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저작권 시스템에 대한 상상력
오병일
사람들은 현재 정착된 제도를 \’원래 그러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실은 현재의 제도 역시 수많은 변화 과정을 거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실은 너무 견고해서, 특히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제도는 너무
견고해서 변화가 거의 불가능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 제도가
유발하는 여러 가지 모순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변화에 대한 상상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저작권 제도도 우리에게 너무나 견고해 보인다. 사실 기득권자들은
너무 쉽게 현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오고 있음에도 말이다. 현재의 저작권
시스템에 근본적인 모순을 느끼는 사람들 역시 대안에 대한 상상력은 무척
빈곤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래 글은 대안적 저작권에 대한 상상력을 일깨우는 좋은 글인
듯 하다. 물론 아래에 제시된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아이디어\’일 뿐이며, 또 다른 대안적 시스템은 무수히 많이 나올 수 있으며,
토론을 통하여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의 \’The Future of Ideas\’ 14장
Alt.Commons 중에서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로렌스 레식 교수는 현재 스탠포드
법대 교수이며, 2000년까지 하버드 법대 버크만 센터에 있었다. 그의 또 다른
저작 \’코드(Code)\’는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며, 몇몇 그의 논문들이
번역되어 있다.
저작권
저작권법은 권리의 보호를 쉽게 하면서, 저작권의 범위와 기간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왔다. 원래 저작권법은 저작권 소유자에게 작품을
등록하고, 정부에 작품을 예치하게 하며, 초기 보호기간 이후 저작권을
갱신하게 하는 등 많은 부담을 주었다. 하지만, 이제 저작권은 자동적으로
부여되며, 저작권자의 아무런 노력 없이도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연장되었다.
정부가 부여한 독점을 향유하는데 저작권자의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이상한 것이다. \’기술적\’ 요건이 저작자의 저작권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관점에 의해서, \’노력없는\’ 독점 부여가 관철되어왔다. 그러한
주장은 일면 타당해 보이지만, 우리가 \’공공성\’이라는 또 다른 면을
고려한다면 그렇지 않다. 저작권 소유자가 기술적 문제로 적법한 저작권
보호를 방해받지 않아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가가 보장하는 독점의
범위가 필요 이상으로 광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복지의 수혜자가 양식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서 이익을 거부당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독점권을 국가에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등록 폼을
작성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부당한 것 같지는 않다.
논의를 더 진전시켜 보자.
5년의 갱신 기간
저자와 창작자는 그들의 창작으로부터 이익을 취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이익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창작한 것은 공공
영역(Public domain)에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체물에 고정된 모든 창작 행위는, 창작물의 보호가 저자에게 이익을 주든
그렇지 않든 간에, 150년 이상 보호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저작권 블랙홀로
떨어져, 한 세기 이상 자유롭게 이용될 수 없다.
이러한 저작권 블랙홀에 대한 해결책은 저작권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자, 즉
저작권자로 하여금 국가가 보장하는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시대에, 이러한 절차는 매우 간단할
것이다.
작가가 \’공표된\’ 작품을 한번 등록하면, 그 작품은 5년 동안 보호된다.
그리고, 그러한 등록은 15번 갱신될 수 있다. 만일 작가가 그것을 갱신하지
않으면, 그 작품은 공공 영역에 들어오게 된다.
등록은 어려울 필요가 없다. 미국 저작권청은 작가가 그들의 작품을 등록할 수
있도록 간단한 웹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다. 그 웹사이트는 저작권 갱신료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저작권을 갱신하고자 한다면, 그는 갱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 그 갱신료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거나, 혹은 작품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등록 사이트는 어떤 종류의 작품은 예치할 수 있을 것이다. 기록보존의
목적으로, 이 사이트는 저작권이 부여된 모든 작품의 디지털 복제본을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소프트웨어같은 어떤 종류의 작품들은 보안이
보장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네트워크가 그러한 전송을 용이하게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비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다.
\’공표되지 않은 작품\’은 얘기가 다르다. 만일 내가 내 친구들에게 e-mail을
써서 보낸다면, 그 창작성은 공표된 책이나 음악의 창작성과는 다르게
다루어져야 한다. E-mail은 프라이버시권에 의해 보호되어야 하며, 노래나
책은 정부가 보장하는 독점의 대상으로서 보호가 된다. 따라서, 사적이고,
공표되지 않은 창작물의 경우, 현재의 보호방법 – 즉 작가 사후 70년 동안,
자동적으로, 어떠한 등록이나 갱신 요건 없이 보호하는 방법-이 온전히
합당하다고 본다.
저작권 산업이 이러한 갱신 요건을 없애 줄 것을 요구해온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단지 기술적 요건 때문에 가족이나 작가가 저작권 보호를 상실하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만일 \’기술적 요건\’이 메일이 유실되거나 2시간
늦게 배달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것을 의미한다면, 그러한 우려는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실수 때문에 저자에게 손해를 끼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경직된 시스템에 대한 처방은 좀 더 유연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지, 시스템이
필요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일 등록이 유실되거나 마감일에 조금
늦는다면, 미국 저작권청은 그것을 감안해서 처리해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 기간의 변화는 오늘날 저자의 동기부여에 있어 조금의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창작한 자산이 지금부터 75년동안 돈을 받을 수 있는가에
근거하여 글을 쓸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작가는 없다. 영화 제작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 헐리우드 스튜디오는 95년이 아니라, 향후 몇 년의 수입만을
예상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간 변화가 예상 수입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그러나, 더 많은 작품이 공공 영역에 편입됨으로써 발생하는 (또 다른) 창작의
이익은 크다. 만일 저작권이 저자에게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갱신할만한
가치가 없다면, 사회가 – 일련의 민형사법을 통해- 독점을 보장해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원창작자가 그다지 가치를 느끼지 않는 작품이라도 사회의 다른
창작자에게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떠한 작품이 보호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보호되는 작품의
사용허가(라이센스)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가 창작자에
대한 연락 정보를 항상 현재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작품에
대해 사용허락을 받고자 하는 창작자는 그것을 통해 쉽게 사용허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