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보는 지적재산권> 컴퓨터 프로그램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들

컴퓨터 프로그램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들
– 그 내용과 문제점

남희섭 (정보공유연대 IPLeft활동가, 변리사)

컴퓨터 프로그램이 지적재산권에 의해 법률적으로 보호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매년 실시되는 소위,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은 이러한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에 큰 공헌을 했다. 원래 프로그램은 컴퓨터라는 하드웨어에 끼워서 팔리는 부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1969년 미국에서 IBM이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따로 판매하는 가격분리정책(unbundling policy)을 채택하여 프로그램에 별도의 가격을 매기기 시작하면서 독자적인 상품으로 인식되었고 소프트웨어의 법적 보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컴퓨터 산업 초창기에 프로그램은 주로 기술적인 방법이나 계약 또는 영업비밀(trade secret)로 보호되었는데, 70년대 후반 들어 컴퓨터의 보급이 확대되고 프로그램 시장이 커지면서, 점차 저작권에 의해 보호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80년초 미국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의 특허성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90년대 후반 들어 프로그램의 특허권 보호가 강화되고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프로그램 보호의 중심은 특허로 옮겨가고 있다.

 

프로그램을 보호하는 이러한 법률들은 프로그램의 문화·예술적 표현을 보호하는 것, 프로그램의 기술·산업적 표현을 보호하는 것, 프로그램의 포장(마크)을 보호하는 것이 있다. 프로그램의 표현은 저작권, 특허권, 영업비밀에 의한 보호 논의의 대상이 되고, 포장은 상표권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 저작권과 특허권이 프로그램을 보호하는 방식과 영업비밀의 보호방식은 정반대이다. 저작권과 특허권은 프로그램의 내용이 공개되어야 보호가 되지만, 영업비밀은 프로그램의 내용이 비밀로 유지되어야 보호될 수 있다. 저작권과 특허권에 의한 프로그램 보호는 프로그램을 창작한 자와 프로그램의 생산자에게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하고 타인이 무단으로 그 프로그램을 생산하거나, 복제하는 행위와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글은 프로그램을 보호하는 법률들을 현행 저작권(프로그램보호법)과 특허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그 문제점에 대해서는 특허법에 의해 프로그램을 보호할 때의 프로그램 개발자들 사이의 문제와 현행 프로그램 보호법을 온라인 환경에 적용했을 때의 사적 복제와 온라인 유통의 문제를 살펴보고 프로그램의 법률적 보호를 위한 집행과 처벌의 문제점에 대해 간략한다.

Ⅰ. 법률에 의한 프로그램 보호와 그 내용

1. 계약에 의한 보호

일반적으로, 계약에 의한 보호는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자와 사용자 사이의 프로그램의 사용허락 계약 특히, 포장약관(shrinkwarp license)를 중심으로 이야기된다. 포장약관은 사용자가 소프트웨어의 포장을 개봉하는 행위로 인해 소프트웨어의 공급자가 제시한 사용조건이 소프트웨어 사용허락 계약으로 성립하느냐의 문제이다. 소프트웨어 공급자가 포장 계약을 선호하게 된 동기는 1) 공급자의 재산권 보호, 2) 소프트웨어 사용권의 허락, 3) 최종사용자의 권리 제한 등이 있는데, 앞의 두 목적은 다른 법률(특허법이나 프로그램보호법)에 의해 실현이 가능하므로, 지금은 최종사용자의 권리 제한 목적이 중심과제이다. 문제는 포장약관으로 정한 사용자의 권리 제한이 효력이 있느냐에 있는데, 예컨대, 포장약관에서 어떠한 형태의 복제도 금지하는 계약내용이나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금지하는 조항, 또는 사용기종 사용대수를 한정하는 조항이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 내용이라고 볼 것인지가 문제이다. 다른 법률 예컨대, 프로그램보호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복제나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포장약관에서 금지하는 조항은 효력이 없다고 볼 가능성이 많고,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사용기종이나 대수를 제한하는 것은 약관규제법에 의해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와 같이, 계약에 의한 보호는 사용자에 대해서도 그 한계가 많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해서는 계약일반의 원칙상 적용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저작권법이나 특허법과 같은 지적재산권 제도에 의한 프로그램 보호에 주로 의존하게 된다.

