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보는 지적재산권> 인터넷 주소자원과 다국어 도메인 이름 분쟁

인터넷 주소자원과 다국어 도메인 이름 분쟁

남희섭

 

1. 논의의 방향

1980년대 초반 Paul Mockapetris가 영문자 ASCII (American Standard Code for Information Interchange)와 숫자, 옆줄기호(-)로 표현되는 도메인 공간을 만든 이래, 15년 이상 영문 도메인 이름은 인터넷에서 자원에 대한 식별자로 사용되어 왔다. 네트워크 엔지니어들이 인터넷 상의 컴퓨터를 식별하는 것을 도와줄 목적으로 사람이 외우기 쉬운 형태의 도메인 이름이 탄생한 이후 한동안은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영문자 이외의 문자로 확장시킬 필요성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비영어권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주소를 영문자 이외의 문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다국어 도메인에 관한 논의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 싱가포르 국립 대학(NUS, http://www.nus.edu.sg/)에서 다국어 도메인 개발을 시작한 이후, 1998년 7월 APNG(Asia Pacific Networking Group)에서 도메인 이름 시스템의 국제화를 논의하는 워킹 그룹을 만들었다. 이를 시발점으로 중국과 홍콩,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의 정부와 학계, 업계의 참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최근까지의 다국어 도메인 논의는 도메인 이름을 표현하는 문자를 영문자 이외에 자국어 또는 다국어로 서비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용자 관점의 요구에 의해 또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주체들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도메인 공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개념이 제안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언어 공동체를 위한 도메인 이름 공간이다. 한글 도메인도 이러한 맥락에서 새로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언어공동체를 위한 도메인 공간은 국가별로 도메인 공간을 나누고 해당 국가의 인터넷 공동체에게 그 권한을 위임한 영문 도메인 공간과는 달리, 언어 공동체별로 해당 언어에 적합한 이름 공간을 창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계층적 구조의 도메인 이름 시스템과는 별도로 \’키워드\’ 서비스가 개별 사업자들(예컨대, 넷피아 Netpia나 리얼네임즈 RealNames)을 중심으로 제공되어 왔는데, 도메인 논의가 다국어로 넘어오면서 키워드 서비스와 도메인 이름 사이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도메인 이름을 DNS(Domain Name System)로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키워드 처리도 가능하며, 키워드 역시 이것을 키워드로 처리할 뿐만 아니라 DNS로 처리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되면서, \’키워드\’를 도메인 이름 논의에서 제외시키던 기존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와 같은, 도메인 공간에 대한 개념적 변화와 더불어, 도메인과 관련된 국내의 법제도 또한 올해 큰 변화를 보일 전망이다. 작년(2001년)에는 도메인 분쟁에서 유명상표권자를 적절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에 희석화(dilution) 조항을 추가하는 법률 개정이 있었고,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도메인 이름을 포함한 인터넷 주소자원에 대한 권한을 정부가 가지도록 하면서, 도메인 이름의 등록 및 사용과 관련된 분쟁을 해결하는 데에 필요한 시책을 정보통신부장관이 마련하도록 하였다(동법 제17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 정보통신부는 국내 인터넷 주소자원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인터넷 주소자원 관리법(가칭)\’을 올해 6월 정기국회에 상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기초작업에 들어갔다. 이 법안은 인터넷 주소자원에 대한 관리 구조에서 정보통신부를 정점에 두는 모델을 법제화함과 동시에, 도메인 분쟁을 해결하는 데에 필요한 실체 규정들을 법제화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kr 도메인 관리 구조(정부, KRNIC 이사회, 주소위원회, 인터넷 공동체)를 근본적으로 변경하여, 주소위원회를 정부 산하 기구화하는 형태로 국내 인터넷 가버넌스(Internet governance) 구조를 재편하는 것을 하나의 목적으로 한다. 이 법안의 또 다른 목적은 금년 1월 4일부터 도메인 분쟁조정 업무에 들어간 \’도메인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을 임의 규정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실체법에 그 근거를 두기 위한 것이다. 일본에서 UDRP (Uniform Dispute Resolution Policy, 통일도메인이름분쟁해결정책)를 차용한 도메인분쟁해결규정에 따라 도메인 분쟁 조정 서비스를 시작한 후, 부정경쟁방지법을 개정하면서 도메인 분쟁 조정 규정을 수용하여, 실체법규를 마련한 바 있는데, 정통부에서 마련하고 있는 법안은 도메인 이름 보유자를 상대로 분쟁을 제기할 수 있는 표지소유자의 범위를 현행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UDRP에서 정하고 있는 표지소유자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정하고 있다.

 

한편, 도메인 자원의 관리에 대한 국제적인 변화는 국내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움직임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주소자원관리기구인 ICANN (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의 대표 Stuart Lynn은 금년 2월 14일 갑작스레 ICANN의 구조 개혁을 주장하였다. Lynn의 주장은 참여자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아래로부터의 합의 방식(bottom-up)"의 정책결정 구조를 취하고 있는 현재의 ICANN을 그만두고, 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간 기구 형태로 전환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911 테러 이후, 자유주의에 입각한 민주주의보다 미국의 힘을 중심으로 한 패권주의적 효율성을 강조하는 부시 정권의 정책 기조가 Lynn의 주장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은, ICANN이 미국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로부터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Lynn의 주장은 ICANN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구성원들에게 반대를 사고 있어서, 앞으로 Lynn의 주장이 어떤 방식으로 관철되느냐에 따라, 현재의 ICANN은 \’그 운명을 다하는\’ 극단적인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이 글은 도메인 자원을 둘러싼 국내외의 급격한 상황 변화에서 다국어 도메인, 특히, 한글 도메인을 어떤 정책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좀 더 폭넓은 논의와 고민을 위해 작성되었다. 한글 도메인과 관련된 모든 이슈를 이 글에서 논의하기에는 필자에게 너무 많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백하면서, 도메인에 영문자 이외의 한글이나 한자가 포함되었을 때, 그간에 논의되었던 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도메인 분쟁 해결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또한, 한글 도메인의 경우 등록신청자를 국내에 주소지를 가진 자로 한정하지 않고 언어공동체의 구성원으로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때 생기는 사법관할권의 문제를 도메인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간단한 논의도 덧붙인다. 다국어 도메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많지는 않지만 그 동안 논의되었던 쟁점들을 기술적인 측면과 정책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본론에서는 UDRP에 의한 다국어 도메인의 분쟁 사례를 추가하였다.

2. 다국어 도메인 이름의 필요성과 쟁점

2-1. 다국어 도메인의 필요성
다국어 도메인의 필요성은 인터넷 주소를 왜 꼭 영문으로만 써야 하느냐, 우리 나라의 우리말로도 쓸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지극히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된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인터넷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매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매체에 담기는 내용 즉, 콘텐츠는 다국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변했지만(.kr 도메인으로 운영되는 웹 사이트의 대부분은 한글로 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내용과 그 내용을 담는 그릇을 지칭하는 이름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이 다국어 도메인의 목표라고 볼 수 있다. 다국어 도메인의 필요성을 이렇게 새긴다면, 다국어 도메인은 논의의 시작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도메인 이름과 상표권 분쟁도 바로 도메인 이름을 더 이상 인터넷에서 컴퓨터를 구별하기 위한 식별자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이름\’이라는 기능을 부여하였기 때문이다.

