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에서의 새로운 라이선스

새로운 환경에서의 새로운 라이선스

김 보 영 (사이버문화연구소 연구원)

앞선 발표에서도 언급된 바 있듯이 정보, 혹은 지식의 의미는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대단히 큰 변화를 겪게 된다. 혹은 근대화를 이끌어낸 원동력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당시에 인쇄술이 정보의 가치를 다른 형태로 만들어낸 것은 매우 선명한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에 현재의 지식정보의 위상 변화는 흐릿하게만 나타날 뿐이다. 지식정보의 경제적 가치가 증대된다거나, 그에 따라 공공성보다는 개별적인 독점 이익의 보호에 더 중점을 두게 되었다거나 하는 데 있어서 그 모습을 명확하게 단선적으로 그리기는 매우 어려운 듯하다. 그러나 그런 흐릿하고 복합적인 배경 중에서 몇 가지 단편적인 최근의 변화된 환경을 새로운 라이선스를 개발하는 데에 연관되어 있음을 언급하고자 한다.

1.
첫 번째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형성된 혼성 컨텐츠의 보편화이다. 디지털기술의 확산과 정보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정보의 복제가 쉬워졌다는 것이지만, 그와 함께 정보의 생산자가 다양해졌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생산하는 정보가 또한 여러 모습을 띠고, 여러 형태가 혼합된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이퍼링크 자체가 그러한 혼합을 태생적으로 구현하고 있으며, 이는 문화적 현상으로서 이미 젊은 세대의 많은 수는 오히려 텍스트와 영상을 구분하는 데 익숙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컨텐츠라는 실물뿐 아니라 ‘링크’ 자체가 유의미한 것이 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이라는 점 또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어디까지가 한 페이지 혹은 한 사이트인가를 기계적으로 재단할 수 있을까?

2.
또 한 가지 좀더 협소한 범위에서 새로운 환경을 이야기하자면,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라고들 일컬었던 여러 정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최근 이공계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니, 한편으로는 순수과학, 혹은 실용학문에까지도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라이선스의 개발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결국,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공익의 달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 모두에서 텍스트에 따라 적절한 지점들을 찾아간다는 것은 학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거나, 학술 컨텐츠가 내용은 아니더라도 형식상으로라도 쉽게 접근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지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3.
새로운 라이선스 모델이 개발되고 있는 것을 환영하는 것은 매우 구체적으로 정보트러스트운동에 참여하면서 겪은 난점들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한 난점들 속에서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할 또 한 가지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바로, 새로운 라이선스에 대한 대중화 운동이다. 보통 사람들이 하루종일 자신과 관련된 무수한 법의 존재를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듯이, 라이선스와 관련된 문제도 법적인 문제로 이어져 시시비비를 가리게 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법적으로 정교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한 편에서 노력해야 하는 일이라면, 다른 한 편에서는 라이선스라는 것이 갖고 있는 의미와 그 때에 각 컨텐츠에 적절한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데 대해 불편하지만 관심을 갖게 될 만한 요인이 있는 것으로 느끼는 과정을 거쳐 결국은 모두가 편안하게 그것을 자신이 크게 느끼지 않으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의 정책이 변화함에 있어서도 그러한 불편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당연할진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대안을 새로 제시하는 데 있어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4.
끝으로 (가칭)정보트러스트운동의 취지에 대해 부연하자면, 위에서 제안한 것과 같이,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것과 함께, 공공적 의미가 있는, 그러나 소멸된(될) 정보를 보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정보트러스트 운동 웹사이트에 게시한 구체적인 일차적 목표는 1) 인터넷 역사의 정리, 2) 사이버공간에서 사라져가는 정보의 복원, 3) 가치있는 지식과 정보의 보전운동이며, 이를 위해 현재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다음캠페인과 함께 “인터넷 역사찾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을 진행하면서 드러났던 문제점이 저작권과 관련된 쟁점을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게 된 것이며, 이러한 경로는 바로, 정보트러스트 운동의 캠페인이 갖게 될 경로이기도 하다. 즉, 인터넷의 숨은 역사를 함께 찾아내 보았던 1차 캠페인의 경험은 인터넷 유저 스스로에게 사라진 정보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게 했을 수 있으며, 인터넷 정보의 보존이라는 것이 갖는 난점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대안 찾기로 이어지게 되리라는 것이 본 운동의 예상되는 경로이자, 추구하고자 하는 바다.첨부 파일http://www.ipleft.or.kr/bbs/data/ipleft_5/4/새로운환경에서의새로운라이선스.pdf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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