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권리와 지적자유
Julie E. Cohen **
신동룡 역 ***
1장 서론
일반적으로 지적자유(intellectual freedom)는 정보에 관한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강력하게 보호할 경우에는 증진되지만, 정보 프라이버시(informational privacy)를 강하게 보호할 경우에는 제한된다고 주장한다. 서구의 정치이론과 역사는 지적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법적·실제적 조건을 국가권력의 제한이라고 전제하였다. 즉, 국가권력이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법으로써 제한해야 하고, 국가권력은 이러한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 이면에는 다음의 가정들이 이미 자명한 것으로 내포되어 있었다. 첫째, 개인의 학문연구의 자유가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법으로써 지적재산권을 강력하게 보호해서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보접근과 정보이용에 대한 사적인 제한은 지적자유의 장애물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라도 국가가 개인들간의 계약을 간섭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되었다. 둘째, 국가는 인적 정보를 비롯한 세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배포하는 행위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여겨졌다. 왜냐하면 이러한 금지는 지적자유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침해하는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이 도래한 후에 정보접근과 정보이용을 규율하는 규칙들이 변하였는데, 이러한 변화는 위 두가지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디지털 콘텐츠 판매자들은 기술과 법을 통하여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접근과 이용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또한 상표권자들은 자신들의 이름, 상표 및 생산품에 대한 비판과 토론에 대해 매우 엄격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말하자면 창작과 의사소통 즉 사회적 의미산출과정(meaning-making process)에 대한 통제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대중시장에서 표준화된 콘텐츠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업자들이 문화소유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또한 독점적 콘텐츠에 대한 접근조건은 점점 더 개인에게 상당한 양의 인적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인적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인적 정보를 독점적 콘텐츠로 만들고, 그것을 이용하여 개인에 대한(back to individuals) 표준화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간략한 프로필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정보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정보기능과 정보의 다양성이 점점 더 약화되는 것 같다. 전통적으로 만약 지적자유가 증진된다면 공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가 풍부하게 산출될 것이라고 여겨졌다. 이를 위해 저자와 화자, 독자와 청자를 위한 상당한 정도의 자율성과 익명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디지털 환경은 개인에게로의 정보, 개인에 의한 정보, 개인에 대한 정보를 불문하고, 지적자유에 대한 전통적 가정과는 다르게 변하고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화된 정보환경에서 지적자유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지적재산권을 강하게 보호하는 반면 정보 프라이버시는 약하게 보호함으로써 지적자유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정당하고 좋은 사회는 지적자유를 추구한다는 가정 하에 본 논문은 다음의 3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제2장에서 지적자유를 보장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필요조건들을 확인할 것이다. 둘째, 제3장에서 현재의 정보법과 정보현실이 이 조건들을 얼마나 적합하게 (아니면 부적절하게) 산출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4장에서는 현재의 사회제도를 기초 지우는 소유권, 동의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적·철학적 개념을 살펴본 후, 이러한 개념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2장 지적자유의 적극적 조건
철학적으로 지적자유는 자율의 일부분으로 논의되었다. 넓은 의미에서 자율은 삶에 대한 모든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의 독립에 관한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지적자유 또는 정보적 자율은 정보, 사상, 표현에 대한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의 독립에 관한 문제이다. 따라서 지적자유를 검토할 경우 자율에 관한 두가지 핵심논점이 제기된다. 첫째, 지적자유는 외적 제한이 없는 것으로서 오로지 소극적인 것인가? 아니면 수용가능한 제한을 통하여 지적자유의 적극적 필요조건을 구체화할 수 있는가? 둘째, 지적자유의 기준은 주관적인 것인가? 아니면 외부에서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전제조건인가? 여기에서 나는 지적자유가 적극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가진다고 주장할 것이다. 또한 나는 이러한 조건이 개인에게로, 개인으로부터, 개인에 대한 정보흐름(information flows: to, from, and about individuals)이라는 세 가지 주요 문제(또는 영역)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자유주의철학과 정치이론은 자율을 완전히 소극적인 것으로 정의한다. 칸트로부터 롤즈에 이르는 철학자들은 의지행위에 대한 외적 제한이 있는가 없는가를 기준으로 자율을 정의하였다. 그러나 많은 철학자들은 자율을 극히 소극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에 대하여 두가지의 문제점을 제기한다. 이 두가지는 자율의 전제조건에 관한 문제로서 어느 정도의 지적 수준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자율은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재화와 기회에 대한 제약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자유를 조건으로 한다. 둘째, 자율은 자기자신의 복리를 증진시킬 수 있는 선택능력을 전제한다. 따라서 몇몇 철학자들은 생활필수품(예를 들어, 주거)과 기본적 비판능력을 자율을 위한 본질적 필수요소로 설명하면서, 거창한 이론을 전개하였다. 또 다른 철학자들은 본질적 필수요소를 더 좁고 더 추상적인 일련의 조건들이라고 설명하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조셉 라츠는 그것을 (비판적·자기비판적 능력을 포함하는) 정신적 힘, 충분한 선택, 그리고 억압과 기망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세 가지 조건들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자율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자율적이기 위한 적극적 필요조건을 구체화하려는 시도는 온정주의(paternalism) 또는 그보다 더 부당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동시에 예를 들어, 비참하게 가난한 자들의 자율과 부유한 자들의 자율은 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결론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추상적이고 상대적인 것을 구체화할 때, 그러니까 언제 자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를 구체화할 때, 그리고 바로 그 수준(threshold)에 이르렀는가에 대한 타인의 결정을 존중함에 있어서는 자율의 적극적 조건을 설명하기가 무척 어렵다.
