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에 대한 단상 (2005.4.1)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에 대한 단상

 

남 희 섭 (정보공유연대 IPLeft 대표)

 

올해 1월 음반제작자와 같은 저작인접권자에게도 전송권을 신설한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던 이용자들의 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P2P 사이트를 통해 음악 파일이나 영상 파일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내가 산 음반에 들어 있던 음악을 MP3로 변환하여 내 개인 홈페이지에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것도 불법이며, 시 동회호 회원이 자기가 산 시집에 있는 시를 회원들과 나누기 위해 동호회 사이트에 올리는 것도 위법행위이고, 새로 지은 박물관이 예뻐 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에도 저작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 새롭게 전송권을 부여받은 음반제작자들이 일반 이용자 180여명을 형사고소하였고, 문화관광부에서도 곧 집중단속을 하겠다고 하자, 포털 사이트와 인터넷 카페 운영자들은 타인의 저작물을 함부로 올리지 말도록 이용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느닷없다고 느낀 네티즌들은 이러한 행위들이 저작권법 개정 전부터 이미 저작권 침해행위였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여기저기서 저작권법에 반대한다는 네티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축구 경기를 하기 전에 애국가를 틀면서도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에게 애국가를 선물하자거나 애국가로 배경음악을 들려주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넷파라치’로 불리는 저작권 침해행위 적발 대행업체가 등장하였고, 서울 시내 모 경찰서에서는 저작권 침해 고발로 업무가 마미될 지경이라는 호소가 신문기사를 장식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저작권 침해 행위는 저작권 인식이 부족한(?) 일부 네티즌들만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저작권의 주무 기관인 문화관광부 장관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자신들의 홈 페이지에 배경 음악이나 언론기사를 무단으로 올려놓아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앞에서 든 사례들은 저작권 제도가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이 있으며, 특히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정보에 묻혀 사는 우리의 일상 대부분이 저작권 제도로 규율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만큼 저작권 제도가 이용자의 행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그러면 저작권 제도는 저작물의 이용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을까? 우리 저작권법 제1조는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함께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으니, 저작물의 이용을 권리의 보호만큼이나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목적 규정과는 달리 지금까지 이루어져 온 저작권법 개정은 저작자의 권리 보호에만 치중하여 왔다. 우리 저작권법은 1957년에 제정되었는데, 1987년 전문개정된 후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부분 개정이 이루어졌다. 특히, 21세기가 되면서 소위 ‘디지털 의제’를 달성한 법개정이 이루어지는데, 2000년에는 저작권자에게 전송권을 신설하고 ‘복제’ 개념에 ‘유형물에 고정하는 것’을 추가하여 디지털 형태의 복제도 포함되도록 명확히 하였고, 2003년에는 창작성 없는 데이터베이스의 보호, 기술적 보호조치, 권리관리정보의 보호, 온라인서비스제공자(ISP)의 책임 문제가 포함되었으며, 2004년에는 저작인접권자에게 전송권을 새로 부여하였고, 지금 국회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비친고죄로 전환하려는 개정안과, 저작물의 사적이용인 경우에도 불법복제물임을 안 경우에는 허용이 되지 않도록 저작물의 사적이용을 제한하는 개정안이 논의 중에 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살펴보면 저작권 제도가 저작물을 둘러싼 창작자와 이용자의 권리 균형을 맞추도록 발전해 왔다기 보다는 정보 재산권을 둘러싼 시장경제 질서법으로 변모했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저작권자의 권리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정보에 접근할 권리나, 문화생활에 참여하고 예술을 감상할 문화적 권리와 저작권이 충돌하거나 저작권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국회의원인 이광철, 윤원호, 정청래 의원이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기대를 하였다. 그 동안 디지털 의제를 반영한다고 하면서 권리 보호와 저작물 이용 사이의 균형이 무너진 것처럼 보였던 저작권 제도에 새로운 균형추가 도입되기를 반신반의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전면 개정안을 보고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전면 개정안의 내용은 이렇다. 우선 전송권의 개념을 더 확대한 공중송신권이란 개념을 도입하면서 ‘공중’의 개념에 ‘특정 다수’가 포함되도록 하고, 이 공중송신권에 포섭되는 작은 권리로 디지털음성송신권을 신설하였다. 그리고, 출판권에 대해 인정되던 배타적 이용권을 모든 형태의 저작물 이용에 다 적용되도록 포괄 조항을 만들고 출판도서에 대해 대여권을 신설하였다. 또한, 친고죄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저작권 침해자에 대해서는 비친고죄로 전환하면서 문화관광부에 상설단속반을 설치하고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기능을 대폭 확대하여 저작물의 이용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한다.

