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문화적 권리 특별보고관, “지적재산권은 인권 아니다” “저작권 제한과 예외에 대한 국제조약이 마련되어야”

 

[ UN 문화적 권리 특별보고관, “지적재산권은 인권 아니다” “저작권 제한과 예외에 대한 국제조약이 마련되어야” ]

지난 3월 11일, 제네바에서 열린 UN 인권이사회 28차 회의에서 UN 문화적 권리 특별보고관인 파리다 샤히드(Farida Shaheed)는 <저작권 정책과 과학및문화적 권리>에 대한 자신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녀는 지적재산권 체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보고서는 그러한 연구의 일환이며, 2015년 10월에는 특허 정책에 대한 검토 결과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서 그녀가 강조한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적재산권은 인권이 아니다. 이러한 등식은 잘못된 것이다. 저작권 정책은 ‘저자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부족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과도하게 문화적 자유와 참여를 제한하기도 한다. 그녀의 이러한 견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UN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위원회 역시 이러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2005년에 발표된 ‘일반 논평 17’에서도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 규정한 ‘저자의 도덕적, 물질적 이익’이 지적재산권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현재의 지적재산권 체제는 ‘기업의 이익’을 보호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둘째, 저자는 ‘저작권 소유자’와 구별된다. 저작권은 양도 가능하지만, 저자의 권리를 양도가능하지 않으며, 인간 저자에 귀속된다. 이와 함께, 저작권 체제가 출판사/배포자가 개별 창작자에 비해 저작권 정책에 과도한 영향을 행사하고 때로는 창작자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하기도 하면서, 실제 저자는 과소 보호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셋째, 인권으로서의 저자의 보호는 현행 저작권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보다 어떤 부분에서는 좀 더 많은, 다른 부분에서는 좀 더 적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도덕적 권리와 관련해서는 저작권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표권이나 동일성 유지권을 넘어, 인권 관점에서 추가적인 이익이 있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창작, 예술, 학술적 자유, 표현의 자유, 개인 자율성 측면에서 예술가와 연구자의 이익 같은 것이다. 또한, 저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저작권 정책을 넘어 전반적인 문화 정책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권고를 하고 있는데, 국가는 저작권 정책이 창작자가 생계를 유지할 능력을 증진하고, 과학 및 창작의 자유, 작품의 동일성 유지, 창작자표시권(right to attribution)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출판사/배포자와의 불평등한 협상력을 고려하여 라이선스나 로열티 배분에 있어 창작자를 보호할 것, 저자의 도덕적, 저작권에 대한 제한과 예외, 그리고 공개 라이선스 저작물에 대한 지원을 통해 물질적 이익의 보호가 과도하게 창작물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제약하지 않도록 할 것 등이다.

넷째는 국제적인 수준에서 제한과 예외의 최소수준을 의무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의 국제 조약은 저작권 보호에 대해서는 각 국에서 의무적으로 따라야하는 최소 수준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저작권에 대한 제한과 예외, 그리고 공정이용은 각 국의 자율에 맡기고 있어, 나라마다 편차가 크고 일관성이 떨어지는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다. 그녀는 각 국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채택된 ‘독서장애인 조약(맹인, 시각장애인 및 다른 독서장애인의 출판 저작물 접근 촉진을 위한 마라케시 조약)’을 승인하고, 도서관과 교육을 위한 예외 등 여러 나라에서 이미 인식되고 있는 제한과 예외의 최소 수준의 목록을 국제적인 차원에서 채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섯째, 그녀는 ‘문화적 공유지’를 위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와 같은 ‘공개 라이선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학술 영역에서 상업적/독점적 학술 논문 서비스로 인한 폐해를 지적하면서, 이에 대응한 ‘오픈 엑세스’ 운동, 공개 교육 자료 운동 등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 저작권 보호 강화 경향이 인권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비밀리에 진행되는 무협협상을 통해 저작권과 같은 공공정책이 결정되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이슈는 자세히 다루고 있지는 않았으며, 추후의 연구 과제로 남겨놓고 있다. 다만, 저작권 침해에 형사처벌이나 콘텐츠 차단으로 대응하는 것과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녀의 보고서는 한국의 저작권 정책 역시 인권의 관점에서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UN 문화적권리 특별보고관 <저작권 정책과 과학 및 문화적 권리 보고서>

- Knowledge Ecology International(KEI): HRC28: Statement by Farida Shaheed, Special Lapporteur, on Copyright policy and the right to science and culture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