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경찰관리법 개정안 국회통과, 누구를 위한 법률인가?
오병일
지난 6월 30일 \’사법경찰관리의직무를행할자와그직무범위에관한법률\’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 개정안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을 위해 정보통신부 직원에 사법 경찰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 법률안의 필요성으로 \’소프트웨어 단속의 실효성\’과 \’미국의 통상압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정보공유연대 IPLeft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대한변호사협회 등 법률 전문가들이 이 법률이 입법예고 되었을 때부터 인권침해와 경찰국가화의 우려를 제기해왔다.
보통 수사업무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가장 큰 업무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의 사법경찰관리가 아닌 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 예를 들어,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경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경우, 공공의 안전에 해당하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단속은 이러한 범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소프트웨어 저작권과 관련한 분쟁은 \’민사적\’ 성격이 강하며, 그래서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와 처벌을 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저작권과 관련하여 저작권자의 이익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이익과 공공성도 고려해야하는 위치에 있다.
이와 같이 인권 침해의 위험성과 정부의 편파적 개입의 불공정성이라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단지 \’단속의 실효성\’을 근거로 행정부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경찰국가로의 후퇴를 야기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미 과거 대규모 소프트웨어 단속 과정에서 영장 없는 압수수색이나 강압 수사로 \’불법적인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인권 침해 시비도 그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를 시정해야할 정부가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법률안을 제출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정부도 인정하고 있듯이 이 법률안은 미국의 통상 압력에 굴복한 것이 사실이다. 이 개정안뿐만 아니라, 지난 4월 29일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 역시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다. 국민들의 의견 수렴과 국내적 상황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토론을 통해서 법률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미국의 통상 압력에 의해 졸속적으로 법안들이 처리되는 것을 보며, 이 나라가 과연 누구를 위한 국가인지 씁쓸해진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