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과 지적재산권 강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양희진

자유무역협정과 지적재산권 강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양 희 진 (정보공유연대 IPLeft 운영위원)

1. 서론

지적재산권이란 인간의 지적·정신적 활동에 의한 창작물과 영업상의 표지 등 정보재에 대해 인위적 독점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전통적으로 지적재산권은 문화예술분야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이나 산업분야의 특허권, 상표권, 실용신안권, 의장권을 이르는 말이었지만, 지적재산권의 세계화 과정을 통해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어 지리적 표지, 영업상 비밀, 데이터베이스, 미공개 임상실험데이타, 인터넷 도메인네임 등에 대한 권리를 포괄하는 뜻으로 통용된다.
지적재산권 규범의 세계화 과정은 3단계로 거칠게 구분할 수 있다. 제1단계는 파리협약이나 베른협약 등 국제조약이 성립한 후 1백년 정도의 기간이다. 제2단계는 다자간 조약인 트립스협정(TRIPs: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이 성립한 1995년 전후의 기간이며, 제3 단계는 트립스 이후 지역 또는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에 의하여 트립스협정 이상으로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단계이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제2단계부터이다. 제2단계부터는 지적재산권 질서가 무역규범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제1단계와는 질적으로 구별되기 때문이다. 또한 제3단계는 미국 자본의 패권 확장이라는 점에서 제2단계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협상테이블만을 달리한다.
지적재산권 제도의 세계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정부는 80년대 중반이후부터 미국이나 유럽, 일본으로부터의 외교적 압력에 굴복하여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지적재산권법을 개정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스로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선진국에도 없는 법을 제·개정하거나 불법복제 근절을 주장하면서 강력한 법 집행에 나서겠다고 한다.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것이 콘텐츠산업 발전 등 국가경쟁력의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중진영은 어떤 입장을 갖고 대응할 것인가? 지적재산권의 국제적 규율은 각 국의 법제도나 정책적 수단 선택의 자율성, 나아가 지식·문화의 생산·소비 과정이나 민중의 기본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리를 침해당하는 주체가 국민 전체라는 점 때문에 명확한 주체가 존재하는 농업 이슈 등에 비해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국제 협정에 대해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오병일 (2004)
이 글에서는 지적재산권의 세계화 과정과 자유무역협정에서의 지적재산권 관련 쟁점을 살펴보고 민중진영이 자유무역협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2. 지적재산권 규범의 세계화 과정

1) 국제조약의 탄생과 국제기구의 출범: 제1단계 세계화과정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제적인 지적재산권제도의 기원은 1883년 공업소유권보호에 관한 파리협약과 1886년 저작권보호에 관한 베른협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협약이 18세기 이후 유럽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의 변화를 반영하여 지적재산권에서 국제적 협력시대를 열었다.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유럽대륙에서의 민주주의 발전과 산업발전의 결과 국제적 교류가 증대하고, 이에 따라 표절과 모방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각국에서 저작권법이나 특허법이 제정되어 있었지만 효력범위가 자국민이나 자국거주자에게만 미치고 외국인 또는 적어도 타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는 미치지 않았다. 또한 값싼 해적판(?)들이 저작권법 등이 있는 국가 내에도 역수입되면서 지적재산권에 관한 조약체결의 동기가 되었다. 송영식, 이상정(2003).

유럽에서는 파리협약이나 베른협약의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에 특허에 대한 격렬한 반대 S. F. Musungu and G. Dutfield, 2003.
가 있었지만 특허옹호운동의 확산과 유럽에서 자유거래움직임의 약화, 1870년대 초반의 심각한 경기침체, 미국의 자국민 보호압력, 독일과 오스트리아 특허변호사들의 로비와 같은 여러 요인들이 결합되면서 특허반대운동은 사라지게 된다. 이로 인해 파리협약의 협상은 탄력을 받고 실제로 채택되기에 이른다.
베른협약과 파리협약의 채택은 국제적인 사무국의 설립에 의하여 수행되었다. 두 사무국은 1893년에 통합되어 세계지적재산권기구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 전신인 BIRPI(Bureaux Internationaux reunis pour la protection de la propriete intellectuelle)을 출범시켰다. WIPO는 1967년 스톡홀름 회의에서 WIPO설립조약이 체결된 후 1970년 이 조약의 발효와 함께 제네바에 설립되었다. 이후 WIPO는 1974년 UN의 전문기관이 되었다.

