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보는 지적재산권> 디지털 혁명과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

디지털 혁명과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

홍성태 (정보공유연대 IPLeft대표, 상지대교수)

 

1. 디지털 혁명의 시대?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말 자체가 가장 진부한 상투어가 되어 버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도처에서 들리느니 이런 류의 말들이다. 그 결과 이런 말들은 평범한 수사학적 가치마저도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늘날 우리는 이런 말들의 지배를 받으며 살고 있다. 공허한 메아리조차 울리지 못하는 이런 말들이 우리의 사고와 행위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다는 말인가?

 

지난 10년 사이에 이루어진 가장 큰 변화라면 단연 사회주의 세계체계의 몰락을 들어야 할 것이다. 이로써 자본주의의 지리적 확장이 완성되었다. 사회주의가 사라진 자리에 자본주의가 들어서면서 마침내 자본주의에 의한 천하통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변화에 관한 논의의 중심은 기술 쪽으로 옮아갔다. 요컨대 기술의 발달이 자본주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가 하는 것이 변화에 관한 논의의 초점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기술혁명이 사회혁명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아마도 오늘날처럼 \’혁명\’이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널리 사용되었던 적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사회혁명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러므로 \’혁명\’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정치적 무게를 지니지 않는다. 오늘날의 혁명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기술혁명이기 때문이다(홍성태, 2000ㄱ).

 

디지털혁명은 이러한 기술혁명의 한 축이다. 자본주의의 지리적 확장이 완성된 세계에서 그것만이 오늘날 실제적인 \’영구혁명\’이자 \’세계혁명\’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패권의 원리인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에서 살아남기 위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시대사적 변화로 여겨지고 있다. 나아가 디지털혁명을 통해 기술은 이제 분명히 도구적 차원을 훌쩍 뛰어넘어 역사와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의 영역에 안착한다. 그러나 과연 디지털혁명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가?

 

디지털혁명에 관한 외침은 도처에서 들려오건만 정작 그것이 가리키는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논의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예컨대 미 상무부 전자상거래국에서 1998년에 발표한 \’부상하는 디지털 경제\’라는 보고서를 보자. 이 보고서는 \’디지털혁명이 시작되었다\’는 제목의 절로 시작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디지털혁명에 관한 정의는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다만 인터넷의 대중화와 그에 기반을 두고 나타나는 경제적 변화를 가리키는 것으로 읽힐 수 있을 뿐이다(DOC, 1998).

 

네그로폰테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디지털혁명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디지털을 신비화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디지털은 전자 정보를 처리하는 한 방식일 뿐이다. 그러나 디지털혁명론에서 디지털은 물질적 한계를 넘어서 인류에게 무한한 성장을 약속하는 \’마법의 씨앗\’과 같은 것으로 제시된다. 이렇게 해서 디지털혁명론은 근대 사회를 떠받쳐 온 무한성장의 신화를 되살리는 이데올로기의 구실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디지털혁명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서 큰 장애가 된다(홍성태, 2000ㄴ: 4장).

 

기술적으로 디지털혁명은 컴퓨터의 멀티미디어화와 인터넷의 대중화를 축으로 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을 가리킨다. 이와 함께 여러가지 사회적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필자는 특히 인터넷의 대중화와 \’정보의 상품화\’에 주목하고 싶다. 이 경우 디지털혁명은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물질재의 영역뿐만 아니라 정보재의 영역까지도 확고히 지배하게 되었음을 뜻한다. 이로써 자본주의는 명실상부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지만, 당연하게도 그 결과로 새로운 형태의 모순을 낳게 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디지털혁명과 자본주의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다음의 2절에서는 \’현실 정보사회\’라는 용어를 통해 정보사회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추구한다. 3절과 4절에서는 정보의 상품화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지적재산권을 다룬다. 먼저 3절에서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의 형성과 변화를 다루고, 4절에서는 세계무역기구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마지막 5절에서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에 관한 문명전환론적 설명과 그 문제점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글을 맺도록 한다.