리차드 팔론은 각각의 자율 안에 존재하는 두 가지 요소들, 즉 외부에서 측정 가능한 제한에 초점을 둔 주관적 또는 묘사적(descriptive) 요소와 스스로가 지각할 수 있는 제한에 초점을 맞춘 주관적 또는 자기귀속적(ascriptive) 요소들을 살펴보면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였다. 실제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자유로운가를 결정할 때, 부분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제한을 경험하였는지, 그리고 그 결과 묘사적 또는 사실상의(de facto) 자율을 증진시키려는 강제적 조치에 저항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말하자면 자율을 순전히 주관적 기준만을 참조하여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주관적 기준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다. 개인이 자율적임을 인식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그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고려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논쟁으로부터 두가지 모습의 자율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두가지는 중요하며 상호관련되어 있다. 첫째, 자율에 관한 적극적 입장을 취하든지 또는 소극적 입장을 취하든지 자율은 정도의 문제이다. 최협의의 설명을 배제하고, 개인이 선택하고 행위할 때 그가 과연 자율적인가는 쉽게 결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어쨌든 자율은 법을 비롯한 주위환경이 개인의 선택을 어느 정도 금지하거나 허락하는가, 그리고 개인이 외적 요인에 의해 자신의 선택이 제한되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가에 관한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둘째, 자율은 우연적인 것이지만 그것 또한 정도의 문제일 뿐 결코 우연적인 것으로서만 경험되어질 수는 없다. (바로 여기에서 자율을 소극적으로 설명하는 견해와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견해가 충돌한다.) 모든 개인은 어느 정도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그것 또한 어느 정도일 뿐이다. 그 정도가 얼마나 넓은가 또는 좁은가에 대해 논쟁할 여지는 있지만 개인이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은 전적으로든 또는 부분적으로든 사회적으로 구성된 자기 자신의 선택을 거부하기도 한다. 바로 여기에서 자율적 개인에 대한 근대적 자유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이 충돌하고 있다. 아직도 자율적 자아이론과 의미의 급진적 우연성(radical contingency of meaning)이론은 만족스러운 (포스트자유주의적?) 화해에 도달하지 못 하고 있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 나는 사회구성의 중요한 형식(modality)인 정보소비와 정보이용에 대하여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범위 또는 숨쉴 수 있는 공간(breathing space)을 보존할 수 있는 법적 규칙을 발전시킴으로써, 부분적이지만 지적자유에 관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연적 자율의 역설을 수용하고 온정주의의 함정을 피하면서 자율을 증진시키고자 한다면, 법제도를 통하여 개인이 자율적이도록 할 수 있는 차선책 또는 사회적 요인들을 확인하고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자율의 본성에 대한 입장들과 의견대립을 살펴볼 때, 우리는 어떻게 정보적 자율 또는 지적자유의 필요조건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래에서는 상호연관된 세가지 조건들을 살펴볼 것이다. 그와 함께 현재의 정보법과 정보현실이 지적자유를 고양시키는지 아니면 좌절시키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우리는 정보의 수신자이자 정보의 창작자이며 또한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정보의 주체(또는 대상)인 개인들이 정보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각각의 방식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절 개인에게로의 정보흐름
개인이 자율적이고자 한다면 자신이 의지한 바대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을 구성하기에 충분한 선택의 자유를 갖고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그가 지적으로 자유롭고자 한다면, 정보에 관하여도 충분한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적자유가 증대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개인에게로 흐르는 최소한의 다양한 정보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앞에서 논의한 바대로 단순히 다양한 정보원이 존재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만약 정부가 반정부적 작품에 대해 디지털 방화벽(digital firewall)을 설치하여 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다면, 그러한 사회내의 개인은 다양한 견해에 접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 이외에 다른 종류의 제한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개인의 지적자유를 증진시키고자 한다면, 우리는 개인이 정보를 접근하고 경험하는 방법들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개인이 정보선택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자유로운가의 문제는 정보접근과 연관된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개인이 접근 이전에 정보 자체에 관한 정보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가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만약 사람들이 정보자체의 존재를 알 수 없다면, 또는 정보의 존재를 알았다고 할 지라도 그것에 접근할 수가 없다면, 그러한 정보는 지적자유를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보소유와 정보접근을 규율하는 규칙은 개인이 원하는 정보와 적절한 정보를 확인하고 찾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개인이 검색한 정보를 계속 읽을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개인에게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특정한 정보의 이용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개인은 직접 정보를 검색(browsing)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적자유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도일지라도, 개인이 이용가능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정보에 대해 적절하게 의심하고 비판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은 다양한 정보에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개인이 다양한 정보와 서로 다른 견해들을 접할 수 있을 때 비판능력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판능력의 획득과 사상의 독립을 위해서는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보소유와 정보접근을 규율하는 규칙을 간접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정설(orthodoxy)이 형성되게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비판가와 패러디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도 개인이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자율중심적인 정보법과 정보정책은 앞으로도 정보가 지속적으로 다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회 자체와 사회 속의 지식, 예술 및 문화적 경향들도 변화하기 때문에, 단순히 접근가능한 다양한 정보원이 현재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것들이 동일할 지라도 다양한 정보원과 상이한 견해를 포함하고 있는 체제들은 제한되고 표준화된 정보만이 존재하는 체제보다도 훨씬 다양하고 상이한 창작품을 생산할 수 있다. 수세기 동안 지적재산권법 교수, 문학적 비평가 및 저술가들이 (그리고 압제자와 정치적 선동자들도) 인식하였듯이, 인간은 이전의 창작품들을 토대로 창작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정보소유와 정보접근을 규율하는 규칙들도 새로운 정보의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상이한 규칙들은 상이한 변화를 산출한다.
