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바다 폐쇄 – 그들이 노리는 것은? (주 1)
김해민
2002년 7월 9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MP3 음악 파일 공유프
로그램인 \’소리바다\'(http://www.soribada.com)에 대하여, 서비스
중지를 명령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지난 해 2001년 1월, 음반
사들이 소리바다의 운영자를 고소하고, 8월에 검찰이 소리바다를
기소한 이후, 최초로 내려진 법원의 판결이다.(IPLeft성명서 중에서)
인터넷에서 WWW(World Wide Web)기반이 주도함에 따라 정보나
시스템을 제공하는 측(서버)과 그것을 이용하는 측(클라이언트)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일반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클
라이언트/서버구조라고 한다. 인터넷이 네트워크구조이고, 분산시스
템이라고 하지만, 클라이언트/서버 구조를 취하고 있는 이상, 서버
의 역할이 점점 비대해지고 있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일반 홈페
이지만 보더라도 서버를 운영하는 주최측에서 더 많은 정보를 제공
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주최측은 게시판 토론을 제어할 수도 있다.
한가지 예로 게시판의 토론내용이 주최측의 위상을 심각하게 침해
할 때, 폐쇄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이러한 흐름을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 바로 소리바다와 냅스터로
대표되는 P2P(Peer to Peer) 기술이라 할 수 있다. P2P는 사람들로
하여금 파일이나 컴퓨터의 일부 기능을 서로간에 손쉽게 공유하게
하고, 상대적으로 클라이언트-서버 구조에서 서버를 아예 없애거나
클라이언트의 역할을 강화한다. 작년 미국에서 논란이 되었던 냅스
터의 서버는 현재 접속된 컴퓨터의 주소와 그 컴퓨터에서 공유하는
파일 이름 목록만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한국 법원에서
폐쇄 결정을 내린 소리바다의 경우 접속된 컴퓨터의 주소만을 서버
에 저장하고 있으며, 어떤 것들(그누텔라, FreeNet)은 서버가 없는
것도 있다.
이번 소리바다 폐쇄는 두가지 이유에서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 첫
번째로, 소리바다는 냅스터와 다르게 단지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
시켜주는 역할만 하고 있어 서버에서 파일이름을 저장하지 않는다.
소위 저작권을 보호하는 측에서는 이것을 소리바다 전체를 폐쇄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경우 생산자들이 자신
의 파일을 다수에서 알리고자 하는 권리인 \’표현의 자유\’와 이용자
들의 \’공정이용\’의 합법적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함을 그들은 외면한
다. 이미 냅스터도 폐쇄되지는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리바다 폐
쇄가 갖는 위법성을 확인할 수 있다.
두번째로, 소리바다와 같은 P2P기술에 대한 제재는 마이크로 소프
트나 음반 협회와 같이 저작권을 소유한 자본가들은 반기겠지만 모
든 자본가들이 다 반기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착취 기업인 인텔
의 경우, P2P의 발전은 성능 좋은 CPU를 요구하기 때문에 P2P 기
술을 지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닷넷 전략에서 P2P 방식이
대거 채용될 것이기에, P2P기술에 대해 저울질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P2P기술에 대한 제재조치는 장기적일 수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무리하게 소리바다와 같은 P2P서비스를 폐쇄하고
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리바다와 같은 현 P2P기술은 단순히
MP3 음악파일을 주고받는 것 이외에 다른 가능성을 노동자-민중에
게 남겨 놓았다. 인터넷에서 소리바다에 접속하면 자신이 소유한
파일을 자유롭게 그리고 평등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
다. 이러한 행위는 인터넷 공간에서 노동자-민중이 스스로 주체로
서 활동하게 한다(주 2). 노동자-민중의 주체적 활동은 곧바로 자유
롭게 생산하고 공유하고자하는 공동체 형성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
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WWW기반 이전에 P2P기술과 유사한
환경 속(주 3)에서 자유소프트웨어 공동체와 같은 생산-이용자 공
동체를 형성하여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음악분야에서
도 아직까지는 미약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소리바다를 통해 형성된
MP3 공동체에서 자신의 음악파일을 공유하여 대중적인 인기를 얻
고 있는 사례는 심심찮게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공동체에서 자본은
생산-이용자들을 통제할 수 없게된다. 그러므로 이번 소리바다 폐
쇄는 생산자와 이용자들이 스스로 공동체를 형성하여, 자본의 통제
에서 벗어나 새롭게 생산과정과 이용과정 형성해 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하는 의도이며, 자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P2P 기술 수정
을 위한 그들의 투쟁으로 볼 수 있다.
주 1. 이글은 노동자의 힘 기관지 11호에 실린 김해민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주 2. 소리바다 폐쇄 후 네티즌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P2P 프로그
램인 Winmx을 이용하다 보면, 자신의 파일을 다른 사람들이 다운
받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때 기분을 한번 느껴
보자. 왠지 뿌듯하고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은가?
주 3. ftp, mail, telnet과 같은 기술은 WWW에 비해서 P2P와 유사
하다. ftp는 인터넷의 파일을 전송하는 통신 프로토콜(통신상의 규
약)의 하나이며, 이를 이용하면 인터넷에 제공되는 무수히 많은 자
료들을 매우 빠른 속도로 파일을 송수신할 수 있다. 그리고 telnet
은 인터넷 상의 다른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토콜
이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