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05년 6월 박찬숙의원실 주최 퍼블리시티권 관련 국회토론회에서 토론문으로 작성된 글이다.
퍼블리시티권 도입에 대한 의견
남 희 섭 (정보공유연대 IPLeft 대표)
1. 퍼블리시티권의 저작권법 도입의 문제점
퍼블리시티권을 저작권법의 틀로 입법하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저작권법은 창작을 보호하는 법률이다. 또한, 저작권법이 저작물을 보호하는 목적은 권리자가 저작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저작물의 창작을 유인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문화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창작을 보호하는 저작권법이나 특허법은 창작물을 일정한 기간 동안만 보호한다. 그 이유는 창작물을 사회전체가 널리 이용하는 것이 더 유익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지적재산권 제도에서 지적 생산물에 대해 한시적인 재산적 권리를 인정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지적 생산물의 사적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유에 있다.
이처럼 공공 영역에 있어야 할 지적산물에 재산권 권리를 부여하려면 ‘창작성’이 전제로 되어야 한다. 지적재산권의 헌법적 근거인 헌법 제22조 제2항도 바로 ‘창작성’을 법률보호의 근거로 삼고 있으며, 우리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퍼블리시티권의 보호법익으로 얘기하는 재산적 측면의 ‘인격(personality)’ 또는 ‘개성(identity)’은 창작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따라서 창작을 전제로 한 저작권법에 창작과는 무관한 퍼블리시티권을 도입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
또한, 저작인접권의 형태로 퍼블리시티권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저작권자는 없고 인접한 자만 존재하는 논리모순이 생긴다. 현행 저작권법에서 인정되고 있는 저작인접권자는 실연자,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 들인데 이들은 저작물을 직접 창작한 자는 아니지만 저작물의 해석자 또는 전달자로서 창작에 준하는 활동을 통해 저작물의 가치를 증진시킨다는 점에서 저작권에 준하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인접권자는 창작물의 해석 또는 전달한 표현에 대해서만 권리를 가질 뿐이다즉, 실연자는 실연을 복제, 방송, 전송할 권리를 가지고, 음반제작자는 음반을 복제, 배포, 영리목적의 대여허락, 전송할 권리를 가지며, 방송사업자는 방송을 복제, 동시중계할 권리를 가지는 데에 그친다. 그런데 퍼블리시티권에서 보호 대상으로 언급하고 있는 권리의 객체는 저작물의 해석이나 전달을 위한 표현물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인접권의 틀로 묶을 수 없다.
2. 한류와 퍼블리시티권
퍼블리시티권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더라도 이것을 ‘한류’와 연관시켜 제기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입법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마치 국내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입법하지 않아서 한류의 재산적 가치가 외국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과장이다. 만약 한류의 재산적 가치를 보장받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지적재산권 제도가 미비하였다면 미국의 통상압력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한류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어떻게 국내에서 퍼블리시티권을 도입하는 것으로 직결될 수 있는가? 홍콩과 상하이, 광저우 등에서 유통되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 DVD의 90%가 불법 복제되어 유통되는 문제는 저작권 제도로 통제할 수 있다. 또한, 영화배우, 가수, 운동선수 등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이 도용되어 상업적인 광고나 상품판매에 이용하는 행위는 이것이 일반수요자에게 출처에 관한 혼동을 주는 경우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으로 규율할 수 있다.
3. 결 론
새로운 법률의 도입을 위해서는 보호법익을 고려하는 것 못지 않게 이로 인해 침해되는 이익도 고려하여야 한다. 즉, 언론의 자유나 공중의 알 권리와의 균형 문제나, 학문과 예술의 자유와의 조화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지적재산권 제도는 지적산물을 보호하기만 하면 곧바로 제도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적산물의 적절한 이용과 조화를 이루어야만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조화와 균형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i) 지적재산권은 보편적 인권과는 달리 특권적 성격이 강하다. (ii) 지적재산권은 다른 권리 즉, 문화 생활에 참여할 권리와 과학적 진보로부터 혜택을 향유할 권리와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즉, 저자의 권리는 그 자체로써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자유와 과학적 진보에 접근하고 참여하며 그로부터 혜택을 볼 권리의 전제 조건으로 인정된다. (iii) 지적재산권 제도에서 저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식에는 인권의 고려가 조건으로 부여된다. 즉, 저자나 창작자의 권리는 과학적 진보에 접근하고 문화 생활에 참여할 타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러한 권리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한다.첨부 파일http://www.ipleft.or.kr/bbs/data/ipleft_5/2/퍼블리시티권_도입에_대한_의견_남희섭.pdf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