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론 문
박 성 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원)
1. 우리 현실 사회에서 지적재산권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공유운동은 상당히 다면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법률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운동을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지적재산권의 본질을 문제 삼는 법정책학적 논의가 있는가 하면, 법개정을 촉구하는 입법론에 관한 주장도 있다. 그런가 하면 법해석론을 쟁점으로 하는 논의도 포함되어 있다. 더구나 하나의 쟁점에는 다양한 논의의 국면이 뒤섞여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이 지적재산권과 정보공유가 논의되는 층위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러한 ‘重層的 論議의 複雜․多樣性’을 개괄적이나마 법적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야말로 양자의 긍정적인 관계 모색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정보라는 관점에서 지적재산권을 파악하면, 특허는 기술정보(technical information), 상표는 상징정보(symbolic information), 저작권은 표현정보(expressive information)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재산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권리의 대상으로 포섭되는 것이고, 따라서 이것이 바로 지적재산권의 보호대상인 無體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의 함의는 원래 다양한 것이기 때문에 ‘法의 對象으로서의 情報’(Information als Gegenstand des Rechts)를 개념적으로 분석․정리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 할 것이다. 더구나 지적재산권의 보호대상인 정보(前者)와 정보공유운동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정보(後者)가 과연 개념적으로 동일한 것일까 하는 점도 의문이다. 전자의 정보 개념은 ‘의미론적 차원’(semantische Ebene)에서의 정보로서 정보에 대해 일정한 의미를 부여한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따라서 정보가 지닌 특정한 내용(Inhalt)이 중요하므로 그 내용을 解讀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이에 반하여 후자의 정보 개념은 ‘화용론적 차원’(pragmatische Ebene)에 중점을 둔 것으로서 정보와 인간행위의 상호관련성에 유의한다. 달리 말해 정보제공자가 그 행위에 의해 추구하는 목적이나 혹은 정보수신자가 정보를 통해 충족시키는 목적 등이 관심사가 된다. 요컨대, 전자가 ‘정보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치우친 것이라면 후자는 ‘정보의 선택 또는 결정’이라는 관점에 입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 그러면 정보의 함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보공유’에서 말하는 ‘공유’란 법률적으로 도대체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지적재산에 대한 共同所有權(co-ownership)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면 지적재산의 公共財的 性格에 주목하여 이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해당 정보에 대해서 갖게 되는 情報共有(information sharing)를 말하는 것인가?
정보공유운동을 전개함에 있어서 ‘정보공유’라는 용어를 ‘IPLeft’(Intellectual Property Left)란 영문으로 표기하는 것에 비추어 보면, 양자 모두의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지적재산권과 정보공유운동의 유용한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의미 이외에도 지적재산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의 公有(public domain)도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요컨대, 정보공유운동이란 일종의 시민운동으로서 형성․전개되어온 것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공유’에는 ① 共同소유권, ② 정보共有, ③ 公有(public domain)를 각각 지향하거나 확보․유지한다는 의미가 모두 포함된 넓은 개념의 ‘共有/公有(Commons)’로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된다. 또한 이러한 공유에는 공동소유권을 지향하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방식에서 보듯이 정보공유를 달성하기 위한 방편일 따름이라고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公有(public domain)란 “저작권이나 특허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 출판, 발명 및 방법의 영역”으로서 “공유 상태에 놓인 지적재산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침해책임을 지지 않고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공유란 어떤 형태의 지적재산권에 의해서도 발명, 창작물, 상업심벌이나 그 밖의 창작품이 보호되지 않는 상태에 있는 것으로서, 공유란 지적재산권이 제한․배제되는 원칙을 말한다.” 요컨대, 公有란 지적재산권이 제한․배제되어 일반 公衆의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저작권이나 특허권과 같은 지적재산권에는 권리보호요건, 보호기간의 한정 등과 같은 내재적 한계가 설정되어 있는데, 가령 저작권에 있어 그 보호기간의 한정, 창작성 요건,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 등은 公有의 영역을 유지․확보하는 데에 기여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창작성 없는 데이터베이스의 법적보호 문제라든가 정보를 디지털화한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법적보호 등은 만인의 公有財産(public domain)에 속하던 정보를 특정인의 사적 독점의 영역에 놓이도록 특권이나 이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비즈니스 방법(business method)의 특허보호 문제도 특허보호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사례의 하나로서 公有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새로운 지적재산의 인정으로 말미암아 공유재산에 대한 公衆의 개별적이고 집단적인 권리(individual and collective rights)는 퇴색되고 밀려나게 된다. 이와 같이 “어느 일방에의 권리부여는 다른 일방의 권리를 제약하게 되는데, 지적재산권과 경쟁분야에서 어느 한 그룹의 필요에 응하여 보호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은 (…) 이들 법의 기능을 왜곡하는 것이 된다.”
3. 한편, 자유 소프트웨어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저작권이 소멸되거나 포기되어 公有(public domain) 상태에 놓인 것이 아니므로, 흔히 퍼블릭 도메인 소프트웨어(PDS)라 불리는, 즉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권을 신중하게 포기한 프로그램”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GPL 모델에 따르는 자유 소프트웨어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퍼블릭 도메인 소프트웨어는 이를 개작한 사람이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적 재산과 같이 취급하여 제3자에게 다시 라이센스 할 수도 있고 원버전을 삭제할 수도 있다. 또한 저작자 이름을 지우고 자신의 작업 결과물인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GPL 모델에 따른 자유 소프트웨어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개발․개량에는 다수의 프로그래머들이 관여하고 있으므로 어느 시점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하여 공동저작권이 성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겠지만, 저작권을 통하여 저작권을 구속함으로써 결국 GPL 모델의 관여자들로 하여금 컴퓨터의 운영체계라고 하는 公共財(public goods)에 대하여 지식의 공유, 정보의 공유를 달성하게 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오픈소스 방식의 소프트웨어와 대척점에 선 것이 컴퓨터오퍼레이팅 시스템의 기술정보를 비공개하는 마이크로소프트社의 윈도우 프로그램이다. 마이크로소프트社에 있어서 구체적인 위협은 리눅스를 비롯한 공개소프트웨어의 보급이지만, 잠재적인 그리고 근본적인 위협은 이러한 개별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기술정보의 공개라는 그 개발수법이다. 요컨대, 공개소프트웨어는 자본주의적 경제활동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 ‘생산물’의 공유를 달성해 가는 방식에 그 장점이 있다.첨부 파일http://www.ipleft.or.kr/bbs/data/ipleft_5/8/토론문(박성호)_정보공유운동모델및각모델에적합한오픈억세스라이선스개발토론회.pdf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