 

2. 현실 정보사회와 지적재산권

1) 현실 정보사회
정보사회에 관한 주류적 논의들은 대체로 기술결정론적 편향을 갖는다. 이 편향은 다른 어떤 사회적 변수보다 기술의 영향력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를 문명전환론의 형태로 파악하도록 하는 효력을 갖는다. 여기서 기술결정론적 편향은 산업주의와 자본주의가 빚어내고 있는 현실의 사회 문제로부터 눈을 돌리도록 하는 이데올로기적 편향으로 전화된다. \’현실 정보사회\’라는 용어는 정보기술의 발달이 갖는 중요성을 인정하되 이러한 편향을 고려하여 고안된 용어이다.

 

기존의 정보사회론, 특히 주류 정보사회론은 \’정보화 → 정보사회\’라는 기술결정론적 도식에 사로잡혀 있다. 이것이 기술결정론적인 까닭은 여기서 정보화가 대체로 정보기술(IT)의 확산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이 도식에는 크게 두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정보기술적 편향\’의 문제이다. 이 도식에서 정보화는 흔히 전자공학에 바탕을 둔 정보기술 분야의 변화로 한정된다. 그러나 이른바 \’바이오혁명\’에서 잘 드러나듯이 현재의 정보화는 생체정보의 확인과 이용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Rifkin, 1998). 이러한 기술적 변화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도 정보화는 전자정보기술뿐만 아니라 유전정보기술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둘째, \’탈자본주의적 편향\’의 문제이다. 이 도식에는 정보기술의 발달과 이용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으로 반영되어 있으며, 정보기술의 발달이 정보재의 생산과 이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주류 정보사회론자들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새로운 사회가 도래한다는 속 편한 문명전환론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재의 생산과 이용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보면, 정보기술이 자본주의의 구조적 규정 속에서 개발되고 있으며, 대체로 자본주의의 확장을 위한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함께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이 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현실 정보사회\’란 이러한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파악된 정보사회를 가리킨다. 이 용어는 정보기술의 빠르고 복잡한 발달과 그 이용의 보편화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정보라는 재화에 어떤 변화가 초래되고 있는가에 주목할 것을 요청한다. 요컨대 본래 공유재로 여겨지던 정보들이 대거 사유재로 바뀌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간의 유전정보를 포함하여 이 세상의 모든 정보가 상품으로 생산되고 판매될 수 있게 된다. 정보기술의 발달뿐만 아니라 정보재의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야 비로소 현재의 정보화가 자본주의와 관련해서 차지하는 사회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은 1980년 초반부터 미국의 주도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잘 알다시피 1980년대에 미국 경제는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로 허덕였다. 레이거노믹스는 \’위대한 미국\’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오히려 미국은 몰락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들이 모색되었는 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1983년에 설립된 미국의 대통령산업경쟁력위원회는 1985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의 재생을 위한 방법의 하나로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강화할 것을 제시했다. 바로 이것을 계기로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 및 세계경제에서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강화하는 커다란 흐름이 가파르게 형성되어 왔다(박영관, 1996: 22).

 

물론 지적재산권 자체가 최근에 들어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서구의 경우에 그 역사는 대략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지적재산권은 복잡한 체계를 통해 관리·보호된다. 지적재산권체계는 지적재산권과 그 관리기구로 구성되는 데, 현재 지적재산권은 산업재산권(특허권·실용신안권·상표권·의장권), 저작권(저작인격권·저작재산권·저작인접권), 신지적재산권(산업저작권·첨단 산업재산권·정보산업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관리기구는 특허청과 같은 각국의 해당 기구들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로 대표되는 국제적 기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체계의 기본적인 틀은 이미 19세기 말에 유럽에서 형성되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주도로 진행되어 온 세계지적재산권체계의 변화에 대해서는 두가지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그것은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구체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정보사회를 자본주의적으로 안정화하기 위해 추구된 변화이다. 둘째, 그것은 급변하는 사회적 및 기술적 조건의 변화를 배경으로 자본주의 발전의 본질적 경향인 정보적 확장을 그 최고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체로 1990년대 중반을 지나며 제도적으로 실현된다. 현실 정보사회는 이런 제도적 변화를 바탕으로 파악된 정보사회이다.


