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반도체 배치설계법과 향후 발전방향 / 남희섭

현행 반도체 배치설계법과 향후 발전방향

남 희 섭 (정보공유연대 IPLeft 대표)

Ⅰ. 서 론

반도체 배치설계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독자적인 법제도가 추진된 것은 1980년대의 일인데, 이것은 당시의 지적재산권 제도가 반도체 배치설계를 적절하게 보호하기 어렵다는 이해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서, 반도체 칩에 대해서는 특허권을 취득할 수 있지만, 그러한 반도체 칩을 제조하는 데에 필요한 배치설계 그 자체는 특허법의 발명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반도체 배치설계는 문화 예술적 창작이라기 보다는 기능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저작권에 의한 보호도 미흡하다.  이와 더불어 당시 반도체 칩 자체를 권리자의 허락없이 도용하는 사례가 많았고, 도용된 칩과 가격경쟁력을 위해 반도체 칩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협한다는 현실적인 인식이 반도체 집적회로 배치설계 보호를 위한 독자적인 법제도 탄생의 기초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일본, 국내에서 반도체 배치설계를 보호하는 입법이 있은 후 십수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이런 종류의 개별 입법이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그간의 기술진보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던 반도체 산업 특히, 회로 배치설계 분야에서 새롭게 논의되는 보호의 필요성을 현행 배치회로 설계법이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현행 배치회로 설계법의 개정론이나 독자 입법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게 되었다.

본 글에서는 현행 반도체 배치설계법의 내용을 살펴본 후, 시스템 LSI 또는 시스템온칩(SoC; System on Chip)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롭게 보호 필요성이 주장되고 있는 소위, ‘소프트 IP’ (Intellectual Property, 설계자산) 또는 ‘상위배치설계’를 중심으로 반도체 설계자산의 법적 보호 방안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기술의 발전에 적합한 반도체 배치설계 보호제도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본다.

Ⅱ. 반도체 배치설계의 보호 현황

1. 반도체 배치설계의 정의와 그 범위

가. 현행 법률과 제외국 법률 및 국제조약상의 정의

현행 ‘반도체 집적회로의 배치설계에 관한 법률’(이하, ’반도체 배치설계법‘ 또는 ’배치설계법‘이라 함)에 따르면, ’배치설계‘란 “반도체 집적회로를 제조하기 위하여 각종 회로소자 및 그들을 연결하는 도선을 평면적 또는 입체적으로 배치한 설계를 말한다”(법 제2조 제2호).  여기서 ’반도체 집적회로‘란 ’반도체 재료 또는 절연 재료의 표면이나 반도체 재료의 내부에 한개 이상의 능동소자를 포함한 회로소자들과 그들을 연결하는 도선이 분리될 수 없는 상태로 동시에 형성되어 전자회로의 기능을 가지도록 제조된 중간 및 최종단계의 제품‘을 말한다(법 제2조 제1호).  요컨대, 현행 반도체 배치설계법에서 말하는 배치설계는 ’반도체 집적회로‘라는 칩을 제조하기 위한 ’회로소자의 배치‘일 것을 일차적인 요소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 회로소자를 연결하기 위한 도선(배선)이 이차적인 요소로 결합된 전체적인 배치의 ’설계‘를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편, 일본의 ‘반도체 집적회로의 회로배치에 관한 법률’에서는 ‘반도체 집적회로’란 반도체 재료 또는 절연 재료의 표면 또는 반도체 재료의 내부에 트랜지스터 기타 회로를 생성함과 동시에 불가분의 상태로 한 제품으로 전자회로의 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한 것‘으로 정의하고(법 제2조 제1호), 우리 법과 달리 ’회로배치‘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것을 ’반도체 집적회로에서 회로 및 이들을 접속하는 도선의 배치‘라고 정의한다(법 제2조 제2호).  이러한 일본 법의 정의는 우리 법과 비교할 때, 그 보호 대상에 약간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즉, 일본 법은 ’회로 및 도선의 배치‘를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우리 법은 ’회로소자 및 도선을 배치한 설계‘를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본 법에서 말하는 ’배치(layout)\’가 이것을 구현한 마스크와 데이터까지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불만이 있으나, 데이터까지 보호한다기 보다는 반도체 집적회로 소자에 고정된 제품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는 점은 인정된다.  이에 비해 우리 법은 ‘배치의 설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일본 법에 비하여 ‘제품 고정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배치의 설계’가 어떠한 형태로 표현되어 있든지(예컨대, 설계 데이터) 모두 보호의 대상으로 한다는 명문의 표현이 없어서 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미국법(SPCA)이나 EU 지침 및 TRIPS 규정과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즉, 일본의 ’반도체 집적회로의 회로배치에 관한 법률‘에 대해 “이것이 반도체 집적회로의 디자인인 ’마스크 워크(mask work)를 보호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반도체 칩 보호법이나 토포그래피(topography)를 보호 대상으로 하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집적회로보호조약이나 유럽연합의 지침 및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과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우리 법의 보호대상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집적회로에 관한 지적재산권 조약(Treaty on Intellectual Property in Respect of Integrated Circuits, 일명 ’워싱턴 조약‘, 이하 ’IPIC‘라 함)’ 제2(ii)조는 배치설계(layout-design (topography))를 “표현의 여하를 불문하고 집적회로 소자(적어도 하나의 능동소자를 포함한다) 및 결선의 일부 또는 전부의 3차원 형태의 배치 또는 제작이 의도되어 있는 집적회로를 위한 그 3차원상의 배치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고, 미국의 반도체 칩 보호법 제901(a)(2)조는 ‘마스크 워크’란 “일련의 관련하는 상(series of related images)으로서 어떻게 고정되고 또는 코드화(encoded)되어 있는가를 묻지 않고, (A) 반도체 칩 제품의 적층으로서 존재하고 또는 당해 적층으로부터 제거된 금속성, 절연성 또는 반도체성의 재료로 이루어진 미리 정해진 3차원 패턴을 가지거나 나타내고 있고, (B) 이러한 일련의 상이 각각의 상에 대해 당해 반도체 칩 제품의 어떤 하나의 형태의 표면 패턴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한편, 유럽연합 지침 제1(b)조는 “반도체 제품이 구성되어 있는 3차원 패턴층을 나타내고 있는 고정되어 있거나 코드화된 일련의 관련하는 상이며 이들 각 상은 당해 반도체 제품의 임의의 제조 단계에서 당해 반도체 제품의 표면 또는 표면의 일부를 가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상의 점을 종합해 볼 때, 우리 반도체 배치설계법에서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는 배치설계는 일본 법에 비해서는 제품 고정성이 완화되지만, 미국, 유럽, TRIPS 규정에 비해서는 제품 고정성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우리 법은 미국 법과 달리 ‘배치설계의 제조와 관련된 아이디어, 절차, 방법, 시스템 작동 방법, 개념, 원리 또는 발견’은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미국 법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해석된다.

