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도서관 이용을 지원하는 저작권법 개정 방향
정경희
저작권법 제28조의 개정이 난항을 겪고 있나보다. 제28조는 저작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는 대표적인 조항으로써, 도서관에서의 면책사항을 다루고 있다.
2000년 1월 저작권법 개정으로 국립도서관을 비롯한 일부 도서관은 도서를 디지털화할 수 있게 되었고, 이용자들은 디지털화된 자료를 도서관내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도서관들은 상호간에 디지털자료를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조항은 1년이 채 못되어 또 개정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에서 밝힌 개정이유인즉 본 조항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매우\’ 제한하고,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며, 전자도서관 구축사업 또한 가로막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도서관에서는 보존만을 위하여 복제할 수 있고, 디지털로 만들어진 자료를 도서관 내에서만 볼 수 있고(동시열람자 수를 소장도서 부수로 제한하는 단서조항이 추가됨), 도서관간에 전송은 금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본 개정안은 개정이유 중 \’매우\’ 제한되었다는 저작권자의 권리만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이 개정안을 2001년 6월 입법예고하고, 11월 1차로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국회도서관과 시민단체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채 법안이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정부는 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을 수용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마침 며칠 전 이러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자료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국회의 『입법정보』제49호에 실린 현행 저작권법과 정부개정안의 제28조를 비교한 자료였는데, 본 자료에는 지난 11월 국회에 제출한 정부개정안과 상당히 다른 내용이 추가되어 있음을 발견하였다.
관계자의 전언으로는 이것 역시 최종안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정안을 통하여 정부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논의의 방향은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수정안에서의 골자는 도서관간의 전송을 다시 허용하되, 저작권자가 이를 반대하는 의사를 밝힌 경우와 판매용으로 발행된 도서의 경우 5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전송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또한 도서관에서 조사·연구용으로 이용자에게 디지털 복제물을 제공하거나 도서관간 전송에 대하여 문화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저작권자에게 지급하거나 공탁해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가, 지방자치단체, 고등교육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를 저작권자로 하는 도서는 예외로 하고 있다.
2001년 6월 입법예고된 조항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결국 다시 현행법에서처럼 도서관간 전송은 허용하되, 도서관이 전송에 대한 비용을 공탁금 형식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며, 단 공공기관에서 발행된 저작물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 것이다.
도서관간 전송에 대한 면책 규정이 없을 경우 도서관은 복사전송권관리센터를 이용하거나 저작권자와 개별적 계약에 의하여 전송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수정안대로라면, 그 비용을 공탁금 형식으로 지불하게 된다.
\’문화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의한 보상금\’이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역시 도서관은 도서관간 전송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수정안이 비용지불 방식을 보다 편리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개정이유 중 하나인 \’전자도서관 구축사업을 가로막는\’ 것을 해결했다고 볼 수 있을까?
저작권법은 \’전자도서관 구축사업\’만을 지원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보다 중요한 사항은 구축한 전자도서관의 디지털 자료를 이용자들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고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입안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전자도서관의 목표이다.
전자도서관은 1997년의 국가전자도서관 사업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안방자료실을 구현하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도서관의 디지털 자료를 도서관내에서가 아닌 이용자가 위치한 곳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도서관에 직접 방문해야만 \’볼 수 있던\’ 자료들을 집이나 교실, 연구실 등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도서관의 디지털 자료를 관외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면책규정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도서관 관외 전송이 저작재산권 제한조항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국내 도서관의 현실을 감안하여 볼 때 화면으로 보기만 하는 전송에 대한 비용을 최종이용자가 부담하게 될 것은 너무나 뻔한 사실이다. 도서관의 자료를 읽고, 보는데 대한 비용을 이용자가 지불해야 한다면 그것이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보를 읽고 보는 것에 대한 권리가 저작자 혹은 저작권자의 소유가 될 수 있을까?
전송이라는 규정으로 정보를 볼 권리가 저작권자에게 부여되었다면, 최소한 도서관을 통한 전송(관외 전송)을 저작재산권의 제한규정으로 두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이용자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