2) 지적재산권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은 제도적으로 지적재산권을 통해 나타난다. 지적재산권은 서구에서 근대의 시작과 함께 창안된 제도이다. 이것은 물질재와는 다른 물리적 및 사회적 특성을 갖는 정보재를 사적 소유제의 틀 속에서 생산·유통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보재의 특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보재는 \’형체를 가지지 않는 모든 종류의 정신적 재화\’를 뜻한다. 물질재와 다른 그 가장 기본적인 물리적 특징은 \’배타성이 없는 재화\’라는 것이다. 즉 나만이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고 해서 내가 알고 있던 것을 내가 모르게 되지 않는다. 다만 혼자 알던 것을 둘이 알게 되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정보재는 본래적으로 \’희소성이 없는 재화\’이다. 이러한 재화는 본질적으로 경제재가 될 수 없다(Perelman, 1998: 87-88).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에 정보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그것을 공유하려 하지 않으므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필요한 정보재의 생산과 유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인간은 댓가가 따르지 않는 노동은 주저하는 법이다. 어렵게 얻은 결과물을 나누는 데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지적재산권이다.

이처럼 지적재산권은 개인에게 일시적으로 정보재의 배타적 소유권을 인정함으로써 사회의 지적 자산을 늘리기 위해 만들어진 법적 장치이다. 이것은 실제로 사회 전체의 지적 자산을 늘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에는 내적 모순이라고 불러야 할 문제점이 내장되어 있기도 하다. 이것은 정보재의 사회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가장 기본적인 모순은 권리자와 이용자 간의 모순이다. 하늘 아래 어떤 지적재산도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어떤 지적 산물도 다른 지적 산물과 연관되어 있다. 순수하게 새로운 지적 산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지적재산에 대해서도 누구나 이용권을 가진다. 이 점에서 권리자의 소유권과 이용자의 이용권이 대립한다. 문제의 핵심은 양자가 경제적으로 제로섬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 즉 지적재산권의 강화는 이용권을 일방적으로 약화시킨다. 여기에 현실 정보사회를 문제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 물리적 및 사회적 특성때문에 정보재는 보통 공공재로 분류된다. 지적재산권은 이러한 공공재로서 정보재를 사유재로 전환시키기 위한 강제적 장치이다(허희성, 1996: 48). 이것은 정보재의 생산을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을 정당화하는 인위적 제도이다. 자본주의는 정보재의 상품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정보재는 물질재의 생산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고이윤을 낳을 수 있는 재화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자본주의의 발전사는 지적재산권의 지속적인 확대·강화의 역사로 파악될 수 있다. 이러한 일치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이 세상 모든 것의 사유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내적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정보재의 상품화는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으로 파악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지적재산권의 변천에서 가장 집약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적재산권의 변천은 4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그 1단계는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의 모색기이며, 지적재산권의 정립기이다. 시기상으로는 15세기 후반에 이탈리아에서 특허권과 저작권이 창안되었을 때부터 구미 각국에서 지적재산권이 법적으로 보장된 19세기 후반까지를 포함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지적재산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극심해서 심지어 \’반특허운동\’이 전개되기도 하였다(윤성식, 2000: 45). 이러한 논란은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정보재의 경제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구미 각국에서 지적재산권이 법적으로 성립되는 것으로 정리된다.

 

2단계는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이 본격적으로 추구되기 시작한 시기이며, 구미 각국을 중심으로 세계지적재산권체계의 기본틀이 형성된 시기이다. 이 시기는 19세기 말에 구미 각국의 지적재산권법이 통일되면서 시작되었다. 먼저 1883년에 산업재산권에 관한 파리협약이 체결되었다. 이어서 1886년에는 저작권에 관한 베른협약이 체결되었다. 다시 1892년에는 이 두 협약을 통합해서 관리하는 \’지적재산권보호 국제합동사무국\'(BIRPI)이 설치되었다.

 

3단계는 구미 각국의 주도로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이 전세계에서 추구된 시기이며,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세계지적재산권체계가 확립된 시기이다. 이 시기는 1967년에 파리협약과 베른협약이 개정되면서 시작되어 1970년에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발족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WIPO는 1974년에 UN의 전문기관으로 인정되었으며, 그 국제사무국은 BIRPI의 후계기관이 되었다.

