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보는 지적재산권> 디지털 콘텐츠의 배타적 지배와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

디지털 콘텐츠의 배타적 지배와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

남희섭

디지털 환경을 살아가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을 커다란 변화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슬금슬금 사회로 번져나가고 있다. 2002년 7월부터 시행되는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제정 2002. 1. 14. 법률제6603호, 이하, \’온라인디콘법\’이라 함)이 바로 그것이다. 이 법은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는 데이터를 그 제작자가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앞으로 디지털 환경의 지식과 정보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와 구조는 이 법으로 인해 크게 바뀔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들이 의사 소통을 하는 수단을 상품으로 만든 저작권이라는 관념은 자기가 쓴 말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라는 발상으로 연결되며, 개인이 생각과 말을 소유할 수 있고 그것을 듣고 싶은 사람은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발상은 인간 관계의 역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을 이룬다"고 한 바 있는데, 지식이나 정보가 디지털 형태의 데이터로 변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제작자가 콘텐츠의 주인이 되도록 만드는 온라인디콘법은 저작권법 이상으로 디지털 환경에서의 정보 유통 구조와 방식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를 \’산업 발전\’이란 시각에서만 접근하고 있는 온라인디콘법은 제1조에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기반 조성과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국무총리 소속하에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위원회\’를 설치하여 범정부적인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 진흥체계를 만들고, 산업지원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이 정도면 산업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충분히 강조되었을 법도한데, 이 법은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진흥 또는 지원을 위한 규정 외에 한발 더 나아가 콘텐츠 제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규정과 위반행위자에 대한 벌칙 규정까지 두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디콘법 제정을 추진했던 정보통신부와 민주당의 정동영 의원은 디지털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이나 역할보다 콘텐츠 제작자의 권리를 배타적으로 보호하고 위반자를 처벌하는 규정들이 더 중요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법안 기초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상정 교수도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고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제작한 자를 경쟁자의 부정한 이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법제정의 일차적인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정 산업 부분을 법률로 뒷받침하면 `시장\’이 살아나고 그래서 해당 산업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시대착오적인 개발독재 시대의 방법론을 디지털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우매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저작물을 디지털화한 경우 저작인접권의 형태로 소위 \’디지털화권\’을 부여하자는 논의는 1996년부터 있었던 오래된 것이다. 이때의 논의는 디지털화의 진행으로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로 변환할 필요성은 높은데, 디지털 자료의 경우 복제가 쉽기 때문에 맨 처음 디지털화한 사람이 경쟁상 불리하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화권\’과 같은 권리를 새롭게 만들 필요성보다는 그로 인해 정보의 유통을 지나치게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저작인접권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디지털화권이 인정되지 않을 때 해당 분야의 산업이 운영될 수 없다면 해당 분야에 한정된 입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정리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법적 보호 논의는 주로 창작성없는 데이터베이스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국제적으로는 1996. 12. WIPO 외교회의를 위한 전문가위원회에서 유럽 연합과 미국이 데이터베이스 보호를 위한 조약의 제안서를 내면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초안 작성 후 WIPO 외교회의에서 개도국들의 강력한 반대로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해, 데이터베이스 보호에 대한 국제적인 조약은 아직 성립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파이스트 판결 이후 데이터베이스를 저작권법 이외의 별도의 법률로 보호하려는 법률안들이 지금까지 4개가 상정되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데이터베이스 보호에 대해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유럽 연합은 1996. 3. \’데이터베이스 보호를 위한 EU 지침\’을 채택하여 \’그 내용의 수집·확인·표현에 있어서 질적·양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에게 그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질적·양적으로 상당한 부분의 내용을 추출·재이용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도록 하였는데, 15개 회원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 과정이나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온라인디콘법과 같이 데이터 또는 콘텐츠의 편집물성이나 저작물성을 묻지 않고 디지털 형태의 정보에 대해 그것을 제작한 자에게 지적재산권과 유사한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발상은 달리 유례를 찾기 힘든 지나치게 앞서 나간 법률이고, \’투자\’의 보호를 명분으로 오히려 \’창작\’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유되어야 할 정보를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이용자 입장에서는 \’정보 접근권\’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콘텐츠를 선점한 기존사업자에 의해 정보산업의 발전이 오히려 제약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온라인디콘법에 포함되어 있는 콘텐츠 제작자의 권리 조항을 중심으로 그 문제점을 살펴본다.