2) WIPO 체제에서 GATT체제로의 변화: 제2단계 세계화 과정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는 컴퓨터, 전자, 화학, 제약 및 과학적 설비 등 과학기술 집약적인 산업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구축해 갔다. 미국 기업들은 그들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새로운 시장을 찾았다. 해외에 생산공장을 세우고 특히 유럽으로 확장해 가기 시작했다. The Corner House Ed(2004).
그러나 이른바 한국 등 아시아타이거가 고성장하면서 미국 기업들 듀폰(DuPont), 다우(Dow), 몬산토(Monsanto), 유니온카바이드(Union Carbide)가 주로 장악하고 있던 화학시장이 흔들리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제약업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카피약을 생산하는 개도국 기업들과의 경쟁에 직면하게 되었다. 예컨대,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Pfizer)의 경우 2차세계 대전 이후 미국내 페니실린 시장에서 심각한 경쟁에 직면했다. 2차 대전 중 수요량을 맞추기 위해 다른 기업에게 기술을 이전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화이자는 해외에 공장을 세우고 시장개척에 들어갔다. 50년대에 많은 국가들은 제약생산 설비가 없음은 물론 페니실린의 제조 기술을 모방할 능력도 없었다. 57년까지 화이자는 6억불의 해외매출액을 달성했다. 그런데 물질특허를 인정하지 않았던 인도가 70년대 들어 카피약을 생산·수출하기 시작하고 남반구 국가들이 필수의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강제실시권을 활용하면서 화이자의 시장점유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개도국들의 기술적 성장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이 독점했던 제약시장에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1980년대초 미국에서 달러의 심각한 평가절상 등으로 개도국이 생산한 제품의 수입이 급증한 것도 미국 기업들을 자극한 요인이었다. 이 시기에 수출주도형 정책을 추진한 개도국으로의 기술유입도 증가했는데, 한국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국이 값싸고 믿을만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명성이 높아지면서, J.C. Penny, K-mart, Macy’s, Bloomingdale’s와 같은 미국의 거대유통업체들로부터 대량으로 주문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거대기업들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유지를 위하여 기술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 미국으로부터 한국으로 기술이전이 더욱 활발해졌다. 이 당시의 기술유입은 기술이전계약 등의 직접적인 방법보다는 외국의 공장 또는 상품박람회 견학·복제·모방·역분석 등의 간접적인 방법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선진국 정부와 자본이 기술적 우위와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을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WIPO에서 관장하는 조약들은 조약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또한 WIPO 회원국이라도 해도 WIPO가 관장하는 모든 조약에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각 조약별로 가입국의 수가 많지 않았다. 파리협약이나 베른협약은 그 변경에 있어서 모든 회원의 동의를 원칙으로 하므로 보호수준을 높이기 위한 조약의 개정도 어려운 문제였다. 미국 정부나 업계는 WIPO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따라서 1980년대 미국 정부와 업계의 전략은 지적재산권 규율을 WIPO에서 다른 포럼으로의 이동, 즉 무역제재를 사용할 수 있는 가트(관세와무역에관한일반협정, GATT;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체제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미국은 GATT 제9조(상표 및 저작권 보호규정)를 근거로 73-79년 7차 다자간무역협정이었던 동경라운드에서 위조상품 교역방지를 위한 규칙 및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는데, 지적소유권 보호와 관련된 문제는 WIPO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개발도상국의 반발에 부딪혀 동경라운드의 다자간무역협상 (MFN) 코드에서 제외되었다. 이후 1983년 제39차 가트 총회에서 위조상품의 교역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하여, 가트에서 이 문제를 다룰 권한이 있는 것으로 정리하고, 1986년 채택된 우루과이라운드 교섭대상에 지적재산권이 포함되기에 이르렀다(송영식, 이상정 (2003)); 이 시기에 미국은 양자협상이라는 수단도 적극 활용했는데, 양자협상은 저작권에 이해관계가 있는 회사들이 선호했다. 그들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세계저작권자협회(IIPA)를 설립, USTR로 하여금 지재권을 보호하지 않는 나라에 대하여 조사와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미국이 개도국내에서의 지재권 강화를 위한 양자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미국의 각종 무역관련규정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①1974년 미국무역법 제301조 (Section 301 of the US Trade Act of 1974), ②1988년 종합 무역 및 경쟁법(Omnibus Trade and Competitiveness Act of 1988)의 슈퍼301조와 스페셜 301조, 그리고 ③1930년 미국관세법 제337조 (Section 337 of the US Tariff Act of 1930)이다. 더 자세한 사항은 최용암 (2002) 등 p21 이하 참조.

미국의 입장에서 가트체제로의 변화는 농업이나 섬유 등 다른 무역분야에서 양보하는 대신 지적재산권 보호수준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미국의 12개 다국적 기업들이 이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UR협상을 주도했던 Quad그룹(미국, EC, 일본, 캐나다를 포함) 중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처음에는 무역과 지적재산권의 결합을 지지하지 않았다. 이에 화이자 등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EU와 일본의 업계 대표들을 설득하여, 이들이 그들 정부에 UR협상 의제로 지적재산권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게 하였다. 이를 위해 1986년 9월 푼타델에스데 각료회의 6개월을 앞두고 화이자는 듀폰 등 미국 13개 다국적 기업과 지적재산권위원회(Intellectual Property Committee: IPC)를 결성하였다. 당시 Pfizer의 회장이었던 Edmund T. Pratt은 당시 GATT의 ‘무역정책 및 협상자문위원회(ACTPN: Advisory Committee on Trade Policy and Negotiations)’의 위원장을 맡고 있었으며, ‘우루과이라운드는 개도국의 제조업분야에 대한 투자의 방해요인을 제거하는 것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선진국이 개도국의 제조업분야에 대한 투자를 하려고 해도 개도국에서의 지재권보호의 미흡으로 인한 기술유출이 우려되어 투자를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최용암 등 (2002) p21).
IPC의 미국 기업들은 유럽기업과 일본기업을 차례로 설득하여, 1988년 지적재산권 협정 초안을 제출하였고, 이에 대해 이들 정부간 입장이 일치하게 되면서 86년 9월20일 지적재산권 협상 의제가 포함되었다. 박노형(2004).