어쨋든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에서 비영어권 사람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다국어 도메인의 필요성을 더 이상 외면하기도 힘들다고 보인다. 세계 인구의 겨우 6%만이 온라인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은 도메인 자원에 대한 논의에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지만, 현재 48%에 달하는 비영어권 인터넷 사용자가 앞으로 2003년이 되면 그 비중이 66%까지 늘어나고, 2005년에는 인터넷 사용자의 2/3이 영어 이외의 언어로 인터넷 소통을 할 것이라는 예상은 새로운 개념의 도메인 공간을 만들 때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인터넷 사용자의 이러한 추세는 세계 인구의 92%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2-2. 기술적 쟁점
다국어 도메인의 기술적 쟁점은 영문 ASCII를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도메인 이름 시스템(DNS; Domain Name System, 사용자가 요청한 도메인 이름을 해당 IP 주소와 매핑(mapping)시키는 시스템, 이하 \’DNS\’라 함)에서 다국어 도메인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있다. 이하에서 소개하는 기술적 쟁점 대부분은 이동만 교수의『다국어 도메인 지원을 위한 기술 개요』, \’디지털 공간과 이름짓기\’ 워크샵 발표자료집, 2001. 4. 7.을 참조하였다. 도메인 이름이 IP 주소로 바뀌는 작업은, 사용자 응용프로그램(예컨대, 웹 브라우저)에서 도메인 이름을 지정하면 도메인 이름 서버로 이것이 전달되어 서버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자료를 검색하여 요청한 이름에 해당되는 IP 주소를 되돌려 줌으로써 작업이 종료된다. 응용 프로그램 대신 도메인 이름 서버와의 연결을 수행하는 부분을 리졸버(resolver)라고 한다. 다국어 도메인 이름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은 기존의 DNS 프로토롤[RFC 1034, 1035]을 확장하여, ASCII 코드 기반의 질의 뿐만 아니라 유니코드(Unicode)[Patrik Faltstrom, Internationalizing Host Names In Applications, Internet Draft, 2000] 기반의 다국어 도메인 이름에 대한 질의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존의 DNS 프로토콜을 준수하는 다른 시스템과의 호환성(compatibility) 및 다른 프로토콜과의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고려하여 기존 DNS 프로토콜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만 한다.

 

다국어 도메인에 대한 기술 표준화 작업은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 http://www.ietf.org)에서 주도하고 있는데, 제52차 IETF 회의에서 논의된 바에 따르면 다음 3가지 문서[IDNA – Internationalizing Host Name In Applications, NAMEPREP – Name Preparation, ACE-AMC-Z-ASCII Compatible Encoding by Adam M. Costello Version Z]로 표준화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한편, IDN 워킹 그룹에서는 기존의 영숫자 도메인 이름 체계를 변경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다국어를 수용하고 지역화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로 ① 언어(정책)의 특성에 의한 이슈: 한자의 간체자/번체자 문제, ② 유니코드가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한 문제: 정규화의 한계, ③ 다국어 사용환경의 문제: 입력기의 "."의 처리 등 3가지 문제는 다루지 않기로 하였다. IETF 이외에, 한국과 중국, 대만, 일본 등으로 구성된 연구 그룹인 JET (Joint Engineering Team)는 표준화된 다국어 지원 도메인 이름 시스템을 조기에 효율적인 비용으로 도입하고, 다국어 지원 도메인 이름 시스템에 관련된 프로토콜에 대한 정보 공유, 테스트를 위한 환경 조성 및 테스트 자료 공유를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1년 3월 – 4월에 \’실험.kr\’ 아래에서 한글 도메인의 등록, 질의 처리 등에 대한 실험을 한 바 있다.

2-3. 정책적 쟁점
다국어 도메인과 관련된 정책적 이슈들에는, \’다국어 도메인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다국어로 표현되는 해당 언어에 대한 권한을 누가 가지는가\’, \’다국어 도메인에 대한 정책 수립과 관리 권한을 영문 도메인에 대한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는 ICANN에서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가\’와 같은 이 글의 논의범위를 넘어서는 매우 어려운 쟁점들이 포함되며, 도메인 분쟁과 관련해서는 소위, 도메인 무단점유자(cybersquatter) 또는 도메인 이름의 남용적 등록행위(abusive registration)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번역이나 음역의 문제를 현행 상표 제도에서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현행 UDRP 제도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있다. 2001년 8월 28일에 발표된 ICANN의 다국어 도메인 워킹 그룹 보고서(이하, 보고서)에는 다국어 도메인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의견조사 결과가 나와 있는데, 이 보고서에 요약되어 있는 분쟁 관련 이슈들을 소개한다.

 

1) 번역/음역과 상표권 침해
(등록)상표의 번역이나 음역의 문제에 대해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비록 국가별로 상표법제의 차이가 있지만 많은 국가에서 상표의 번역/음역이 상품의 출처에 관한 소비자의 혼동을 야기한다면 이것을 상표권의 침해로 규정하며, 다만 희석화 개념을 도입한 경우, 번역이나 음역이 희석화 행위로 취급될 수 있다고 한다. 번역/음역과 상표권 침해 문제를 다루고 있는 국제조약이나 협약이 있는가는 질문에 대해 파리조약 6조의 2가 적용될 수 있다는 대답도 있었다.

 

2) 사이버스쿼팅 문제와 해결 방안
보고서에 나타난 응답자들 대부분은 다국어 도메인과 같은 새로운 도메인 공간의 증가는 사이버스쿼팅의 기회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또한, 영어 이외의 문자를 도메인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문자 특유의 특성으로 인해 새로운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는데, 예컨대 한자의 경우 한국, 일본, 중국에서 동일한 문자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고 약자의 경우 외관상 유사하지만 뜻이 전혀 다른 문자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혼동적 유사를 판단할 때 UDRP와는 다른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국어 도메인의 등장으로 사이버스쿼팅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전체 도메인 공간의 증가로 사이버스쿼터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다는 점,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서로 다른 식별자를 만들 수 있는 문자가 증가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는다.

사이버스쿼팅의 해결 방안으로, 우선등록기간(sunrise period)의 부여, WHOIS 데이터베이스 활용, UDRP 시스템의 활용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가 라는 질문에 대해, 3가지가 모두 중요하다는 응답, 반드시 UDRP와 동일할 필요는 없지만, 사후적인 분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응답이 있었으며, 우선등록기간을 두는 것은 등록기관이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UDRP의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현행 UDRP를 수정해야 한다는 대답을 하였다.