창작자와 콘텐츠 모두가 지속적으로 다양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창작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알 수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도 살펴보겠지만, 여기에서 잠시 사회 내에서 창작되는 작품의 총산출량(aggregate output)에 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을 경제적으로 분석한 최근의 이론서들은 불완전한 재산권체계(incompletely propertized system)를 제안하면서, 이 시스템이 비록 상당한 정보를 대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지만, 다양한 산출이 확실하게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창작과정에서의 모든 투입(input)에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특정한 창작자와 특정 유형의 콘텐츠 모두에게 불이익을 준다. 정보사용에 대가를 요구하는 정보법 제도는 현존하는 지적재산권자에게 실질적 이익을 줄 것이지만 창작을 위한 투입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그러한 체제는 대중시장에서 엄청난 양의 표준화된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그들 자신의 콘텐츠를 대가없이 재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 대기업에게 막대한 이익을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보사용에 대가를 요구하는 규칙체계는 소유자에게 자신의 작품에서 산출되는 많은 이익을 독점할 수 있게 하는 반면, 경쟁자(second-comer)에게는 작품사용에 대한 총비용을 지출하도록 하기 때문에 결국 특정 유형의 정보창작자는 시장에서 그들의 창작비용을 회수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체제 아래에서는 정보상품이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고 확산시킬 만큼 충분히 생산되지 못할 것이다. 요컨대 만약 정보제도가 정보의 다양성을 지속시키고자 한다면, 적어도 창작과정 상의 투입에 대하여 사람들이 최소한의 정보를 대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절 개인으로부터의 정보흐름
정당하고 좋은 사회가 지적자유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개인이 독자와 청자일 뿐만 아니라 화자와 작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충분한 요인(agency), 다시 말해 정부의 직접적인 감시의 부재 이외의 요인이 필요하다. 이를 알기 위해서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정보에 대한 접근을 규율하는 법적 규칙뿐만 아니라 정보의 (재)사용을 규율하는 규칙을 검토해야 한다. 인간의 창작은 축적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자율적으로 창작을 증진시키고자 한다면, 자율적 독서와 마찬가지로 정보에 대한 접근조건, 개인의 비판적 능력 및 창작의 축적적 성질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개인이 창작하고자 한다면 창작의 본질상 그는 정보에 대하여 자신의 계획에 따라 접근하는 것 외에도 우연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창작은 축적적이고 반복적이다. 이런 이유로 합리적인 정보정책은 개인이 다양한 정보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창작의 본질상 창작물과 창작시기 자체를 예상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영감이 언제 떠오를지, 또한 그것이 어떠한 형태를 취할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반면 화자는 가치있는 정보를 부분적이고 축적적으로 제공한다. 따라서 정보정책은 개인이 이용가능한 정보원 속에서 완전히 개방되고 유연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개인의 지적자유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개인은 기망에 대하여 독립해야 하고 비판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핵심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표현과 창작을 증진시키려는 법제도는 비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보 창작상의 투입물은 사회 내에서 의사소통과 의미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요소이기 때문에, 창작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투입물을 (재)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사회 내에서 생산되는 작품의 총산출량에 대한 논증은 도구적(instrumental)임에 반하여, 작품생산을 위한 투입량에 관한 논증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약간 다르지만 양자의 궁극적 취지는 동일하다. 즉, 창작자인 개인의 자율성을 증진되기 위해서는 공공 영역(public domain)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비평과 논평의 경우처럼 개인은 타인이 표현한 것들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3절 개인에 대한 정보흐름
마지막으로, 만약 사회가 지적자유를 증진시키고자 한다면, 개인의 정보 프라이버시를 어느 정도 보호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지적자유와 정보 프라이버시의 관계는 간접적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는 파악되지 않는다. 자율을 완전히 소극적으로만 정의하는 입장에서 볼 때 개인에 대한 단순한 의사소통은 지적자유를 위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러한 의사소통은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주체인 개인에게 다르게 생각하거나 행동할 것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방식은 매우 극단적으로 단순한 주장이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사용은 직접적·금지적으로 지적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그것은 개인이 자기자신과 상대방을 아는 방법을 형성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사용하는 사회적 현실은 지적자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만약 타인이 개인의 인적사항과 지적 습관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폭넓게 이용할 수 있다면, 타인은 그러한 정보에 입각하여 개인에 대한 독특한 판단과 선입견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로부터 개인에게 제공되거나 개인이 접근할 수 없는 대량의 정보와 기회를 구성한 후, 개인이 특정한 것만을 선택하도록 하고 나머지 것들은 선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순환고리(feedback loops)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구성의 이러한 관행은 어떠한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개인의 결정과 직접적으로 관계한다. 만약 타인들이 개인의 독서행위를 철저하게 조사한다면, 개인은 새롭거나 비정설적 믿음에 대한 실험 기회를 박탈당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정보 프라이버시를 보호함으로써 개인이 상이한 인격, 취향 및 사상을 실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자신의 모든 행동과 사상이 기록되거나 또는 자신이 지속적으로 이러한 종류의 감시를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개인들에 의한 창조적 산출의 다양성과 상이함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거나 보호하지 않는가의 문제는 개인이 정보소비와 창작을 결정할 때 사상의 독립성과 비판능력을 획득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개인이 외부적 조사에 대하여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는 때에만 계층화된 사회적 실제와 계층화가 부과하는 사회적 구조를 최소한 부분적이나마 피할 수 있을 것이다.
3장 새로운 정보경제에서의 지적자유: 정보흐름에 관한 평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개인에게로, 개인에 의해, 개인에 대해 소통되는 정보에 있어서, 정보의 소유, 접근 및 이용을 규율하는 법적·기술적 규칙은 이념적으로 지적자유 또는 정보적 자율을 증진시켜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것들은 점점 더 반대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가지 형태의 정보흐름에 있어서 개인은 상당한 정도의 자율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지적재산을 보호하고 전자상거래를 증진시키기 위해 정보적 자율을 제한하는 엄청난 압력이 존재하고 있다.
1절 개인에게로의 정보흐름: 무모한 접근통제와 검색제한
2장에서 설명하였듯이 개인에게로 흐르는 정보의 다양성과 질은 개인이 어느 정도 지적자유를 누리고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요소이다. 또한 제2장의 논의를 통하여 단순한 소극적 또는 주관적 자유는 충분성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개인이 기망으로부터 독립하고 비판력을 높이고자 한다면, 그에게는 자신이 이전에 모르고 있던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정보소유와 접근가능성을 규율하는 규칙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정보소유를 규율하는 법적 규칙은 개인이 보다 많은 (또는 적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검색장치를 설치하는데 수월하도록 접근통로를 보다 더(또는 덜)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보법과 정보현실의 경우 정보접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저작권자들에게 작품의 접근조건을 통제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계속 더 많이 부여해 주고 있다. 디지털 작품에 접근할 때마다 컴퓨터의 램(RAM)에서 디지털 작품이 자동적으로 재생산되는데, 미국법원은 이것이 복제(copying)를 구성한다고 판시하였다. 유럽연합도 비슷한 방향으로 저작권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만약 디지털 작품에 대한 모든 사용을 침해라고 한다면, 저작권자는 작품에 대한 최초의 접근과 모든 표현(rendering)을 통제할 수 있는 훨씬 강력한 권리(claim)를 갖게 된다. 이러한 논증은 접근통제장치의 우회와 우회장치의 배포 및 생산을 금지하고 있는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을 토대로 보다 더 강력하게 주장되고 있다. 현재 콘텐츠 제공자들이 계측기를 이용하여 정보접근과 정보이용 각각을 측정하고(metering) 사용한 만큼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엄격한 접근통제장치를 개발하고 있는데, 만약 이러한 기술이 이용된다면, \’접근\’은 구입한 책에 대한 최초의 정당한 접근행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콘텐츠의 표현(rendering) 각각에 대해서도 적용될 것이다. 이 경우 만약 계측기에 측정되지 않고 읽거나 검색하려면, 금지된 기술을 사용하여 접근통제를 우회할 수 밖에 없을 것이지만, 결국 그러한 시도는 기존에 구입한 작품을 합법적으로 공유하거나 검색하는 것이 아닌 불법적인 접근으로 간주될 것이다.