3. 트립스에서 자유무역협정으로의 협상테이블 이동

1) 트립스협정, 지적재산권 제도의 세계적 통일

트립스협정은 ‘WTO설립을위한마라케쉬협정’의 여러 부속서 중 하나이다. 따라서 WTO 회원국은 모두 트립스협정에 구속되어, 동 협정에 일치하도록 자국법을 개정할 의무를 지닌다. 다만 선진국은 트립스협정의 발효와 동시에, 개도국의 경우에는 2000년부터, 최빈국의 경우에는 2005년부터 전면 이행의무를 지닌다.
트립스협정은 기존의 지적재산권관련조약에서 나온 개념과 규정을 포함하고 있지만 두 가지 점에서 기존 조약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트립스협정이 최소한의 보호기준을 규정한다는 것과, 조약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집행규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소보호기준을 설정한다는 것은 모든 회원국이 그 수준 이상으로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과, 지적재산권자의 권리 보호수준을 트립스 이후에는 더 끌어올리고 권리제한과 권리에 대한 예외의 범위는 차츰 축소시켜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행규정을 둠으로써 회원국의 의무 이행을 강제하고 회원국이 의무를 위반한 경우 무역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또한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대우의 원칙(협정 제3조, 제4조)을 채택함으로써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동등한 수준으로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 하며, 한 회원국 국민에게 제공하는 특권이나 면제는 다른 회원국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강제되었다.
트립스협정은 저적재산권의 보호대상을 기존 조약보다 훨씬 확대했다. 트립스협정은 이전의 지적재산권조약 즉, 공업소유권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1967), 어문및예술저작물 보호를 위한 베른협정, 실연자·음반제작자·방송사업자의 보호에 관한 로마협정, 집적회로에 대한 지적재산권협정(IPIC 협약)을 포함하며, 여기에 기존의 지적재산권 조약이 다루지 않던 지리적표시, 영업비밀, 반경쟁관행의 통제 등 분야까지 보호범위를 확대하였고, 보호수준도 훨씬 강화되었다.

2) 자유무역협정으로의 이동

트립스협정이 체결된 후 이에 따른 특허권 보호를 통해 미국에 유입되는 순수 로열티가 연간 19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많은 개도국들이 UR협상에서 기재된 것과 달리 트립스협정은 지적재산권 세계화를 위한 미국 등의 다국적 기업들 노력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박노형(2004). p.28.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트립스협정이 지적재산권 보호에 있어서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화학, 의약품 관련 다국적 기업들은 트립스협정의 채택 이후 다각적으로 지적재산권 보호수준을 제고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1999년 3차 시애틀각료회의를 앞두고, 선진국은 기설정의제(built-in agenda)인 지리적 표시 문제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환경하에서의 지적재산권 보호, 비위반제소 등 새로운 지적재산권 의제들을 WTO 뉴라운드 ’98년 5월 WTO 제2차 각료회의에서의 결정에 따라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21세기 통상교역질서를 선도할 새로운 이슈에 대한 새로운 국제규범 형성을 목표로 하여 추진된 새로운 협상을 의미하며, 일명 “클린턴 라운드” 또는 “밀레니엄 라운드” 라고도 일컬어진다.
협상범위에 포함시키려 했다.
그러나 99년 시애틀 각료회의는 결렬되었다. 대규모 반지구화 시위로 인하여 WTO 각료회의는 개막식도 치르지 못한 채 회기를 하루 더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제3세계 국가들은 “추가적인 자유화협상에 앞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결과의 이행문제 및 기존 협정 자체의 결함에 대한 검토,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립스이사회도 미국의 의도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트립스협정 채택 후 트립스이사회 내에서 미국은 NGO의 지원을 받는 다른 회원국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예컨대, 아프리카 국가들은 2001년 6월 트립스이사회에서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에 있어서 지적재산권의 역할을 검토하자고 제안하였고,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는 ‘트립스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n the TRIPs Agreement and Public Health)’이 채택되었다. 2003년 8월30일 WTO 일반이사회는 ‘트립스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선언’ 제6조를 이행하기 위하여 의약품 제조시설이 없는 국가들을 위하여 각 회원국이 특허의약품을 제조하여 수출할 수 있도록 특허발명의 강제실시권을 부여할 수 있음을 결정하였다. 이 8월30일 결정문은 각 회원국에서 입법화되고 있는데, 캐나다, 노르웨이가 이미 입법화하였고, 유럽, 프랑스, 인도는 진행 중에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공유연대 외 3개 사회단체가 연대하여 초안을 마련하고 김태홍의원 및 조승수의원 등이 2004년 10월 발의하여, 2005년 2월 현재 국회에 법안이 상정되어 있다.
1999년 개시된 트립스협정 제27(3)(b)조의 검토도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2001년 도하개발아젠다(DDA)에는 트립스협정에 관련된 협상의제로서 지리적 표시만을 주된 협상의제로서 포함하고 있다.
이제 미국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WTO의 다자적 포럼에서 FTA의 양자적 포럼으로 협상 테이블을 옮겨가고 있다.

4. 자유무역협정과 지적재산권 관련 쟁점

1) FTA에서 지적재산권 규정 방식의 분류

FTA에서 지적재산권 영역을 다루는 방식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03).