 

이번에 발표된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권리 보호와 저작물 이용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도모와 관련하여 전면 개정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신문 등에 실린 시사적인 기사나 논설을 다른 언론기관이 복제, 배포, 방송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거의 전부인데, 그것도 이용을 금지하는 표시가 있는 경우는 제외되도록 하였다. 현행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의 보호와 이용 사이의 가장 심각한 불균형 문제는 바로 전송권을 둘러싸고 발생된다.

 

원래 저작권은 저작물이 담겨 있는 유형물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권리보호를 해 왔는데, 복제권과 배포권이 그것이다. 복제란 저작물을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 배포란 저작물이 담긴 유형물의 점유를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저작권자는 자신의 저작물이 담긴 유형물이 제작되거나 전송, 유통되는 과정을 통제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유형물의 통제권 이외에도 저작권법에는 방송이나 공연과 같은 무형의 저작물 이용행위도 저작권자의 권리로 설정해 두고 있다. 그러면 전송권은 저작물의 유형적 이용과 무형적 이용의 통제권 중 어디에 해당할까? 전송권에 대한 정의 규정만 놓고 보면 전송권은 저작물의 무형적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라고 이해된다. 저작권법에서 ‘전송’이란 ‘일반공중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수신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물을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방송’과 비교하면 송신 시점과 수신 시점의 차이에 있다. 즉, 방송은 송신과 동시에 수신이 되도록 저작물을 송신하는 것이고, 전송은 송신과는 다른 시간에 수신이 가능하도록 저작물을 송신하는 것이다. 한편, 전송권은 유형물의 통제권 중 하나라고 했던 배포권과도 공통점이 있는데, ‘배포’를 ‘저작물의 원작물 또는 그 복제물을 일반공중에게 대가를 받거나 받지 아니하고 양도 또는 대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규정에 비추어보면, ‘전송’이란 통신망을 통한 디지털 형태의 저작물 배포와 동일한 성격이라 할 수 있다(미국 저작권법은 ‘전송’의 개념을 배포권(distribution right)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요컨대, 우리 저작권법에 신설된 전송권은 저작물의 유형적 이용과 무형적 이용 모두에 걸친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양면적 성격의 권리를 새로 도입하면서 그 권리의 제한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예컨대,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방송이나 공연과 같은 저작물의 무형의 이용에 대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의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어도 이를 할 수 있도록 권리에 제한을 두고 있다. 또한, 배포권에 대해서는 ‘최초판매의 원칙’이 적용되어 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이 배포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이를 계속 배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송권에 대해서는 ‘비영리 방송’이나 ‘최초판매의 원칙’과 같은 권리제한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데, 이처럼 전송권에 대한 권리제한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저작권법이 개정되어 온 것은 전송과 같은 대표적인 디지털 형태의 저작물 이용 행위를 오로지 권리침해 행위로만 파악한 것이고, 저작물의 생산과 유통 및 이용이 순환적 관계로 조화를 이루어야만 문화발전이라는 저작권법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저작권법이 조약을 통해 국제적으로 강제되면서 개별 국가의 법 개정에 한계가 있고 전송권 역시 WIPO 저작권조약 등에 그 범위와 한계가 미리 설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현행 저작권법의 전송권은 조약의 규정을 벗어난 과도한 입법일 뿐만 아니라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까지도 제한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므로, 전면 개정안에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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