엄격한 접근 통제의 경제모델은 새로운 것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구시대의 것이다. 이른바 정보배포의 탈계몽(post-Enlightenment)적 모델은 중세적 정보사회로 회귀하는 신호이다. 중세의 학문은 다른 언어로 코드화되었으며, 열쇠(key)를 가진 사람들만이 접근할 수 있었다. 그 당시의 코드는 라틴어였다. 또한 접근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서고에 가까워야 했을 뿐만 아니라 엘리트 교육도 받아야만 했다. \’정보경제\'(information economy)가 출현하면서 디지털 암호로 코드화되었고, 정보접근은 상당한 신용을 요구하고 있다. 부자에게는 측정화된 정보에 접근할 때 지불하는 화폐비용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정보접근과 정보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설계되었던 다양한 공적·관습적 제도 구조에 익숙한 기타의 사람들 예를 들어, 공공도서관 이용자, 헌책 구매자, 학생, 학문연구원들의 경우, 엄격한 접근통제는 그들에게로의 정보흐름의 형태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또한 정보접근은 개인이 원하는 관련 정보를 얻는 과정, 즉 검색행위에 대해서도 더 폭넓게 적용된다. 대부분 인터넷을 통하여 누구나 출판업자가 될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이 가장 적절한 가격으로 자신의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정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장미빛 희망은 점점 더 무너지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개인들이 발견하는 정보는 점점 더 비디지털 출판을 지배하였던 거대 미디어 기업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한정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에서는 사용자들이 비교구매를 못하게 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상표권자는 경쟁자들과 비판자들이 disneysucks.com와 같은 도메인 네임내의 검색가능한 메타태그(metatag) 또는 구성요소인 상표화된 용어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상표의 희석화(dilution) 또는 상표권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이러한 청구를 기각하기도 하였지만 인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인터넷쇼핑사이트 운영자들은 경쟁업체들이 고객을 유인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데이터수집자들의 가격정보 수집행위를 불법침해법(trepass law)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법원이 이러한 주장들을 받아들인다면, 개인소비자는 정보 및 상품 판매자들이 제시하는 가격과 조건들을 비교하기 어렵거나 설령 비교구매를 한다고 하더라도 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보접근은 네트워크 디자인과 함수관계에 있다. 현재 네트워크 디지인은 변화하고 있다. 거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라이센스화된 콘텐츠를 미디어 대기업으로부터 제공받는 풀서비스 \’포탈\’사이트(full-service portal sites)화 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인터넷 접속은 풀서비스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업이 제공하는 광대역 인터넷 접속(broadband internet access)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이러한 결과로 다수의 소규모 인터넷 접속 제공자들이 제거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배포의 기술적 구조(architecture)가 강력하게 통제될 우려가 있다. 또한 최근 네트워크 사용자가 중앙화된 디렉토리 시스템과 서버가 없어도 콘텐츠의 위치를 찾아내고 교환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Peer-to-Peer 네트워크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나, 거대 저작권 이해관계인들은 이를 불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들로 인하여 개인들이 폭넓은 정보 특히, 비판가들과 반대자들이 생산하는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찾는 것은 더욱더 어렵게 될 것이다.
2절 개인으로부터의 정보흐름: 법적·기술적 사용통제와 제3자 관리
개인은 정보가 지속적으로 새롭게 창조되는 흐름을 보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만약 정보권리제도가 개인에게 단지 수동적 정보사용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한다면, 이러한 제도는 도구적·비도구적 이유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표현의 자유는 지적자유 또는 정보적 자율의 본질적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정보법과 정보현실은 정보창작자인 개인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 비록 직접적인 국가의 금지가 없다고 할 지라도, 공적 규칙이 정보의 소유·통제 및 허용 가능한 사용을 몇몇 사람들에게만 할당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부여하지 않을 경우, 그러한 공적 규칙으로부터 개인의 권리가 간접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정보법과 정보현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제1절에서 설명한 엄격한 정보통제는 읽는 과정뿐만 아니라 창작과정까지도 상당히 변화시키고 있다. 제2장 제2절에서 설명하였듯이 정보접근에 대한 제한은 사회에서 생산되는 정보의 본질과 다양성에 영향을 줄 것이다. 현실적으로 엄격한 접근통제는 저소득층 사용자에게 매우 과도한 부담이 될 것이다. 그 결과 앞으로 이 계층으로부터 창작자들이 나타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심지어 측정화된 사용조건은 그 외의 사용자들에게조차도 비용을 부과할 것이기 때문에 우연한 발견과 검색이 감소될 것이고, 따라서 창작과정이 상당히 변화될 것이다. 또한 읽는 방식도 측정에 적응하기 위해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산출되는 창작품의 종류와 양이 단계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둘째, 사용통제를 강화시키는 법적·기술적 제도는 공공영역을 사적 영역화하고(enclosure) 제한할 뿐만 아니라 사적 감시를 증가시킴으로써 정보의 사용과 새로운 창작을 제한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저작권법과 상표법은 예외와 제한을 두고 있었지만 이러한 예외와 제한은 체계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미국법체계는 공정사용 원칙(doctrine of fair use)을 통하여 저작권 콘텐츠를 권한없이 사용하였다고 할지라도 학문적·비평적 논평, 패러디, 그리고 저작권화될 수 없는 기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리버스 엔진니어링과 같이 그러한 사용이 사회적으로 유익할 경우에는 책임을 면제하였다. 그러나 현재 이 원칙은 상당히 좁게 해석되어지고 있다. 콘텐츠의 광범한 복제가 작품의 잠재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공정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들 가운데 하나이지만, 전통적으로 법원은 이러한 사용 또한 공정사용이라고 판단하였었다. 그러나 최근 몇몇 영향력있는 법원은 시장을 창출하려는 저작권자의 요구에 입각하여 그러한 사용으로 인하여 중요 시장에 손해가 있었다면, 공정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작권자는 법과 기술상의 성공과 더불어 디지털 화일은 복제가 용이하다는 사실 그리고, 접근과 이용에 라이센스를 설정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법은 더 이상 디지털 작품의 사적이용 및 복제를 공정사용으로든 다른 이유로든 결코 면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시장기대\’기준(market expectation test)은 국제적 저작권법과 통상정책 구조에서 매우 중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관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WTO의 분쟁해결위원회(dispute resolution panel)는 소규모 레스토랑 업자에게 라디오 방송을 허가하는 미국 저작권법의 예외조항을 이 기준에 따라 무효화시켜야 한다고 판정하였다. 이 결정은 저작권법의 또 다른 예외조항들이 시장을 파괴시킨다는 이유로 많은 유럽국가들의 사적 사용에 관한 예외조항을 포함하여 그것들을 무효화시키려는 선례로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공정사용의 원칙이 적용되는 곳에서도 계약법적·기술적 발전은 정보접근과 마찬가지로 정보사용에 대한 사적 통제마저도 강화하고 있다. 저작권자는 리버스 엔진니어링 또는 비평적 논평과 같이 저작권법에 의해 허가된 사용을 막기 위하여 클릭랩 라이센스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자사가 소프트웨어 표준을 붕괴시킨다는 비난을 무마시키기 위하여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비판자들이 마이크로소프스사에게 케베로스(Kerberos) 보안표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히라고 요구하였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인터넷에 요구된 자료를 올려놓으면서도 자료에 접근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읽었던 것에 대해 논평을 금지하는 클릭랩 라이센스 제한을 설정하였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공 영역의 작품 또는 저작권화될 수 없는 사실적 내용의 콘텐츠를 상품화하려고 하는데, 이들을 포함한 많은 저작권자들이 기술적 방법을 통하여 더 직접적인 정보사용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은 저작권법에 의해 허가된 행위가 필요할 경우, 접근통제와는 달리 사용통제의 우회를 금지하고 있지 않지만, 동법은 사용통제를 우회하기 위한 도구의 제작과 배포를 금지함으로써 동일한 결과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있다.