나. 배치설계와 설계자산

최근 배치설계라는 용어 보다는 ‘반도체 IP(Intellectual Property)’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IP의 일반적인 번역은 ‘지적재산’이지만, 반도체 산업계에서는 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한다.  산업계에서 왜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재산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반도체 IP 공급자들은 이것이 반도체 설계물이면서도 현행 법에 의한 보호가 미흡하며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이 복제가 쉽다는 점을 감안하여 사용자와 판매 계약을 할 때 강력한 보호 조항을 두고 있다.  반도체 IP는 반도체 제품의 설계 기술에 의해 생긴 것이고 이것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기왕의 지적재산권 제도의 대상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재산’이라는 용어 대신에 ‘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반도체 설계자산’이라고 번역하는 것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반도체 IP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찾기는 어려우며, “지금까지 설계된 자산으로 앞으로 재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그 표현 형식에 따라 소프트 IP(하드웨어 기술 언어(HDL; Hardware Description Language)로 기술된 것), 논리 회로 데이터로 작성된 것(Firm IP), 레이아웃 데이터로 기술된 것(Hard IP) 중 어느 하나”로 정의하기도 하는데(일본전기기계공업회; EIJA), 이것은 반도체 IP가 반도체 산업계에 큰 영향을 주게 된 특성 즉, 재이용성을 강조한 것인데, 이러한 재이용성을 배제하여 반도체 IP를 정의한다면 ‘반도체 장치 내에 구현되기 위해 미리 정의된 기능 블록’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반도체 설계자산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1) 하드(hard) 설계자산, (2) 소프트(soft) 설계자산 및 (3) 하드 설계자산과 소프트 설계자산의 중간 형태인 펌(firm) 설계자산이 그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반도체 IP가 반도체 설계의 성과물이라고 할 때 그 설계과정의 단계에서 생기는 결과물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IP가 적용된다고 하는 시스템 LSI 또는 시스템 온 칩(SoC; System on Chip)의 개발은 (1) 실현하고자 하는 기능을 구체화하는 시스템 설계 공정, (2) LSI에 필요로 하는 기능으로부터 레이아웃(layout)이라는 2차원의 칩 표면에 새기는 방법을 얻기 위한 LSI 설계 공정, (3) 트랜지스터의 형상과 그 사이의 배선을 미세 가공기술로 칩에 새기는 LSI 제조 공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가운데 (2) LSI 설계 공정의 성과물인 기능블럭의 설계자산이 유통의 대상으로 되어 그 법적 보호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 LSI 설계 공정은 (a) LSI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능을 시스템의 요구 사양에 의한 제한(소비전력 등)이나 실장을 위한 제한(미세가공기술, 개발기간 등)을 고려하면서 최종 LSI 하드웨어 구성요소와 그 하드웨어 기술언어(HDL)로 기술된 동작 사양을 구체화 또는 상세화하는 ‘기능 설계’, (b) 하드웨어 기술언어(HDL)로 작성된 LSI의 동작 사양이 시스템 요구 사양에서 지정된 기능을 충족하고 있는가에 대해 시뮬레이션 CAD를 사용하여 시험하고 확인하는 ‘논리 설계’, (c) 실제의 LSI 칩 상에 트랜지스터를 어떻게 배치하고 배선하여 논리회로를 구현할 것인가를 레이아웃 CAD를 사용하여 자동으로 2차원 도형으로 출력하는 ‘레이아웃 설계’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능 설계의 성과물은 소프트 설계자산에 해당하고, 논리 설계의 성과물은 펌 설계자산, 레이아웃 설계의 성과물은 하드 설계자산에 해당한다.

하드 설계자산은 LSI 제조 공정이 완전히 정해져 있고 배치․배선이 끝난 설계 데이터로서 재이용 가능한 형태의 설계자산이며, 표준셀은 물론 게이트 어레이도 포함할 수 있다.  즉, 게이트 어레이라면 배선층의 마스크 패턴, 표준셀이나 완전주문형이면 전체 층의 마스크 패턴을 포함한 설계 데이터로 도면 검증까지 실시한 것을 하드 설계자산이라고 한다.  하드 설계자산의 이점은 도면 검증을 포함하여 블록 레벨에서의 모든 설계가 종료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하드 설계자산은 타 공정으로의 전환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식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반도체 제조업체는 이러한 형태의 설계 정보를 대단히 많이 가지고 있어서 입수하기는 쉽다.  하드 설계자산은 제조하면 동작할 것이 거의 확실하므로 매우 비싸다.  그러나 사용자는 칩 제조시 특정 반도체 공정에 예속되는 단점이 있다.  하드 설계자산은 현행 반도체 배치설계법에서 말하는 배치설계에 가장 가깝지만 엄격한 개념에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히라시마 류우라이, ‘시스템 LSI의 보호 법제’, 信山社 (1998년) 49-50면에 따르면, 반도체 집적회로 배치보호법에서의 회로배치란 이미 논리 설계나 레이아웃 설계가 완료된 집적회로에서 회로구성만을 보호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므로, 레이아웃 설계의 성과물이 문언상 해석으로는 회로배치에 해당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레이아웃 설계의 성과물이 독자적으로 창작된 것인 한 당해 설계자산에 대응하는 회로배치의 등록에 의해 회로배치 이용권이 발생하는 것이며, 반도체 집적회로 배치보호법이 레이아웃 설계의 성과물에 대응하는 회로배치의 보호를 제공하는 것에 관하여는 의문이 없다고는 하지만, 설계자산은 어디까지나 데이터라는 점에서 설계자산 그 자체가 회로배치 이용권의 객체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반도체 집적회로 보호에 관한 조사 연구, 앞의 글 제3장 개정론, 26-27면에서 재인용, 이 조사 연구에서도 “시스템 LSI의 설계자산 그 자체는 데이터인 것이기 때문에 반도체 집적회로보호법에 의한 보호는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고 하여 결론을 같이 하고 있다.)

소프트 설계자산은 일반적으로 하드웨어 기술언어(HDL)로 쓰여진 논리 합성 가능한 설계 자산을 의미한다.  하드웨어 기술 언어는 VHDL과 Verilog 등이 이용되며, 합성 가능한 RTL(Register Transfer Level)에서 기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프트 설계자산은 아직 테크놀로지 매핑(Technology Mapping)이 되어 있지 않으며,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테크놀로지는 사용자 쪽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설계의 수정이나 개량, 기능 변경도 용이하다.  설계자산을 재이용의 관점에서 보면 펌 설계자산이나 하드 설계자산보다 유연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가격 측면에서도 다른 설계자산보다 유리하다는 것이 소프트 설계자산이 주목받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소프트 설계자산은 3가지 설계자산 중에서 유연성이 가장 좋고 필요에 따라 첨삭이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플로어 플랜(Floor plan), 구현, 레이아웃 등에 관련된 정보가 없어 면적 및 성능 예측이 잘 안되는 단점이 있다.  소프트 설계자산은 기능 테스트와 합성 가능성 테스트만 행한 상태이므로 실제 논리 합성 이후의 작업 공정은 모두 사용자 측의 역할과 책임이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소프트 설계자산 자체의 기능이 검증되어 있어도 다른 회로와 조합하면 동작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펌 설계자산은 소프트 설계자산과 하드 설계자산의 중간에 위치하는 설계자산으로서 약간의 플로플래닝 정보를 가진 게이트레벨의 네트리스트(Netlist)이다.  일반적인 라이브러리를 사용한 네트리스트이므로 게이트 수나 성능 예측에 어느 정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공정에 대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참고로 할 뿐이다.  만약 실제 공정에 대응한다면 소프트 설계자산의 이점인 공정의 이식성이라는 이점이 소멸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ASIC 벤더간의 공정기술 차이가 별로 없어서 어느 한 회사의 라이브러리로 펌 설계자산을 만들어 두면 타 회사의 테크놀로지에 간단한 변환으로 이식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반도체 설계자산을 그 의미와 유연성, 신뢰성, 가격을 중심으로 비교하면 아래의 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구분
의미
유연성
(customize)
신뢰성
(안정성)
가격
Soft IP
하드웨어 기술 언어(HDL)로 쓰여진 논리 합성 가능한 설계 자산, HDL은 VHDL과 Verilog-HDL 등이 이용되며, 합성 가능한 RTL(Register Transfer Level)이라는 하드웨어 기술 레벨이 일반적임.
설계의 수정이나 개량, 기능 변경이 쉽기 때문에, 유연성이 매우 높음
면적이나 성능 예측이 되지 않으므로, 안정성은 낮음
낮음
Firm IP
약간의 Floorplanning 정보를 가진 게이트 레벨의 netlist; RTL 기술을 기반으로 어느 정도 범위의 제조 공정 한정
중간
중간
보통
Hard IP
공정이 완전히 결정되어 있고, 레이아웃 제조까지 완료된 블록
어려움
높음
높음