2. 영업비밀에 의한 보호

프로그램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한 영업비밀로서 보호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1991. 12. 31. 부정경쟁방지법을 개정하여 영업비밀에 대한 보호규정을 신설하여 이 법에 의해 프로그램의 미공개정보가 일정한 요건 하에 영업비밀로서 보호될 수 있게 되었다. 영업비밀은 프로그램보호법과 달리 \’표현\’만을 보호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부분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타사의 소프트웨어의 목적코드를 리버스 엔지니어링하는 방법에 의해 별개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원프로그램의 개발에 관여하였던 종원업을 채용하여 경쟁회사가 개발한 기술을 부정사용하는 경우에는 영업비밀 침해가 될 수 있다. 영업비밀은 말 그대로 그 내용이 비밀로 유지되어야 함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예컨대 제품으로 판매되는 프로그램의 목적 코드는 영업비밀로 보호되기 힘들지만, 소스 코드는 영업비밀로서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3. 상표에 의한 보호

프로그램이 일반인에게 대량으로 지속으로 판매되는 패키지 프로그램이나 게임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프로그램의 \’표지\’를 상표법에 의해 보호받을 실익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상표법은 상품의 내용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법이나 특허법과 차원이 다르고 간접적인 보호에 그친다.

4. 저작권에 의한 보호

저작권법 제4조1항9호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저작물의 하나로 예시하면서, 2항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의 보호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이 적용될 것을 예정하고 있다.

한편, 미국을 위시한 대부분의 국가는 프로그램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1979년 의회 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f New Technological Uses of Copyrighted Works)의 최종보고서(CONTU 최종 보고서)에서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을 보호하도록 제안하였고, 이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하여 1980년 12월 12일 저작권법을 개정하였다. 프로그램의 저작권 보호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sui generis system)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었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프로그램과 전통적 저작물과의 차이점 때문이다. 예컨대, Hershey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음악저작물이나 영상저작물과 달리 프로그램은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라는 기계와 소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에 반대하고, Nimmer 교수는 전통적 저작물을 출력물로 생산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저작권 보호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비디오 게임을 실행하는 프로그램은 그 출력물이 시청각 저작물이므로 저작권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프로그램 보호를 위한 별도의 법률을 주장했던 Samuelson 교수는 프로그램은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가 텍스트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문저작물에 가깝다기 보다는 오히려 기계와 동일시할 수 있고,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가치는 그것의 텍스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하는 행동이 있다고 보았다.

5. 프로그램보호법에 의한 보호

우리나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저작권의 일종으로 보호해 주기로 입법을 확정하고 1986년 12월 31일에 법률 제3920호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을 제정하여 1987년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보호법이 제정된 데에는 미국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은 1983년 한미공업소유권회담에서 미국의 지적소유권보호를 우리에게 요구한 이래 각종 회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호를 요구하였고 해적행위를 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1984년의 미국 통상법 제301조를 근거로 수입규제·관세부과 등의 경고를 하면서 강력한 압력을 가해왔다. 1985년 12월 9일 개최된 한미통상협상실무회의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측의 안을 대폭 수용하여 1986년 7월 제301조 합의문안을 작성하게 된다. 이 합의문에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가. 권리의 주체와 보호의 대상
프로그램 저작권은 프로그램을 창작한 자가 가진다. 한편, 프로그램보호법 제7조는 \’업무상 창작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계약이나 근무규칙 등에 달리 정함이 없는 한 법인이 저작자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로그램보호법에서 보호하는 프로그램은 컴퓨터와 같은 정보 처리 능력을 가진 장치에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을 말하고(법 제2조), 프로그램 언어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나 프로토콜은 제외되며(법 제4조), 알고리즘(해법)은 보호대상이 아니다. 프로그램이 창작물이란 의미는 \’표현\’에 창작성이 있을 것을 요하므로 아이디어에만 창작성이 있는 것은 제외되며, 타인의 것을 모방하지 않은 최소한의 독창성으로 충분할 것이지만 프로그램이 기능적 저작물이라는 특성을 감안한 창작성의 판단은 필요하다.

