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자유다>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문제점과 대안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문제점과 대안

남희섭


들어가며

최근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의 생산·유통·제공 방법에 대해 특허권이 인정되고 있고, 벤처 창업 열풍과 함께 지금까지 특허에 무관심했던 많은 기업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사업 모델을 미리 특허 출원하여 진입 장벽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비즈니스 모델 또는 비즈니스 방법 특허1)는 발명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줌으로써 기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특허 제도의 취지를 실현할 것인가, 아니면 권리자에게 지나치게 넓은 범위의 시장독점력만 부여하고 인터넷 산업에 족쇄로 작용할 것인가? 한국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 진지한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오로지 국제적인 추세가 BM 특허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우리도 여기에 빨리 따라가야 한다는 목소리만 들릴 뿐이다. BM 특허는 자본주의의 확장 과정에 따른 지적재산권 제도 강화 움직임의 첨단에 서 있다는 점과 BM 특허가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정보나 지식 그 자체라는 점에서 독점과 공유의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안고 있다 할 것이다.


1. BM 특허의 전개 과정과 현황
BM이 특허로 성립되는 데에는 미국 연방고등법원의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Bank & Trust Co. v. Signature Financial Group Inc., 1998) 판결에 입힘은 바가 크다. 이 판결의 요지는 첫째 하늘 아래 인간이 만든 어떤 것도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둘째, 특허권으로 청구하고 있는 대상이 실제로 적용될 가능성(practical applicability)이 있으면 그것이 사업 방법이든 아니든 따질 것이 없이 특허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늘 아래 인간이 만든 어떤 것도 특허의 대상이 된다는 생각은 1952년 미국 특허법 개정에 참여했던 자일스(Giles S. Rich)가 주도했던 미의회 위원회에서 주창했던 것인데, 이것은 미생물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하게 된 미국 대법원의 최초 판결인 챠크라바티 사건(Diamond v. Charkrabarty)에서도 인용이 된 적이 있고, 컴퓨터 관련 발명의 특허성을 인정한 디어 사건(Diamond v. Diehr)에서도 인용이 되었다. 1998년 자일스는 90대의 고령의 나이에 연방고등법원에서 역사적인 스테이트 스트리트 판결의 다수 의견을 주도하였다.

이 판결 이듬해인 99년에만 약 600 여건의 특허가 미국특허(상표)청에 의해 등록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같은 해에 생긴 프라이스라인(Priceline)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특허 분쟁이나 아마존(Amazon)과 반즈앤노블(Barns & Noble)의 특허 분쟁은 BM 특허와 관련된 대표적인 분쟁으로 소개되고 있다. 특허청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도 99년에 513건이었던 BM 특허 출원이 2000년에는 4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출원 건수에 비해 아직까지 BM 특허가 완전한 권리로 등록된 사례는 10여건을 넘지 못하고 있고 국내 특허 분쟁 사례도 아직은 없다.

그러면, BM 특허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 나라 특허청에 따르면, 사업 아이디어에 정보 시스템을 결합한 형태로서 그 실시를 위하여 영업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에 의하여 실현된 논리 단계를 필요로 하는 발명을 BM 특허로 정의하거나, 비즈니스 모델(경제 법칙 및 현물 시장의 거래 방법), 프로세스 모델(시계열적인 데이터 처리 과정으로 업무의 데이터 흐름), 데이터 모델(업무를 다루는 데이터 집합 및 속성 정보)이 결합한 형태를 BM 특허라고 정의한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BM 특허란 단순히 인터넷을 통한 사업 방식이 새롭다고만해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기술과 정보 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어떤 데이터를 어떠한 과정을 거쳐 처리함으로써 이 사업 방식을 온라인 상에 구현하는 방법을 그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만 제시한 경우에는 자연법칙을 이용하지 않은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특허 등록이 거절되고, 프로세스 모델만 기재된 경우에는 미완성 발명이나 기재 불비로 거절하며, 데이터 모델만 기재한 경우에는 단순한 정보의 제시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BM 특허의 핵심은 바로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프로세스에 있는데, 그 이유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프로세스는 다름 아닌 컴퓨터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미국 법원에서 BM 특허를 인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1952년 미국 특허법에 따르면, 단계적인 산업적 프로세스(예컨대, 합성 고무를 만드는 데에 사용되는 공정)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은 특별한 목적을 수행하는 단계적 절차이다.

