을 이유로 개발을 포기하려 하자, 2000명이 넘는 백혈병 환자들이 FDA에 탄원을 하여, 글리벡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는 혜택을 받아 연구비지원, 개발비용 전체에 대한 세금혜택을 받았다. 즉, 글리벡은 노바티스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 공공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약이며 공적기금의 기여만큼 당연하게도 환자들 혹은 공공의 손으로 환수되어야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노바티스는 공공적으로 환수해야 할 부분의 일부를 가지고 무상공급이라는 방식으로 생색을 내고 있다. 노바티스가 원하는 것은 ‘전세계 약가통일’이라는 새로운 질서 창출이다. 노바티스가 무상공급까지 하면서 고수하려고 하는 원칙은 25,005원이라는 글리벡 가격이다. 노바티스가 25,005원을 고집하는 근거는 ‘전세계 약값은 똑같다’라는 그들만의 원칙이다. 그들은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는 2만 5천~2만 7천원대로 결정되었고, 일본은 3만 5천원대로 결정되었다며 한국에서의 가격 역시 2만 5천원이 되어야 한다며 한달에 300-600만원의 약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잘사는 선진국이며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수준이 낮다는 것을 고려할 때 복지부가 고시한 17,862원도 결코 환자들이 사먹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바티스가 가격을 더 올리겠다고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흥정을 하겠다는 처사이다. 그리고 약의 가격은 전세계적으로 동일하지 않으며 약가는 그 나라의 경제적 수준, 정부의 약가 정책에 따라 각 국가마다 다르게 책정된다. 국제건강행동(HAI)과 소비자 인터내셔널(CI)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 약의 가격은 최고 59배까지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노바티스가 ‘전세계 약가 통일’이라는 새로운 경향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어마어마한 이윤을 챙기겠다는 의도이다. 신약의 가격을 결정하는데 쓰이는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다른나라의 가격을 참고로 한다. 따라서 중진국 최초로 약가가 결정되는 한국에서 25,005원으로 고시가 된다면 이를 근거로 아직 글리벡이 진출하지 않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싼 약값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노바티스에게 있는 것이다. 노바티스는 환자들이 살 수 있을 가격으로 약을 공급해야 하며 정부는 희귀 난치성 질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낮추어야 한다. 아무리 획기적인 신약이라 하더라도 환자가 사먹을 수 없는 약은 효과적이지도 않고 안전하지도 않다. 노바티스가 진정 환자를 위한다면 전체 개발에서 노바티스가 지출한 개발비용과 글리벡의 생산원가를 공개하고, 백혈병환자들이 실제로 글리벡을 복용할 수 있는 약가로 공급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5월 31일 건강보험재정안정종합대책에서 희귀난치성 질환 등으로 가계에 큰 부담을 주는 질환에 대해서는 본인부담을 대폭 경감하기로 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안정적인 글리벡 공급에 대한 책임을 지고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본인부담금을 인하해야 한다. 또한 만성기 환자들에 대한 보험 적용을 보장하여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글리벡을 먹지 못해 병이 악화되는 환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01년 12월 14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공유적지적재산권 모임(IPleft), 노동정보화사업단, 사회진보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이상 가나다순)첨부 파일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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