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두개의 특허정책 연합, 과학기술자들을 폭격하다. (2003.4.11)

두개의 특허정책 연합, 과학기술자들을 폭격하다.

김해민

특허의 위력이 아무리 위세를 떨쳐도 대학 연구실은 안전지역이었다. 대학에서 수행되는 연구의 대부분 기초 연구이고, 이 기초 연구는 다른 연 구 분야의 토대가 된다. 그러므로 특허의 족쇄를 채우는 것은 국가 전체 과학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초례할 수 있다는 것이 안전지역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국내법상에서도 \’산업 정책적 견지 및 공익상의 이유\’로 \’연구 또는 시험을 하기 위한 특허발명의 실시\’에 한해서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특허법 96조), 미국도 유사한 판례가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이것을 뒤집는 판결이 나와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허 안전지역에 \’열화우라늄탄\’에 버금가는 폭탄이 떨어진 것 이다.

2002년 10월에 자유전자 레이저의 발명자이자 전 듀크 대학 교수인 존 마데이(John Madey)박사가 듀크 대학을 상대로 낸 특허 침해 소송에서 연방순회항소법원이 마데이 박사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것이 논란의 발단 이 되었다.

존 마데이 박사가 스텐포드대학에서 듀크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을 당시 듀크 대학은 그를 위해서 레이저를 사용할 수 있는 실험실 건물을 지어주기 까지 했다. 마데이 박사가 개척한 레이저 장치는 주파수를 가변할 수 있는 장치로 연구자들에게 물리학분야와 뇌수술에 이러기 까지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전망을 제시해 주는 획기적인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마데이 박사는 이 장치에 대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자유전자 레이저의 아버지 로 칭송받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학교당국이 마데이 박사의 레이저를 정부계약에 위반되는 이용을 강요한 데서 시작 되었다. 이러한 불화로 결국 듀크대학은 마데이 박사를 해임시켜버렸고, 마데이 박사는 듀크대학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법원에 제출했다. 자신의 특허와 관련된 장치를 사용하고 연구실을운영했다는 것이 특허 침해 이유였다.

2001년 지방법원은 그 연구 자체가 정부 지원에 의한 연구였고, 특허화된 장치가 대학 실험실에서 사용된 점 고려해서 특허법상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판결을 했다. 그러나 마데이 박사는 대학이 연구활동을 통해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사업을 했고 상업상 응용을 위해 개발하고 있다면서, 실험실 예외조항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곧 바로 항소
했고, 이번 2002년 10월 연방순회법원에서 승리했다.

연방 순회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예외 조항으로 인정받기 위한 연구 조건을 "즐거움을 위해, 남이 생각하지 않는 호기심(idle curiosity)혹은 엄격한 철학적 탐구"만으로 엄격하게 제한하였고, 과학적 탐구를 구실로 수행된 연구라 할지라도 명확한, 인식할 수 있는 그리고 실질적인 상업적 목적을 갖는 다면 예외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한 법원은 "학생과 교수를 교육하고 가르치는 것" 그리고 "연구자금과 학생 교수들을 끌어들이는데 도움이 되는 학교기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학교의 사업이며, 이와 관련된 모든 연구는 예외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서 이제까지 판단의 중요한 근거였던 영리기관이냐 비영리기관이냐는 판단기준이 되지 못했다.

아직 최고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 판결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거의 모든 대학의 연구는 특허로 제한 될 수밖에 없고, 대학에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든 관련 특허를 찾아 봐야 할 형편이다. 이번 판결에서 듀크 대학을 피해자로 볼 수도 없다. 듀크 대학은 이미 대학교수들의 연구를 통해 수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마데이 박사 또한 승리했다고 볼 수 없다. 과학자인 마데이 박사 또한 다른 특허로 인해 자신의 연구를 방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일반 과학기술자들인 것이다. 과학기술자 입장에서 이번 판결은 \’열화우라늄탄\’ 만큼 강력한 것이고 후유증 또한 2대 3대에 걸쳐 진행될수 있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마데이 박사를 특허권을 확대 시킨 원흉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 중요한 이유로 대학 당국이 고용인인 대학교수를 상대로 끊임없이 불합리한 처우를 지속해왔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마데이 교수는 특허를 통해 학교의 불합리한 행위에 저항할 수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이라크 침략행위가 대량 살상무기 확대를 저지시키고 이라크를 해방시키고자하는 명목상의 정당성이 있듯이, 이번 특허의 확대 판결에도 이러한 명목상 정당성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명목은 명목일 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명목뒤의 배후에는 자본주의가 있고, 그것을 대변하는 영국과 미국의 연합군(coalition)있듯이 이번 판결에도 자본주의의 상품화 경향이 있고, 그것을 대변하는 두개의 연합(coalition) 정책이 있다는 점이다.

그 연합의 한축에는 베이돌법 (Bayh-Dole)이 자리잡고 있다. 80년대부터 추진해온 이 법안은 미국내 소기업과 연구대학과 같은 비영리단체에서 연방기금을 사용하여 발명한 발명품이나 특허에 대해서 그 기관에서 특허권을 보유하고 시장에서의 매매, 기술이전이 가능하도록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것을 보장하고 있다. 이 법안 시행 후, 재정이 지원되지 않는 학과는 시장의 원리로 재편되었고 지원을 받는 분야의 연구는 이윤추구를 위해 급속도로 상업화 되었다. 마데이 교수의 주장은 이러한 대학의 상업화 측면에서 정당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논리는 연합 정책의 한축만바라본 시각일 뿐이다. 다른 한 축으로 특허 확대 정책을 통해서 정보-지식의 상품화를 촉진시키는 정책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80년대
의 미국의 친-특허(Pro-Patent)정책이 그것이 인데, 이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은 연방순회항소법원을 창설하여 특허권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펴는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실제로 연방 순회법원을 통해 특허권자의 승소율은 30%에서 80%(Business week, 89, 5. 22)로 상승하였다.

지금까지 특허확대의 정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교육과 연구 분야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분야에서는 공공성 논리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이 공공성의 굳건한 논리를 허물어 버린 두 연합정책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두 연합정책의 전술은 대단히 우수했다. 우선 대학을 상업화시켜 공공성을 약화시켜 대학에서 공공성의 논리를 펼 수 없게 만들어 버린 후 자연스럽게 특허를 확대 시킨 것이다.

아쉽게도 이러한 흐름에 저항할 수 있는 유리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연합전술은 한가닥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대학의 상업화 반대와 특허확대 반대라는 두 가지 운동의 연합전술!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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