프로그램보호법에 의해 프로그램을 보호받는 데에는 어떠한 절차나 방식도 필요하지 않으며 창작에 의해 그 권리가 발생하고(법 제7조2항), 전세계적으로 보호가 가능하다. 프로그램 저작권은 공표된 다음 연도부터 50년간 존속한다(법 제7조3항). 프로그램을 등록하면, 프로그램 저작권에 변동이 생긴 경우(예컨대, 이전된 경우)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효과가 생긴다(법 제21조).


나. 보호의 범위
프로그램의 보호 범위는 프로그램의 유형에 따라 어떤 형태의 프로그램이 보호 대상이 되느냐에 관한 1세대 논의에서부터, 저작권이 보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표현(expression)\’이지 \’아이디어(idea)\’가 아니라는 소위,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란 원칙을 프로그램에 대해 어디까지 적용하여 프로그램을 보호할 것인가의 2세대 논의가 있다. 2세대 논의는 1세대 논의와 달리 문언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의 어디까지를 저작권으로 보호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즉,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 적용되는 것은 원칙이지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또는 프로그램의 어떤 부분이 보호받을 수 없는 아이디어에 해당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기 힘든 매우 어려운 사안이다. 생각건대, 2세대 논의는 저작권법이 원래 보호하려고 했던 대상(즉, 표현)과 프로그램을 법률로 보호하고자 했을 때 의도했던 것(예컨대, 프로그램의 기능) 사이의 괴리를 저작권법의 해석론으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 결론이 쉽지 않다고 보인다.

우리 프로그램보호법에서는 알고리즘은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알고리즘의 표현을 보호하는 데에도 그 표현에는 문언적 표현뿐만 아니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비문언적 표현도 포함된다고 해석하기 때문에, 보호되는 비문언적 표현의 범위와 한계에 관한 논란이 있는데, 이에 관해서는 미국 판례법에서 발전된 여러 이론들이 존재한다.


다. 권리의 내용과 제한
현행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 따르면, 프로그램 저작자는 프로그램 저작재산권과 프로그램 저작인격권(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을 가진다. 프로그램 저작재산권은 복제권 (프로그램을 유형물에 고정시켜 새로운 창작성을 더하지 아니하고 다시 제작할 권리), 개작·번역권(원프로그램의 일련의 지시·명령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이용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을 창작할 권리), 배포권(원프로그램 또는 그 복제물을 공중에게 양도 또는 대여할 권리), 발행권(공중의 수요에 응하기 위하여 프로그램을 복제·배포할 권리), 전송권(공중이 수신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무선 또는 유선 통신의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할 권리)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프로그램 저작권자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무력화 행위뿐만 아니라, 상당히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기기·장치·부품 등을 제조·수입하거나 공중에 양도·대여 또는 유통하는 행위와,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프로그램을 전송·배포하거나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기술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법제30조2항).

 

이러한 프로그램 저작권에는 일정한 제한이 있다. 즉, 재판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자가 프로그램의 종류, 용도, 전체 프로그램에서 복제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 복제의 부수 및 특성에 비추어 프로그램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수업과정에서 제공할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복제·사용하는 경우, 초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에 게재하기 위한 경우, 학교의 입학시험 등에 관한 시험 또는 검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프로그램의 기초를 이루는 아이디어 및 원리를 확인하기 위하여 프로그램의 기능을 조사, 연구, 시험하는 경우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뿐만 아니라, 가정과 같은 한정된 장소에서의 개인적 목적(여기서, 영리적 목적은 제외됨)으로 하는 경우에는 프로그램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그 필요한 범위 안에서 공표된 프로그램을 복제 또는 사용할 수 있다.