 

1. 온라인디콘법은 오히려 콘텐츠 산업 발전을 억제할 것이다

온라인디콘법에서 말하는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는 그것의 저작물성이나 편집물성을 불문하고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모든 형태의 디지털 정보를 다 포괄한다. 애초 국회에 상정된 법안에서는 \’정당한 권한없이 타인이 제작한 온라인콘텐츠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복제 또는 전송하는 방법으로 경쟁행위를 함으로써 온라인콘텐츠제작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 행위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국회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노력으로 제작한 콘텐츠\’, \’제작자의 표시 의무 부과\’ 등의 요건이 한정되었다. 애초의 법안은 디지털 형태의 모든 데이터에 대해 그 제작자가 배타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어서 법률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나, 국회에서 수정된 내용은 그 범위가 제한되었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는 수긍이 간다. 그러나, 애초의 법안 내용이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면, 이 또한 매우 기형적인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즉, 정보통신부에서 \’온라인디콘법\’을 입법하려고 하자, 저작권법의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창작성이 없는 데이터베이스를 저작권법에 수용하려는 저작권법 개정안 작업을 추진하였다. 양 부처간의 이견이 계속되던 차에 2001. 7. 13.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양 부처가 역할을 분담하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는데, 그 내용은 \’상당한 투자를 한 데이터베이스의 제작에 대한 투자는 문화부가 정통부와 협의하에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보호하고, 상당한 투자를 하지 않은 디지털 콘텐츠의 보호에 대하여는 부정경쟁방지 법리에 따라 정보통신부가 법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저작권법으로 보호가 되지 않던 창작성없는 데이터에 대한 보호를 \’상당한 투자\’를 기준으로 정통부와 문화부 양 부처에서 나누어 가지기로 했는데, 국회 논의과정에서 부처간 합의가 무의미해지는 형태로 온라인디콘법이 바뀌게 되었다. 만약 \’상당한 투자\’를 요건으로 하는 데이터베이스 보호 조항이 저작권법 개정안에 포함된채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되면 앞으로 이 두 법의 적용 범위와 해석이 골치아픈 문제로 남게 될 것이다.

 

입법의 경위야 어떻든, 보호하고자 하는 콘텐츠가 \’상당한 노력\’으로 제작되었다면, 여기에는 산업 보호의 논리 즉, 부정한 경쟁으로부터 투자를 보호해야 할 논리가 더 세밀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인데, 온라인디콘법의 보호방식으로는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기보다는 오히려 위축될 위험이 더 많다. 예를 들어보자. A라는 자가 핵물리학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고, B라는 자가 A의 데이터베이스를 수정하면 의약 개발에 유용한 자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B의 데이터베이스 이용에 대해, A는 2가지 선택을 할 수 있는데, A 스스로 의약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거나 B에게 사용허락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A는 핵물리학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의약분야에는 무지하다고 한다면, A가 의약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고 많은 비용 예컨대, 3억원이 들 수 있다. A의 원래 데이터베이스가 2억원의 비용을 들인 것이고, 의약 분야의 시장 규모가 6억원이라고 한다면, A는 자기의 투자로 인해 1억원의 이윤을 볼 수 있다. 한편, 의약 분야에 지식이 많고 핵물리학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가진 B는 A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약 2억원의 비용으로 좀 더 쉽게 의약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A와 B가 합리적인 개인이라면, 서로의 데이터베이스 이용에 합의할 것이고, 추가로 생긴 이윤 1억원을 나누어 가질 것이다.

 

이러한 예는 순차적 기술 혁신과 특허제도의 경쟁정책의 관계를 논의할 때에도 언급되는 것인데, 독자적인 발명을 인정하지 않는 특허권의 절대적 배타성을 온라인디콘법이 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디지털 콘텐츠의 순차적 개발의 중요성(즉, 이미 만들어진 디지털 콘텐츠를 그대로 이용하여 2차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성과 그때의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최초 제작자의 배타적 권리는 경쟁정책의 관점에서 특허권의 절대적 배타권보다 더 배타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다. 위의 예에서, A는 B에게 실시허락을 했을 때 생기는 공동 이익이 A의 독점 이익보다 더 클 때에만 실시허락을 할 것이다. 따라서, 공동 이익의 증가에 기여하지 못하는 자는 A의 디지털 콘텐츠 이용에서 배제될 것이다. 창작을 장려하여 기술 혁신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온라인디콘법이 혁신적 후발 콘텐츠 제작자에게만 선행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이는 분명히 2차적 콘텐츠 생산을 제약할 것이다. 한편, 공동 이익의 증가에 기여한 B에게 A가 실시허락을 하더라도 실시허락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유발할 것이기 때문에, A의 실시허락으로 증가한 총가치의 일부분이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환원된다면 A와 B의 공동 이익은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처음 상정했던 것과 반대로 A가 합리적인 개인이라면, A는 B에게 실시허락을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온라인디콘법은 오로지 최초 제작자의 영업상의 이익에만 치중하여 \’디지털 콘텐츠\’의 2차적 제작을 제한함으로써 디지털 콘텐츠의 순차적이고 지속적인 생산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한편, 온라인디콘법에서는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를 수집·가공·제작·저장·검색·송신 등과 이와 관련된 서비스를 행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이 법은 반드시 온라인 콘텐츠 산업에만 한정되어 적용되지 않는다. 즉, 법 제2조(정의)의 7호에서 "복제라 함은 온라인디지털콘텐츠를 전자적 매체 등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고, 법 제18조(금지행위 등)에서는 "온라인콘텐츠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복제 … 하는 방법으로"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온라인콘텐츠를 유형물에 고정하는 것을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어서, 반드시 온라인상의 행위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그런데, 온라인디콘법이 국회에서 심의되는 과정에서 정통부는 \’온라인 부분을 한정해서 보호를 하도록 했고, 지원 부분에서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가능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상정 교수도 온라인디콘법에 \’배포권\’이 제외된 것은 법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이어서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하는데, 실제 법률은 이러한 입법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였다고 보인다. 입법의 취지대로 한다면, \’복제\’의 개념에서 유형물 고정을 삭제하든가, \’전송\’만을 규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온라인 디콘법의 폐해가 오프라인 산업에까지 확장될 수 있다.