유형 1인 지적재산권의 완전한 조화추구 방식(예 EU)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서, 모든 회원국으로 하여금 동일한 표준을 채택하게 하는 것이다. EU와 같이 공동시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에 이러한 방식이 선택된다.
유형 2는 트립스 이상의 최소 표준방식(예 NAFTA)으로서, 이 방식은 트립스협정에 규정된 표준을 초과하는 높은 최소 표준을 설정하지만, 지적재산권의 동조화(harmonization)를 달성하지는 않는 것으로 NAFTA가 이러한 방식의 사례를 제공한다.
유형 3인 트립스-플러스 방식은 트립스 형성 이후에 상당수의 지역무역협정이나 지적재산권 보호에 관한 협력조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식으로, 기존의 트립스협정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그 외에 트립스협정에서 포괄하지 못하는 분야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보호대상을 규정하는 경우이다. 통상 이러한 방식은 트립스 표준을 채택하기로 확약한 국가들 사이에 의해서 사용된다. 이러한 유형들의 사례는 EU와 중앙유럽 및 동유럽의 국가들, 북아프리카, 그리고 중동국가들 사이의 협정에서 나타난다.
유형 4는 상호권고방식(mutual exhortation)이다. 이 방식은 지적재산권에 관한 공식적인 협상이 없이 각각의 국가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절차에 대한 상호간의 권고에 기초한 접근이다. 이것은 APEC과 같은 낮은 차원의 통합에서 나타나고 있는 방식이다. 한국-칠레 FTA는 유형 4에 가깝다.

2) 자유무역협정과 지적재산권 주요 쟁점들

미국이 주도하는 FTA에서 나타나는 지적재산권 쟁점들은 WTO 뉴라운드의 의제로 미국 등 선진국이 포함시키려고 했던 사안들이 많다.

(1) 생명공학분야의 특허
현재 트립스협정 제27(3)조는 각 회원국이 식물과 동물, 치료나 진단 방법을 특허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동식물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며, 치료나 진단방법에 관하여는 명백한 법적 근거 없이 실무상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를 부여하지 않는다. 미국은 불특허 대상을 축소하려고 한다. 미국-싱가포르 FTA에서는 불특허대상을 축소하여, 동식물을 특허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치료방법까지 특허를 인정하게 되면, 특허권자 이외의 의사가 그 치료 방법에 따라 치료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지므로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트립스협정 제27조(3)(b)은 식물변종에 대해 단순히 효과적이고 독자적인(sui generis) 보호 규정만을 두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수단이나 제도에 관한 정의가 없다. 미국 등 선진국은 뉴라운드의 의제로서 트립스협정내로 식물신품종보호에 관한 국제동맹인 UPOV (’91)을 편입시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UPOV에 가입하였으나, 현재는 종자산업법 및 그 시행규칙을 통해 27개 품종만을 보호하며, 가입 후 10년 후부터는 모든 식물품종을 보호해야 한다. 현재 일본과의 FTA협상이 진행 중인데, 일본은 우리나라에게 UPOV 조기 전면이행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2) 미공개정보의 보호
다국적 제약업계는 미공개 임상시험 정보의 보호에 관한 트립스협정 제39조(3)의 이행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의약품의 시판허가를 위해 제출되는 임상시험 결과를 타인 즉, 카피약을 생산하는 개도국의 제네릭제약사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물질특허 부여가 2005년부터 준수되는 국가에서 제네릭회사의 의약품 허가를 연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이는 결국 시판허가시 비용상승으로 이어져 약값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87년 이후 물질특허를 인정하고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3) 전자상거래관련 지적재산권 문제
WTO에서는 전자상거래와 관련해서는 제2차 WTO 각료회의 결정에 따라 일반이사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99년 시애틀 각료회의가 결렬되고 2001년 카타르도하에서도 전자상거래의 중요성만 재확인하였을 뿐이다. 도하개발아젠다에는 지적재산권과 관련하여 지리적표시만 포함되었을 뿐이다.
지적재산권과 관련하여서는 ① 인터넷상 저작권의 보호 및 집행 ② 인터넷상 상표권의 보호 및 집행 ③ 신기술 및 기술에의 접근 문제가 핵심이다. ①과 관련하여 WIPO에서 1996년 12월 외교회의에서 채택된 WIPO 저작권 조약(WCT: WIPO Copyright Treaty)과 WIPO 실연·음반조약(WPPT: WIPO Performances, Phonograms Treaty)의 조기이행 문제, ②와 관련하여 인터넷 도메인네임과 상표권, 지리적 표시, 국제정부간 기구명과의 충돌문제 등이 쟁점이다. ③과 관련하여 디지털기술에 따른 새로운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의 규범설정 문제, 재판관할권 및 준거법의 문제, 인터넷상에서의 영업방법(business method)과 같은 인터넷과 관련된 기본 S/W 특허문제가 거론된다.
현재 유럽에서는 소프트웨어를 저작권만 아니라 특허에 의해서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상 영업방법 특허는 허용하지만 소프트웨어 특허는 ‘자연법칙을 이용한 발명’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4) WIPO 저작권조약(WCT) 및 WIPO실연·음반조약(WPPT)의 조기 이행
선진국들은 1996년 12월 WIPO 외교회의에서 채택된 바 있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기존의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관련 조약을 수정한 WIPO 저작권 조약과 실연·음반조약을 트립스협정 내로 편입하자는 제안을 트립스이사회 내에서 제기한 바 있으나, 개도국은 아직 인터넷 등의 기반 기술이 확산되지도 않았으며, 컴퓨터, 네트워크 등 인터넷 관련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는 상황 하에서 이러한 조약을 조기 이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두 조약에서는 트립스협정이 고려하지 못했던 인터넷 환경에서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지식에 대한 정당한 접근의 권리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많다. 두 조약에서는 특히 문제되는 사항은 공중전달권(Right of Communication to the public), 기술적 보호조치, 권리관리정보, 일시적 복제 문제, 배포권 등이다. 자세한 사항은 오병일(2004)를 참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WCT에 가입했고, WPPT에는 올해 가입예정이다. 가입에 앞서 2003년과 2004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두 조약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저작권과 인접한 권리의 보호수준을 끌어올렸으므로 두 조약의 조기 이행으로 강요되더라도 직접적인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은 한국의 저작권법이 일시적 복제의 보호, 기술적 보호조치, 저작권자 등이 자기 저작물의 이용이나 저작물에의 접근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적 수단을 의미.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문제 등에 있어서 미흡하다고 보고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 컴퓨터를 이용할 때 프로그램의 일부가 램(RAM)에 저장되거나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을 때 부분적으로 파일이 PC에 저장되는 개념인 일시적 복제를 보호하는 것은 인터넷에서의 정보 접근이 일시적 복제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의 기능 자체를 위협한다는 문제가 있다. 현행 저작권법 해석상 일시적 복제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 다수견해인 듯하다. 또한 기술적 보호조치에 관한 저작권법 규정이 저작물의 이용통제(현행법)에서 나아가 접근통제(미국법)를 취한다면 저작권법에서 정당하게 인정하는 자유사용의 범위까지도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포털업체 등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저작권 침해방지 조치를 취할 의무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결국 인터넷 이용자의 행위에 대한 감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현행 저작권법 제77조 이하에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저작권자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침해사실의 통지를 받았을 때만 일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여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5) 데이터베이스의 보호
현재 트립스협정 제10.2조에 의하면 창작성이 있는 데이터베이스는 보호되지만 데이터 자체는 보호대상이 아니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만을 보호대상으로 하며, 저작물은 본질적으로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EU와 우리나라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창작성 없는 데이터베이스도 보호하고 있다.

