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빌 게이츠, MS, 그리고 85.8 (2002.12.4)

빌 게이츠, MS, 그리고 85.8

강성룡(정보공유연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만큼 세간의 평이 극단적인 경우도 드물다. 90년대 중반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 넷스케이프를 무너뜨린 뒤 독점의 화신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최근 세계 제1의 자선사업가로 추앙받고 있다. 12월 2일자 비즈니스위크는 지난 98년부터 2002년까지의 기부총액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결과, 게이츠와 그의 부인 멜린다 게이츠의 이름을 딴 자선재단이 지난 4년간 235억 달러(28조 2000억원)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빌 게이츠가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의 60%에 해당하는 액수다. 게이츠는 또 지난 11월 중순 인도 방문에서 인도의 에이즈 예방사업을 위해 1억 달러를 쾌척하는 한편, 재산을 대물림하지 않고 대부분 사회환원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버는 데는 악착같지만 쓰는 데는 인색한 우리 기업을 빗대어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아름다운 게이츠\’라고 미화시키기도 했다.

그간 부유층의 기부를 둘러싸고 양 갈래로 평이 엇갈려 왔던 게 사실이다. 한 쪽에서는 이들의 기부를 아름다운 박애주의의 발로라고 호평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그들의 막대한 부가 과연 정상적으로 이루어 진 것인가에 많은 의문을 표시하면서 \’이미지 관리용\’이라고 폄하해 왔다. 그런데 지난 11월 중순 후자의 주장에 설득력을 얻게 해준 증거가 제시되었다. 다름 아니라 MS가 미 증권감독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윈도의 마진율이 85.8%라고 밝힌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MS는 지난 3/4분기 매출액 28억 9천만 달러 가운데 24억 8천만 달러를 순이익으로 남겼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진 후 MS의 독점적 폭리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소비자연맹(CFA)의 마크 쿠퍼 조사국장은 "MS가 거두어들인 산더미 같은 현금은 독점의 힘에 의한 불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미 소프트웨어정보산업협회(SIIA)의 켄 워슈 회장도 "MS가 불법적인 독점을 통해 거둬들인 폭리는 대략 2백50억-3백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 같은 엄청난 규모의 폭리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완전히 왜곡됐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경쟁업체들도 MS가 개인용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윈도를 팔면서 관련 상품을 끼워파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폭리를 취해왔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업체들은 미 연방법원이 지난 11월 초 반독점 소송과 관련해 친기업 성향의 부시행정부(법무부)와 MS가 타결한 반독점소송 타협안을 대부분 승인하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MS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이번 마진율 공개로 소프트웨어와 같은 지식정보재는 제품 한 단위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한계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 MS와 같은 독점적 기업은 적정 마진 이상의 막대한 이윤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 주류경제학의 시장주의적 관점에서는 기업의 가격정책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동적으로 조절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가 강하다. 즉 제품 가격이 비싸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고, 싸면 소비자들이 더 찾기 때문에 수요-공급 원리에 의해 적정한 가격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결정은 경쟁시장이 아닌 독점시장에서는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더구나 윈도와 같은 필수 OS의 경우 대체물이 적고 전환비용이 많이 들어 다른 OS로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다, 소위 네트워크 효과가 발휘되는 상황에서 경제원론상의 수요-공급 법칙은 작동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MS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막대한 이윤을 태블릿 PC나 X박스와 같은 자사의 신규 사업 진출과 비즈니스 솔루션 시장 장악을 위한 무기로 사용해왔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로 MS의 독점적 지위가 크게 훼손될 거라고 생각치 않는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대테러 전쟁에 강박관념을 보이고 있는 미국이 그렇듯, MS도 이미 기울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먼저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확산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이미 아프리카를 비롯해 중국과 영국 등 많은 국가들이 정부의 기본 소프트웨어로 윈도 대신 리눅스 등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리고 최근 일본도 이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는 윈도에 비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독자적인 보안대책 수립이 가능하고 유사시 대처가 용이한데다 가격 또한 저렴하다는 사실이 이들 국가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채택하는 주요 이유라 할 수 있다. 최근 리눅스는 기존의 서버시장을 넘어서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다른 한편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황으로 PC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MS의 주력인 개인용 컴퓨터 OS부문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MS의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 추진,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의 이유로 판매가 부진한)윈도XP를 제외한 기존의 윈도에 보안상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최근의 발표, 그리고 400억 달러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하고도 투자자들의 배당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것도 다 이 같은 위기감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과거 PC 구매가격에서 하드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던 것이, 이제는 기술발전으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음에도 윈도의 가격은 내릴 기미가 없다. 결국 소비자들의 윈도 체감 가격은 높아 가고, 불법복제 운운하며 소비자들을 위협하고 있는 MS에 대한 분노도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이 밖에도 유럽에서의 반독점 소송과 1년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장의 변동성 등 MS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요소는 많다.

어쨌든 우리는 뒤로는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경쟁기업의 발을 묶고 소비자를 속여 엄청난 폭리를 취하면서, 앞으로는 신뢰경영이라는 구호와 자선사업 등으로 생색을 내는 비윤리적 기업과 기업가는 시장에 발붙일 수 없게 해야 한다. Anti-MS 운동은 단순한 소비자 운동을 뛰어넘어 닫힌 사회를 거부하고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거대한 첫걸음이다. 리눅스라는 무기와 열린사회의 이상을 가지고 그 길을 가야 한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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