또한 소유자는 상표법에서도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저작권과 마찬가지로 상표는 전통적으로 불완전한 재산권 또는 준재산권(quasi-property rights)이었다. 즉, 상표법은 오직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는 사용에 대해서만 통제권한을 부여하였을 뿐 소유자에게 상표에 대한 모든 사용을 통제(police)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상표소유자를 비판하거나, 뉴스를 제공하거나 혹은 호환가능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전할 경우, 전통적 상표법 아래에서는 상표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주 최근의 희석화 원칙(dilution doctrine)은 혼동 기준(confusion standard)아래에서는 기소(actionable)될 수 없었던 많은 상표사용들이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유명상표에 대한 특수한 관념연상(associations)을 \’희미하게 하거나(blur)\’ \’변색시킨다(tarnish)\’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사용들은 근본적으로 본질상 의미표현적이다. 그것들은 선의에 대한 위협이기보다는 문화적 앎(지식)의 표현이다. 따라서 현재 확대적용되고 있는 희석화원칙은 중요한 사회적 문화적 이슈에 대해 논평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희석화원칙과 관련하여 사이버스쿼팅금지법(anticybersquatting)이 제정됨으로써, 항의 또는 비판적 논평을 원래의 목적으로 하는 수많은 인터넷 도메인 등록이 위험에 처해 있다.
마지막으로 접근통제에 있어서, 권한없는 정보사용을 통제하기 위하여 지적재산권을 토대로 하는 네트워크 표준정립기구(standard-setting organization)와 그 외의 제3자를 설치하려는 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상표법의 경우, 이러한 노력으로 인하여 모든 인터넷 도메인네임 등록자들이 동의해야만 하는 통일중재절차(uniform arbitration procedure)가 채택되었고, 상표소유자의 이익이 편파적으로 대변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저작권을 강력하게 보호하려는 압력으로 인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간접적 저작권 책임을 확장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미국은 이른바 \’세이프 하버\'(safe harbor) 조항을 제정하였는데, 이 조항에 따라 서비스 제공자는 사용자가 인터넷에 올린 내용을 삭제하였을 지라도 손해배상책임을 면제받는다. 이 조항들과 함께 현재 저작권법은 콘텐츠 소유자에게 공정사용의 표현자 및 권한없는 표현의 창작자들을 침묵시킬 수 있는 새로운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Peer-to-Peer 네트워크에 반대하는 운동은 명백히 중앙화된 통제에 복종할 필요가 없는 신종 네트워크의 개발을 막기 위한 것이다.
3절 개인에 대한 정보흐름
: 응용프로그램과 네트워크에 의한 감시와 프로필화
온라인상의 모든 행위들은 영구적인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만약 디지털 네트워크기술을 이용한다면 수많은 활동들이 정밀하게 조사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하여 수집·작성된 \’지식\’의 밀도는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이러한 두가지 이유로 인하여 오늘날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하여 개인의 취향과 활동에 대한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네트워크화된 데이터베이스가 나타나기 전의 경우, 개인들은 각각 개별적인 사회영역들(discrete social spheres)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더 탄력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반면, 역사적으로 개인은 타인에 대한 진실한 정보를 이야기하거나 책으로 출판하였을지라도 특별한 예외상황에서는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침해로부터 면책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메카니즘은 현실공간의 특성상 범위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사용가능한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은 매우 작았으며, 매체(가쉽 또는 인쇄문서) 자체의 특성상 인간의 인식능력은 시간적·공간적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와 데이터 수집기술이 매우 발전된 상황 아래에서는, 각각 개별적인 사회영역의 경계가 붕괴되고, 다양 다종의 정보들이 본질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인식적·매체기반적 한계 역시 해체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많은 양의 새로운 정보로부터 정보접근과 정보사용에 관한 사항, 즉 지적 활동 자체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러한 새로운 프로필화와 데이터 수집은 지적자유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비디지털화된 세계의 경우 이러한 정보들은 결코 얻어질 수 없었으며, 프라이버시를 강력하게 보호함으로써 도서관 및 기타의 정보전달자들을 제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 의해 얻어지는 대부분의 개인 정보들이 보호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세계의 경우, 지적재산권 정책과 엄격한 접근통제의 기술들은 마치 독자와 청자들에 대한 엄청난 양의 인적 정보를 축적하고 수집할 수 있는 권리로 여겨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서, 비디오 및 다른 지적상품에 대한 접근 및 이용행위와 개인소지품의 일반적 사용행위를 비롯한 사적 공간 내에서의 모든 행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통상의 가정이 자동화된 접근과 사용 통제기술로 인하여 역전되었다. 즉, 접근에 어떠한 재정적 제한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조차도 계측화된 정보접근으로 인하여 책을 읽거나 이야기할 때 자신들이 구속되어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것 또한 사회적 질서를 전계몽적 양식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중세의 가신(vassals)이 군주에게 프라이버시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독자는 프라이버시를 근거로 자신이 어떠한 가상정보를 읽는지, 심지어 어디서 책을 읽었는지에 관하여 정보제공자에게 항변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고 있다.