 

한편, 프로그램 저작물의 특수성에 의한 제한도 있는데,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정당한 권원에 의하여 소지·사용하는 자는 그 복제물의 멸실·훼손 또는 변질 등에 대비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당해 복제물을 복제할 수 있다. 또한, 정당한 권원에 의하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자 또는 그의 허락을 받은 자가 호환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고 그 획득이 불가피한 경우 당해 프로그램의 호환에 필요한 부분에 한하여 프로그램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프로그램코드역분석을 할 수 있다(법제12조의 2).

프로그램 저작권을 침해한 자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프로그램저작권자가 침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침해자가 자신의 프로그램에 접근했다는 사실과 베끼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할 정도의 유사성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프로그램보호법은 저작권법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의미의 \’모방 금지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한편, 프로그램저작권을 보호할 때에는 프로그램의 수렴성(즉, 프로그램은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이 같으면 프로그램 언어의 제약, 효율적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논리의 한계 등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표현이 하나로 수렴되어 결국 프로그램이 유사하게 되는 것)을 고려해야 하고, 특허법과 달리 프로그램저작권법은 기술 자체의 독점을 인정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 및 다른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와의 호환성을 무시하고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6. 특허에 의한 보호

프로그램이 특허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우선 그 프로그램이 발명에 해당하여야 하고(이를 \’발명의 성립성\’이라 한다), 기존에 존재하던 프로그램과는 새로운 것이어야 하며, 기술적으로 진보된 것이어야 하고, 산업에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이를 \’특허요건\’이라 한다). 특허권은 저작권과 달리 행정기관(특허청)에 자신의 발명 내용을 설명하는 서류(명세서)를 제출하여, 발명의 성립성과 특허요건에 만족되는지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통과해야 정식 권리로 등록된다. 프로그램을 특허받기 위한 서류인 명세서에는 소스 코드를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어떠한 문제 또는 과제를 해결하거나 달성하기 위한 처리 수순을 공개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최근에는 프로그램이 기록되어 있는 매체(예컨대, 디스켓이나 CD-ROM)에 대해서도 특허가 인정되고 있다.

 

등록된 특허권은 출원된 날로부터 20년간 존속하며, 특허권자는 특허된 프로그램을 타인이 업(業)으로서 생산, 사용, 수입하거나, 양도·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데, 그 권리는 등록된 국가에서만 효력이 있다. 특허권에도 일정한 제한이 있는데, 특허발명을 연구·시험하기 위한 경우 등에는 특허권이 미치지 아니한다. 특허법에 의한 프로그램의 보호 논의에는 프로그램이 과연 특허 대상이 되느냐가 가장 큰 쟁점이다. 이것은 소프트웨어를 특허로 보호했을 때 과연 기술 혁신에 도움이 될 것인가의 논의와도 연결된다. 유럽의 특허조약은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를 특허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EPC §52). 그러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그것이 수행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방법\’이나 \’장치\’ 형태로 특허를 청구하면 특허권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우리 나라에서도 추상적인 아이디어나 순수한 수학적 해법이 아닌 \’방법\’이나 \’장치\’ 형태로 작성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특허권의 대상으로 취급하는데, 이것은 주로 법원의 판결이나 각국 특허청의 심사기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우리 특허법은 발명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창작\’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므로, 발명의 성립성 문제에는 프로그램의 자연법칙 이용성이 문제된다. 최근 특허법원은 특허법상 발명이 되기 위해서는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에 의한 정보처리가 하드웨어 자원을 이용하여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기존에 거론되던 \’발명이 아닌 것\’에 "기술적 가치가 없거나 극히 낮은 사항에 관한 단순한 기재"를 추가하여, 발명의 정의(자연법칙 이용성) 요건을 판단할 때, 기술적 특징이나 가치에 무게를 두도록 하였다. 이것은, 일본이나 유럽의 기준 등을 많이 고려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국의 심사기준을 그대로 답습한 우리 특허청의 심사기준이 법적으로 어떻게 취급될 것인지 주목된다.