 

4단계는 자본주의의 지구화와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달을 배경으로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이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들어와 기술적 및 제도적 차원에서 현실 정보사회와 정보자본주의가 확립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성립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1994년에 조인된 세계무역기구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WTO/TRIPs)이다. 이 협정을 통해 이제 지적재산권은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제도가 아니라 그 가장 중요한 제도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3. 세계지적재산권체계의 확립

1) WIPO와 세계지적재산권체계
파리협약과 베른협약을 통해 구미 각국에서는 이미 19세기말에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을 위한 제도적 틀이 국제적으로 정비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지리적 확장과 함께 지적재산을 구미 이외의 지역에서도 보호할 필요가 커져 갔다. 물론 이러한 필요를 강하게 느낀 것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었다.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지적재산을 마음대로 사용할 필요를 훨씬 더 강하게 느꼈다. 그러나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역시 적나라한 힘의 논리이다. 1960년대에 들어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주도로 파리협약과 베른협약이 개정되는 한편, 세계적 차원에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관리체계가 구성되었다. 이것이 바로 1970년에 설립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이다.

 

세계지적재산권체계의 기본틀은 이미 19세기 말에 형성되었지만, 거기에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내장되어 있었다. 예컨대 산업재산권에 관한 파리협약은 \’속지주의\’에 입각해서 각국의 상이한 특허제도의 차이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당연하게도 관련 제도가 국제적으로 통일되어야 한다. 구미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상이한 방식으로 지적재산권을 이용하고 있던 상황이 혁파되어야 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파리협약과 같은 국제조약이 맺어진 것이었지만, 그 원칙은 여전히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었다. 지적재산권의 보호방식을 통일하는 작업은 산업 발전의 수준이 비슷한 구미 각국에서도 오랫동안 요원한 과제였다.

 

다음의 <표 1>은 이에 근거하여 성립된 서구 각국의 최근 특허제도이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지적재산권의 핵심인 특허권 분야에서조차 각국의 차이는 크다.

이러한 차이는 파리협약이 체결되던 당시 구미 각국의 산업 발전의 정도가 다른 데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간의 차이는 사라졌다. 대신에 2차대전 이후에 대거 등장한 제3세계의 신생 자본주의 국가들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도록 강제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났다. WIPO의 목적은 이와 같은 두가지 변화, 즉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간의 차이가 사라진 대신에 신생 자본주의 국가들이 대거 등장한 상황에 대응하여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을 성공

 

<표 1> 서구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특허제도 비교

  한국 일본 미국 EU
심사청구기간 5년 이내 3년 이내 심사청구 제도 없음 2년 이내
신규성의제주장가능기간 6개월 이내 6개월 이내 1년 이내 6개월 이내
이의신청(담당기관) 등록공고일부터 3개월이내(심사관) 등록공고일부터 6개월 이내(심판관) 이의신청제도없음 등록공고일부터 9개월 이내(심사관)
우선심사제도 있음 있음 있음 있음
국내우선권주장시기 1년 이내 1년 이내 출원계속 중 없음
출원공개시기 1년 6개월 이후 1년 6개월 이후 1년 6개월 이후 1년 6개월 이후
특허존속기간 출원일부터 20년간 출원일부터 20년간 출원일부터 20년간 출원일부터 20년간

자료: 송봉식(2002)

 

적으로 달성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을 주도한 것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었다. 이를 위해 지적재산권의 보호방식을 세계적으로 통일화하는 과제가 추구되었다. 그것은 다시 말해서 명실상부한 세계 지적재산권체계를 확립하는 과제였다. 이 과제야말로 WIPO의 고유업무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WIPO가 중점적으로 추구해 왔던 것은 산업적 영향력이 가장 큰 특허제도의 통일화작업이었다.