2. 현행 반도체집적회로배치설계법에 의한 반도체 배치 설계의 보호와 외국의 입법례 및 조약 규정과의 차이점

우리나라는 1986년 7월 한미간의 합의각서에서 반도체 칩 보호제도의 도입에 관한 연구를 하기로 합의한 이래 미국은 조기 입법화와 보호수준의 제고를 집요하게 요청하였고, 우리나라도 마침내 1992. 12. 8. ‘반도체 집적회로의 배치설계에 관한 법률’ (법률 제4526호)을 제정하였다.  우리법도 제외국의 법률과 마찬가지로 특허법적 보호방법도, 저작권법적 방법도 아닌 제3의 보호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즉 (i) 배치설계권은 등록을 하여야만 권리가 발생하며, (ii) 기본적으로 창작성만을 요구하고 특허법과 같은 신규성이나 진보성을 요구하지 아니하며, (iii) 동일 유사한 배치설계라 하더라도 모방한 것이 아니면 권리의 병존을 인정하며, (iv) 보호기간이 단기간이며, (v)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을 정면으로 인정한다.

가. 배치설계권의 발생

배치설계권은 ‘배치설계의 창작’이라는 사실 행위에 더하여 이를 설정 등록하여야 그 권리가 발생한다.  여기서 ‘창작’이란 배치 설계 제작자의 지적노력의 결과로 통상적이 아닌 특성이 나타나 있어서 기존의 제작물과 구별될 수 있는 배치 설계를 제작하였음을 말하고, 통상적인 요소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창작으로 본다.  한편, 창작성이 배치설계권의 권리발생 요건이기는 하지만, 배치설계의 등록은 실체심사를 거치지 않는 무심사이기 때문에, 등록 과정에서 창작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배치설계권의 설정등록 후 권리 침해 단계에서 복제 여부 또는 창작성 여부를 논하게 되는데 이 경우 배치 설계는 1창작 1배치설계가 원칙이지만, 특허와는 달리 배치설계권자가 아닌 자가 제작한 창작성이 있는 배치설계가 배치설계권자의 배치설계와 동일한 경우에는 배치설계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배치설계권을 설정등록하기 위해서는 배치설계 창작자 또는 그 승계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그 배치설계를 최초로 이용한 날(최초 상업적 이용일)로부터 2년 이내에 설정등록을 신청하여야 한다.  여기서, 최초 상업적 이용일 이후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은 창작자와 이용자 사이의 이익 균형을 도모함으로써 배치설계의 등록제도를 원활히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고 한다.  즉, 창작자는 자신이 창작한 배치설계에 대하여 일정 기간 영리를 목적으로 이용하여 그 기술성, 시장성, 상품성 등의 경제적 효과를 확인하고, 경제성이 높은 배치설계만을 설정등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한편 이용자 특히 권리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자에게는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배치설계 중 상업적 이용 후 일정 기간 내에 설정등록되지 않은 것에 대하여는 공적자산으로서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게 되어 상거래의 안정이 확보되고 반도체 집적회로의 이용이 촉진되어 기술개발 및 산업발전이 가능하게 되므로 이를 위하여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이라고 한다.

한편, 배치설계권의 설정등록을 권리발생 요건으로 정한 것은 저작권법이나 프로그램보호법과 차이가 있는데, 이에 대해 설정등록을 추정효 또는 제3자 대항력 부여 요건으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권리부여 요건의 변화가 권리의 내용이나 그 제한을 정하는 데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 배치설계권의 내용

배치설계권은 설정등록된 배치설계를 영리를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법 제8조).  여기서 ‘이용’이란 (i) 배치설계를 복제하는 행위, (ii) 배치설계에 의하여 반도체 집적회로를 제조하는 행위, (iii) 배치설계․그 배치설계에 의하여 제조된 반도체 집적회로 또는 그 반도체 집적회로를 사용하여 제조된 물품(반도체 집적회로 등)을 양도․대여하거나 양도․대여하기 위하여 전시 또는 수입하는 행위를 말한다(법 제2조 제4호).  요컨대, 배치설계권은 배치설계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복제권만 인정하고, 집적회로에 대해서는 제조권, 집적회로 등에 대해서는 양도나 대여 등의 유통 행위에 대해서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를 세분하여 살펴본다.

(1) 배치설계의 복제권

배치설계권이 배치설계를 복제할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데, 배치설계의 복제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해석의 여지가 많다.  예컨대, 배치설계를 완전히 동일하게 복제한 경우에만 복제에 해당하는지, 어느 정도 유사한 배치설계에 대해서도 복제라고 볼 것인지, 복제의 정도에 대해서도 설정등록된 배치설계 전체를 복제하여야 복제라고 할 수 있는지, 창작성이 있는 부분이 포함된 일부분만 복제한 경우에도 복제에 해당하는지, 배치설계를 표현한 도면을 복제하는 것도 권리의 침해가 되는지, 배치설계를 마스크로 제작하는 행위와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행위(예컨대, 컴퓨터로 배치설계를 작성하는 행위)도 복제라고 볼 수 있는지 등 많은 의문점이 있다.

배치설계의 복제권은 일본을 제외한 TRIPS 협정과 미국, 유럽 등에서도 인정하고 있는데, 일본이 배치설계의 복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배치설계 그 자체만 모방하여 복제하는 것은 침해 행위로서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2) 집적회로 및 이를 사용하여 제조된 물품의 유통 행위

배치설계권은 특허권과 달리 배치설계 그 자체를 사용하는 행위와 보호되는 배치설계로 제조된 집적회로나 물품의 사용 행위에 대해서는 권리가 미치지 아니하고, 집적회로에 대해서는 이를 제조하거나 유통하는 행위에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집적회로를 사용하여 제조한 물품에 대해서는 이것의 유통행위에만 권리가 미친다.  그 이유로는 ① 반도체 집적회로는 단독으로 사용되는 일이 없고, 장치에 조합되어 그 일부분으로 사용되는 것이며, 통상은 그 장치 등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점, ② 반도체 집적회로의 사용에 관하여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는 상관행은 없고, 예외없이 ‘팔아 버리는’ 방식에 의해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③ 사용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용행위를 권리화하면 사용자에게는 언제 금지청구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어 거래의 안전은 해친다는 점, ④ 권리자에게는 최종 사용자에게까지 권리가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보호가 도모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든다.  요컨대, 현행 반도체 배치설계법은 반도체 집적회로를 제조하여 양도하지 않으면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

한편, 집적회로를 이용하여 제조한 물품의 유통행위를 보호할 것인지는 TRIPS 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는데, 미국과 일본은 집적회로가 조립된 제품의 유통을 금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개도국(특히, 한국)은 제품 전체에 대한 권리행사를 인정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대하였다.  결국 미국과 일본의 입장이 반영되어 TRIPS 제36조에는 물품의 유통행위에까지 권리가 미치도록 하면서, 단서를 두어 ‘위법으로 복제된 회로배치가 실제로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 한정되도록 하였다.