7. 국제조약상 프로그램 보호 규정

1970년대와 80년초반에 걸쳐 프로그램의 보호에 대한 강도 높은 논의가 있었는데, 이것은 주로 프로그램을 저작권으로 보호할 것인가 특허권으로 보호할 것인가 아니면 이와는 다른 별도의 보호체계가 필요한가에 있었다. WIPO의 파리동맹에서는 1971년 프로그램 보호에 관한 검토를 개시하여 1978년에는 국내입법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서,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보호에 관한 모델 규정\’을 발표하였다. 이 모델 규정을 기초로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법적 보호에 관한 협정\’을 기초하기 위한 전문가위원회가 1979년에 개최되었는데, 저작권에 의한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었고, 협정체결을 위한 검토는 유보하고, WIPO의 베른동맹과 유네스크의 합동에 의한 국제적 검토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1985년 2월 25일-2월 1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와 유네스코(Unesco)가 공동으로 주최한 전문가 위원회에서는 프로그램을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을 냈다. 여기서는 프로그램을 베른협약 제2(1)조에서 말하는 저작물(writing)과 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근거로 되었다. 한편, TRIPs 협정 제10(1)조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그것이 원시코드이든 목적코드이든 베른협약(1971)상 어문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하여 저작권법에 의한 프로그램의 보호를 가능하도록 하였고, TRIPs 협정 제27.1조에서는 \’일정한 조건(27.2항 27.3항의 규정)에서, 특허는 물질이든 또는 방법이든 모든 기술 분야의 발명에 허용되어야 한다. 다만, 그 발명은 신규의 것이어야 하며, 진보적이어야 하고, 산업상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 특허는 허용되어야 하며 특허권은 발명 장소와 기술 분야에 차별을 두지 아니하고 제품이 수입된 것이든 현지에서 생산된 것이든 묻지 아니하고 향유되어야 한다\’고 하여 특허에 의한 프로그램의 보호를 제외되지 않도록 하였다.

WIPO 저작권 조약 제4조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베른협약 제2조에서 규정하는 어문저작물로서(as literay work) 보호된다. 그 보호는 어떠한 표현 방식이나 형태의 컴퓨터 프로그램에도 적용된다\’고 규정한다. 베른협약은 저작물의 종류를 매우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이 정의 규정은 비록 예시적이기는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 결과 컴퓨터 프로그램이 베른협약에서 말하는 \’문학 예술 저작물\’의 하나인지에 관하여 적지 않은 논쟁이 있었다. WIPO 저작권 조약은 이 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하고 있다[최경수: 2001, 316면 참조].