3. 다국어 도메인 이름과 상표권 분쟁

3-1. 문제의 출발
도메인 이름을 둘러싼 분쟁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도메인 이름의 등록과 사용은 신청자와 등록기관(registry 또는 registrar) 사이의 계약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고, 양자 사이의 법률 관계는 민법상의 위임관계 또는 그와 유사한 관계에 해당한다고 볼 때, 등록기관이 수임인 또는 그와 유사한 지위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도메인 이름의 유지 관리 사무를 처리하지 못하여 도메인 이름 등록자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에는 계약 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분쟁의 예로는, 2000년 11월 시범 서비스란 명목으로 베리사인사가 한글.com 도메인의 등록을 받으면서 제기된 도메인의 편법 선점 문제를 들 수 있다. 또한, 베리사인사가 한글.com 도메인의 등록신청을 받은 후 아직까지 정식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등록자와 등록기관 사이의 법적 분쟁이 가능할 것이다. 2번째 유형의 분쟁은 가장 많은 논의가 되어 왔던 상표권과 도메인 이름 등록자 사이의 분쟁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은 절을 바꾸어 상세히 논의한다. 마지막 분쟁 유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도메인 분쟁과는 반대로 상표권 등 현실 법률상 표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자가, 이 권리에 기대어 도메인 이름을 빼앗아가는 소위, 도메인 역탈취(domain name reverse hijacking) 문제가 있다. 상표권자에 의한 도메인 역탈취의 문제는 UDRP 재검토 논의에서도 언급되고 있는데, 이것은 주로 현행 도메인 분쟁 해결 방법의 적절성과 정당성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으므로, 2번째 분쟁 유형인 상표권 분쟁의 일부분으로 취급할 수도 있겠다.

도메인 이름을 둘러싼 분쟁 가운데, 상표권과의 분쟁이 생기는 이유를 도메인 이름의 특성으로 살펴본다면, 2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도메인 이름은 전지구적이고 유일하여야 한다. 즉, 기술적인 이유로 하나의 문자열은 하나의 사이트로 링크되어야 한다. 둘째,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직관에 따라 도메인 이름을 짐작하기 때문에,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에게 도메인 이름이 재산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즉, 도메인 이름이 그 사용형태에 따라서는 상표와 같은 식별표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이 주로 분쟁의 발생 측면에서 도메인 이름의 특성을 얘기한 것이라면, 정반대로 분쟁의 해소 관점에서는, 첫째 도메인 이름도 상표와 마찬가지로 누군가 임의로 먼저 선택하였기 때문에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과, 둘째 혼동이 생기지 않는 영역(예컨대, 지정상품이 유사하지 않은 영역이나, 서로 다른 국가)에서 동일한 또는 유사한 표장(symbol 또는 mark)이 공존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도메인 공간(예컨대, co.kr과 or.kr)에서 동일한 문자를 도메인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2가지 점에서 상표와 도메인 이름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상표와 도메인 이름 사이의 충돌 문제를 상표권자를 축으로 하는 지적재산권자와 가상공간의 무법자들 사이의 분쟁으로만 파악하는 것은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사실을 과장하거나 인터넷 주소자원의 관리를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라 할 것이다. 실제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UDRP 초안작업(1st process)을 시작할 무렵 NSI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상표권자가 제기한 분쟁조정신청은 1,000개 미만이었고 그 숫자도 1998년이 97년에 비해 오히려 10%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 도메인등록은 약 2배 증가했다. 또한, 2000년 1월부터 10월까지 제기된 UDRP 사건을 분석하면, 79%에 달하는 대부분의 UDRP 사건이 하나의 도메인 이름에 대한 것이었다. 14%는 2개의 도메인 이름에 대한 분쟁이었고, 6개 이상의 도메인에 대한 분쟁은 모두 24건에 불과했다. 한편, .kr 도메인 이름 중 상표권자 등에 의해 제기된 법적 분쟁은 도메인 이름 처분 금지 가처분 사건까지 포함해서 2001년 10월까지 모두 26개였고 이 가운데 co.kr이 25건 ne.kr이 1건이었다. 2001년 9월 현재 .kr 도메인 수 446,043개에서 법적 분쟁이 있었던 도메인 이름은 0.0058%에 불과하고 co.kr만 고려하더라도 0.0062%에 지나지 않는 매우 적은 수의 도메인 이름이 분쟁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UDRP에 따른 분쟁신청이 2000년 이후 2001년에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통계로부터 도메인 이름 분쟁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도메인 이름 분쟁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인터넷 주소 자원에서 상표권자의 이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가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식별자의 기능을 하는 단어나 이름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정책의 영역으로 논의의 중심을 옮겨서 문제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영업상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에 반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권리인 상표권이 가상공간에서 단어나 이름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이러한 점은 도메인 이름 분쟁 해결 방식이 지적재산권뿐만 아니라 인터넷 공동체의 이익(예컨대, 표현의 자유, 주소자원의 확장성, 공평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로부터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그러나, 인터넷 법률 문제에서 가장 오래 논의되어온 분야 가운데 하나인 도메인 이름과 상표권 분쟁에 대해 대부분의 논자들은 원래 식별자(identifier)에 불과했던 도메인 이름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표시하거나 광고 선전 기능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만 초점을 둔다. 이러한 논의는 인터넷의 대중화와 상업화로 인해 도메인 이름이 그 자체로서 하나의 기업을 대표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가치를 지니게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표나 상호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상호보다 도메인 이름이 소비자에게 더 익숙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도메인 이름과 상표권 분쟁에 대해서는 일정한 규범이 국내외적으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영문 도메인에 대해서는 남용적 등록자로부터 상표권자를 구제해주는 UDRP가 gTLD 도메인 공간에 적용되고 있고, 많은 ccTLD에서 UDRP 모델을 거의 그대로 채용한 방식의 도메인 분쟁 해결 제도를 마련하였고, .kr 도메인 공간에 대해서는 국내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받는 권리가 도메인 이름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되도록 분쟁 해결 방식을 채택하였다. UDRP는 2002. 2. 27. 현재까지 7,551개의 도메인 이름에 관하여 4,349건의 결정이 내려졌고, 다른 법률 시스템과는 구분되는 독자적인 법률체계를 자체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어서, 이제 UDRP는 우리와 관계없는 다른 나라의 특수한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없는 도메인 이름과 상표권에 관한 일반적인 규범으로서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국어 도메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영문 도메인과 상표권 분쟁 해결을 위해 형성되었던 규범들을 다국어로 표현되는 새로운 도메인 공간에도 그대로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보면, 영문 도메인의 분쟁 해결 규범을 특별한 수정없이 다국어 도메인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주류적 입장인 것으로 보이며, 다만 도메인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자가 다양화되면서 상표를 번역 또는 음역한 형태의 도메인 이름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이하에서는 번역과 음역의 경우, 기존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어떤 취급을 하며, 상표관련 조약이나 국제협약에 어떠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3-2. 상표의 번역/음역과 상표권 침해에 대한 국내 상표법의 문제
상표법 제50조에 따르면, 상표권자는 지정상품에 관하여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하므로, 등록된 상표의 번역 또는 음역된 형태의 표지를 제3자가 상표권자의 허락없이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영역에 사용할 경우, 상표권의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상표권의 침해는 ①원고가 상표권을 가지는 권리자일 것, ②피고가 어느 표장을 상품에 사용하고 그 사용이 자타상품의 식별기능을 가지는 태양으로 사용(상표로서의 사용)할 것, ③피고의 표장이 원고의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할 것, ④피고의 상품이 원고의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하나 상품일 것 등의 요건사실이 필요하다. 도메인 이름의 사용과 상표권 침해 문제에서도 위 요건이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도메인 이름의 사용이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서는 우리 판례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볼 수 있다.

 

다국어 도메인과 상표 침해 특히, 외국 문자로 구성된 등록상표와 이 상표를 한글로 번역 또는 음역한 도메인 이름의 사용이 상표권 침해를 구성하는가의 문제를 표장의 유사여부로 좁혀서 살펴본다.