– 단계적인 산업적 프로세스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사이에는 실제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왜냐하면, 둘 다 특별한 목적을 수행하는 단계적인 절차이기 때문이다.

– 따라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은 프로세스이고 이 프로세스가 기술 분야에 실제로 적용될 가능성만 있다면(즉, 수학적 알고리즘만 아니라면) 특허권의 보호 대상이 된다.

– 그렇다면,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다면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해 옛날부터 해 왔던 금지를 없애자.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 의해 구현된다면 그러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적 방법이다. 만약, 컴퓨터 프로세스가 특허될 수 있다면, 컴퓨터를 포함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도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미국과 달리 판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허청의 심사기준에 따라 BM 특허를 다루고 있다. 특허청의 "컴퓨터 관련 발명의 심사기준"에서는 발명에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이 존재하는지에 따라 발명의 성립성을 판단2)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산업상 이용가능성은 미국 판례에 나타나는 실제 적용가능성과 대응되는 개념이다.


2. 무엇이 문제인가?

BM 특허 인정 법리의 모순점

인터넷 특허나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기본은 특정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 단계적인 절차로 이루어진 프로세스이고, 이 프로세스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의해 실현되며,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알고리즘이다. 따라서, 알고리즘의 특허 적격성 문제가 바로 비즈니스 모델 특허 적격성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알고리즘이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적 절차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알고리즘은 단순 동작만 수행하는 간단한 기계 장치로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영국의 수학자 튜링(Alan M. Turing, 1912~1954)은, 한 장의 테이프를 앞으로 보내고 뒤로 당기며 이 테이프에 기호를 쓰고 읽으며 지우는 기본적인 몇몇 동작만 할 수 있는 간단한 기호적 프로세서(튜링 기계)를 사용함으로써, 어떠한 논리적 또는 수학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튜링 기계는 논리적 시스템으로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연산을 수행할 수 있고, 컴퓨터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계산과 수행을 튜링 기계 내부 동작으로 모형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알고리즘은 프로그램 개발자의 추상적인 개념 그 자체이며,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은 튜링 기계와 같이 매우 간단한 구성의 기계로부터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해결하려는 문제가 수학적이냐 아니냐는 알고리즘에 포함되어 있는 추상성의 정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알고리즘을 인위적인 약속인 프로그램 언어로 부호화한 것이고, BM 특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실현되는 단계적인 절차이다. 따라서, BM 특허의 적격성은 그 내부에 포함되어 있는 알고리즘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는데, 알고리즘은 튜링이 증명한 것처럼 그것이 수학적이든 그렇지 않든 추상적 개념 그 자체이기 때문에, 원래 특허권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특허법에도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특허권의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1972년 미국 대법원은 벤슨 (Gottschalk v. Benson) 판결에서 알고리즘에 대해 잘못된 정의를 내렸고, 이것이 지금의 BM 특허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이 있다(Pfaffenberger). 벤슨 사건에서 법원은 문제가 된 특허의 기본 아이디어는 프로그램 알고리즘 즉,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procedure of solving a mathematical problem)라고 분석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수학적 알고리즘에 특허권을 주는 것은 과학적 진실에 독점권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여 특허를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벤슨 판결은, 그러나,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 중대한 실수를 하였는데, 튜링이 증명한 것처럼, 알고리즘은 그것이 수학적 알고리즘인지 비수학적 알고리즘인지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논리적 경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분하여 취급함으로써, 알고리즘이 수학적 알고리즘이 아니라면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소프트웨어의 특허 적격성을 긍정하는 미국 법원의 또 다른 근거는 소프트웨어를 실제로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청구항에 기재되어 있다면, 그 소프트웨어는 거의 무조건 특허 보호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실제 적용 가능성을 특허 보호 대상의 경계 지점으로 삼을 수 있을까? 실제 적용 가능성은 유용성(utility) 개념에 포함되는 것인데, 유용성이란 사회에 유익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실현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법원의 태도는 이 유용성 개념 중 실현 가능성의 문제만 따로 떼어 특허 보호 대상의 경계선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 판례에 따르면 도박 기계는 특허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BM 특허의 인정 법리를 따른다면, 도박을 할 수 있도록 짠 컴퓨터 프로그램은 특허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은 실제 적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BM 특허 인정 법리가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특허제도의 기본적인 취지이다. 이것은 다분히 고의적인 성격이 강한데, 미국 대법원이 1981년 디어(Diamond v. Diehr) 판결에서 소프트웨어 특허를 최초로 인정한 것은 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위대한 미국 건설\’과 무관하지 않으며 미국이 자국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엄청난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지적 재산 분야에 애정을 보이기 시작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서 이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 분야를 특허제도의 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특허 제도가 해당 분야의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가를 검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특허제도는 독점을 보장하기 위한 것보다 기술의 사회적 공헌을 보장하는 것을 더 큰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 제도와 독점의 문제