 

2. 온라인디콘법의 위헌성

온라인디콘법은 권리부여 방식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과 같이 행위규정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새로운 권리를 창설한 것이 아니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특허권이나 저작권과 같은 지적재산권을 소유권과 비슷한 독점권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특허법이나 저작권법과 같은 특정 법률을 통해 권리자가 독점할 수 있는 행위유형을 특정하고, 권리자에게 침해행위를 중지시킬 수 있는 권한 예컨대, 방해배제청구권이나 방해예방청구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물건에 대해 특허권이 존재할 때, 제3자가 그 물건을 찍은 사진을 배포하는 행위가 특허권의 침해인가 아닌가는 법률에 명확한 규정이 없으면 알기 어렵다. 이것은 지적재산권의 대상이 가지는 무체물적 성격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지적재산권과 달리 소유권이란 유형의 물건에 대한 절대적 지배권을 말하기 때문에, 소유권 침해에 대한 원상회복으로서의 전형적인 수단은 반환청구가 된다. 이에 대해서 무체물에는 반환청구가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은 권리 침해에 대한 원상회복으로서 실시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침해자의 실시 행위를 중지시킬 수 있다면 독점성은 회복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온라인디콘법은 제18조에서 "누구든지 정당한 권한없이 타인이 상당한 노력으로 제작하여 표시한 온라인콘텐츠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복제 또는 전송하는 …"를 금지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제19조에서는 온라인콘텐츠 제작자가 "제18조의 위반행위의 중지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2조6호에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제작자"를 정의하면서 \’온라인디지털콘텐츠 제작에 있어 그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자를 말하며 이들로부터 적법하게 그 지위를 양수한 자를 포함한다\’라고 하여,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의 지위를 양도 가능한 것으로 하여, 겉으로는 행위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에게 준물권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디콘법은 헌법에 근거규정을 두지 않고 새로운 권리를 창설한 것이어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 즉,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23조와 별도로 창작자(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 예술가)의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제22조2항은 지적재산권의 헌법적 근거 규정인데, 이것은 권리부여의 전제로 창작성을 필요로 한다. 즉, 공공재로서 비배타적·비경쟁적 속성을 갖는 정보를 사적 독점할 수 있는 권리 부여의 정당화 근거는 바로 \’창작성\’이란 요건이다. 따라서, 창작성을 묻지 않고 단순히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였다는 조건만으로 콘텐츠 제작자에게 물권에 준하는 권리를 창설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우리 민법에 따르면, 불법행위의 성립에 권리의 침해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보 그 자체에 대해서 저작권 등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그러한 정보의 무단이용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에 따른 구제 수단과 그 구체적인 요건을 명료하게 규정하는 입법도 가능하다. 그러나, 민법상 불법행위는 침해의 금지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직접적으로 발생시키지 않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적 권리의 발생을 그 직접적인 효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권리 구제의 효율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에게 위반행위의 중지나 예방 청구권을 인정할 것이냐의 여부는 이를 인정함으로써 디지털 콘텐츠 사용자 또는 다른 제작자의 자유활동을 제한하게 되는 데서 생기는 손실과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의 그것에 의하여 얻게 되는 이익과의 비교 형량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3. 공정이용 영역의 확보와 공공 정보의 제한