개인판매자가 사용하는 모니터링과 프로필화 기술의 변화와 함께, 최근 몇 년 동안 네트워크 기본 프로토콜을 재설계함으로써 인터넷에서 개인을 훨씬 쉽게 추적하고 확인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직접적 마케팅(direct marketing)에 대한 절대절명의 요청으로 개발될 뿐만 아니라 훨씬 수준 높은 보안성을 요구하는 상업적·법집행적 이해당사자들의 요구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법집행의 측면에서 국가와 집행공무원은 더 월등한 도청능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의 집행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해커의 위협을 환기시키면서 이러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상업적 측면에서 인터넷 판매자들은 상거래에서 사기를 줄이기 위하여, 완벽한 추적이 가능한 확실한 인증기술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현재 악명높은 인텔 PSN(Processor Serial Number)은 온라인 거래의 보안성을 높이는 방법으로서 여겨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기술사업단(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은 만약 현재 개발중인 네트워크 프로토콜 버전6 TCP/IP(\’IPv6\’)이 성공한다면, 디지털 통신의 신원확인 능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지적재산권의 경우에서도, 법집행상 그리고 상업상 이해관계가 등장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소유자들은 권한 없는 사용을 쉽게 추적하고 금지하고 처벌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몇몇 산업가들은 Peer-to-Peer 네트워크 기술에 대응하여, 반드시 모든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운전면허증에 상응하는 것을 갖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온라인상에서의 익명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확실한 인증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네트워크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인적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개인은 이 시스템을 통하여 네트워크로부터 정보접근과 정보배포를 더욱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을 시행할 수 있는 주체는 단순히 정부만이 아니다. 사적인 실체(private entity)도 인증시스템을 이용하여 정보접근과 배포를 통제할 수 있다. 따라서 오로지 정부만이 정보적 자율에 대한 최고의 위협일뿐 사적 행위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 조차도 다중 목적의 상업적 통제구조가 업무상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할지라도, 그에 대한 지지를 재검토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러한 통제지향적 구조를 (네트워크 내에서 구체적 응용프로그램과는 구별되는 것으로서) 확실하게 네트워크 자체에 부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와는 반대로, 익명적으로 검색할 수 있고, 통신할 수 있으며, 심지어 웹출판과 구매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혁신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만약 이 새로운 프로토콜들이 광범위하게 채택된다면, 개인의 정보적 자율은 상당히 회복될 것이다. 현재 어떠한 법도 이 기술들을 금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업적 필요(또는 욕망)는 프라이버시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적어도 하나의 구조만이라도 성공한다면, 판매자, 국가 및 개인사용자들이 그 구조를 선택하도록 하는 수많은 주장들이 제기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제4장에서는 지적자유를 비롯한 자유와 정보권리 사이의 관계에 대한 몇가지 주장들을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4장 지적자유의 법적 범주와 조건들
전술하였듯이, 제3장에서 설명한 발전은 지적자유와 정보적 자율을 증진시키지 않을 것이다. 반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전자상거래를 촉진시키려는 압력으로 인해, 네트워크화된 디지털 환경은 지적자유의 조건들을 침식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로 재구성되고 있다. 서구 사회가 지적자유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고, 다양하고 역동적이며 인습 타파적 지적 문화를 향유하려고 의도하였던 이후로, 이러한 현상은 매우 엉뚱한 결과이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법이론을 고찰하고, 정보법과 정보현실에 대한 논의의 기초가 되는 법적이고 철학적인 핵심개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적자유가 정보에 대한 개인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할 때 증진되지만, 정보 프라이버시를 강력하게 보호할 경우에는 제한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증들은 정보소유의 의미, 상호작용을 구성하는 동의의 본질과 중요성 그리고 표현의 자유의 의미에 대한 일련의 근본적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본 논문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러한 가정을 검토하고, 그것들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1절 정보소유권의 의미
정보소유권과 지적자유의 관계는 복잡하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만약 정치적·사회적 제도가 지적자유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고자 한다면, 다양한 지적 생산품의 창작과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 네태늘(Netanel)이 언급하였듯이, 지적재산은 그러한 사회제도 내에서 보호되고 구조적으로 기능한다. 무엇보다도 법적 보호는 지적 상품의 생산과 시장판매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리고 정보생산자들을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시킴으로써 지적자유는 증진된다. 그러나 제2장에서 설명하였듯이, 인센티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또한 지적재산에 대한 강력한 통제는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만약 지적자유를 증진시킬 수 있는 지적재산권 규칙과 권리 시스템을 설계하고자 한다면, 지적 상품의 공적 접근과 이용의 조건들을 연구해야만 한다. 이것은 단연코 양적인 연구일 수는 없다. 이것은 반드시 저자와 콘텐츠 양자의 다양성을 고려해야만 한다.