(6) 보호기간의 문제
저작권 보호기간은 베른협약과 트립스협정에서는 저작자 사후 50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현행 우리 저작권법도 같다. 그러나 미국은 소위 일명 미키마우스법을 통해 사후 70년으로 연장하였으며, 주요 유럽국가들도 이를 따르고 있다. 미국-호주 FTA, 전미 FTA인 FTAA안에서는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규정한다. 상표권의 경우 트립스협정에서는 7년의 보호기간을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10년으로 하고 있다. 저작권의 보호기간 연장은 지식과 정보의 공적 영역(public domain)을 축소시킨다는 문제가 있다.

(7) 권리소진과 대여권의 문제
저작권에 의해 금지되는 것은 구입한 책이나 비디오테이프 자체의 대여나 판매 등이 아니라 책이나 비디오테이프의 복제나 전송, 공연, 방송 등이다. 따라서 한번 구입한 책 등은 다시 팔거나 대여할 수 있다. 특허품도 권리자가 정당하게 처분한 경우에는 구매자가 이를 어떤 식으로 처분하는 즉, 수출입하더라도 특허권 침해로 되지 않는다. 이를 소위 권리소진이라고 한다. 헌책방이나 도서대여점이 현행법상 합법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음반의 경우 저작권법에서 대여권이 가수 등 실연자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권리소진의 예외로서, 음반대여점은 실연자의 허락이 없다면 불법이 된다. 권리소진에 관하여 트립스협정은 복제권을 침해하는 정도의 영상저작물 대여 및 프로그램 대여의 경우에 한정하여 예외를 인정하여 대여권을 인정하고 있다(제11조). 일본은 2005년부터 모든 저작물에 대해 대여권을 인정하였다. 이는 일본과의 FTA에서 문제될 여지가 있다. 미국-싱가포르 FTA에서는 특허권자에게 그와 실시권자와의 계약관계를 교란시키는 제3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 부여 규정을 두었는데 (1607.2), 이는 특허품의 병행수입을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특허권자에게 부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8) 권리 침해에 대한 민형사 처벌의 강화
미국과 일본이 우리 정부에게 요구하는 사항이다. 특히 대학에서의 도서 불법복제, 불법복제 DVD나 위조 상표품 거래, 의약품 특허 침해 등에 대하여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권리침해죄의 친고죄 조항의 폐지이다. 현행법은 특허권침해죄나 저작권침해죄를 권리자의 고소가 있을 때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친고죄로 규정한 것이 단속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는 미국 소프트웨어업계의 주장과 국내 지적재산권 강화 움직임이 맞물려 현재 비친고죄화하는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그러나 비친고죄로 하면 권리자가 권리보호 의사가 없는 경우까지 국가가 수사는 물론 공소를 제기할 수도 있어 사적 이익을 보장하는 지적재산권 제도의 본질상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9) 국경조치
위조상품의 세관통과를 막기 위한 조치로서 트립스협정은 상표권 또는 저작권 침해상품의 수입이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할 정당한 근거를 갖고 있는 권리자가 통관정지를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채택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다만 특허권 등 그 외 지적재산권에 대해서는 동 절차를 둘 것인가는 각 회원국의 재량에 맡겨놓고 있다(트립스협정 제51조). 저작권이나 상표권 침해는 비교적 쉽게 판별 가능하지만, 다른 지적재산권 침해의 경우 침해여부를 판별하기 곤란하여 각국 사정에 맡긴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허권 침해 상품의 통관보류에 관한 규정이 없으나, 일본법은 특허권, 의장권에 대한 통관보류 조항을 두고 있다. 박덕영, 2004
현재 FTA협상과정에서 일본측이 한국 정부에 특허권 위반에 대해 통관보류규정을 둘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성춘, 2004.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저작권 침해의 경우 통관당국에서 직권으로 보류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문제된 바가 있다.