상표의 유사란 대비된 2개의 상표가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외관, 호칭, 관념의 어느 면에서 비슷한 것을 가리키는 형식적, 기술적 개념이고 따라서 그것은 상표의 구성요소인 외관, 호칭, 관념 어디에 기준을 두는가 또는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이고 불확정 개념이다. 여기에서 이와 같은 형식에 대응하는 내용 즉, 상표의 유부는 상표법의 목적에 비추어 합목적적, 가치론적 판단의 필요가 생기고 그 기준은 상표보호의 목적인 상품의 식별표지로서의 출처혼동이 기준이 된다. 즉, 상표법은 상표권자의 상표권의 발생, 효력, 소멸 등에 관한 권리와 일반수요자에 대한 상품 선택의 정보제공의 기능으로서의 상표기능의 조화를 상표의 유사라는 형식적, 법기술적 도구 개념을 매개로 하여 구획지우는 것이고, 그 실질적 내용은 출처혼동으로 경계를 확정하는 것이며, 유사의 개념은 혼동의 개념에 의해 구체화되는 것이다. 우리 판례는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는 상표의 외관, 호칭, 관념을 객관적, 전체적, 이격적으로 관찰하여 상품의 출처에 관한 오인,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결합상표는 반드시 그 구성부분 전체의 명칭이나 모양에 의하여 호칭, 관념되는 것이 아니므로 각 구성부분을 분리하여 관찰하면 자연스럽지 못할 정도로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경우에는 원칙으로 돌아가 양 상표의 구성 전체를 비교하여 유사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1) 국내 특허청의 심사기준
특허청의 상표 심사기준에 따르면, 도메인 이름(인터넷상 주소의 문자적 표현)으로 구성된 상표의 유사여부는 1. 도메인 이름의 형태로 구성된 상표의 유사성에 대한 판단은 원칙적으로 상표심사의 일반기준에 따라 심사한다. 2. 표장이 도메인 이름의 형태로 구성된 경우 도메인 이름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부분은 식별력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부분을 제외한 그 나머지 부분만으로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도메인 이름에 대해 특허청 심사기준에서는 상표 유사여부 판단을 특별히 달리 취급하지 않고 있는데, 유사여부에 대한 상표심사의 일반기준에서는, 표장 자체의 유사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적 작업에 대해 대법원의 판례를 그대로 채용하고 있다. 즉, 상표의 유사여부 판단에서 상표의 유사 여부의 관찰 방법은 전체적, 객관적, 이격적 관찰을 원칙으로 하되 상표 구성 중 인상적인 부분(요부)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비교하는 것으로 하면서, 상표의 유사 판단은 원칙적으로 상표의 칭호, 외관, 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여 거래상 상품출처의 오인, 혼동의 우려가 있는 상표는 유사한 것으로 본다. 다만, 칭호, 외관, 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있어 거래상 상품의 출처오인, 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없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상품의 유사여부 판단은 그 상표가 사용될 상품의 주된 수요계층과 기타 상품의 거래실정을 고려하여 평균수요자의 주의력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심사기준에서, 한글과 외국어가 결합된 상표의 유사여부에 대해서는 그 중 어느 한 부분과 타상표의 해당 부분과의 비교 관찰에 의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으며, 외국 문자 상표에 대한 칭호유사 여부의 판단은 내국인 관례상의 칭호는 물론 해당 외국인의 대표적인 칭호도 함께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상표의 등록 요건을 정하고 있는 상표법 제7조 1항 4호(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대한 심사기준에서는, "외국 문자 상표의 경우에 그 의미가 공서양속에 반하는 상표라 하더라도 우리 나라 국민의 일반적인 외국어 지식수준으로 보아 그러한 의미로 이해할 수 없는 때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상표로 보지 않는다"고 하여, 외국문자 상표의 이해수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상표의 구성 요소인 외관, 칭호, 관념 중 칭호가 유사한 것이라고 상표 심사기준에서 제시한 예로는, \’interceptor\’와 \’인터셉터\’, \’三星\’과 \’Samsung\’, \’光盛\’과 \’광성\’, \’에네르기\’와 \’Energy\’, \’알레르기\’와 \’Alergy\’, \’미쯔이\’와 \’みつい\’가 있다.

한편, 관념이 유사한 것으로는 \’임금\’과 \’王\’/\’king\’, \’평화\’와 \’peace\’을 들고 있는 반면에, \’sunshine\’과 \’일광\’, \’동백표\’와 \’camellia\’ 등은 관념이 유사하지 않은 것의 예로 꼽고 있다.

2) 판례
등록상표와 이것의 음역/번역으로 표현된 표장과의 유사 여부를 판단한 대법원의 판례가 반드시 일관적인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대비되는 양상표의 호칭의 유사여부는 일반적인 상표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관념 유사의 문제에서는 우리나라 일반 소비자들의 외국문자 인식 수준을 고려하여 외국문자 등록상표로부터 번역된 \’표장\’이 가지는 관념을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의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등록상표 \’wing\’과 대비 상표 \’날개\’의 유사여부에 대해, 양 상표는 외관, 칭호에 있어서 서로 다르다는 점을 전제한 다음, \’wing\’이 사전상 새, 곤충, 비행기 따위의 날개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이를 일반 대중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흔히 사용하는 것도 아니므로 우리나라 일반소비자들이 이 사건 상표를 보고 지정상품과 관련지어 직관적으로 \’날개\’라는 관념으로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다고 판단한 바 있고, 상표 \’sun shine\’과 대비상표 \’일광\’의 유사여부에 대해서도 외관, 칭호가 다르다는 점은 인정한 다음, \’sun shine\’이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일광\’의 뜻으로 인식된다 하더라도 \’일광\’이 반드시 햇빛, 일광, 양지, 맑은 날씨 등을 의미하는 \’sun shine\’으로 일반에게 인식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두 상표가 관념에 있어서 반드시 유사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상표의 관념 유사를 판단하는 데에 기준이 되는 상표의 의미 내용에 대해, 일반 수요자가 그 상표를 보고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심사숙고하거나 사전을 찾아보고서 비로소 그 뜻을 알 수 있는 것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칭유사 여부에 대해서는, 문자상표의 경우 한글의 발음은 글자를 읽을 때 소리나는대로에 따라 결정되므로 두음법칙이나 자음접변 현상도 고려하여, 예컨대, \’한라\’는 \’할라\’로 호칭되므로, \’HELLS 헬라\’와 호칭이 유사하다고 사례가 있으며, 영문으로 표기된 상표는 달리 호칭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어식으로 발음되며 다만 약품류의 독일어식 발음, 화장품류의 불어식 발음과 같이 상품에 따라 영어 이외의 발음이 관용되는 경우의 예외는 인정된다. 영어 이외의 발음이 관용되는가의 여부는 일반수요자, 거래자가 어떻게 부르는가에 따르며 상표권자의 국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예컨대, 상표 \’BETADINE\’의 상표권자가 스위스인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이를 식별하여 독일어를 사용하는 스위스인임을 판별할 자료가 없다면 독일어식 발음인 \’베타디네\’로 호칭됨을 대비관찰할 필요까지는 없다. 영문자의 발음도 반드시 사전에 따라 정확하게 발음되는 경우만을 대비할 것이 아니라, 거래권에 속하는 일반인으로 흔히 생길 수 있는 발음까지도 포함하여 2개 이상의 호칭이 존재하는 경우와 같이 그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다면 호칭이 서로 유사한 상표로 본다. 판례는 상표 \’ALCOS-ANAL\’의 \’ANAL\’은 사전에 적힌 \’에이널\’로만 호칭된다고 보기 어렵고, \’아날\’로도 호칭될 수 있는 것이어서 상표 \’아날\’과 칭호가 유사하고(대법원 1987. 3. 24. 선고 86후56 판결), 상표 \’closed\’의 발음은 \’크로우즈드\’이나 발음이 정확하지 못한 사람은 \’크로스드\’라고 호칭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어서, 상표 \’cross(크로스)\’의 호칭과 같다(대법원 1990. 1. 25. 선고 89후50 판결).

