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발전과 저작권법
김 정 우 (정보공유연대 IPLeft 사무국장)
“지적 생산물은 공유되어야 한다… 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디지털 시대의 기본권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인간과 생명의 존엄성과 기본권이 지적재산권보다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지적 생산물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다양한 가치와 자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한국 최초 카피레프트(Copyleft)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는 IPLeft 선언문(2000. 12. 9)의 주요내용이다. 카피레프트운동의 핵심은, 저작권(copyright)으로 설정된 정보의 독점을 거부하고 정보를 공유하자는 의미이다. 사회의 축적된 지식기반에 의존하지 않고, 타인과의 소통과 공유 없이 생산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지적 창작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정보와 지식은 \’완전한 무\’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축적된 경험과 노력에 의해 체득한 사회의 지적 자산을 바탕으로 생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의 지적자산인 지식과 정보는 소수에게 독점되어서는 안되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열려 있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문화가 발전될 수 있다.
저작권법 목적조항은 이런 창작 메커니즘을 반영하여 창작자 및 그에 인접하는 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문화향상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법을 논할 때, 핵심 쟁점이 되었던 것은 언제나 ‘저작자의 권리’와 그 ‘공정한 이용’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행 저작권법을 비롯한 지적재산권 제도는 창작의 일부분에 기여를 한 특정한 생산자(또는 투자자)에게 생산된 지적 생산물의 모든 권리를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또한 저작권법은 정보와 지식 생산에 있어 역사성과 사회성을 인정하여 생산에 대한 공동체의 기여를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이 권리만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강화됨으로써, 디지털 정보사회에 새로운 문화발전의 가능성들을 제약하고 있다. 최근에 불거진 저작권법 관련 논란들도 이로부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그동안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아무런 문제없이 해 왔었던 스크랩과 펌질 등이 대부분 불법이다. 하지만 펌질과 같은 네티즌들의 소통문화는 인터넷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컨텐츠 생산을 한층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여중생 사망사건과 촛불시위’, ‘탄핵정국과 총선’에서부터 최근의 ‘부실도시락사건’, ‘국회의원들 저작권법 위반사례 고발’ 등에서 이미 우리는 이런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확인했다. 뿐만 아니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그 안에서는 취미나 관심사같은 이들간에 동호회가 수도없이 생겨났다. 이 동호회를 중심으로 많은 정보가 공유된다. 복제와 전송의 사이사이에서 비판, 비평이 끼어들면서 네티즌들의 문화적 성숙성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창작을 위한 마당을 제공한다. 인터넷 안에서 네티즌들이 발표했던 작품이 오히려 오프라인으로 옮겨가 책이나 영화로 만들어져서 히트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남의 것을 보고 읽고 듣지 않고는 창작은 불가능하며, 또한 네티즌들의 손과 발을 묶고서 저작권법이 문화발전을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미디어 학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의 저작권법에 대한 신랄한 비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저작권법은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그것은 구텐베르크의 유물이다. 저작권법은 반동적인 태도이기 때문에 고치기보다는 완전히 폐기해야 마땅하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