(10) 지적재산권 분야에서의 비위반제소의 적용 문제
비위반 제소(non-violation complaints)란 GATT 분쟁해결절차상 GATT 규범을 명백히 위반한 체약국의 조치에 제기하는 위반제소와는 달리 어떤 체약국의 무역관련 조치나 상황이 GATT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이로써 다른 체약국의 이익을 침해하였을 경우에 제기하는 소를 의미한다. 문삼섭, 1999.

트립스협정에 대한 비위반상황제소 문제는 현재 답보상태에 있다. 미국은 트립스협정에 위반되지는 않지만 이를 우회하거나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뉴라운드의 의제로 포함시키려고 노력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캐나다, 홍콩, 쿠바, 헝가리 등 대다수 회원국은 비위반제소가 GATT체제하의 비관세장벽에 의한 상호적인 관세양허를 무효화하는 조치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최소보호기준에 기초하고 있는 트립스협정의 성격과는 맞지 않으며, 비위반제소를 지적재산권에 적용할 경우 불확실성을 제고시킬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문삼섭, 1999.
비위반제소는 불분명한 분쟁해결방식으로서 자칫 지적재산권에 관한 분쟁을 다발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이 경우 비위반제소에 응소하게 될 개도국은 열악한 전문성과 대응능력 부재로 큰 부담과 경제적 손실을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박노형, 2004.

그런데 미국-칠레 FTA(2003), 중앙아메리카 FTA (CAFTA), 미국-호주 FTA는 지적재산권 부분에 비위반상황제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WTO DSU 26(1)에 규정된 비위반제소는 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비위반제소하는 회원국이 이유를 밝혀야 하고, WTO 규범에 일치하지만 관련협정의 이익을 무효 또는 침해하는 것으로 판정된 조치가 철회될 필요는 없으나, 위 FTA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결론적으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FTA는 우리에게 있어서는 WTO 가입시와 같은 급격한 법제도 상의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병일, 2004.
왜냐하면, WTO에 가입하면서 한국의 지적재산권 법제는 트립스협정을 수용한 골격을 갖추고 트립스 이후의 이슈들도 권리 범위나 효력에 관하여는 계속된 법제 개정을 통해 이미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FTA 상대국이 조약의 보호수준 이상으로 권리범위를 확장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 및 국경조치나 비위반제소 등과 민형사처벌 강화 등 집행규정과 관련하여 문제될 여지가 크다.
한편 법제도 상으로는 이미 수용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법이 집행되는가에 따라 실제 체감적으로는 그 영향이 점차 커질 가능성도 높다. 최근 WPPT 조약 가입을 앞두고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5. 지적재산권 강화로 인한 영향
1) 선진국과 제3세계간의 경제적 격차 심화

특허권이나 저작권은 현행 법제상 독점배타적 권리라는 점에서 시장에서의 독점을 강화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그것을 가진 기업과 갖지 못한 기업간의 시장에서의 격차, 나아가 선진국과 제3세계의 격차가 심화된다는 점이다. 지적재산권을 보장함으로써 기술의 공개를 유도하여 문화나 산업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지적재산권 강화론자들의 주장이지만, 지적재산권 강화로 인하여 오히려 제3자에 의한 지식과 기술의 활용과 경쟁이 억제되며 개발도상국들은 기술혁신의 축적이 어려워지고 혁신의 성과를 나누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대 교수인 왈든 펠로(Walden Bello)는 트립스협정이 “제3세계에 대한 기술 이전 및 확산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초국적기업의 기술독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제3세계의 어떤 기업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이나 컴퓨터 조립품을 혁신시키고자 할 때, 그 기업은 필연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초국적기업에 의해 이미 ‘특허된’ 몇몇 디자인이나 공정들을 ‘로열티를 지불하고’ 통합시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한다. 오병일, 2004.
한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은행보고서에 따르면 트립스협정으로 인하여 가장 이익을 본 국가는 미국이며 가장 손해를 본 국가는 한국이라고 한다.