특허 제도는 기술의 확산과 기술 혁신을 위해 발명자 개인에게 일시적인 독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독점의 문제는 특허 제도의 역사속에 항상 제기되어 온 헤묵은 논쟁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의 디지털 경제 또는 지식 경제에서는 독점의 문제를 다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지식 기반 경제에서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xternality; 어느 한 제품을 쓰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제품의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를 말하는데, 예를 들면 사용자가 MS Windows를 많이 사용할수록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응용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문제 해결도 쉬워지며 더욱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되어 Windows 제품의 가치가 올라간다)와 잠금 효과(lock-in; 사람들이 어떤 기술에 한 번 익숙해지고 나면 전환 비용(switching cost)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잘 모색하지 않는 등의 요소가 겹쳐 어느 시점이 되면 다른 기술이나 제품이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는 현상)에 의한 고도 기술의 독점 문제를 심각하게 유발한다. 이것은 수확체증의 법칙(Increasing Return of Scale) 즉, 투입된 요소가 늘어날수록 산출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생산량이 증가해도 추가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정보 산업, 소프트웨어 산업, 문화 산업, 서비스 산업 등 디지털 경제의 많은 비즈니스가 이 수확체증의 법칙을 따른다.

따라서, "인터넷은 선점하는 자의 것이다"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 산업에서는 최초로 시장에 진입한 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새로운 경제 법칙이 통용된다. 이러한 산업 분야에 특허권을 적용하는 것은 시장 초기 진입자가 후발 진입자를 시장에서 완전히 축출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이제는 독점과 경쟁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아야 하고, 새로운 기술 분야를 특허 제도의 틀로 끌어들이기 전에, 독점의 인정을 통해 기술 혁신이 실현되는지 검증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발명의 성립성 문제

우리 특허법의 규정과 BM 특허 문제에서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자연법칙의 이용가능성 문제이다. 우리 나라 특허법 제2조에는 "발명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발명의 정의 규정을 특허법에 두고 있는 입법례는 일본과 우리 나라 정도에서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1959년 특허법에 "발명은 자연 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고도한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였는데, 이것의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알 수 없으나, 베를린 대학교의 교수인 코울러(Aller Kohler; 1849~1919)의 학설 "발명이란 기술적으로 표시된 인간의 정신적 창작이며, 자연을 제어하고 자연력을 이용해서 일정한 효과를 낳게 하는 것"을 그대로 채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요시후지).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을 발명이라고 정의한 법규정을 현재의 시각으로 본다면, 주로 물질적 자원을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소위 수확체감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산업 경제에서는 일시적 독점을 통해 기술의 혁신이나 기술의 사회적 축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경제 법칙을 규범화시킨 것으로 재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 방법 대부분은 자연 법칙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인위적인 약속이나 경제적인 법칙을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비즈니스 방법이 산업상으로는 이용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의 자연 법칙 이용가능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권리범위의 문제