창작물을 보호하는 저작권법에는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 영역을 설정해 두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디콘법에는 온라인에 적용되는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디지털 콘텐츠의 자유이용 영역 또는 공정사용 범위에 대해 아무런 조항도 두지 않고 있는데, 저작권법의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들이 좀 더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수용하여야 한다. 예컨대, 최소한 교육, 학문, 연구, 비평, 보도, 재판의 목적이나 도서관에서의 사용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복제하여 무상으로 배포·전송하는 행위는 온라인디콘법에 의한 권리행사에 적용되지 않음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표된 디지털 콘텐츠를 복제하여 일반공중에 배포하거나 전송하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자가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제작자 등을 알 수 없는 경우에도 일정한 조건 하에서 당해 디지털 콘텐츠를 복제·전송할 수 있도록 소위 법정이용허락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의 내용에 공공성이 강한 것과,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주최가 되어 제작한 정보를 공공정보 또는 공적정보로 정하여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는 상업적 콘텐츠와 차별적 보호를 하여야 한다.

 

4. 기술적 보호조치

온라인디콘법 제18조제2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권한없이 제1항 본문의 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온라인콘텐츠 제작자나 그로부터 허락을 받은 자가 디지털콘텐츠에 적용한 기술적 보호조치의 회피·제거 또는 변경(이하 "무력화"라 한다)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술·서비스·장치 또는 그 주요 부품을 제공·수입·제조·양도·대여 또는 전송하거나 양도·대여를 위하여 전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기술적보호조치의 연구·개발을 위하여 기술적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장치 또는 부품을 제조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여 소위, 기술적 보호조치에 관한 법률적 보호를 주고 있다. 기술적 보호조치는 지적재산권의 디지털 의제로 많이 논의되고 있고, \’저작권법개정법률안\’에도 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저작권법 등에서 이러한 기술적 보호조치 규정을 두는 것은 창작물에 대한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한도 내에서만 인정된다. 따라서, 온라인디콘법이 창작물에 대한 권리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기술 등의 제공 행위까지 위법한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온라인디콘법의 기술적 보호조치는 기술조치의 무력화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 보호조치 규정을 삭제하고 그 대신 공정한 이용을 해치는 기술조치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예를 들면, 자유이용 영역이나 공정사용을 금지하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콘텐츠 제작자 스스로 해제하도록 법에서 강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더구나 법에서는 기술적 보호조치와 관련하여 "무력화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현행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제30조 제2항이 미국의 통상압력 때문에, 처음에 "유일한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던 것을 "상당히"로 개정하였던 전례를 문제의식 없이 차용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5. 결론 및 근본적인 문제 인식

필자는 디지털 환경이 우리에게 약속과 위협을 동시에 가져오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 즉, 디지털 형태의 정보는 그것의 복제 비용이 영에 가깝고 원본과 복제본의 질적 차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정보 생산자 또는 제작자에게는 법률적 보호의 위협인 동시에 일반 공중에게는 자유로운 정보의 접근과 공유를 약속한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에 대한 사적인 권리와 공익간의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제할 권리로서의 소유권 개념에만 집착한 나머지 공유적 의미의 재산권 개념을 무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소유 개념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인을 배제하는 권리이긴 하지만 이것을 너무 맹신하면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도 엄연히 소유 개념의 하나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특히 디지털 환경과 같이 상호 의존성이 높은 복잡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소유의 형태는 \’사회 전체의 누적된 생산 자원을 이용하거나 여기서 혜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을 개인의 권리\’라는 점은 온라인디콘법의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그 의미를 새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법은 도덕이나 기술보다 더 강력하게 행위를 규제한다. 특히, 온라인디콘법은 사이버스페이스의 디지털 정보에 대한 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 제도 이상으로 우리 사회의 정보·지식의 생산체제를 결정할 수 있다. 콘텐츠의 생산은 다양한 의제와 전략에 따라 이루어지고 그 투자에 대한 결과 또한 동일하지 않다. 콘텐츠를 직접 판매하는 방식도 존재하지만 간접적인 이익을 기대하고 콘텐츠를 무료로 배포하거나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콘텐츠를 공유로 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배제당하지 않은 권리\’보다 \’배제할 권리\’에만 초점을 둔 온라인디콘법이 지식의 생산방식을 영리적 목적의 상품 생산으로만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에서 비롯되었다는 점과 이것이 결국 한가지 모델의 생산방식을 강제할 것이라는 사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보, 지식, 예술 등의 한 사회의 문화 자산은 결코 한가지 생산방식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없으며, 오히려 다양한 생산과 소비 방식에 의해서 발전해 왔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문화 자산을 풍부히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생산방식을 보장하고, 모든 국민이 정보기술의 혜택을 공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관점에서 온라인디콘법은 재검토되거나 폐지되어야 한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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