3) 정리
등록된 상표와 이것을 \’음역\’한 다국어 도메인의 경우에는, \’호칭 유사\’에 의해 양자의 혼동적 유사를 판단할 수 있다. 호칭 유사에 대해서는 상표법리에서 기존의 이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등록된 상표와 이것을 \’번역\’한 다국어 도메인의 경우에는, \’관념 유사\’ 여부가 혼동적 유사 판단의 핵심이 될 것이다. 관념의 유사여부는 외국 문자의 인식 수준을 고려하여 해당 관념을 소비자가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의 여부로 판단한다.

3-2. 번역/음역과 국내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문제
부정경쟁방지법상 상품주체 혼동 행위와 영업주체 혼동 행위에는 특정 상품주체 또는 영업주체를 나타내는 널리 알려진 표지와의 혼동이 일차적으로 요구된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 혼동행위를 금지시키는 취지는 주지표지에 화체·형성된 신용의 모용을 규제해서 주지표지의 소유주를 보호함과 동시에 상품선택에 관한 소비자의 이익을 옹호하고 모조상표품의 횡행을 금지시켜 공정한 경업질서를 형성 유지하려는 데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표지의 유사는 출처의 혼동과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나 표지가 유사하면 혼동의 개연성이 커진다. 표지의 유부판단은 표지 그 자체의 형식적인 대비가 1차적으로 중요하지만, 그 외에 출처혼동의 위험을 기준으로 하여서도 판단하여야 한다. 표지의 저명성, 표지의 주변상황, 표지의 전체적인 인상 등도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이 점이 상표법과 다르며, 상표법에서 \’유사\’가 침해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적인 기준인 데 대해 부정경쟁방지법에서의 유사는 혼동을 초래하는 유력한 징표이며 좀 더 탄력적이다. 그러므로, 상표법의 유사 여부 판단에서 고려해서는 아니되는 양주체의 지리적 위치, 종전의 관계, 표지선택의 동기, 표지에 나타난 악의, 주체영업의 대비 등도 부정경쟁방지법상의 혼동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참작될 수 있다. 다만, 판단에 대해서는 상표법과 같이 대상이 거래자와 수요자의 평균인을 기준을 해서 이격적 관찰방법에 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다면, 표지 그 자체의 형식적인 대비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과 상표법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되는 표지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표지를 말하므로, 유사범위의 넓고 좁음에는 차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다국어 도메인의 사용이 유명표지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번역/음역의 문제는,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상품주체 혼동 행위 또는 영업주체 혼동 행위와 상표법 소정의 상표권 침해에서 달리 판단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한편,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에는 희석화 조항이 추가되었는데, 희석화란 \’상표권자와 도메인 이름 사용자 사이에 경쟁관계가 존재하지도 않고 출처 혼동이 없는 경우에도 저명 상표를 도메인 이름으로 무단 사용함으로써 당해 저명 상표의 신용과 명성 또는 고객흡인력이 약화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희석화는 광의의 혼동 개념과 마찬가지로, 표지 자체의 유사 여부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표지가 사용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업의 유사 범위에 있는 것이므로, 희석화 조항이 부정경쟁방지법에 추가되었다고 해서 번역/음역의 문제가 위에서 얘기한 상표법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3-4. 번역/음역과 상표권 침해에 대한 국제 조약이나 협약의 내용
조약이나 협약의 내용에 대해서는 "WIPO, Internationalized Domain Names – Intellectual Property Considerations, Multilingual Domain Names: Joint ITU/WIPO Symposium, 2001. 12."을 참조하였는데, WIPO 문건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번역과 음역의 문제는 기존의 상표법리와 부정경쟁방지법리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기왕의 혼동 이론, 희석화 이론으로 번역/음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따라서 조약/협약 등의 내용도 혼동 규정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1) 파리 협약
파리협약은 가맹국에서 상표를 출원하고 등록하는 요건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일정한 경우 상표등록을 거절하도록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제10조의2에서는 "각 동맹국은 동맹국의 국민에게 부당경쟁으로부터 효과적인 보호를 보장한다. . . . 특히, 다음과 같은 것은 금지된다. . . . 거래 과정에 있어 경쟁자의 영업소, 상품 또는 공업상 혹은 상업상의 활동에 관하여 신용을 해할 허위의 주장, 거래의 과정에서 상품의 성질, 제조방법, 특징, 용도 또는 수량에 대하여 공중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행위"를 들고 있고, 파리조약 6조의2에서는 "동맹국은 국내법에 따라 직권으로 또는 관계국의 요청으로, 이 협약의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의 상품으로서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되고 있음이 이미 그 나라에서 잘 알려진 것으로 등록 또는 사용국의 권한있는 당국에 의하여 간주되는 그러한 상표의 복제, 모방, 번역을 구성하여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상표의 등록을 거절 또는 취소하며 또한 그 사용을 방지할 것을 약속한다."고 정하고 있다.

2) TRIPs 협정
협정 제15조: "사업자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다른 사업자의 상품 또는 서비스로부터 식별시킬 수 있는 표지 또는 표지의 결합은 상표를 구성할 수 있다."
제16조: "등록된 상표의 소유자는 모든 제3자가 소유자의 동의 없이 등록된 상표의 상품 또는 서비스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동일 또는 유사한 표지의 사용으로 인하여 혼동 가능성이 있는 경우, 거래과정에서 이의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리를 가진다. . . . 파리협약 제6조의2는 서비스에 준용된다. 상표의 유명성 판단에 있어서, 회원국은 상표의 홍보 결과 당해 회원국 내에서 얻어진 지명도를 포함, 관련분야에서 일반인에게 알려진 정도를 고려한다. . . . 파리협약 제6조의2는 상표가 등록된 상품 또는 서비스와 유사하지 아니한 상품 또는 서비스에 준용된다. 단, 동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동 상표의 사용이 동 상품 및 서비스와 등록된 상표권자 사이의 연관성을 나타내고 또한 등록된 상표권자의 이익이 이러한 사용에 의하여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

 

WIPO의 문건에는 TRIPs의 위 조항들이 \’희석화 보호 개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견해가 다르다. WTO/TRIPs 규정 16조 3에서 말하는 파리조약 6조의 2는 상표의 등록 요건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즉, 파리조약 6조의 2는 "동맹국은 … 상표의 등록을 거절하고, 무효로 하며, 사용을 금지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사용을 금지"한다는 것은, 리스본 회의에서 삽입된 문구로, 그 취지는 주지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생산물에 대해 제3자에 의한 등록을 거절하거나 취소할 의무를 동맹국에게 부과했던  6조의 2 규정이 등록에만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사용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그 보호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용 사실만으로 등록상표에 준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사용주의 국가에서 권리취득 요건으로서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TRIPs의 위 규정들은 주지 상표 보호를 위한 규정이고, 주지 상표의 경우에는 상품의 유사 범위를 출처의 혼동보다 그 범위를 더 넓혀서 광의의 혼동 개념까지 포함되도록 한 것이고, 희석화 범위까지 적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3) 유명상표에 대한 WIPO 권고안

WIPO 유명 상표 보호 규정 4조 1항(b)에는 희석화 행위 방지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Irrespective of the goods and/or services for which a mark is used, is the subject of an application for registration, or is registered, that mark shall be deemed to be in conflict with a well-known mark where the mark, or an essential part thereof, constitutes a reproduction, an imitation, a translation, or a transliteration of the well-known mark, and where at least one of the following conditions is fulfilled: (ii) the use of that mark is likely to impair or dilute in an unfair manner the distinctive character of the well-known mark.