특허권이 보호하는 것은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이다. 보통, 저작권이 아디이어의 표현을 보호하는 것인 데 반해, 특허권은 아이디어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아이디어가 문학이나 예술 분야에 표현되었을 때 그것은 저작권 제도의 영역에 속하고, 아이디어가 기술 분야에 표현되면 특허 제도의 적용을 받는다고 이해하는 것이 올바르다. 한편, 우리 특허법에서는 발명을 "기술적 사상"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므로, 특허권이 보호하는 것은 아이디어 그 자체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특허법에서 얘기하는 기술적 사상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구체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기술과 그 개념이 일치하며, 다만 현실로 존재하는 유형의 기계나 장치보다는 좀 더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기술적인 수단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술적 사상은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유형의 기계보다는 조금 더 추상화된 구체적이고 특정된 수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BM 특허의 권리범위가 넓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즉, BM 특허나 소프트웨어 특허는 구체적인 수단은 존재하지 않고 아이디어 그 자체에 가깝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모든 형태에 권리가 미치게 된다. 물론, 등록된 특허 명세서를 검토해 보면, 마치 어떤 절차나 단계를 수행하는 구체적인 수단이 존재하는 것처럼 작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을 특허 기술자의 입장에서 풀어 쓴 것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명세서의 기재가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기술 수단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정당한 보상과 존속 기간

특허권은 일정한 기간 동안만 존재한다. 이러한 특허권의 유한성은 특허권이 산업 정책적 고려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로부터 유래한다. 따라서, 발명자에게 보장되는 개인의 이익과 기술의 축적 확산을 통해 사회가 얻게 되는 공공의 이익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 특허권의 족속기간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특허권의 존속기간은 WTO/TRIPs 협정을 통해 세계적으로 20년으로 통일되어 있다. 특허제도가 운영되는 개별 국가의 경제적 상황이 다르고 개별 산업별로 특허가 기여하는 부분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데, 특허권의 존속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한 것부터가 발명자의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20년의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정당한 보상 기간에 대한 경제적인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고 정해졌다는 사실을 미국의 경우에서 살펴보자. 과거 미국의 특허권은 출원일로부터 17년이었는데, 그 근거는 1623년 영국 특허법에서 찾을 수 있다. 중세의 도제 제도에서 도제의 수업 기간은 경험적으로 언제부터인가 7년으로 인식되어 있었는데, 특허를 받을만한 기술은 2단계의 수업 기간(14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미국에 건너온 다음 미국법의 3년간의 연장 제도가 폐지되면서, 그 타협으로 특허 기간을 17년으로 정하였다.

따라서, 현행 특허권의 존속 기간은 인센티브에 해당하는 정당한 보상 기간으로 정해졌다는 경제적인 분석이나 논리적인 뒷받침이 전혀 없다. 그리고, 인터넷 분야의 발전 속도에 비추어볼 때, 20년이라는 독점 기간은 지나치게 길고, 너무나도 과도한 보상이다.


3. 대안

3-1. BM 특허의 폐지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비즈니스 방법에 대해 현행 특허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려는 정책은 폐지해야 한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을 특허로 보호하지 않으면 인터넷 산업이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 인터넷 분야의 특허권 강화는 인터넷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기 보다는 특허 업계의 발전에만 기여할 것이다.