다. 배치설계권의 제한

(1) 권리존속기간

배치설계권은 설정등록일로부터 10년 동안 존속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그 배치설계의 최초 상업적 이용일로부터 10년 또는 그 배치설계의 창작일로부터 15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법 제7조), 그 취지는 창작된 배치설계의 신속한 권리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2) 배치설계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반도체 배치설계법 제9조(배치설계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제1항에 따르면, 배치설계권은 ① 교육․연구․분석 또는 평가 등의 목적이나, 개인이 비영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배치설계의 복제 또는 그 복제의 대행, ② 제1호의 규정에 의한 연구․분석 또는 평가 등의 결과(리버스엔지니어링)에 의하여 제작된 것으로서 창작성이 있는 배치설계, ③ 배치설계권자가 아닌 자가 제작한 것으로서 창작성이 있는 동일한 배치설계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또한, ④ 적법하게 제조된 반도체 집적회로 등을 인도받은 자가 그 반도체 집적회로 등을 영리를 목적으로 양도․대여하거나 양도․대여를 위해 전시 또는 수입하는 경우(법 제9조 제2항), ⑤ 타인의 등록된 배치설계를 불법으로 복제하여 제조된 반도체 집적회로 등을 선의이며 과실없이 인도받은 자가 그 반도체 집적회로 등에 대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양도․대여하거나 양도․대여를 위하여 전시 또는 수입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법 제9조 제3항).

배치설계법 제9조 제1항 제1호는 비영리적 목적의 복제를 배치설계권에서 제외한 것인데, 이것은 업으로서의 실시가 아닌 개인적인 실시를 허용하는 것이나(특허법 제94조), 연구․시험을 위한 특허발명의 실시를 인정하고 있는 것(특허법 제96조 제1항 제1호)과 동일한 취지라 볼 수 있으며, 저작권법과 프로그램보호법에서 학교교육 목적의 저작물 이용(저작권법 제23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저작권법 제26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저작권법 제27조) 등을 인정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배치설계법 제9조 제1항 제2호는 소위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산업계에서 정당한 관행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 법이 그대로 승인한 것으로서, 리버스 엔지니어링의 결과로 만들어진 창작성 있는 배치설계를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종래 리버스 엔지니어링 문제는 1) 해석이나 평가를 위한 전제로서 분해하는 행위 자체가 침해행위로 되는지 여부, 2) 해석이나 평가행위가 위법으로 되는지 여부, 3) 더 나아가서 그 결과 얻어진 정보를 기초로 하여 자사제품을 개발하는 행위가 허용되는가 하는 세 가지 문제로 대별할 수 있다.  일본 반도체칩법 제12조 2항은 위 2)단계까지를 허용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에 대하여 미국 반도체칩법 제906조(a)(2)는 명백히 3)단계까지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배치설계법 제9조 제1항 제3호에서 독자적으로 창작된 배치설계에 대해서는 권리가 미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권리발생요건으로 등록을 요구하면서 독자적인 창작을 비침해로 허용하는 것은 특허법의 절대적 독점권과 달리 저작권법의 상대적 독점권을 채택한 것이어서 산업재산권과 그 성격에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배치설계법은 선의의 양수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제9조 제2항은 소위 권리소진의 원칙을 명문으로 확인한 것으로 미국 SCPA의 최초판매의 항변(first sale defense)과 유사한 것이다.  제9조 제2항의 권리소진의 원칙은 권리자가 적법하게 배포한 물건에만 적용되는 것임에 비해, 제9조 제3항은 침해품을 선의․무과실로 양수한 자에 대한 보호 규정이다.  집적회로의 유통에 관여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그 집적회로의 배치설계가 위법하게 복제된 것인지 아는 것은 통상 곤란하기 때문에, 이러한 자의 주관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 등의 행위를 위법한 것으로 하여 금지하거나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이러한 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줄 수 있어서 부당한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객관적으로는 침해행위이지만 위법성이 조각되는 사유를 정하게 되었는데, TRIPS 협정 논의과정에서도 이 부분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특별한 대립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법 제9조 제3항에 의해 보호되는 선의의 양수인이라 하더라도 반도체 집적회로 등이 배치설계를 불법으로 복제하여 제조된 것이라는 사실을 안 후에 영리를 목적으로 그 반도체 집적회로 등을 이용하거나 이를 위하여 반도체 집적회로 등을 보유하고 있거나 운송 중에 있는 경우에는 통상의 이용료에 상당하는 금액의 지급을 배치설계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법 제38조 제1항).  이것은 배치설계권자와 선의의 양수인 사이의 이익 균형을 위한 것인데, IPIC 조약의 교섭과정에서 이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미국과 일본이 강하게 주장하였으나 개도국의 반대로 IPIC 조약에 포함되지 않았고, 이것은 미국과 일본이 IPIC 조약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TRIPS 협상 과정에서 이 내용을 포함시키느냐를 두고 미국, 일본과 개도국 사이에 대립이 있었는데, 개도국의 반대 논거는 다음과 같다.  “반도체 제조 산업은 극히 고도의 기술과 풍부한 자금력을 요하는 산업이어서, 대부분의 개도국은 그러한 능력이 없고 타인의 권리대상인 배치설계를 복제한 반도체 집적회로를 제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배치설계를 둘러싼 분쟁은 선진국의 반도체 제조업자들의 분쟁이 될 것이므로, 유통업자나 판매업자에게도 책임을 지우는 것은 개도국의 업자도 분쟁의 당사자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어서 부당하며, 소비자 보호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3) 강제실시권(통상이용권 설정의 재정)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과 달리 배치설계에 대한 강제실시 규정을 두고 있다.  TRIPS 협정 제37조 제2항은 배치설계의 강제실시에 대해서는 특허발명의 강제실시를 정하고 있는 TRIPS 협정 제31(a)~(k)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고, 우리 법도 이와 동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즉, 배치설계법 제13조에 따르면, 설정등록된 배치설계가 정당한 사유없이 2년 이상 국내에서 이용되고 있지 아니하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2년 이상 국내에서 상당한 영업적 규모로 이용되지 아니하고 적당한 정도와 조건으로 국내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모산 경우에는 그 배치설계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는 배치설계권자에게 통상이용권 설정에 관한 협의를 청구할 수 있고, 협의를 청구한 자가 통상의 상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당 기간 내에 협의를 할 수 없거나 협의결과 통상이용권의 설정에 관한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나 국가비상사태 기타 위급한 상황에서 그 배치설계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는 특허청장에게 통상이용권의 설정에 관한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  특허청장은 통상이용권 설정의 재정신청에 대하여 재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즉, 그 배치설계의 이용이 비상업적인 공공목적의 달성을 위한 국내수요의 충족을 위해 필요한 경우와 자유경쟁의 확보 및 배치설계권자의 권리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배치설계심의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재정신청인에게 통상이용권의 설정을 재정(강제실시권의 부여)할 수 있다.

라. 권리침해에 대한 구제

(1) 민사적 구제

배치설계권자 또는 전용이용권자는 그의 배치설계권 또는 전용이용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서 그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으며,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집적회로 등의 회수폐기 및 기타 침해행위에 사용되는 제조장치 등의 폐기 등, 침해의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함께 청구할 수 있다(제35조).  또한, 배치설계권자 또는 전용이용권자는 고의 또는 과실로 그 권리를 침해한 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36조).  다만 침해자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발생한 전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은 가혹하므로 법원은 배상액을 정할 때 그 금액을 경감할 수 있다.  또한 당해 배치설계를 불법으로 복제하여 제조된 반도체칩을 사용하여 물품을 제조한 자에 대하여는 그 반도체칩을 사용하여 물품을 제조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얻은 이득액을 초과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손해액 산정에 대해서는 특별규정을 두고 있는데, (i)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인하여 얻은 이득액을 권리자가 입은 손해액이라고 추정하고, (ii) 권리자는 배치설계의 이용에 대해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사용료 상당)을 손해액으로 하여 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2) 형사처벌

권리를 침해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41조 1항).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본죄를 범한 경우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도 동일하게 처벌한다(제49조).  본죄는 친고죄이다(제45조 2항).  그밖에 허위표시죄(제46조), 사위행위죄(제47조), 공무원 등의 비밀누설죄(제48조?제44조) 등은 특허법 등 산업재산권법이나 저작권법과 같은 취지의 벌칙규정이다.