Ⅱ. 법률에 의한 프로그램 보호의 문제점

1. 특허법에 의한 프로그램 보호의 문제점

특허권은 프로그램의 이용자에게는 직접 영향을 주지 않고(앞의 각주 13) 참조), 주로 개발자들 사이에 문제가 된다. 프로그램 개발자 입장에서 본다면, 특허법에 의한 프로그램 보호는 저작권에 의한 보호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다. 왜냐하면, 특허권은 타인의 독자적인 창작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법은 가장 먼저 발명을 했거나 가장 먼저 출원한 1등만 기억할 뿐이다. 프레드 워쇼프스키가 제시하는 사례를 보자.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컴퓨터 화면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서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멀티태스킹은 엑스 윈도우(X Window) 시스템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이 엑스 윈도우는 MIT 대학의 연구원들이 개발한 backing store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연구원들은 이것이 너무나 뻔한 기술이라고 생각해서 이것을 출판물의 형태로 공개하지 않다가 이 기술을 어떻게 온-오프하는가에 관한 설명을 프로그래머용 매뉴얼로 발간했다. 그런데, 매뉴얼이 발간되기 일주일 전에 AT&T 사가 이것을 특허로 출원해서 결국 미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MIT 연구원들이 그 기술을 먼저 발명했다는 것을 문서로 입증하지 못하면 AT&T로부터 그 기술의 사용을 금지당하게 생겼고, MIT로부터 소프트웨어를 제공받아 사용중인 수십 개의 컴퓨터 회사들이 특허침해소송에 휘말릴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저작권에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작권자는 타인의 독자적인 창작에 대해서는 권리 행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2개의 프로그램 사이에 실제로 유사성이 있더라도, 침해자가 프로그램저작물에 접근했다는 사실을 저작권자가 입증한 경우에만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특허권은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창작했는지를 불문하고 동일한 프로그램에 대해 무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프로그램 특허의 또 다른 문제점은 그것의 보호범위에 있다. 특허권은 어떤 아이디어의 기술적 실현(technical application)에 대해 부여되는데(앞의 각주 2) 참조), 기계나 하드웨어에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과 달리, 프로그램의 경우 프로그래밍 언어의 제약으로 개발자가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실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후개발자가 선개발자의 특허권을 피해가면서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을 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 프로그램 보호법상 사적 복제의 허용 범위

현행 법률 상 프로그램을 사적으로 복제하는 것은 허용된다. 일종의 저작물의 자유이용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적복제를 어떻게 보느냐는 대립되는 2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사적복제란 침해 주장에 대한 방어에 불과한 소극적 권리일 뿐이며, 이러한 자유이용 영역을 허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이 권리자에게 부여한 권리(저작물의 복제를 통제한 배타적인 권리)나 경제적 이익을 사적 복제가 크게 훼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반대쪽 입장은 사적인 복제와 같은 자유이용 영역은 특정한 상황에서 후개발자가 가지는 적극적인 권리라고 본다. 이들의 주장은 부분적으로 시장결함론(Market failure theory)에 근거를 둔다. 즉, 저작권자에게 저작물의 사용 허락을 받기 위해 협상하는 데에 들어가는 거래 비용이 저작물의 사용 가치를 초과하는 상황에서는 자유이용과 같은 공정사용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저작물의 가치있는 사용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 보다 좀 더 진보적인 입장은 권리자를 쉽게 찾을 수 있고 그들과 사용허락을 위한 거래를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공정사용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클릭(click)하는 행위만으로도 사용허락이 가능한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전통적인 시장결함론은 설득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만약, 사적복제를 소극적인 권리라고 본다면 예컨대, 프로그램에 설치된 암호를 사적인 복제를 위해 해제하는 것은 불법이 될 수 있지만, 사적복제가 적극적인 권리라면 후개발자가 암호를 푸는 것은 정당한 권리가 될 수 있다.

 