정보 사회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중요한 발명 기술이 대기업의 거대한 연구소에서 일어난다는 슘페터적(Schumpeterian) 가설이 산업의 모든 영역에 성립되지 않고, 기술 발달을 위해 이윤 동기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미국의 구특허청 현관에 새겨진 "특허제도는 천재의 불에 이익이라는 기름을 붓는 것이다(The patent system added the fuel of interest to the fire of genius)"이 단적으로 말해주듯이 지금까지의 특허 제도는 외로운 한 명의 천재에 의해 발명 기술이 태어난다는 개념을 기본적인 모델로 삼고 있고, 기술적 완벽성보다는 시장 지배를 일차적 목표로 삼는 기업가적 기술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그러나, 지식 기반 경제, 디지털 경제는 쌍방향(interactive)의 순차적(sequential)인 과정을 통해 발명 기술이 태어난다. 창조적 행위는 발명가 한 사람의 머리에서만 나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발명 기술은 수많은 다른 기술을 기반으로 했을 때에만 성립한다.

따라서, 현행 특허 제도 이외의 다른 대안적 제도를 통해 인터넷 관련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 그 대안적 모델은 무임 승차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도로 그쳐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무임승차자 문제의 해결은 타인의 모방3)을 배제하는 것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식 기반 경제는 쌍방향의 순차적인 과정을 거쳐 발명 기술이 탄생하는 동태적 환경(dynamic environment)으로서, 모방은 오히려 기술 혁신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으며, 따라서 창조적 모방과 무임승차(copy)를 구별하여야 하기 때문이다(James Bessen & Eric Maskin).

무임승차자를 배제하고 창조적 모방자를 장려하는 것은, 특허권이 선의의 독자적인 발명자에게는 미치지 않도록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영역을 확대하여 규정하는 방법으로 제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허권은 "발명자는 당연히 독점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기본적 재산권설에 기초하여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라, 산업정책적 고려에 의해 부여되는 권리이다. 이런 점에서, 기술의 혁신에 기여한 사회적 공로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누군가 먼저 땀을 흘렸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땀을 흘릴 자유를 박탈할 권리를 주는 곳까지 보상이 확장되어서는 곤란하다.

한편, 기술의 창작자에 대한 보상이나 인센티브 부여는 독점 배타권에 의한 경제적 보상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자원으로서의 기술 개념을 강화한 제도의 모색이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자유소프트웨어 운동, 오픈 소스 운동과 리눅스의 발전 과정을 보면, 몇몇 천재적인 프로그래머의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 속에서 탄생되는 "성당(Cathedral)" 스타일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왁자지껄한 “시장(Bazaar)\’\’스타일의 개발 방식으로도 독점 소프트웨어보다 더 우수한 소프트웨어 제품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비즈니스 구현 기술에 특허라는 독점권을 부여하지 않으면, 기술의 진보에 방해가 된다는 가설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3-2. 권리 범위의 축소
비즈니스 모델 특허가 인터넷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는 그 권리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에 개정된 미국 특허법에서 "비즈니스 방법의 특허에 대해 그 출원일 1년 전에 특허 방법을 실시하였거나 출원일 전에 미국에서 특허 방법을 상업적으로 사용하였음을 입증한 자는 침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4)을 삽입한 것도 BM 특허가 미칠 폐해를 염려한 때문이라고 보인다. 또한, 미국, 유럽연합, 일본은 2002년까지 BM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공동으로 구축하여 심사 정보를 공유하도록 합의하였고 미국도 최근 BM 특허 심사를 개정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심사를 엄격하게 강화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BM 특허의 권리를 줄이는 문제를 특별히 규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특허권의 범위를 줄이는 문제는 청구항에 기재된 발명의 권리 범위를 해석하는 문제로 접근할 수 있는데, 저작권 제도의 일부 요소를 이 특허 권리 범위 해석에 가미하여, 명세서에 기재된 특정 실시예를 저작권의 표현(expression)으로 보아 특정 실시예에 대해서만 특허권을 인정하고 이와 다르게 실시하는 것은 표현이 다른 것으로 보아 특허권의 범위가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실시 형태를 명세서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특정하도록 하고 출원인이 실제 모델 구현을 위해 사용한 소스 코드를 명세서를 통해 공개하는 것을 강제하도록 명세서 기재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권리 범위를 특정 실시예로 축소 해석할 때 해석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기술 내용을 공개한 대가로 일시적 독점 배타권을 부여한다는 특허 제도의 기본 취지에도 부합되며, 구체적인 실시 형태는 개발하지 않고 단순한 아이디어 단계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특허 출원을 방지한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3-3. 존속 기간의 단축
인터넷 산업의 발전 속도에 비추어볼 때, 20년의 특허권 존속 기간은 지나치게 길다. 존속 기간을 줄이는 문제를 제도적 차원에서 살펴보면, 모든 인터넷 특허의 존속 기간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예컨대, 3년이나 5년) 보다는 출원인에게 일정 범위 내에서 존속 희망 기간을 선택하도록 하고, 이 선택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을 심사 단계에서 심사관이 하거나 권리 분쟁 단계에서 상대방에게 다툼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특허권의 존속 기간을 줄이는 데에는, TRIPs 협정의 규정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인터넷 발명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특허법의 시각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법률의 형태로 보호한다면 독자적인 권리 보호 기간의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TRIPs 협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의 경우 실용 신안은 그 보호 기간이 10년이다.