Ⅲ. 반도체 배치설계법의 발전방향

1. 새로운 보호 필요성의 근거

반도체 설계자산은 기존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것이지만, 과거에는 이것이 유통되지 않았다가 최근에 와서야 유통의 필요성, 거래의 필요성이 증가함으로써 법적 보호의 논의가 생긴다는 점에서, 유통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소프트 설계자산을 중심으로 법적 보호 방안을 논의한다.  법적 보호의 필요성 측면에서 반도체 설계자산을 논의할 필요성은 반도체 설계자산이 독립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과, 설계기술 자체의 발전 및 경제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설계자산의 생산자와 이를 이용하는 자들을 중심으로 산업계 현장에서 느끼는 필요성에 대한 수요 조사가 필요하다. 이러한 작업은 현행 배치설계법 제도의 비판을 통한 경험으로부터 그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으며, 앞으로 논의될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정립하는 데에도 기초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 독립 거래의 대상

반도체 설계자산이라는 자원은 과거에는 집적회로 내부에 파묻혀 있었지만, 설계의 양적 한계 상황이라는 기술적인 문제로부터 생긴 유통의 필요성에 의해 독립적인 거래의 대상으로 되었다. 예를 들어서, 1G급 메모리를 탑재할 수 있는 시스템 LSI의 개발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업체에서 모두 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설계 정보인 SIP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시스템 LSI의 개발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으로 되면서, 서로 다른 제조 업체 사이에 SIP를 거래하고 유통할 필요성이 증가하게 되었다.

나. EDA 기술의 발전

최근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 기술은, CPU의 처리 능력 향상, 자동 처리 알고리즘의 발달에 의해, 복잡하고 거대한 설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데이터 호환을 위한 표준화 작업 등의 환경 정비도 이와 병행하여 진행되고 있어서, SIP를 이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다. 경제적 배경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요구(needs)가 고도화되어, 짧은 시간에 고기능의 제품을 제공해야 하는 시장적시성(time-to-market)의 중요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 구조는 제조 공정을 일관하여 처리하는 수직 통합형 산업 구조로부터 각 공정을 전문가가 분업화하는 수평 분업화 산업 구조로 변혁되어 간다. 이에 따라, 특정 부문에 특화된, 예를 들면, 반도체 설계자산의 설계에 특화된 전문 기업의 등장이 가능하게 되었다.

라. 기술 동향에 대한 파악

SoC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미리 개발한 반도체 설계자산을 활발하게 유통시켜 디자인에 반영하고 반도체 일관생산라인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라이브러리 구축이 필요하다. SoC는 CPU, DRAM, SRAM, DSP, 아날로그 부품 등 전체 부품을 하나의 칩 위에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 과정이 복잡하고 제품 수명과 시장 진입 시간을 점점 더 단축되어 적기공급을 만족시키는 제품의 개발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서로 다른 설계자에 의해 설계되고 검증된 여러 기능 블록과 안정성이 보장된 라이브러리의 확보는 SoC의 개발에 필수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IP 개발 및 유통을 촉진하기 위한 표준화 작업과 유통모델 구축 등의 활동이 활발하다. 특히, IP 재사용과 내장형(imbeded) 소프트웨어 기술, IP 성능검증환경 구축은 기본 요소이며, IP 조합에 의해 SoC의 설계가 가능하도록 플러그 앤드 플레이 방식과 온칩 버스를 근간으로 설계 플랫폼을 개발하고 인터페이스 및 테스트 방식을 정형화시켜야 한다. 또 IP를 채택, SoC의 성능을 원격으로 검사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환경도 SoC  설계 인프라의 중요한 조건이다.

스코틀랜드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가상 컴포넌트 거래소(VCX)는 97년에 설립된 이후 SoC에 필수적인 IP를 표준화해 IP를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일종의 증권거래소와 같은 공개시장의 역할을 하며,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IP의 거래를 저렴하고 간단하며 빠르게 해야 하는 업계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현재 50여개 회원사에 300개 이상의 내장형 소프트웨어 IP 블록이 상장되어 있다. 최근 VCX는 유통을 활성화시키고 특허분쟁에 대비해 제3자 반도체 설계자산 사용시의 법적 위험을 크게 덜어주는 보험상품도 선보였다.  국내에는 특허청이 지원하는 반도체 설계자산 연구센터 (SIPAC; www.sipac.org)와 전자부품연구원이 운영하는 IPCoS가 있다.

2. 현행 지적재산권 제도에 의한 반도체 설계자산의 보호

가. 특허법에 의한 설계자산의 보호

반도체 설계자산 중 기능설계에 의한 성과물은 집적회로 상의 추상적인 기능블록간의 신호에 관한 논리처리 관계를 수학적으로 규정한, 실질적으로는 알고리즘에 가까운 것이며 그 형식도 HDL이라는 소프트웨어의 고급언어에 유사한 언어적 표현을 취하고 있는 등의 이유로 특허법에서 말하는 발명 즉,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고도한 것”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논리설계의 경우에는 논리합성 CAD를 사용하여 HDL로부터 자동적으로 논리설계가 이루어지는가 아닌가가 특허법에 의한 보호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한다.  즉, 논리합성 CAD에 의하여 논리설계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그 논리설계 자체는 창작성을 결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성과물은 특허법에서 말하는 ‘발명’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지만, 논리합성 CAD를 사용한 자동 생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논리설계에 창작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특허법상 발명에 해당할 수 있다.  레이아웃 설계의 경우에도 논리설계와 마찬가지로 이것이 컴퓨터를 사용한 정보처리기술에 의해 자동으로 생성되는가에 따라 특허대상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논리설계나 레이아웃 설계가 발명으로서의 성립성을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그 성과물이 종래 기술의 조합에 불과한 경우에는 신규성이나 진보성 요건에 문제가 되어 특허를 받지 못할 것인데, 이것은 일반적인 발명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특허법이 특정한 논리설계 및 레이아웃 설계로 구성된 반도체 설계자산과 같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기술정보보다는 그 상위개념인 특정 기술사상에 근거하는 집적회로 또는 개별 회로소자나 그것들의 동작방법이라고 하는 하드웨어에 관한 기술사상을 보호 대상으로 해왔다는 점과, 반도체 배치설계법을 제정한 배경에도 하드 IP를 반도체 칩에 구현하는 배치설계가 특허법에서 말하는 ‘발명’에는 해당할 여지가 있으나, 신규성 및 진보성이라는 특허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판단도 고려되었다는 점 등을 생각할 때, 현행 특허법에 의한 반도체 설계자산의 보호는 상당한 제한이 있을 것이다. 