특허는 신물질의 발명(물질특허), 새로운 제조기술(제법특허), 새로운 용도개발(용도특허) 등에 대해 배타적 소유권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산업 전반에 걸쳐 직접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특허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대립이 특히 두드러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후진국이 선진국의 특허를 사용하지 않고 산업화를 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따라서 세계적인 차원에서 특허제도를 강화하게 되면, 선진국으로서는 엄청난 이득을 거둘 수 있게 되지만, 후진국으로서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선진국의 의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른바 \’기술종속\’의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허제도의 통일화\’작업은 그다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같은 이유에서 실체적 측면보다는 절차적 측면이 상대적으로 쉽게 진행되었다. 절차적 측면과 관련된 가장 획기적인 성과는 \’특허협력조약\'(PCT, Patent Corporation Treaty)인 데, 이것도 1966년부터 추진되기 시작해서 1978년 1월부터 발효되기 시작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WIPO는 1983년 6월에 \’특허법 통일화조약\’을 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이어서 WIPO는 1984년부터 1990년까지 8차에 걸쳐 11회의 전문가회의를 개최하여 최종협약안을 마련하였다(박동현, 1995: 16-17).

 

그러나 1991년에 열린 헤이그회의에서 그 체결에 실패한 데 이어 1994년 1월에 미국이 선발명제도(first-to-invention system)을 고수하면서 특허법통일화 조약은 난관에 부딪힌다. 이후 1995년부터 신규성, 진보성, 특허명세서 기재요건, 특허명세서 보정제도 등 실체적인 내용을 모두 제외하고 절차적인 내용만 포함하기로 하여 2000년 5-6월의 회의에서 특허법조약(PLT, Patent Law Treaty)이 최종 채택되었다.

 

특허법조약은 특허를 출원하고자 하는 출원인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하는 데, 실체규정이 빠져 있으므로 WIPO는 2000년 11월에 제4차 특허법상설위원회를 개최하여 특허법의 실체규정 통일작업에 대한 논의를 재개했다. 그리고 2001년 11월 5-9일에 WIPO의 제6차 특허법상설위원회(SCP: Standing Committee on the Law of Patents)에서 미국대표단을 중심으로 특허 대상을 인간의 모든 활동 분야로 확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정보공유연대, 2002).


2) 디지털혁명과 WIPO
특허제도의 통일화작업이 WIPO의 핵심과제이기는 했지만, 그 구실이 특허제도 분야에만 한정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WIPO는 베른협약을 계승하여 \’저작권법의 통일화\’도 추구했다. 이와 관련해서 특히 중요한 것은 디지털혁명에 대한 WIPO의 대응이다. 앞에서 간단히 언급했듯이 기술적으로 디지털혁명의 핵심은 컴퓨터의 멀티미디어화와 인터넷의 대중화라고 할 수 있다. 전자에 힘입어 모든 시청각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며, 후자에 힘입어 그렇게 처리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전세계로 유통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저작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특허권이 물질을 다룬다면, 저작권은 표현을 다룬다. 다시 말해서 특허권이 물질과 관련된 지적재산권이라면, 저작권은 표현의 독창성에 부여된 지적재산권이다. 특허권이 기술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저작권은 표현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특히 저작권에서 중요한 것은 저작물을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각종 복사기술이다. 사실 저작권 자체가 15세기에 이루어진 \’구텐베르크 인쇄혁명\’의 직접적인 산물이다. 저작권을 영어로는 복사권(copyright)으로 부르지만, 이 영어 명칭에는 사실 저작권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쇄기술은 저작물을 쉽게 대량으로 복사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서 저자와 출판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저작권이 고안되었던 것이다. 그 뒤 저작권은 음악, 미술,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등 모든 형태의 저작물과 매체로 확대 적용되어 갔다(허희성, 1996: 36).

 

디지털혁명, 특히 인터넷의 대중화는 기존의 저작권 보호방식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왔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누구나 모든 정보를 아주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이용자는 정보의 수신자이자 발신자이다. 원리상으로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온갖 정보를 이용자들끼리 주고 받을 수 있다. 컴퓨터가 고성능화하면서 이런 상황은 더욱 더 빠르게 개선되어 갔다. 개인용 컴퓨터가 예전의 중형 컴퓨터와 유사한 성능을 가지게 되면서, 이용자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도 더욱 더 커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WIPO는 1991년부터 6년 동안 전문가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1996년 12월에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3주간 외교회의를 개최했다. 그 결과 세계 120개 나라가 참여한 가운데, \’WIPO 저작권 조약 및 실연·음반조약\’이 체결되었다(오병일, 2000: 92).