각주
1) 미국에서는 주로 business method라고 하는데, 보통 이들의 영문 약자를 따 \’BM 특허\’라고 한다. BM 특허는 인터넷을 이용한 사업 방식 뿐만 아니라, 금융, 게임, 광고 등 인터넷이 이용되는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 글에서도 BM 특허란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2) 발명의 성립성이란 특허출원된 발명이 특허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발명으로 성립하느냐 즉, 특허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느냐를 의미하며, 특허 적격성이라고도 한다. 컴퓨터 관련 발명의 심사기준에서 발명의 성립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ⅰ) 특정 기계나 특정 제조물을 청구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의 대상이 되고, ⅱ)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모든 기계·제조물 또는 프로세스를 청구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① 프로세스 전 또는 후에 물리적 변환이 있고 이 물리적 변환으로 인하여 실제적 이용가능성이 명세서에 공개되거나 당업자가 인정할 만하거나, ② 청구항에 산업상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한정 기재되어야 특허권의 대상이 되며, ⅲ) 데이터 구조,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 자연 현상, 단순한 정보의 제시는 특허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테이터 구조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그것이 기록된 컴퓨터로 읽을 수 있는 기록 매체 형태로 특허청구하면 물건 발명으로 인정하여 특허권의 대상으로 된다. 2000년 2월 특허청에서 발표한 "인터넷관련 특허 심사의 일반 지침"도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3) 여기서 말하는 모방(immitation)은 아무런 노력없이 타인의 기술의 베끼는 무임승차(copying)와는 다른 것으로서, 단순한 모방을 넘어 어떤 가치있는 기술을 부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4) 이 규정은 1999년 11월 29일부터 유효하며 현재 진행중인 소송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개정법에는 비즈니스에 대한 정의는 되어 있지 않는데, 이것은 법원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규정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A user of a patented method of doing or conducting business will not be liable for infringement if it can be shown that the user (1) reduced the invention to practice more than one year before the effective filing date of the application upon which the patent is based and (2) commercially used the invention in the U.S. before the effective filing date of the invention. The user must establish this defense by clear and convincing defence.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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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재산권 제도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역할에 관한 비판적 고찰, 윤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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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상거래 원론, 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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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 공간, 사이버 문화, 문화과학사
– 전자정보공간론, 윤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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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BM(Business Model) 특허 현황과 전망, 신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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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mes Bessen & Eric Maskin, "Sequential Innovation, Patents, and Imitation",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 Jim Bessen & Eric Maskin, "Intellectual Property on the Internet: What\’s wrong with Conventional Wisdom?".첨부 파일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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