한편,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회로 구성에 대해 특허를 받은 경우,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된 설계자산은 특허법에 의한 간접적인 보호를 받을 가능성은 있다.  예컨대, 특허로 보호받는 회로를 생산하는 행위의 일부로서의 “HDL 기술의 작성”인 경우에는 특허권의 간접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반도체 설계자산 그 자체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 저작권법에 의한 설계자산의 보호

저작권법에 의한 반도체 설계자산의 보호를 따지기 위해서는 우선 설계자산의 저작물성을 검토하여야 한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은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하며, 여기서 창작물이란 저작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최소 한도의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문학․학술 또는 예술에 관한 사상․감정을 말․문자․음․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하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이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창작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저작권법에서 정하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반도체 설계자산은 타이밍 설계된 블록도를 바탕으로 회로의 동작을 HDL로 기술하는 과정(RTL 기술)을 따르지만, 엔지니어에 따라 동일한 사양 설계로부터 서로 다른 HDL 표현이 생긴다는 점에서 창작성의 요건은 충분히 만족될 것이다.  또한, 반도체 설계자산에서 사양(specification)에 적합하도록 특정한 논리 설계를 HDL을 이용하는 과정은 논리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것이므로, HDL에 의한 설계 자산은 “학술 저작물”로서 저작물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반도체 설계자산을 저작권법 제4조 제1호의 “어문저작물”, 저작권법 4조 8호의 “설계도”에 포함시켜 보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작권법에 의한 반도체 설계자산의 보호에는 이차저작물의 문제(예컨대, 복제와 이차저작물의 경계 문제, 이차저작물과 독립 저작물의 판단 문제), 보호 기간(저자 사후 50년)의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한편, 200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저작권법(법률 제6881호)에는 창작성을 묻지 아니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보호 대상으로 편입하였는데, 반도체 설계자산이 개정 저작권법의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 검토한다.  개정 저작권법은 데이터베이스를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그 소재를 개별적으로 접근 또는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정의하는 한편, 개정 저작권법 제73조의 3에서는 ① 데이터베이스의 제작․갱신 등 또는 운영에 이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 ② 무선 또는 유선통신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제작되거나 갱신 등이 되는 데이터베이스에 대하여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자산은 설계도 또는 회로 구성을 HDL 또는 네트 리스트와 같은 특정 문자로 표현한 것이고, 개발하고자 하는 하드웨어나 구조를 텍스트 파일로 그 성과물이 표현된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 설계자산은 \’소재를 개별적으로 접근 또는 검색할 수 있도록‘ 소재를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여러 종류의 반도체 설계자산을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개별 설계자산을 쉽게 검색하고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면, 여기에 상당한 투자를 한 자는 개정 저작권법에 의한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를 누릴 수 있지만 이러한 보호는 개별 설계자산 그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설계자산의 보호와는 거리가 있다.

다. 영업비밀보호법에 의한 설계자산의 보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보호하는 영업 비밀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 방법, 판매 방법 기타 영업 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영업상의 정보’를 말한다.  즉,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유용성과 비밀관리성, 비밀유지성이 요구되는데, 반도체 배치설계가 유용성을 가진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  한편, 반도체 설계자산이 유통되고 있다 하더라도 설계자산 전체에 대한 접근은 각 개발자에 의해 관리될 것이고, 다른 관리자에게 내용을 개시할 때 영업 비밀이란 점을 인식시키게 될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비밀 관리성은 만족될 것이며, 공급자가 반도체 설계자산 사용자에게 비밀 유지 의무를 지움으로써 비밀 유지성 요건은 충족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라.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보호법에 의한 설계자산의 보호

2002년 1월 14일 법률 제6603호로 제정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하, ‘온디콘법’이라 함)은 소위 디지털화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에게 일정한 기간 타인의 부정경쟁으로부터 보호한다.  여기서, 디지털 콘텐츠란 ‘정보통신망에서 사용되는 부호․문자․음성․음향․이미지 또는 영상 등으로 표현된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존 및 이용에 있어서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전자적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된 것’을 말한다.  보호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은 ‘정보통신망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디지털 형태의 원정보를 가공하거나 디지털 형태 외의 원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 또는 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요컨대, 온디콘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는 원래 아날로그 형태로 되어 있던 정보를 디지털 콘텐츠로 변환하였거나 디지털 형태의 정보를 다른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로 가공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서, 이조실록을 스캐닝하여 디지털 콘텐츠로 변환하거나, PC로 작성된 소설을 전자책에서 읽을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한 경우 그 제작자는 온디콘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반도체 설계자산이 온디콘법에서 말하는 디지털 콘텐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  설계자산은 HDL이나 네트 리스트로 표현된 디지털 데이터이기 때문에 이것은 ‘문자로 표현된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존 및 이용에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전자적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서 온디콘법에서 말하는 디지털 콘텐츠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설계자산은 디지털 형태 이외의 형태의 원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고, 정보통신망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디지털 형태의 원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가공한 것이라고 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어서, 설계자산의 작성이 온디콘법에서 말하는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다만, 기능설계나, 논리설계, 레이아웃 설계의 각 단계에서는 설계자산의 작성에 사용되는 원정보가 디지털 형태의 정보가 사용될 수 있고, 이에 대한 가공 작업이 온디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반도체 설계자산의 온디콘법에 의한 보호 여부는 설계자산의 작성단계에 따른 세부적인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마. 정리

이상에서 살펴본 현행 지적재산권 제도에 의한 반도체 설계자산의 보호 가능성은 다음의 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구분
보호 객체
요 건
설계자산의 보호 가능성
특허법
발명
성립성, 산업상 이용가능성, 신규성, 진보성
보호 대상이 되지 않음. 간접적인 보호 가능성은 있음.
저작권법
저작물
창작성
보호 가능성 있음. 데이터베이스에는 해당하지 않음.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
창작성
보호되지 않음.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및 그 제작
상당한 노력
제작자의 표시
보호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설계 단계에 따라서는 가능성 있음.
부정경쟁
방지법
영업비밀
비밀관리성, 비공지성, 유용성
보호 가능성 있음.

2. 법개정론

현행 배치설계 보호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반도체 설계자산이 기존의 지적재산권법 체제에서 적절히 보호될 수 없다는 인식에 기초하여 새로운 보호법제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그 방안으로는 반도체 배치설계법을 전면개정하여 하드 설계자산과 소프트, 펌 설계자산을 모두 동 법의 보호대상으로 하고 반도체 설계자산관련 발명에 관한 심사기준을 제정하는 방안(제1안), 현행 반도체 배치설계법을 존치시키면서 소프트 설계자산과 펌 설계자산에 대한 보호를 위하여 ‘반도체 설계자산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하는 방안(제2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개정론은, 제2안의 경우 하드 설계자산과 소프트 설계자산이 별개의 법에 의하여 보호되므로, 설계자산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인 법적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하면서, 하드 설계자산․소프트 설계자산 및 펌 설계자산 모두에 대하여 일률적인 법적 보호가 가능하고 반도체설계자산법 만이 아니라 특허법에 의한 보호도 고려한 제1안을 선호하고 있다.  제1안에 따를 경우, 소프트 설계자산 뿐만 아니라 앞으로 기술의 진보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는 설계정보에 대해서도 이것을 보호 범위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한 ‘설계자산의 보호 범위’, 설정등록을 권리발생요건으로 할 것인지를 포함하는 ‘권리발생요건 및 절차’, ‘설계자산의 재이용 및 유통거래 촉진을 위한 방안(예컨대, 대가징수권만 인정)’, 기존 지적재산권법제와의 조화 및 국제적 조화 문제를 유의할 사항으로 꼽고 있다.

3. 제도 개선을 위한 방향

가. 보호 법익의 확정

반도체 설계자산의 보호를 입법론적 차원에서 검토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현행 배치설계법의 개정법률의 형태이든 별개의 독립 입법의 형태이든, 이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무엇이지 분명히 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보호법익의 확정은 보호 필요성의 결론으로부터 유도되는 것이며, 보호 대상의 특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저작권 제도의 틀로 보호하는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일견하여 어문 저작물(textual work)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가치는 그것의 텍스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하는 행동(behavior)에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저작권법상의 원칙인 ’아이디어-표현 이분법’과 프로그램의 진정한 보호법익 사이의 조정을 위한 다양한 이론들이 전개되어야만 한다. 즉, 컴퓨터 프로그램을 저작권의 틀로 보호하는 경우에는 아이디어-표현 이분법 원칙을 준수할 수 밖에 없는데,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또는 프로그램의 어떤 부분이 보호받을 수 없는 아이디어에 해당하느냐 하는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기 힘든 매우 어려운 사안이 존재하기 때문에 복잡한 해석론을 통해서도 프로그램의 본질적인 보호가 어려운 것이다.

