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네트워크를 둘러싼 전쟁
김해민
지적재산권 시스템은 자본가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그들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동자-민중의 자유는 축소된다. 음악을 포함한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은 인터넷이 발전함에 따라 유기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자본주의 시스템과 충돌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자본의 공격 대상이 된다.
최근 마돈나는 자신의 신곡음악 \’아메리칸 라이프\’의 불법 복제에 대응하기 위해 가짜 파일을 P2P(Peer to Peer) 네트워크에 올려놓았다. 이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열어 보면 "멍청아, 지금 뭐하는 거야?(What the f*ck do you think you are doing?)"라는 마돈나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그러자 해커들은 마돈나의 새 앨범 전체를 다운로드할 수 있게 마돈나의 홈페이지에 링크를 걸어놓고, "멍청하긴, 이 짓하고 있다(This is what the f*ck I think I\’m doing)"라는 메시지를 남겨놓았다. 미국에서 음반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음반산업협회(RIAA)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저작권위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가, 잘못된 경고로 인해 사과하는 해프닝까지 연출했다.
인터넷은 지금 P2P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전쟁 중에 있다. P2P 프로그램이란 개인과 개인을 연결시켜 파일 공유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들은 소리바다, 냅스터(Napster), 카자(KaZaA), 몰페우스(Morpheus) 그리고 그록스터(Grokster) 등이 있다. 이 전쟁은 작년 냅스터(미국)와 소리바다(한국)에 대해 저작권 침해 행위에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로 다국적 거대 음반사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P2P 프로그램은 냅스터처럼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지난 4월(200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은 몰페우스와 그록스터에 대해 저작권 침해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냅스터의 경우 중앙 서버에서 가입한 회원들의 음악목록을 검색하는 등 회사가 직접 네트워크 운영에 개입할 수 있지만 그록스터나 몰페우스는 완전히 사용자들 사이에서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산 네트워크인 것이다. 마치 복사기나 비디오가 이용자들에 따라 합법적으로 또는 불법적으로도 쓰일 수 있듯이 이들 P2P 프로그램도 동일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로 P2P 네트워크를 둘러싼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P2P 네트워크 이용자들에게 이롭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이번 판결에 앞서 지난 1월 미국 지방법원은 자국 제2위의 인터넷서비스업체(ISP)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스에 대해 P2P 프로그램인 카자를 이용, 다량의 음악파일을 교환하는 이용자들의 정보를 미국 음악산업협회에 알려주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아울러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P2P 네트워크 이용자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거대 음반사들은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공격대상을 P2P 프로그램 업체에서 일반 이용자들로 확대 전환하고 있고, 이미 피해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P2P 네트워크를 둘러싼 이 전쟁은 마돈나와 같은 음악-생산자들이 P2P 네트워크에 반대하고 음악산업협회를 지지함으로써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음악산업협회가 개별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생활고와 싸우는 음악-생산자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게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지적재산권 보호를 외치고 있지만 그것을 프로그래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일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음악분야도 마찬가지인데, 대다수의 저작권은 음악-생산자에 의해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다국적 거대 음반사들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소유권을 둘러싼 문제 이외에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온라인 음악의 매력은 유통 비용이 절감된다는 특성뿐만 아니라 이용자와 생산자들간의 확대된 자유에 있다는 점이다. 이와 유사하게 P2P 네트워크의 진정한 매력은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니라 자신의 팬들과 생각을 나누고 서로간의 취향을 알리고 그리고 아주 좋은 음악을 서로에게 들려주는 자유에 있다. 이 자유 속에서 음악-생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예술적 창작을 위한 동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P2P 네트워크는 이러한 \’음악의 사회화\’ 과정을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음악의 사회화과정은 음악-생산자와 융합되지만 다국적 음반 회사들과는 대립되게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P2P 네트워크가 공산주의와 가깝다고 \’동지에서 동지\'(comrade to comrade) 네트워크라고 부르며 매카시적 마녀 사냥을 준비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 말은 P2P 네트워크에 대해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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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4월) 프린스턴 대학생 4명은 학교 컴퍼스 내에서 P2P 네트워
크를 형성했다는 이유로 1만 2000 ~ 1만 7000달러에 이르는 벌금을 음반
산업협회에 내야 한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