3-5. UDRP

UDRP에 번역/음역의 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는 조문은 없다. 그러나, 번역/음역의 문제는 UDRP 제4a(i) \’신청인(상표권자)의 표지와 도메인 이름 사이에 동일성 또는 혼동적 유사성(confusingly similar)\’의 판단 작업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UDRP 제4a(i)항의 \’혼동적 유사\’를 판단할 때, 문자적 유사성만을 형식적으로 비교하는 경우(도메인 이름 자체가 신청인의 표지와 혼동을 유발할만큼 유사한 경우)로 국한하여 해석하는 것이, 신속한 분쟁해결을 추구하는 UDRP의 제정목적과 WIPO에서 작성한 UDRP 초안을 ICANN에서 검토할 때, 당초 \’misleadingly similar\’란 문구가 \’confusingly similar\’로 변경되었다는 제정경위에 비추어 타당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4. UDRP에 의한 다국어 도메인 분쟁 사례

2002년 3월 현재까지 UDRP에 따른 분쟁이 제기된 다국어 도메인은 모두 28건이 있다. 이 가운데, 패널의 판단에 의해 종료된 사건은 모두 19건인데, 18건이 도메인 이전 결정이 났고, 1건이 피신청인(도메인 이름 보유자)에게 유리한 결정이 내려졌다. 패널 결정의 유형으로만 보면, 영문 도메인의 경우(76.68%)에 비해 다국어 도메인의 경우 이전 결정 비율(94.74%)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패널의 결정 없이 종료된 사건도 결정된 사건 전체에서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결정없는 종료의 경우, 공개된 자료가 없어서 구체적인 종료 사유를 알 수 없지만, 도메인 이름의 이전/취소와 같은 일도양단식 구제 방식만을 두고 있는 UDRP 시스템의 적절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결정없이 종료된 사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와 절차로 종료되었는지 조사하여, 필요하다면 UDRP 시스템에 편입시키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사건수 도메인 이름 수 진행 현황
3 3 절차 진행중(Pending)
1 1 신청인의 신청에 의한 절차 중지(Suspended)
4 4 총 미결 사건수
18 18 도메인 이름의 이전(name transferred)
0 0 도메인 이름의 취소(name cancelled)
1 1 피신청인의 승리(decision for respondent)
19 19 결정에 의한 처분 수(disposition by decision)
5 5 결정없는 종료(Terminated)
28 28 총 사건 수(total proceedings)

 

예상했던 것과 달리, 지금까지의 다국어 도메인 분쟁에서 상표의 번역/음역된 도메인 이름은 문제로 되지 않았다. 대부분 사례에서 상표권자는 다국어 도메인과 동일한 문자의 동일 또는 유사한 표지에 대하여 적법한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래 표 참조). 결정이 난 다국어 도메인 분쟁 18건 가운데 13건 이상은 상표권자가 보유하고 있는 다국어 상표와 동일한 다국어 도메인이 문제가 되었고, WIPO D2001-0750 사건에서 恒生指數.com 도메인에 대해 恒生指數 상표 사이의 혼동적 유사(즉, 한자 간자체와 번자체의 혼동적 유사)가 문제되었고, 이와 비슷하게 WIPO D2001-0620 사건에서도 産 新聞.com 도메인과 産經新聞 상표의 유사여부가 문제되었지만, 지금까지의 영문 도메인에 대한 UDRP 판단사례들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이 정도의 차이는 유사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WIPO D2001-0781 사건에서, \’fortun o.com\’ 다국어 도메인과 \’Fortuneo\’ 상표 사이에도 혼동을 일으킬 정도의 유사성이 인정되었다.

 

도메인 이름 상표
三共.com
恒生指數.com
産 新聞.com
貿發網.com
トリンプ.com
ライブドア.com
三共
恒生指數
産經新聞
貿發網; tdctrade.com
トリンプ; Triumph
ライブドア; Livedoor

도메인 이름 절차 진행 언어 패널 국적
三共.com
貿發網.com
トリンプ.com
每日新聞.com
sch ps.com
丸三證券.com
産經新聞.com
恒生指數.com
fortun o.com
kværner.net
English
English
Japanese
English
English
Japanese
English
English
English
English
Korean
Chinese
Japanese
Chinese
German
Japanese
Chinese
British
Canadian
Sweden

 

절차진행언어
영어: 16건(76%)
일본어: 3건(14%)
중국어: 2건(9.5%)
다국어 분쟁 문자
한자: 15건(56%)
유럽어: 6건(22%)
일본카타카나: 4건(15%)
한글: 2건(7%)

 