소프트 IP에 대한 법률적 보호를 논의할 때에도 이러한 보호법익을 확정하는 작업을 매우 신중하게 진행하여 할 것이며, 이것은 소프트 설계자산과 펌, 하드 설계자산에 대한 개별적인 고찰을 필요로 한다.

나. 입법을 위한 합헌성의 원칙

법률안의 입안을 위해서는 준수해야 하는 몇가지 원칙들이 있는데, 합헌성의 원칙, 실효성의 원칙, 단계정당성의 원칙, 체계성의 원칙, 명확성이 원칙이 그것이다.  ‘합헌성의 원칙’이란 한 국가의 법체계 내에서 법률은 최고법인 헌법의 하위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그 내용이 헌법에 위배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합헌성의 원칙은 법률안 입안의 내용과 관련하여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 할 것인데, 반도체 설계자산이 지적재산의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적재산권의 헌법적 보장을 천명하고 있는 헌법 제22조2항의 규정에 대한 합치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권리로 인해 제3자의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면 ‘법익의 균형성’ 차원에서 권리의 부여로 인한 사회경제적 유용성과 국민적․사회적 손실을 비교․형량하여 양자간에 합리적인 균형관계를 고려하여야 한다.

지적재산권도 재산권의 일종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재산권 보장규정인 헌법 제23조에 의해 보장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헌법은 이와 별도로 헌법 제22조 2항에서 “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이것은 지적재산권의 헌법적 보장을 규정한 것으로서 일반재산권의 헌법적 보장을 규정한 제23조와는 별도의 규정이다. 그런데, 헌법 제22조 2항이 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를 법률로써 보호하는 이유는 이들이 창작적 행위를 하였기 때문이다. 즉, 공공재로서 비배타적․비경쟁적 속성을 갖는 정보를 사적 독점할 수 있는 권리 부여의 정당화 근거는 바로 ‘창작성’이란 요건이다. 따라서, 소프트 IP를 법률로 보호하면서 소유권에 준하는 물권적 권리를 창설하기 위해서는 보호 대상이 ‘창작성‘ 요건에 해당하여야 한다. 창작성이 없는 소프트 IP를 권리로서 보호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다만, 저작권법에 저작인접권 개념을 도입하여 저작권의 권리, 감독 아래 놓이게끔 하는 것이나 권리부여 방식이 아닌 ’법적 지위’로 개념화하여 불법행위 규제방식으로 보호를 꾀하는 것은 합헌성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도출할 수 있는 입법적 해결방안의 하나가 될 수는 있겠다.

다. 법익의 균형성

법익의 균형성을 위한 고려는 예컨대, 창작을 전제로 한 지적재산권의 보장도 그 내재적 한계가 존재하며 그것은 창작물의 보호와 그에 대한 이용 사이에 균형과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균형과 조정의 문제는 창작물을 이용하는 자와 권리자 사이의 균형 문제와 후개발자와 선개발자 사이의 균형 문제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균형과 조정 작업은 반도체 설계자산 특히, 소프트 설계자산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의 일면을 ‘유통의 필요성’과 ‘독립 거래의 대상화’로부터 찾는다면, 그것은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1) 권리자와 이용자 사이의 균형 문제

권리자와 이용자들 사이의 균형과 조정 작업에는 국제연합을 무대로 한 국제인권규범에 대한 논의 특히, ‘세계인권선언’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내용과 연혁적 고찰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1999년 7월 1일 “세계과학회의”에서 채택된 ‘과학과 과학지식의 이용에 관한 선언’ 37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과학이 수행하는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적 전력과 제도, 재정시스템 등이 새로 마련되거나 수정되어야 한다. … 특히, 다음 사항이 포함될 것을 주문한다.  주요한 공공․민간 부문의 행위자들과 함께 과학에 관한 장기적인 국가정책 개발, 과학교육과 과학연구에 대한 지원, 국가혁신체제의 일부인 연구개발기관과 대학․산업체 간의 협력의 발전, 위험성 평가․관리와 취약부분 감소 및 안전․보건 등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의 창성과 운영, 그리고 투자․연구․혁신에 대해 주어지는 인센티브 조치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38조: “지적재산권은 전지구적 기초 위에서 적절하게 보호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데이터와 정보에 대한 접근은 과학적 작업을 수행하거나 과학연구의 결과가 사회에 실제적인 혜택을 주도록 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상호 보완적인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과학지식의 확산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 지식의 공평한 생산과 배분, 이용과 관련하여 지적재산권의 범위와 정도, 응용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과 ‘과학의제: 행동강령‘ 65조는 “모든 국가는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 하며 데이터와 정보에 대한 접근이 과학이 진보에 필수적인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국제적 차원의 적절한 법적 틀구조를 발전시킴에 있어서, 세계지적재산권기구는 관련 국제조직들과 협력하여 지식독점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하며, WTO는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의 내용을 새로이 협상하는 기간 동안 과학자공동체의 완전한 참여 아래 개발도상국의 과학발전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도구들을 이 협정 속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규정도 법익의 균형성에 참고가 될 수 있다.

세계인권선언 27조1항은 “모든 사람은 공동체의 문화생활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예술을 감상하며, 과학의 진보와 그 혜택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는 “모든 사람은 자신이 창조한 모든 과학적․문학적․예술적 창작물에서 생기는 정신적․물질적 이익을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A규약(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5조1항에서는 “(b) 과학의 진보 및 응용으로부터 이익을 향유할 권리, (c) 자기가 저작한 모든 과학적․문학적 또는 예술적 창작품으로부터 생기는 정신적․물질적 이익의 보호로부터 이익을 받을 권리”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처럼 세계인권선언과 A 규약은 모두 창작자 개인의 정신적․물질적 권리를 인정함과 동시에,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와 과학의 진보로부터 혜택을 볼 권리도 함께 인정하고 있다.  요컨대, 국제인권법은 인권으로서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면서 이것이 공중의 이익과 균형을 맞추어야 함을 내재적 한계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적재산권을 중심으로 한 권리자와 이용자 사이의 균형 문제를 좀 더 실천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세계인권선언이나 A 규약에 지적재산권 조항이 들어가게 된 경위를 연혁적으로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의의를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