 

새로운 조약의 목적은 디지털혁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1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저작권에 관한 베른협약과 그뒤에 만들어진 실연·음반에 관한 로마협약을 개정하는 것이다. 다음의 <표 2>는 이 중에서 \’WIPO 저작권 조약\’의 주요 내용이다.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WIPO의 새로운 조약들이 취한 기본적인 방향은 저작권을 크게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무엇보다 저작물의 종류를 확대하고 저작권을 확장한 데서 쉽게 알 수 있다. 저작권 제한규정을 엄격화하고 기술조치에 관한 보호의무를 부과한 것도 저작권을 강화하는 것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요컨대 WIPO의 새로운 조약들은 디지털혁명을 기존의 저작권 틀 내로 포섭해 들임으로써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을 디지털혁명의 분야로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다. 이로써 디지털혁명이 저작권에 미치는 위협은 제거되고, 새로운 경제적 번영의 가능성이 활짝 열리게 된다.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은 지리적 확장과 기술적 확장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리적 확장은 자본주의의 지구화와 함께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 확장은 사실상 \’영구혁명\’의 과정이다. WIPO의 새로운 조약들은 한편에서 사회주의세계체계의 몰락에 대응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 인터넷의 대중화라는 디지털혁명의 중요한 기술적 효과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자는 대단히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진행되는 데 비해, 후자는 적지 않은 논란을 빚어내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디지털혁명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오로지 자본주의의 확장으로 귀결시키려는 데서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이다.

디지털혁명은 모든 형태의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 즉 디지털화

 

<표 2> WIPO 저작권 조약의 주요 내용

베른협약과의 관계 베른협약의 가맹국이 아니어도 WIPO 회원국은 이 조약에 가입할 수 있다.
저작권의 보호범위 표현은 보호하지만, 아이디어·절차·운용방법·수학적 개념은 보호하지 않는다.
저작물 종류의 확대 1)컴퓨터 프로그램: 베른협약 2조에서 규정한 어문저작물로서 보호된다.
2)데이터 베이스: 내용의 선택과 배열에 의해 지적창작물이 되는 자료 또는 기타 소재의 편집물은 보호된다.
저작권의 확장 1)배포권 및 그 소진: 배포권은 저작권자의 권리이며, 이것이 최초 판매 이후에 소진되는가의 여부는 체약국이 결정한다.
2)대여권: 컴퓨터 프로그램, 영상저작물, 음반에 대해 대여권을 인정한다.
3)공중전달권: 저작권자는 유선 또는 무선의 수단에 의해 저작물을 공중에 전달하는 것을 허락할 배타적 권리를 가진다.
4)사진저작물의 보호기간 확대: 저작자 사후 50년까지 보호한다.
저작권 제한규정의 엄격화 권리의 제한과 예외를 엄격하게 할 것을 규정한다.
기술조치에 관한 보호의무 체약국은 복제방지장치를 무력화시키는 기술회피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법적 규제를 해야 한다.
권리관리정보에 관한 의무 체약국은 전자적 권리관리정보의 삭제·변경행위 및 전자적 권리관리정보가 삭제·변경된 저작물의 배포·배포목적 수입·공중전달 행위가 권리침해를 유인·허용·조장·은닉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행한 경우에 대해 법적 규제를 행해야 한다.
합의사항 1)복제 관련: 보호받는 저작물을 디지털 형태로 전자적 매체에 저장하는 것은 베른협약 제9조의 의미상 복제이다.
2)공중전달 관련: 전달을 위한 물리적 설비나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설비를 단순히 제공하는 것 자체는 이 조약 또는 베른협약이 의미하는 전달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3)권리의 제한과 예외 관련: 체약국이 베른협약 하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온 자국의 국내 법률상의 제한과 예외를 디지털 환경에 확대적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4)권리관리정보 관련: 이 조약 또는 베른협약상의 권리침해라는 말은 배타적 권리 및 침해보상청구권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자료: 정국환 외(1997: 28-34)에서 정리

 