지적재산권에 관한 논변(rhetoric)과 현재 등장하고 있는 지식 상품의 디지털화 배포를 위한 법적·기술적 수단(vehicles)은 점차 균형과 다양성을 지속시키지 못하고 있다. 즉, 만약 지적재산권의 범위를 최대화한다면, 현재의 창작과 지적자유가 최대로 보호될 것이고 그 결과 저작물의 소유자가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하여 지적재산권과 완벽한 통제를 동등하게 여기는 것이 관례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적재산의 맥락에서, 경제학적 논거를 들어 소유권을 완벽한 통제로 정당화하는 주장은 아직 논쟁 중이다. 통제를 정당화하려는 복지 기반의 경제적 논증들은 오로지 현재의 지적재산권자의 사적 복지를 목표로 주장되고 있다. 그러나 전술하였듯이, 만약 정보생산품에 대한 사적 통제를 강화한다면, 사회의 총체적인 복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있다. 즉, 법적으로 문화생산품을 구성하는 방식은 다양한 정보에 대한 공적 접근과 새로운 창작 모두를 감소시킬 것이다. 소유를 완벽한 통제로 정의할 경우, 지적재산제도로부터 나오는 비용-이익 분배에 있어서의 이러한 변화와 지적자유에 대한 최종적 영향에 관한 평가는 애초부터 배제된다. 소유권이 요구하는 통제의 본질에 대한 규범적 전제와 관련하여 인적 정보의 소유권에 대한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 지적재산의 제공자들은 그들이 접근조건을 무제한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권리로부터 개인에게 인적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수반된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감시되지 않고 익명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Peer-to-Peer 네트워크기술을 당연히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따른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한 지적재산소유자 뿐만 아니라 데이터 처리자들은 만약 다른 누군가가 타인의 인적 정보를 점유하였다면, 그러한 이유로 타인에게는 법적으로든지 이론적으로든지 자신의 인적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 지적재산의 존재는 후자의 주장들을 부정한다. 왜냐하면 지적재산권은 분명 특정 정보의 사용을 지속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적 정보에 대한 지속적인 통제를 가능케 하는 규칙이 데이터 처리자에게 부담지우는 비용은, 지적재산 소유자에게 지속적인 통제권을 부여하는 규칙이 지적재산의 이용자에게 새롭게 부담지우는 비용과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지적재산소유자는 궁극적으로 재산의 본질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것이고 거래되어지는 것으로 가정하면서, 자신의 인적 정보에 대한 개인적 통제를 부정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소유권을 데이터 처리자에게 할당하는 것, 또는 적어도 그에게 방해되지 않는 소유권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소유권의 의미와 영향을 이런 식으로 가정한다면, 상이한 소유권 규칙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비용과 이익을 애시당초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배분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법적으로 정보를 완벽하게 통제하거나 또는 완전히 거래할 수 있는 이론을 구성한다면, 이러한 이론으로부터 도출된 소유권에 본질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토지소유권과 마찬가지로 정보소유권의 할당과 제한은 누가 정보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자유를 가져야 하는가, 그리고 누가 타인의 자유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책결정을 반영한다. 지적 상품의 경우, \’소유자\’에게 완벽한 통제를 할당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개인사용자와 미래의 창조자들에게 비용을 전가시킨다. 인적 정보에 대한 소유권을 데이터 처리자에게 부여하는 것도 개인에게 비용을 전가시킨다. 그러한 규칙들로 인하여 지식이 지나치게 수동적·통일적·획일적으로 생산된다면, 그만큼 이러한 규칙들은 사회에 비용을 전가시킬 것이다. 만약 사회가 증진되도록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선(good)이 소유권보다 지적자유라고 생각한다면, 이 결과들은 정보소유권이 고안되어지고 할당되어지는 방식이 재평가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한다.
2절 동의의 본질과 중요성
소유권을 바탕으로 논증하는 사람들은 라이센스를 통한 정보교환이 복리를 증진시킨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구성하는 동의의 본질과 중요성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적재산의 경우 동의는 라이센스이다. 지적재산을 더 완벽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소유자가 합리적 조건에서 접근과 이용을 라이센스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들은 만약 이용자들이 지적상품의 가격이 매우 높고 동의에 과도한 조건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용자는 동의를 철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보 프라이버시의 경우, 동의는 개인의 인적 정보를 대가없이 사용하는 것에 대한 개인의 동의이다. 정보 프라이버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만약 개인들이 자신들의 인적 정보가 거래되지 않기를 원한다면 개인들은 단지 계약체결을 거부할 수 있으며, 데이터 처리자들은 시장의 압력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선택하여 영업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1절에서 설명하였던 통제에 근거하는 논증처럼, 이러한 두개의 논증들은 서로를 거울에 비춘 것과 같이(mirror images) 상호 유사하다.
무엇보다도 이 논증들은 정보판매자와 처리자에게 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고, 개인에게는 그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즉, 동의에 기반한 논증은 개인을 정보의 거대 상업적 판매자와 프로세서들과 동등한 지위에 위치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증은 시장균형이라는 민주적으로 부적절한 배경적 가정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첫째, 정보정책에 관한 동의기반 이론은 일반적으로 정보접근과 정보이용을 지배하는 표준조건이 어떠한 제도적 힘에 의해 형성되는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선 시장에서 회사는 개인보다는 더 효율적으로 조직된다. 그래서 판매자는 소비자 대중시장을 유리하게 점유하지 않을지라도 실질적인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둘째, 동의기반 논증은 계약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가지는 인식능력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적재산권의 경우, 정보작품의 가치를 사전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검색하기 전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정보의 새로운 유형과 원천을 경험하고자 하는 개인의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정보 프라이버시의 경우, 개인은 자신의 인적 정보가 앞으로 어떻게 이용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정보권리를 동의에 기반하여 접근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왜냐하면 이런 식의 접근은 대체적으로 어떠한 요인행위에 의해 사회적으로 동의되고 거절되는가를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회사의 시장지배력과 개인의 인지불가능성 문제는 교정적(corrective) 입법에 의해 어느 정도 보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의에 근거한 논증은 국가의 간섭을 배제하는 소극적 자유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동의가 개념적으로 원자적이라고 한다면, 정치적 과정은 개념적으로 강제적이다. 만약 동의기반의 논증에 따른다면, 인간의 상호작용을 규율하는 구성적 규칙(constitutive rules)은 개인적 계약에 동의하는 규칙들의 총합일 뿐이다. 이론적으로만 보더라도 이러한 논증은 대단히 의심스럽다. 무엇보다도 만약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만 한다면, 논리적으로 개인은 자신들이 어떠한 집합적 결정권한에 복종하고, 그 권한의 결정에 따라야 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이때의 집합적 결정은 그것에 동의하지 않으려는 사람을 구속할 뿐만 아니라 가격과 조건을 정립하는 시장과정 또한 구속한다는 것이다. 이론적 고려를 제쳐둔다 할지라도 만약 지적자유가 추구되어야 하는 목표라면, 핵심은 어떠한 규칙이 동의에 관한 구체적이고 추상적 개념에 가장 잘 일치하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규칙이 지적자유의 조건을 창출할 수 있는가에 있다. 구체적으로 만약 충분한 선택 또는 억압과 기망에 대한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원자적 개인의 시장행위를 필수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면, 사회는 그러한 제한이 정당한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3절 표현의 자유의 의미