2) 지적재산권과 인권의 충돌

(1) 건강권과의 충돌
독점시장 형성으로 인한 폐해는 직접 고스란히 민중의 것으로 남는다는 문제가 있다.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가 의약품의 가격 문제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필수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은 ‘의약품의 합리적인 사용’, ‘충분한 재원’, ‘적정(affordable)가격’, ‘신뢰 가능한 보건 및 공급체계’에 좌우된다. 현재 핵심적 이슈는 약값인데, 높은 약값은 제조비용보다는 특허 때문이다.
또한 트립스협정 제31조는 특허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수단으로서 강제실시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그 발동요건이 엄격하여 공중보건 문제 해결에 있어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NAFTA와 같은 자유무역협정에서는 그 요건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인도 등 모든 WTO회원국이 트립스협정상의 의무를 전면 이행해야 하는데, 카피약을 생산하는 제네릭제약업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2005년 트립스협정 전면이행에 맞춰 지난해 인도에서는 물질특허 제도를 도입하려는 입법시도가 있었는데, 국내외 NGO 및 세계보건기구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결국 12월말 국회가 폐회되자 대통령 긴급명령을 통해 임시로 트립스협정 이행상황을 만들었다.
에이즈 치료제의 가격은 92-98년 사이에 평균 434%나 상승했으며 미국이나 유럽의 에이즈 환자 중 85%가 치료제 AZT를 복용하고 있는 반면 백만명으로 추정되는 태국의 보균자 중 이 약을 복용할 수 있는 사람은 1%도 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다. 정혜주(2001) 필수의약품: 제약회사로부터 환자에게로.
트립스협정의 이행상황과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향후 제3세계 민중의 의약품 접근권은 더욱 제약될 가능성이 크다.

(2)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와의 충돌
지적재산권은 표현의 자유와 충돌한다. 노동조합이 포스코를 비판하기 위해 포스코 홈페이지를 패러디했던 ‘안티포스코사건’은 저작권이 어떻게 정치적 탄압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낸다. 인터넷에서 정보의 교환과 표현은 복제와 전송을 통해 일어난다. 그런데 저작권법은 복제권과 전송권을 저작권자의 독점배타적 권리로 인정함으로써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협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권, 즉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지적재산권 강화로 정보격차가 심화된다.

(3) 문화를 향유할 권리
냅스터사건이나 소리바다사건은 문화생활에의 참여라는 문화적 권리와 저작권 사이의 갈등관계를 드러낸다. 영업방법 특허 또는 소프트웨어 특허의 보호는 과학의 진보와 그 혜택을 향유할 문화적 권리와 대립한다. 특히 소프트웨어는 현대 사회에서는 생필품에 가깝지만 가격은 지나치게 높다. 특히 운영체제 및 오피스프로그램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그런데 특정한 소프트웨어만을 보호하는 저작권도 모자라서 특허를 통해 동일한 아이디어까지 포괄적으로 보호하면 오히려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것이다. 유럽에서는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NGO들의 반대운동이 활발하다.

3) 생명공학 특허와 농업 및 환경의 황폐화

유전자조작동식물의 특허를 허용하는 것은 농업생물분야에서 유전자조작동식물의 연구개발에 집중되는 산업구조를 형성하고, 이는 생물다양성 감소나 생태계 파괴로 연결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식물품종 보호범위를 확대할수록 제3세계 농업은 다국적기업에 점차 종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IMF시대 전후로 종자회사가 대부분 다국적기업의 손에 넘어간 상태다.
한편 생명체에 대한 특허는 윤리적, 도덕적 측면에서 생명의 고유가치를 훼손시키고 생명공학의 안전성에 대한 규율 없이는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인도, 호주 등의 반대 주장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다국적 생명공학기업들이 남반구 국가의 생물자원과 전통지식을 가져다 특허화하는 데 대해 생물해적질(biopiracy)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인도는 생명공학과 관련하여 전통지식(traditional knowledge)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와 관련하여 트립스협정 제29조상에 발명공개와 관련 유전자(genetical resource)의 원산지를 표시할 의무를 부과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전통지식"의 개념은 모호하며, 개인의 사적권리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기존 지적재산권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4) 문화의 종속 심화

