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MP3폰 논란, 밥그릇 싸움에 배제되고 있는 이용자의 사적이용 권리 (2004.4.15)

MP3폰 논란, 밥그릇 싸움에 배제되고 있는 이용자의 사적이용 권리

오병일

MP3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태폰-일명 MP3폰-의 출시에 따라 MP3 음악 복제장치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 관련단체들은 무료 음악파일에 대한 복제방지 장치의 탑재를 요구하고 있고, 이에 대해 일부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업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저작권보호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무료 음악파일의 경우, 음질을 AM 라디오 수준(64kbps)으로 제한하자\’ 고 중재안을 내어놓았지만, 현재까지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음악분야의 경우 소리바다로부터 시작하여, 벅스뮤직, 그리고 MP3폰에 이르기까지 저작권 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각각 다른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디지털 음악에도 저작권을 인정해야한다\’는 것으로 흔히 오해되고 있지만, 사실 소리바다의 경우 \’인터넷 상에서 비영리적 파일 교환의 저작권 침해 여부\’가 핵심 쟁점이라고 할 것이다. 벅스뮤직의 경우는 소리바다와 다르게 사업자가 중앙 서버에서 음악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일견 사업자 사이(서비스 사업자와 저작인접권자)의 저작권료 분쟁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필자는 \’인터넷 방송의 보상 방식과 저작(인접)권자의 권리 한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MP3폰의 경우에는?

MP3폰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혹자는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현재 MP3 플레이어의 경우에는 무료 음악 파일의 경우에도 별다른 제한없이 복제가 가능한데 MP3폰만 이를 제한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PC 역시 마찬가지이다. MP3 플레이어와 PC 에 MP3폰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과 같은 기술적 규제가 가능한가는 별개의 문제로 치더라도, 형평성의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번 논쟁 과정에서 MP3 플레이어 업체들도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 것에 대해서 우려하는 듯하다.

필자는 이 이슈의 핵심적인 쟁점은 \’이용자의 사적이용 보장\’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이 역시 사업자들간의 \’밥그릇 싸움\’이다. 저작권 관련 단체들은 이전 소리바다, 벅스뮤직 이슈와 마찬가지로 (적법한 것이든, 불법적인 것이든) 음악 파일의 복제를 최대한 제한하고자 한다.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업자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상품을 만들고자할 것이다. 이동통신사 사이에도 현재 시장 점유율에 따라, 그리고 번호이동성 전쟁이 시작됨에 따라 이동통신사 간 입장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내놓은 중재안에서 나타나듯이, 정부가 이 문제에 접근하는 기본적인 관점은 \’사업자간 이익 조정\’인 것으로 보인다. 즉, 정부 중재안에서는 \’이용자의 사적이용의 권리\’에 대한 고려는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분쟁의 해결 과정에서 이용자 대표나 이용자 단체가 배제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 (이용자들이 조직화되어있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 저작권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과연 이용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적이 있었던가?) 현재 세티즌(www.cetizen.com)이나 엠피마니아(www.mpmania.com) 등의 휴대폰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MP3폰에 대한 기술적 규제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항의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든 음악이나 자신이 구매한 CD에 담긴 음악을 인코딩하여 만든 MP3 파일마저 MP3폰에서 들을 수 없거나 혹은 제한된 음질로 들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 분개하고 있다. 즉, MP3폰에 대한 기술적 규제는 국내 저작권법 상에 규정된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에 근거한 이용자의 사적 이용의 권리가 제한되는 것이다.

음악 저작권자들은 저작권보호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음악 파일 중에 \’적법한\’ 것이 얼마나 될 것인가하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러한 음악 파일의 비율은 매우 작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이용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무시당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실 국내에서는 소수자의 권리가 무시되는 사례들이 무척 많다. 예를 들어, 맥이나 리눅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보접근권은 여전히 제약되고 있다. 국내 정책 방향은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보다는 \’너희가 주류를 따라 살든가, 아님 말고\’라고 강요하는 듯하다.) 냅스터 사례에서도, 비록 냅스터가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냅스터 사이트를 폐쇄하라는 명령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냅스터를 통해서(소리바다 역시 마찬가지) 저작권 침해 논란이 없는 음악 파일 역시 공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필자의 마음은 매우 답답하다. 어떤 의미에서 소리바다, 벅스뮤직, MP3폰을 둘러싼 논란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저작권\’과 \’이용자의 문화향유의 권리\’가 계속적으로 충돌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소리바다와 마찬가지로 MP3폰 역시 이용자들에게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이용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에서) 확대시켰다. 사실 기술적으로는 PC에서 휴대폰으로, 휴대폰에서 PC로, 또한 휴대폰 사이에서도 음악파일의 교환이 가능할 것이다. 파일의 호환성과 복제를 맞는 다양한 기술적 제한만 없다면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 다시 기술적 진보를 억제하고, 이용자들의 향유를 제한하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들여야하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며, 그럼으로써 \’창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이다. 이 논리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음악이 \’산업\’으로써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된다는 전제 위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 보호기간이 그토록 길지 않아서 우리가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많아진다면, 혹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우리는 기술적 진보를 문화 향유 기회의 확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소리바다나 MP3폰 논란에서 \’정당한 이용\’이 무시당했던 것도 그 비율이 극소수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향후에 극소수이어야할 근거는 없으며, 오히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문화를 확대해야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방향이다.
지금 필자의 비판은 창작에 고뇌하는 음악 창작자나 음반 제작자들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이용자의 권리를 무시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오히려 정부와 (국내외) 정책 결정자들에게 촉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화 \’산업\’의 활성화에만 투자하거나 \’밥그릇 싸움의 조정\’에 정부의 역할을 한정하지 말고, 문화 생산자의 폭을 확대하기 위한 공적인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공·공유정보(Public Domain)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을. 시민사회 차원에서는 카피레프트와 같은 운동이 소프트웨어 외의 영역에서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보공유 라이선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유정보가 확대된다면, 소리바다나 MP3폰 논란도 좀 더 다른 관점에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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