다국어 도메인 분쟁에서 번역/음역의 문제 이외의 또 다른 문제점은 분쟁 해결 서비스와 관련된 것이다. 예컨대, 분쟁 해결 절차 진행 언어는 다국어 도메인을 등록할 때 사용했던 언어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패널의 결정이 난 19건을 포함하여 3건은 일본어, 2건은 중국어이고, 76%에 달하는 16건이 영어로 절차가 진행되었다. 분쟁의 대상이 된 다국어 문자에서 한자가 15건(56%), 유럽어 6건(22%), 일본어 카타카나가 4건(15%), 한글 2건(7%), 인 것으로 나타나, 한자문화권 지역에 의한 도메인 분쟁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어 도메인의 최초 사례는 일본어 도메인에 대해 UDRP를 적용하여 <三共.com> 도메인을 상표권자에게 이전시킨 사례이다. UDRP를 다국어 도메인에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三共.com> 도메인 분쟁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패널은 3가지를 근거로 UDRP 적용이 정당하고 판단하였다. 우선, 다국어 도메인을 등록할 때 등록약관에 UDRP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다국어 도메인도 .com 공간에 등록된 것이기 때문에 UDRP를 적용할 수 있으며(UDRP는 .com, .net, .org로 끝나는 도메인에 대해 적용한다고 되어 있다.), UDRP는 인터넷 소통에 영향을 주는 식별 표지인 도메인 이름과 상표권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것인데, 다국어 도메인도 영문 도메인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소통에 영향을 주는 식별 표지와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三共.com> 사건은 중국 개인이 등록한 도메인을 일본 기업 상표권자가 문제삼았고 한국인이 조정위원으로 조정결정을 했으며, 조정절차가 영어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도메인 三共의 의미대로 3개국이 함께 참여한 국제적인 분쟁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상표권자는 일본 동경에 본사를 두고 있는 Sankyo Co. Ltd.라는 전자회사이고, 중국 광동에 살고 있는 Zhu Jiajun이라는 중국인이 등록한 <三共.com>이라는 도메인을 돌려달라는 분쟁을 2000년 12월 WIPO 분쟁조정기구에 신청했다. 신청인의 주장에 따르면 三共은 일본말로 sankyo라고 발음되는데 이것은 이미 일본, 중국, 미국 등에 등록된 상표와 동일하고 상표권자가 이미 100년 이상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三共.com> 도메인 등록자는 이 도메인을 정식 사용하지 못하자, 三共의 중국어 음역에 해당하는 san-gong.com 이라는 도메인으로 웹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三共.com> 도메인은 단순히 등록만 되어 있는데, 패널은 UDRP의 다른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이것만으로 충분히 악의의 등록 및 사용이라고 보았다. <三共.com> 사건에서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은 피신청인이 등록한 다른 다국어 도메인이 악의의 증거가 되느냐가 문제였다. 즉, 피신청인은 일본 제약회사의 등록상표와 동일한 < 野義.com> – shionogi.com 이라고 읽음- 와 <田 .com> – tanabe.com 이라고 읽음- 도 등록해 두었는데, 패널은 이러한 도메인의 warehousing은 상표권자가 자신의 상표를 도메인으로 등록하려는 것을 방해하고 그 도메인을 상표권자에게 팔아서 이익을 얻으려는 부정한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용과 관련해서, 피신청인의 주장 중 흥미로운 것은, 三共은 \’3가지를 함께\’란 뜻을 가진 일반적인 단어이고, 이미 많은 일본 회사들이 三共이라는 글자를 비즈니스에서 사용하고 있으므로, 피신청인도 이러한 단어를 도메인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신청인은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三共.com 사이트는 \’Sankyo art salon\’라는 이름으로 문학, 음악, 미술 3가지를 함께 결합한 art presentation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중재위원은 三共이라는 단어가 일본어 대사전에 수록되어 있지 않고, 三共이 이미 상표로 등록되어 있다면 이것이 식별력이 있다는 것은 일응 추정되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피신청인이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데, 피신청인이 제대로 입증을 못했다는 이유로 三共에 대한 피신청인의 정당한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5. 한글 도메인 이름 관련된 정책 마련을 위한 제언

5-1. 한글 도메인의 효율적인 운영

1) 분쟁의 예방
앞에서 얘기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도메인분쟁 해결의 필요성은 상표권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인터넷 주소자원을 좀 더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서비스하기 위한 측면이 더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도메인 분쟁을 사후적으로 해결하는 방식과 분쟁을 미리 예방하는 방식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도메인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은 분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문자를 도메인으로 등록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법(예컨대, \’예약어\’나 \’유보어\’를 두는 문제)과 도메인 이름과 상표 사이의 긴장 관계를 완화시키는 것이 주요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문자가 서로 다른 도메인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인 조치와 정책적인 고려가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kr 도메인 공간에 사용될 수 있는 2단계 도메인을 확대하여 상표와 마찬가지로 동일·유사한 문자를 충돌없이 도메인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2) 분쟁의 사후적 해결

■ 영문 도메인에 적용되는 분쟁해결정책과 다른 정책이 필요한가?
▷ 분쟁 관점에서 다국어 도메인의 가장 큰 쟁점으로 논의되는 것은 번역과 음역의 문제이다. 그러나 번역/음역의 문제가 기왕의 상표법리를 통해 대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영문 도메인에 적용되는 분쟁해결정책과 별도의 실체 규정을 마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번역/자역/음역 이외에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문제를 다국어 도메인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면, 분쟁해결 실체규정 변경이 필요한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 현행 분쟁조정 실체 규정은 수정이 필요한가?
▷ 국내에서는 \’도메인분쟁조정위원회\’가 설립되어 2002년 1월 4일부터 도메인 분쟁 조정업무를 시작하였다. 이 위원회는 재단법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 산하의 위원회로 조직되었는데, 도메인분쟁 조정규정 중 상표권 등과의 분쟁과 관련된 실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조(분쟁조정의 신청) ① 타인의 도메인 이름 등록과 사용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법률 또는 대한민국이 가입한 조약에 따라 보호받는 권리 또는 정당한 이익을 침해받는 자는 해당 도메인 이름의 말소 또는 자신에게로의 이전을 구하는 취지의 조정을 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다.
8조(조정부의 심리) ③ 피신청인의 도메인 이름 등록이나 사용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조정부는 피신청인의 도메인 이름 등록 또는 사용으로 인하여 대한민국 법률 또는 대한민국이 가입한 조약에 따라 보호되는 신청인의 권리 또는 정당한 이익이 침해받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1. 피신청인의 도메인 이름 사용이 국내에 등록된 신청인의 상표나 서비스표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피신청인의 도메인 이름 사용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신청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
3. 피신청인의 도메인 이름 사용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신청인의 성명, 명칭, 상표, 서비스표 또는 상호 등에 대한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경우
4. 피신청인의 도메인 이름이 국내 또는 외국에 널리 인식된 신청인의 성명, 명칭, 상표, 서비스표 또는 상호 등과 동일 또는 유사하고, 피신청인의 도메인 이름 등록의 주된 목적이 신청인이 그 성명, 명칭, 상표, 서비스표 또는 상호 등을 도메인 이름으로 등록시키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것인 경우
④ 피신청인의 도메인 이름이 그가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는 성명, 명칭, 상표, 서비스표 또는 상호와 동일한 것이거나, 자타상품식별력이 없는 것이거나, 또는 기타 정당한 사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조정부는 신청인의 권리 또는 정당한 이익이 침해받지 않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제12조(조정결정의 효력 등) ①조정결정에 대하여 불복하는 당사자는 그 조정결정을 송부받는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법원에 제소하거나 당사자합의에 의한 중재신청을 하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대편 당사자는 그 조정결정문을 등록대행자에게 제출하여 조정결정을 실행시킬 수 있다.
② 조정결정에 의하여 불리하게 된 당사자가 전항의 기간 내에 이의제기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위원회에 제출하지 않으면, 등록대행자가 전항의 조정결정을 실행함에 있어서 이의제기가 없는 것으로 본다.

(1) 도메인 이름의 이전(移轉)의 문제
상표권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은 동일 범위 내에서는 전용권을 행사할 수 있는 데에 그치고 유사 범위에 대해서 0-을 행사하는 것이다. 상표의 동일 범위와 유사 범위에 대해 상표권의 권리 내용을 달리 정한 이유는 바로 상표권이 창작을 전제로 인정되는 지적재산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상표권자는 자신의 상표와 동일 범위 내에서만 전용 사용권을 가지고, 유사범위에 대해서는 타인의 사용을 배제할 권리만 가진다. 당연히 상표권자는 유사범위에 대해서는 사용권(라이선스)를 줄 수도 없다. 그런데, 조정규정에서는 상표와 협의의 유사범위에 있는 도메인과 광의의 유사범위 및 희석화 범위에 대해서도 상표권자가 도메인 이름을 이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현행 상표권을 마치 특허발명이나 의장과 같은 창작법과 대등하게 취급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상표권의 범위를 \’標識에 관한 法理\’를 넘어서도록 확대하고 있다.

