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사의 미드 자막제작자 고소, 누구를 위한 저작권인가?

[ 미국 방송사의 미드 자막제작자 고소, 누구를 위한 저작권인가? ]

미국 주요 방송사 6곳이 한글자막 제작자 등 15명을 집단 고소했다. 물론 자막 제작자들이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미드 자막을 번역하여 배포한 것은 법적으로는 ‘2차 저작물 작성권’ 침해, 즉 저작권 위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법 위반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저작권 체제 자체가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은 궁극적으로 ‘문화의 발전’을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이들 자막 제작자들 대부분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자신의 시간을 쪼개가며 공동체에 헌신한 또 다른 ‘창작자’이다. 국내에 미드 열풍이 분 것은 단지 케이블 TV 등이 미드를 방영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와 같은 자발적인 팬문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때로는 이와 같은 이용자들의 활동이 시장에서 특정한 드라마의 인기를 사전에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번 고소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팬에 대한 공격인 셈이다. 사전에 충분한 경고나 협의없이 일단 고소부터 제기한 것은 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와 같은 팬들의 자발적인 문화를 억누르는 것이 진정 문화의 향유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이 사례는 근본적으로는 문화에 대한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기존의 유통 채널의 한계를 극복해왔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작품들을 좋아하는 소수의 팬들도 이런 자막 제작자의 도움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들을 향유할 수 있었다. 이번 고소는 이용자들이 어떠한 작품을 향유할지에 대한 선택권을 저작권자와 유통업자들이 통제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이 원하는 소비자는 자신이 공급하는 작품만을 돈을 내고 보아주는 수동적인 소비자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장이 제대로 작동했던 것도 아니다. 일정한 시장성이 없는 미드는 수입되지 않으며, 수입되는 작품들도 미국에서 방영된 지 한참 후에 들어오기 일쑤다. 만일 시장이 저렴한 가격에, 그리고 제 때에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면, 저작권자들이 얘기하는 불법시장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저작권자들과 유통사들은 팬들을 고소하기 이전에, 오히려 합법적인 유통채널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 블로터닷넷: 자발적 미드 자막 제작자를 위한 변명

-머니투데이:  미드 자막제작자 고소 ‘법적논리’와 ‘국민정서’ 사이

- 한국경제: 낮에는 직장인…밤에는 ‘자막러’

- 뉴스1: LG CNS ‘망고채널’, 미드 팬들서 ‘공공의 적’…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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