어쨌든 프로그램보호법이 상정하고 있는 2가지의 목적 즉, 프로그램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 프로그램 저작물의 이용을 도모하고 기술을 진흥하는 것(프로그램 보호법 제1조)을 조화시키는 데에 사적복제와 같은 자유이용 영역이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프로그램은 기능적 저작물이기 때문에, 예술·문학적 창작물에 비해 자유이용 영역을 더 넓게 확보할 필요성은 존재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사적 복제를 우선, 프로그램의 합법적인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가정에 있는 컴퓨터에 복제한 것을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는 것이 불법 복제라고 볼 수 있는지의 문제로 살펴보자?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람은 이것이 책이나 음반과 같은 다른 저작물을 구입했을 때와 자신이 가지는 권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책이나 음반과 달리 프로그램을 구입한 자는 그 프로그램의 소유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할 권리만 가진다. 흔히, 포장 약관(shrinkwrap license)이라는 것에 이것이 명시되어 있는데, 한글97 제품의 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이 계약은 (주)한글과컴퓨터와 사용자 사이의 법적인 사용 허가 계약으로서 매매 계약이 아닙니다.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은 이 계약 내용에 대하여 동의함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 이 소프트웨어의 개인 사용자는 이를 집과 사무실의 컴퓨터, 그리고 휴대용 컴퓨터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두 곳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단지 한 집안에서 두 대 이상의 컴퓨터에 한 개의 제품을 설치하고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나, 그 중 한 컴퓨터의 사용 점유율이 70% 이상이어야 합니다. 만약 다른 한 대의 컴퓨터가 전체 사용량 중 31% 이상이 되면 또 하나의 제품을 구입해야 합니다." 이것을 책이란 저작물에 적용해보자. 책의 표지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이 책의 표지를 열어 보는 사람은 다음의 계약 내용에 대해 동의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산 사람은 책을 읽을 권리만 있으며, 집에서 책을 읽든 사무실에서 책을 읽든 자유이지만 어느 한 곳에서만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책을 읽을 때에도 거실에서 70분을 읽으면 방에서는 30분 이상 읽을 수 없으며 만약 방에서도 31분 이상 책을 읽고 싶으면 다시 한권의 책을 더 사야 합니다.』이런 계약 내용이 적힌 책을 본다면 얼마나 어이없어할까? 그러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좀 다르게 받아들인다. 현행 프로그램보호법은 \’가정과 같은 한정된 장소에서의 사적 복제\’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무실의 컴퓨터와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에 각각 복제하는 행위는 프로그램 저작권의 침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책과는 달리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규제될까? 그것은 바로 \’복제\’에 있다. 프로그램의 사용에는 필연적으로 복제가 수반된다.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어느 컴퓨터의 저장장치에 복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이유로 사적 복제를 허용하는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주장이나, 노트북 컴퓨터의 경우 이를 개인 목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이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면서 사용할 경우에는 \’가정과 같은 한정된 장소\’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저작권 제한사유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사적복제의 문제를 온라인은 통한 프로그램의 유통 문제로 확대하여 생각해보면, 문제는 더 어려워진다. 사실, 저작물의 온라인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저작물의 사적 이용과 침해적 이용 사이의 경계가 붕괴되고 있다. NII 백서는 저작물이 컴퓨터의 RAM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것도 그것이 허락을 받지 않거나 정당한 사용에 해당하지 않으면 저작권의 침해를 구성한다는 입장을 채택하였다. 반면에 저작권 보호에 대한 최소주의자들(Minimalists)은 인쇄 저작물 시장에 존재하고 있던 자유이용 영역이 사이버 공간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이용 영역이란 저작물을 읽는 행위나 서점에서 책을 찾는 행위, 책이나 음반을 친구에게 빌려주는 행위, 도서관에서 책을 훑어보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최소주의자들에 따르면, 인쇄 저작물에 대한 자유이용 영역에 대응되는 사이버공간상의 행위에까지 저작권을 확대하는 것은 저작권법이 전통적으로 추구해왔던 균형이 무너지고 저작권으로 인해 종래에는 생각하기 힘든 정도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한다.

 

복제권을 중심으로 규정된 저작권법을 디지털 환경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기본적인 저작물 사용 행위를 저작권자가 규제할 수 있게 된다는 최소주의자들의 우려는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의 복제와 유통이 출판 시대와는 그 내용과 범위가 절대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에서 현실 법률의 심각한 위기를 강조하는 입장도 수긍이 가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만약 저작물의 환경이 이렇게 변했다면, 복제 행위를 중심으로 한 이용자의 위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자리매김할 필요성도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저작물의 복제가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무제한적으로 가능하고, 저작물의 일상적인 사용 행위에 저작권이 미칠 수 있다면, 사용자를 잠재적 침해 행위자로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정보 접근권이라고 하는 새로운 사회적·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복제권이나 전송권의 개념을 다시 보아야 한다. 저작권이 태동하게 된 것이, 출판업자의 독점을 깨기 위해 저자(author)라는 개념을 생각해 냈다면, 디지털 환경에서는 저자의 지나친 권리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사용자의 권리를 새롭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예컨대, 관심의 경제학(attection economy)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용자가 반드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저작물이 과잉공급되는 상황에서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관심\’을 지불한 것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희소한 자원은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관심\’인 것이다.