저작권이나 저작인접권의 보호는 자국의 문화적 환경에 맞는 정책수립을 어렵게 한다. 지적재산권이 풍부한 선진국에 문화산업에 종속이 심화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6. 대응 방안 및 결론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법제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국제조약과 미국 및 유럽의 통상압력 하에서 점차 강화되어 왔다. 최근 들어 정부는 기존의 수세적 자세에서 벗어나 때로는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예컨대 조약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지적재산권 보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창작성이 있는가를 묻지 않고 다른 사람이 제작한 디지털콘텐츠의 사용을 금지하는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 2003년 제정되었다. 이는 전통적으로 지적재산권이 창작성 있는 저작물만을 보호대상으로 했던 것에서 한발짝 나아간 것인데, 이런 법은 외국에서 예를 찾기 어렵다. 또한 창작성 없는 데이터베이스는 미국에서는 보호대상이 아닌데도 2001년 개정 저작권법에서는 이를 보호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저작권법 개정안으로 논의되는 사항들도 국제조약에서 요구하는 보호수준을 초과하는 것들이다. 문화관광부가 마련한 저작권법전면개정안이 아직 공식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일부 언론보도에 의하면 ① 저작권침해죄는 현행법상 친고죄라서 권리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저작권법 제102조), 친고죄를 부분적으로 비친고죄화하는 것, ② 비영리적인 사적사용을 위해서 자유롭게 복제를 허용하는 범위를 축소시키는 것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전자신문, 2005년 1월).
정부나 국회에서 공세적으로 지적재산권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국내 콘텐츠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인데, 이른바 ‘한류열풍’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및 다른 개도국과의 관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 유럽, 일본과의 관계에서 좀 손해를 보더라도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는 듯하다. 정성춘은 ‘트립스협정 이상으로 보호수준을 높이는 것이 새로운 지적재산의 창출과 활용을 위하여 필수적인 조건’이며 ‘국내기업의 지재권 보호도……중국 등에 의한 모방, 지재권 침해 등에 강력히 대처할 근거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정성춘 (2004), 한일 FTA와 지적재산권 보호, FTA와 지재권 세미나 발표문).
중국과의 FTA 과정에서는 우리 정부가 중국에 대해 강력한 법집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정부의 입장 변화가 국내에서 큰 반대 없이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지적재산권 강화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 문화다양성, 생태계 파괴라는 효과들이 제3세계에서만큼 한국사회에서 체감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1년 백혈병치료제인 글리벡 특허에 대해 강제실시 강제실시란 특허권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국가가 제3자의 청구에 의하여 그에게 그 특허발명을 사용하게 해주는 제도이다. 특허권자의 권리남용에 대한 제재 또는 일정한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하여 특허권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특허법 제107조).
청구가 있었을 때, 특허청의 기본적 입장은 백혈병 치료비용의 부담은 보험을 통해 해결할 것이지 특허권자의 부담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허청의 ‘통상실시권 설정 재정청구 결정서’ (2003.2.)에서는 “전염성 기타 급박한 국가적·사회적 위험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발명품이 고가임을 이유로 강제실시를 허용할 경우, 발명자에게 독점적 이익을 인정하여 일반공중의 발명의식을 고취하고, 기술개발과 산업발전을 촉진하고자 마련된 특허제도의 기본취지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당시 글리벡 투쟁에 참가했던 ‘글리벡문제 해결과 의약품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백혈병환우회와는 약간 입장차이가 있었다. 환우회쪽에서는 보험적용확대를 통해 본인부담금을 줄이는 것으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보았으나, 공대위는 특허권자의 과다한 이익을 보전해 주면서 보험적용을 확대하여 결국 국민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은 ‘언발의 오줌누기’라고 비판하였다(2003년 2월10일 공대위 성명서).
이런 태도는 지적재산권은 국내산업발전을 위해서라도 강화하는 것이 옳고 다만 그로 인한 부작용은 다른 정책적 수단, 특히 복지제도를 통해 해결되어야할 문제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런 정책결정의 방식은 가끔은 합리적일 수 있으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해결방식은 아니다. 글리벡에 보험적용범위를 확대하게 된 과정 백혈병환자들이 병상에서 뛰쳐나와 직접 시위를 벌이고 국가인권위원회 18일간의 점거 농성을 통해 글리벡의 제조판매회사인 노바티스가 당초 주장한 약값(한 알당 2만5천원/환자 1인당 하루에 4-8알을 복용해야 함)을 23,045원으로 낮추고, 보건복지부에서 보험적용 확대 약속을 받아냈다.
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는 이유는 시장자유화의 과실이 사회 어느 한쪽에 집중될 뿐 농민과 노동자에게는 결국 생업에 대한 포기나 실업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시장개방에 뒤따르는 구조조정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사회보장을 통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실제로 그러한 지원이 국가재정상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또는 예상했던 만큼 현실에서 효과적으로 수행되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는 지금까지의 경험상 회의적이다. 따라서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지적재산권 강화라는 흐름에 대한 대응방식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잡기 정도로 바라보는 것은 다분히 ‘계급적’(또는 친자본적)인 사고이다. 국내 산업발전을 위해서도 지적재산권의 강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은 실제 지적재산권 강화가 민중에게 미치는 다면적 영향을 고려할 때는 수용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지적재산권의 강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지적재산권의 세계화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이 그 흐름이 미국 정부보다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결국 지적재산권 강화의 과실은 다국적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고통은 민중의 것으로 남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자유무역협정의 조약체결 절차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 이해영, 2004.
을 비판해야 한다. 협상 과정에서 오가는 논의가 공식적으로 전혀 공개되지 않아서 온갖 추측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률적 효력이 있는 조약체결에 소수 공무원과 전문가만이 참여하고 국회나 국민은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조약체결은 위헌이며, 정부에 대해 논의 사항의 공식적, 비공식적 공개를 촉구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지식과 정보의 공적 영역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 운동이 필요하다. 직접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대응은 아니지만, 지적재산권 강화에 대응하여 공공영역 확대를 주장할 필요가 있다. 특허법상 강제실시제도의 개선을 위한 입법운동, 국가소유 저작권의 자유사용을 위한 제도 개선, 저작물의 자유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 치료방법을 특허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입법 등이 필요하다.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운동도 필요하다. 지적재산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일반화된 상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보공유라이선스(http://freeuse.or.kr)의 확대를 위한 캠페인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 참고문헌 ◈
김영식,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첨부 파일http://www.ipleft.or.kr/bbs/data/ipleft_5/11/자유무역협정과_지적재산권_강화,_어떻게_대응할_것인가_양희진.pdf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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