(2) 분쟁해결의 범위
조정규정 제3조에는 도메인 이름의 등록말소와 이전 청구만 가능하도록 하였는데, 도메인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면, 등록말소와 이전으로 조정의 범위를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UDRP 사례에도 등록말소, 이전 이외의 분쟁 종료가 상당히 있고, 당사자가 합의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면, 동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포함시키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금 도메인 이름이 갖는 유일성은 결국에는 기술적으로 해결될 것인데, 이러한 유일성 문제가 완화 또는 해소되기 전까지는 정책적으로 상표권자와 도메인 보유자에게 공존의 길을 열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도메인 이름 역탈취 (RDNH: Reverse Domain Name Hijacking)의 문제
우리 상표법은 등록주의를 채택하면서도 사용의사가 전혀 없는 상표에 대해 출원단계에서 거절하거나 등록후에 이를 무효로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다만 3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만 이해관계인의 심판청구에 의해 취소하는 절차(상표법 제73조 1항 3호)가 마련되어 있을 뿐이다. 이것은 상표 브로커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셈인데, 상표법 제3조 본문을 거절사유·무효사유로 규정하여야 제3조에서 규정하는 "자기의 상표를 사용하고자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출원상표를 거절하거나 무효로 할 수 있다. 이것을 중대한 입법상의 과오라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굳이 입법의 오류를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 상표법은 등록상표권자가 RDNH 행위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구조임에는 틀림이 없다. 따라서, 현재 UDRP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비판적 분석에서 제기되는 지적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대책이 분쟁조정 규정 내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5-2. 재판관할권의 문제
.kr 아래 영문 도메인 이름 등록신청자의 범위를 기술한 rfc-kr 문서는 없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의 도메인 이름등록관리규정(개정 2001. 12. 28.)과 (주)아이네임즈의 이용약관(개정 2002. 1. 3.)에 따르면, .kr 아래 영문 도메인 이름은 대한민국에 사무소를 두지 아니한 외국법인 또는 단체와 대한민국에 주소를 두지 아니한 외국인 개인의 도메인 이름 등록신청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다국어 도메인 시행의 가장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kr 아래의 한글 도메인은 기존의 영문 도메인과 달리 등록신청인의 범위를 언어공동체란 개념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kr 아래 한글 도메인 이름을 신청할 수 있는 도메인 이름 등록신청자의 범위가 언어공동체의 구성원으로 개방 확대되었을 때에는, 도메인 이름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 대한 재판관할권(jurisdiction)과 준거법(governing law) 문제가 대두된다. 재판관할권은 \’분쟁을 어느 국가의 법원에서 재판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준거법은 \’분쟁의 실체에 대해 어느 법을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kr 한글 도메인 이름과 관련된 분쟁 대부분은, 분쟁이 된 사안 또는 당사자가 법정지(法廷地)인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을 것이므로, 우리 나라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국제사법 제2조제1항 및 서울지방법원 2001카합1625(소위, france2.com 사건) 결정). 또한, 최근의 2001. 12. 14. 선고 서울지방법원 2000가합67369 판결에서는, UDRP에 의한 조정결정 후 그 집행 이전에 그 결정에 의한 집행을 유보시킬 목적으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재판관할권이 UDRP 제4조 k항에 따라 당사자가 복종하기로 진술한 법원 즉, 등록기관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 법원이나 도메인 이름 보유자의 주소지 관할 법원 중 어느 한 법원이 관할권을 가지지만, UDRP에 따른 결정의 집행을 유보시키는 것이 아니라, UDRP에 의한 조정절차의 개시 전이나 종결된 후에 독립적인 해결을 위하여 관할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경우의 재판관할권의 문제는 일반원칙에 따라 정할 수 있다. 따라서, 관할권의 유무는 당사자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을 기한다는 기본 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이고, 국제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2조 제1항에서도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도메인 이름과 관련된 분쟁에서 도메인 이름 보유자의 주소지 법원에 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이 당사자간의 공평이라는 소송절차상의 정의 또는 재판의 적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특별히 조리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도메인과 관련된 분쟁의 재판관할권은 3명의 당사자 즉, \’도메인 이름 등록인\’, \’도메인 이름 등록기관/공인등록대행기관\’, \’표지소유자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재판관할권 문제를 도메인 관련 정책 어딘가에서 명시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먼저 등록약관에 합의관할 조항을 두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도메인 이름 등록규정은 등록인과 등록기관/공인등록대행기관 사이의 계약이므로, 등록규정에서 이 양자 사이의 합의에 의한 재판관할권을 정했을 때,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의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제3자인 \’표지소유자 등\’의 재판관할권을 등록규정에서 정할 수는 없다. 결국, 도메인 이름 분쟁이 대부분 \’표지소유자 등\’에 의해 제기된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표지소유자 등\’과 관련된 재판관할을 정할 수 없는 등록규정을 통한 합의관할은 그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있다.

 

또한, 도메인 이름의 등록신청자의 범위가 대한민국 주소에 한정되지 않고 개방되었을 때, 외국인 표지소유자 등이 외국에 거주하는 도메인 등록자를 상대로 분쟁을 제기한 경우(예컨대, chanel화장품.co.kr이나 每日신문.기관.kr), \’표지소유자 등\’이 도메인 등록자 주소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등록기관/공인등록대행기관이 한국에 소재한다면, 표지소유자 등이 외국법원에 소를 제기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할 것이므로, 재판관할권을 정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법원이 관할권을 갖는 분쟁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등록기관의 소재지를 중심으로 한국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지게 되는 사안이 많을 것이라는 점은 단기적인 예측이다. 한글 도메인에 대한 논의가 .kr 아래의 한글 도메인 뿐만 아니라, .kr과 동일한 레벨의 \’.한국/.한(mccTLD)\’, \’.한글(mlTLD)\’ 도메인 공간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도메인 등록기관이 중국의 연변이나 미국의 LA 또는 북한 등에 소재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된다. 따라서, 등록기관과 등록신청인의 주소지가 대한민국으로 한정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재판관할권의 문제를 도메인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6. 결론

인터넷 자원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고, 다국어 도메인에 대한 논의는 기술적 표준화 문제와 상업적 이해관계 등이 얽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도메인 이름이 공적인 기능과 사적인 기능을 함께 가지는 공공 자원이며, 역사적으로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합의에 기반하여 도메인 이름 체계가 유지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도메인 분쟁을 지적재산권의 시각으로만 접근하여 상표권자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방향보다는 도메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하는 차원에서 도메인 분쟁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가 점차 중요해진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 주소 자원에서 상표권자의 이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보다, 가상공간에서 식별자의 기능을 하는 단어나 이름을 어떻게 제어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정책의 영역으로 논의의 중심을 옮겨서 도메인 이름 분쟁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영업상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에 반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권리였던 상표권이 가상공간에서 단어나 이름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다국어 도메인의 분쟁에 대해 영문 도메인과 크게 다른 분쟁해결 정책이 필요하지 않다면, 현재 적용되고 있는 영문 도메인에 대한 분쟁해결 정책들과 법규 및 이에 따른 사례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검토하여 도메인 공간의 특성에 맞는 좀 더 공정하고 객관적인 실체적인 요건들을 고민해야 할 것이며, 다국어 도메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메인 관련 정책의 수립과 운영에 인터넷 공동체의 민주적이고 활발한 참여가 요청된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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