3. 집행과 처벌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전국적 차원에서 국가행정력을 동원한 것은 1989년 1월 전국 지방검찰청에 지적재산권 침해사범 합동수사반을 편성하여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서부터이다. 그 뒤, 1992년 4월 29일 미국이 우리나라를 감시대상국(WL)에서 우선감시대상국(PWL)로 전환함에 따라 지적재산권 침해사범에 대한 단속을 범정부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1993년 1월 8일 대검찰청에 지적재산권 침해사범 합동수사본부가 설치되었다. 합동수사본부 산하에는 지역별 합동수사반이 설치되고, 매년 1회 정기회를 개최하여 실적이 우수한 청에 대해서는 격려금을 지급하여 왔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90년 후반부터 매년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을 실시하였는데, 2001년 2월 19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이 컴퓨터프로그램 침해사범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지시하면서, 정보통신부와 검찰, 경찰은 그 해 상반기에 강도 높은 단속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단속을 통한 법집행을 강화하는 것은 이용자가 법률을 회피하고 우회하여 프로그램에 접근하는 비용을 높이는 것이다. 프로그램보호법이 상정하고 있는 균형을 시장 메카니즘으로 살펴본다면, 이용자가 법률을 준수하고 프로그램의 독점가격을 인정하는 비용과 우회 비용 사이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법률 준수 비용이 우회 비용보다 훨씬 작다면 이용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비용이 높은 법률 우회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독점 가격을 유지하면서 법률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우회 비용을 높여야 하는데, 위반자를 단속하는 것과 더불어 프로그램에 암호를 걸거나 복제 방지 기술을 접목하여 프로그램의 접근 비용을 높이거나 법률 위반자를 효율적으로 추적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사용하는 것도 우회 비용을 높이는 수단 중 하나이다. 그런데, 매년 실시되는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점은, 법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지적재산권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널리 인식시키는 데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지적재산권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무차별적인 단속을 통해 보호하는 방식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것과 그것에 의해 형성된 독점가격이 과연 프로그램보호법에서 추구하는 균형을 유지하는 틀이 될 수 있는지 하는 점이다. 또 한가지는, 정보 지식 사회가 진행되고 컴퓨터를 통한 정보와 지식의 생산과 유통이 필수화되면서 공공성을 띠는 프로그램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 대부분의 중요 프로그램들은 거대 소프트웨어 회사에 의해서 상업적으로 개발, 판매되고 있으며 프로그램보호법이나 저작권과 같은 법률에 의탁하여 독점권을 보장받으면서 폐쇄적인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산업과 같은 정보기술 산업에 적용되는 네트워크 효과와 잠금효과에 주목한다면, 독점적·폐쇄적 프로그램 생산 방식으로 인해 사용자는 필수 소프트웨어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는 능력에 장애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공공성이 강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독점을 제한하는 영역 즉, 자유롭게 생산하고 이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고 이를 자신의 필요에 맞게 변경시킬 수 있는 자유, 이웃과 함께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기 위하여 이를 복제하고 배포할 수 있는 자유, 소프트웨어를 향상시키고 이를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자유와 나눔의 정신을 통한 공유적 방식의 프로그램 생산과, 독점적·폐쇄적 방식의 프로그램 생산 – 어떤 방식이 소프트웨어에 더 적합한지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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