2001년 12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대한 UN 위원회에서는 지적재산권과 인권 논의를 통해 성명서를 채택하였는데, 이 성명서는 “지적재산권법의 시행과 해석에 국제인권 규범이 융화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지식에 대한 사적 이익과 공공이익의 보호 사이의 균형 문제에 대해서는 “창작과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는 노력에는 사적 이익이 과도하게 충족되도록 해서는 아니되며, 새로운 지식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을 향유할 공중의 이익에 대해 충분한 고려를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한편, 이 성명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주요 이행의무로, 체약국이 A 규약에 규정된 의무 특히, 건강과 식량, 교육과 관련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더 어렵도록 만드는 어떠한 지적재산권 제도도 법적으로 구속되는 체약국의 이행의무에 위반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대한 UN 위원회의 위 성명서에는 지적재산권을 보편적 인권과는 다르게 보는 시각이 발견되는데, 인권과 지적재산권의 차이점에 대하여, ‘인권은 개인 또는 개인으로 구성된 공동체에 속하는 기본적으로 양도될 수 없으며 보편적으로 부여됨에 비해, 지적재산권은 발명이나 창작을 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이로부터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제도적 권리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적재산권이 전통적으로는 개인으로서의 저자 또는 창작자를 보호하였으나, 기업의 이해와 투자를 보호하는 쪽에 점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A 규약 15조에서 규정하는 저자의 물질적․정신적 보호의 범위는 현행 개별 국가법이나 국제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적재산권과 반드시 일치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나아가, 2001년 인권고등판무관실(High Commissioner)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권 차원의 접근에는 2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권고하는데, “첫째 A 규약 15조에서 말하는 공익과 사익의 균형은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주목적을 두어야 하고, 둘째 저작권이나 특허권 또는 상표권과 같은 지적재산권과 문화적 권리로서의 인권 간의 본질적인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첫번째 권고는, 지적재산권도 인권이라고 볼 때, 인권은 인권을 보호하는 데에 목적으로 두어야 한다고 말한 셈이다. 이것은 지적재산권과 보편적 인권의 본질적인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두 번째 권고로부터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바, 지적재산권은 특권으로서의 성격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즉, 인권고등판무관실의 권고에 기초가 된 세계인권선언과 A 규약의 협상과정자료를 검토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인권선언과 A 규약을 논의할 당시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 협상참여자(drafter)들은 거의 관심이 없었으며 기껏해야 지적재산권에 대한 사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창작과 발명에 접근할 공중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에 더 많은 주안점을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협상참여자들 대부분은 저자의 정신적․물질적 이익 즉, 저작권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특허권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더 적었다.  또한, 협상참여자들의 압도적인 다수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로부터 공중이 얻게 되는 이익을 저작권이나 특허권이 국제적 차원에서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하리라고는 인식하지 못했고 지적재산권의 주요 역할이 무역이나 개발, 식품 또는 건강 분야로 이동할 것임을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이와 더불어, A 규약 15조에서 말하는 지적재산권은 개인으로서의 저자에 대한 권리만 염두에 두었고, 기업이 소유하는 특허권이나 업무상 창작한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국제인권법의 지적재산권 조항의 연혁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i) 지적재산권은 보편적 인권과는 달리 특권적 성격이 강하다.  (ii) 지적재산권은 다른 권리 즉, 문화 생활에 참여할 권리와 과학적 진보로부터 혜택을 향유할 권리와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iii) 지적재산권 제도에서 저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식에는 인권의 고려가 조건으로 부여된다.

(2) 권리자들(선개발자와 후개발자) 사이의 균형과 조정 문제

반도체 설계자산의 경우 그 성과물이 디지털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복제가 쉬울 뿐만 아니라 이것을 수정하기도 쉬우며 수정된 데이터가 어떤 데이터에 근거한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반도체 설계자산의 최초 개발자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처럼 최초 개발자에 대한 강력한 법적 보호는 최초 개발자에 대한 강한 개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후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기술혁신의 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법적 보호에는 선개발자와 후개발자의 이익 균형과 조정의 문제를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개발자들 사이의 이익 균형의 문제에는, 상호보완성이 높은 기술이나 순차적인(sequential) 과정을 통해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특허권과 같은 강력한 독점을 통한 최초 개발자를 보호하는 것이 전체 기술개발에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James Bessen & Robert M. Hunt, An Empirical Look at Software Patents, July 2003」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특허가 반드시 R&D를 줄인다고는 할 수 없으나, 소프트웨어 특허가 R&D 투자를 증가시킨다고도 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특허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적 차원에서 확보되고 있고, 이것은 R&D에 부정적이라고 한다.  또한,「田中 悟․岡村 誠․新海哲哉, ‘技術知識の補完性とプロパテント政策の効果’ 後藤 晃․長岡貞男 편, ‘知的財産權制度とイノベーシヨン’ 동경대학출판회 (2003년) 228-248면」에서는 정보통신기술 분야로 대표되는 IT 산업에 대해서는 기술지식 사이의 보완성이 누적적일 뿐만 아니라 시스템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보고, 프로패턴트 정책은 상품화 단계에서 기술의 보완성이 있는 산업에 대해서도 기업의 연구개발투자를 증가시키는 경향을 가지고, 기술의 보완성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에는 프로패턴트 정책이 기업의 연구개발 인센티브에 미치는 효과가 적어질 가능성을 있으므로 기술의 보완성의 정도가 충분히 높은 상황에서는 프로패턴트 정책은 그 다지 큰 효과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한편, 기술 사이의 보완성이 높은 경우 선행 기술의 특허권자가 후개발자에게 라이센스를 주는 경우에는 기술혁신에 긍정적이지만, 기술발전의 예측이 곤란할 경우에는 특허권의 라이센싱이 일어나지 않아 특허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더 크다고 보는 견해에 대해서는 Jared Earl Grusd, Internet Business Methods: What Role Does and Should Patent Law Play?, Virginia Journal of Law and Technology, Fall 1999; Mariko Sakakibara and Lee Branstetter, Do Stronger Patents Induce More Innovation? Evidence from the 1988 Japanese Patent Law Reforms, Rand Journal of Economics 32 (2001); Robert P. Merges and Richard R. Nelson, On the Complex Economics of Patent Scope, Columbia Law Review 90 (1990) 등 참조할 수 있겠다.

라. 권리 부여 방식과 행위 규제 방식의 비교

(1) 절대적 독점권과 모방금지권

특허법이나 저작권법은 권리자에게 소유권에 준하는 물권을 부여하는 권리 부여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특허권은 독자적인 제3자의 창작에 대해서도 권리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적 독점권에 가깝고, 엄격한 의미에서는 저작권과 달리 모방금지권과 구별된다.  반도체 설계자산에 대해서는 유통의 필요성, 독자적인 거래 대상으로서의 성격 등으로 인해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논의된다는 점에서, 특허권과 같은 절대적 독점권의 방식은 모방금지권에 비해 타당성이 더 낮다고 할 수 있다.

반도체 설계자산을 특허법이나 저작권법과 같은 물권방식에 의해서 보호하는 경우에는 물권에 준하는 재산권을 설정함으로써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 그러한 방식의 보호에 의해서 얻게되는 권리자의 이익의 총계 또는 사회적 이익보다 더 크다는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물권적 재산권을 설정하는 데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으로는 (1) 재산권 설정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가치와 범위를 측정하는 비용, (2) 재산권의 침해여부를 감시하는 비용, 그리고 (3)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 재산권의 강제비용으로 구성된다.  이상의 비용들이 재산권 설정으로 인한 사회적 이익보다 적을 것이라고 입법정책자들이 판단한 경우에만 창작적인 반도체 설계자산에 대해서 배타적 권리 또는 물권적 재산권이 설정될 수 있다.

(2) 행위 규제 방식

물권부여 방식에 의한 반도체 설계자산의 보호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반해서, 위법한 행위를 규정하는 불법행위 방식은 그러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하면서 반도체 설계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특히 불법행위 방식은 배타적 권리의 목적물을 규정할 필요 없이 반도체 기술과 산업의 발전단계에 따라서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행위의 유형을 융통성 있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좀 더 효율적인 보호방식에 해당된다고 보인다.  즉, 보호대상인 반도체 설계자산의 개념 정의를 조금은 추상적 용어로 일단 그 보호범위를 규정하게 되면, 사안별로 그 적용 범위를 해석하면서 반도체 산업과 기술에 가장 적합한 범위의 보호를 가능하게 해줄 수 있다.  그러므로, 반도체 설계자산의 정의와 범위를 어느 정도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내려줘야 할 물권 방식 보다는 불법행위 방식이 변화되는 기술 환경에 더 적합한 방식이라 할 것이다.  또한, 반도체 설계자산은 종류가 다양하고 이를 배타적 권리로 보호하는 경우에 그러한 보호가 산업과 일반공중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충분한 연구가 없고 검증이 안된 현 상황 속에서, 불법행위 방식에 의한 반도체 설계자산의 보호가 더 바람직하다.첨부 파일http://www.ipleft.or.kr/bbs/data/ipleft_5/9/현행_반도체_배치설계법과_향후_발전방향___남희섭.pdf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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