제2장에서 설명하였듯이 지적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표현의 자유는 비록 지적자유의 충분조건은 아닐 지라도 그것의 필요조건이다. 또한 정보소유권 문제에 있어서 지적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관계는 균형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지적재산을 창작할 수 있도록 지적재산권자에게 인센티브와 자유를 주어야 하지만, 반대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이유를 근거로 타인의 접근과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자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 또한 뉴스기사처럼 특정 종류의 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유를 보호해야 하지만, 역으로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인적 정보의 수집·교환·처리를 제한해야만 한다. 그러나 수정헌법 1조의 법이론에 따라 표현권(speech rights)을 일반적으로 이해할 경우, 정보적 재산의 시장처분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상호 동등하다. 만약 표현 논증(speech reasoning)을 정보권리에 대한 논쟁에 적용할 경우, 이미 주장된 표현권은 재산권 논리에 흡수되기 때문에 극히 편협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적재산권의 경우 접근 및 이용을 감시하고 사적으로 검열하는 저작권자의 행위는 말하지 않을 권리를 포함한 저작권자의 표현권에 의해 정당화된다. 마찬가지로 상표권자는 이념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할 때 말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한다. 최근 저작권과 상표권 보호가 확장되면서, 이러한 논증들이 증가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유명상표에 관한 희석화이론이 채택된 후, 상표를 권한 없이 의미표현적(expressive)으로 사용할 경우 법적으로 인식 가능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여겨지기 쉽게 되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저작권보호를 위해 \’출판\’ 요건을 형식적으로 완화시키고 저작권 보호대상이 영업비밀에까지 확장된 후, 계약법적·기술적으로 부과된 접근과 이용에 대한 제한이 지적재산권 체계에 부합될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킨다고 생각하기 쉽게 되었다.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하는 이 두가지 논변들은 점차적으로 지적재산권의 사회정책이 마치 표현의 자유를 더 일반적으로 증진시키는 보호막이라고 주장하면서, 지적재산권이 단순히 정보소유자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한 특별한 권리로서 재개념화되는 것을 은폐시키고 있다. 그 결과 법원은 강력한 지적재산권 보호가 본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킨다는 이유에서 저작권과 상표법의 강력한 보호를 거부하는 수정헌법 논거를 기계적으로 일축해 버리고 있다.
정보 프라이버시의 경우에도, 소유권은 표현이론을 구성하거나 미리 예정하고 있다. 법원과 학자들은 인적 정보가 그것을 모으는 사람의 재산이라고 가정할 뿐만 아니라 인적 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표현\’이라고 간주한다. 이것을 근거로 데이터 처리자의 정보교환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너무도 쉽게 도출된다. 그러나 만약 위의 기본 전제들 가운데 하나가 타당하지 않다면, 이러한 결론이 그리 간단하게 도출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개인이 자신의 인적 정보에 대하여 법적으로 인정되는 이익을 가지고 있다면, 프라이버시 규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 이외의 어떤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만 할 것이다. 만약 어떤 정보의 교환이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보다 정확히 말해 어떤 정보교환이 비표현적 이유로 발생한다면, 이러한 정보교환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함이 없이 규제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논증으로 정보 프라이버시 보호를 반대하는 자유지상주의자(liberitarian)들은 결과-결정 은유(outcome-determing metaphors) 또는 패라다임 케이스 유추(paradigm case analogies)에 의존하면서 상업적 프로필화를 인간에 의한 그리고 인간에게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표현과 동일시한다. 첫째, 그들은 인적 정보의 수집 및 사용을 단순한 가쉽(gossip)과 동등하게 취급한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프라이버시 보호가 이웃에 대한 표현을 질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곳곳에 스며있어 보이지 않는 분류 시스템들(pervasive and unseen systems of classification)을 소규모 공동체 내에서 통용되는 비공식적이지만 고도의 책임을 요구하는 규범조정(norm regulation) 시스템과 동일시하는 이러한 논증방식은 완전히 엄청난 실수를 범하고 있다. 상업적 프로필화 기업은 거의 전적으로 책임으로부터 격리되어 있지만, 상업적 프로필화는 구체적 공동체 또는 사람들의 구체적 삶의 모습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상업적 프로필화는 개인적 자율과 지적자유에 대하여 질적으로 독특한 영향을 준다. 두 개의 시스템은 사실 중복되는(overlapping) 규제기능을 하지만, 이 오버랩으로 인해 두 시스템이 유사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정보 프라이버시의 보호가 출판의 자유(press freedom)를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설명한다면, 비록 수백만 수천만의 거래기록과 기호기록을 비롯한 영업비밀 데이터베이스를 비공식적으로 교환하고 처리하며 상업적 프로필화하는 것을 법적으로 제한한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법이 반드시 구체적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한 뉴스 기사화를 더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법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상업적 프로필화의 목적은 정보를 독점적 영업비밀로서 보유하려고 할 뿐, 공적 관심사에 대한 논쟁에 기여하거나 공공지식의 축적을 증가시키는 것이 있지 않다.
만약 표현의 이익을 단지 정보재산의 이익으로만 한정하거나 또는 모든 정보교환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과 완전히 동등한 것으로 본다면, 지적재산권과 정보 프라이버시의 문제를 다룰 때 표현의 자유에 근거하는 논증이 특수하게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문제에 적용하던지, 동등한 양자 가운데 표현적(expressive) 이익이 어디에 존재하는가를 묻는 난해한 연구의 본질이 은폐된다.
지적자유를 해결하는 것은 균형을 요구한다. 구체적인 정보교환의 유형이 어떻게 개인에게로의, 개인에 의한, 개인에 대한 정보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서 연구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만약 사회가 증진시키기를 원하는 첫 번째 것이 지적자유라고 한다면, 무엇이 \’표현\’을 구성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단지 도구일 뿐 목적 자체가 아니다.
5장 결론
지적자유는 개인에게로의, 개인으로부터, 개인에 대한 정보흐름에 관하여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율과 관련되어 있다. 정보의 소유, 접근 및 이용을 규율하는 법적 규칙은 사회 속에서 개인이 향유하는 지적자유의 정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규칙들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정보의 소유와 소유의 한계를 결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법적 범주로서 기능한다. 정보사회가 출현하면서 이러한 규칙은 그 자체 목적이 되었고, 점진적으로 그것의 영향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 다시 말해 규칙이 어느 정도 정보를 풍부하고 다양하게 하고 있으며, 일련의 정보현실이 지적자유를 단순히 이론적이 아닌 실제적으로 촉진시키는데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배제하고 있다. 만약 사회가 추구하는 선이 법적 범주 자체가 아니라 지적 자유가 되어야 한다면, 정보법과 정보정책을 구조짓는 범주는 더 세밀하게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