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 가이드라인> 에 대한 의견서
정보공유연대 IPLeft와 진보네트워크센터는 ‘기술적 조치 등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협의체'(이하 협의체)에서 논의 중인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 가이드라인>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의견을 제시합니다.
1. 협의체 논의의 공개와 참여 보장
우리 단체는 이용자/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협의체에 참여 요청을 하여 회의에 1회 참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동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가 권리자와 서비스제공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용자의 참여는 적절히 고려되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이에 본 단체는 더 이상 협의체에 참여할 의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용자의 권리와 인터넷 이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동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가 보다 공개적이고 참여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내용이 다 마련된 이후에 형식적으로 공청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라인 제정의 필요성, 주요한 의제들, 각 참여 당사자들의 입장 등이 공개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논의 과정이 좀 더 투명하게 이루어지기를 촉구하며, 아래와 같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 가이드라인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
1) 저작권법 제104조의 문제점
이 가이드라인은 저작권법 제104조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단체들은 저작권법 제104조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 서비스제공자의 의무 등) 제정 당시부터 해당 조항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왔습니다. 우선 저작권법 제104조는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 서비스제공자’를 ‘다른 사람들 상호 간에 컴퓨터를 이용하여 저작물등을 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 규정하는 등 그 규정의 모호함으로 인해 누구를 규제 대상으로 하는지 명확하지 않고, 자칫하면 향후에 나타날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의 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큽니다. 또한, 이 조항에 따른 기술적 조치는 저작물에 대한 접근권, 공정이용의 권리, 프라이버시권 등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더불어 기술적 조치의 적용에 따라 이용자(소비자)가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 있으며, 기술적 조치의 적용에 따른 비용부담은 결국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른 저작물 이용의 위축은 결국 권리자나 서비스제공자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결과는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저작권법 제104조가 저작물의 이용과 문화 창작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규제정책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점에서 제104조를 근거로 한 동 가이드라인의 제정이 바람직한 일인지 의문입니다.
2)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
설사 제104조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동 가이드라인의 제정이 필요한 것인지, 동 가이드라인이 어떠한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제104조에서 규정한 기술적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은 해당 서비스의 구체적인 상황(예를 들어, 서비스의 형태, 서비스를 통해 실제 유통되는 저작물의 종류와 양, 저작권 침해의 심각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해당 시기의 기술적 조치의 기술 수준 및 비용을 고려하여,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권리자와 개별적인 서비스제공자가 합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3. 기술적 조치의 채택시 유의할 원칙들
가이드라인 제정 여부와 상관없이, 서비스제공자가 기술적 조치를 채택할 경우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1) 기술적 조치가 공정이용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일부 ‘기술적 조치’는 저작물의 정당한 복제나 전송까지 차단할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어떠한 기술적 조치가 저작권이 없는 저작물, 창작자가 복제 및 전송을 허락한 저작물, 공정이용에 해당하는 복제나 전송 등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목 필터링’ 방식의 기술적 조치가 동일한 제목의, 하지만 창작자가 복제 및 전송을 허용한 다른 저작물까지 차단하도록 설계되거나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의해 채택되어서는 안됩니다. 혹은 ‘오디오/비디오 인식기술의 활용한 필터링’ 방식의 기술적 조치는 ‘인용’과 같은 공정이용을 침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기술적 조치가 디지털 컨텐츠의 이용 및 유통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웹페이지의 복제 방지 기술이나 URL을 감추는 기술은 링크와 복제라는 인터넷의 기본 원리에 배치되며, 불법적인 복제나 전송을 차단한다는 목적을 넘어 여타 정보의 원활한 이용과 유통을 저해할 우려가 큽니다.
2) 이용자의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되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저작물의 유통경로를 추적하는 기술의 경우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높습니다. 또한,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 실태를 모니터링하도록 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용자를 감시함으로써 원활한 이용을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저작물 이용과 관련된 로그 기록을 남길 경우에도 이용자 개개인의 이용행위가 식별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으며, 어떠한 개인 (식별) 정보도 영장없이 제3자에게 제공되어서는 안됩니다.
3) 이용자 및 신규 사업자에 대한 경제적 부담의 최소화되어야 합니다.
기술적 조치에 드는 비용이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되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가이드라인 및 이에 따른 기술적 조치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에 부담을 주어, 혁신적인 인터넷 서비스의 개발과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됩니다. 저작권법에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 범위를 가능한 확실하게 규정하는 것이 안정적인 서비스의 개발과 운영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4) 서비스의 본질적인 내용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기술적 조치로 인해 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하던 기존 서비스의 본질적인 내용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기술적 조치로 인해 서비스의 기능과 질이 하락한다면, 이는 오히려 인터넷의 발전에 역행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2011년 5월 13일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