(digitalization)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해서 형성되는 디지털 정보는 아날로그 정보에 비해 몇가지 장점을 가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본과 똑같은 정보량을 가지는 사본을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복사성이다. 또한 여러가지 정보들을 결합시켜 새로운 정보를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가변성도 디지털 정보의 중요한 특징이다. 더욱이 인터넷은 이러한 디지털 정보를 누구나 쉽게 소통시킬 수 있는 개방형 지구적 정보통신망이다. 이러한 기술적 특성으로만 보자면, 디지털혁명은 저작권에 대해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혁명은 분명히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을 한층 높여준다. 예컨대 역사상 인터넷보다 더 자유로운 매체는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는 저작권과 충돌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은 인류가 새롭게 도달한 자유의 영역을 침식한다(Godwin, 1998: 196-199). 예컨대 공중전달권은 \’PC 통신이나 인터넷의 게시판에 자료를 올려 놓거나 내려받는 것도 저작권자의 배타적인 권리로 선언한 것\'(오병일, 2000: 92)으로서, 인터넷의 개발 이래 지난 30여 년간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하나의 문화로 확립된 새로운 매체의 이용방식에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공중전달권에 담겨 있는 발상은 인터넷을 자유로운 정보소통의 매체에서 이를테면 \’지구적 신문 가판대\’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2000년에 미국의 \’냅스터\'(Napster)를 둘러싼 논란에서, 그리고 2001년에 한국의 \’소리바다\’를 둘러싼 논란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인터넷은 이미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의미에서 자유로운 매체가 아니다. 디지털혁명의 성과는 무엇보다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 점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디지털혁명의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로 귀착될 공산이 크다.

 

4.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의 완성

1) WTO/TRIPs와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
1999년 11월 말, 세계135개국의 경제각료들이 미국의 북서부 해안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적 도시인 시애틀에 모여들었다. 앞으로 3년에 걸쳐 진행될 세계무역기구(WTO)의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개막식 날이었던 11월 30일, 시애틀은 영화 제목 그대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되고 말았다. 시애틀에 모여든 것은 각료들만이 아니었다. WTO에 반대하는 세계의 NGO들도 그곳으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그들은 온힘을 다해 개막식을 막았으며, 시애틀에는 통금령이 내려지고 말았다. \’뉴라운드\’를 위한 각료회의는 결국 폐막식도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표 3> GATT·WTO의 역사

연도 참가국 주요 내용
1947년 23 제1차 일반관세 교섭
45,000개 품목의 관세 상한 설정
1948년   GATT(관세·무역 일반협정) 발족
1946-56년 23 1-3차 일반관세 교섭
8,700개 품목 관세 상한 설정
1964-67년 56 케네디라운드 – 선진국 평균 관세율 35%로 인하
1973-79년 99 도쿄라운드 – 공산품 평균 관세율 6%로 인하
1986-94년 115 우루과이라운드 – 선진국의 관세율 1/3 인하
1995년 1월   세계무역기구(WTO) 설립 – 가트의 기능 강화
1999년 11월 135 WTO 시애틀 3차 각료회의 – 뉴라운드 의제 등 설정 목표
2001년 11월 144 WTO 도하 4차 각료회의 – 뉴라운드 출범

주 : 도하회의의 참가국은 새롭게 회원국으로 승인된 중국과 대만을 포함한 것임
자료: {한겨레신문}, 1999년 11월 27일치와 류미경(2001)

 

잘 알다시피 WTO는 2차대전 이후 자본주의세계체계를 지탱해 온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대신하여 설립되었다. 이로써 세계는 이른바 \’무한경쟁\’의 시대로 돌입하게 되었다. 그 이마에는 자유무역과 개방경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오직 더 많은 이윤일 뿐이다. WTO가 세계의 많은 NGO들과 노동조합에 의해 신자유주의의 수괴조직으로 비난을 받고 많은 격렬한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오직 더 많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다음의 <표 3>은 GATT로부터 시작된 그 약사이다.

1999년에는 \’밀레니엄 라운드\’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던 WTO 뉴라운드는 사회주의 세계체계의 몰락과 정보기술 등의 발달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자본주의의 지구화를 제도적으로 안정화하기 위한 시도이다. 그것은 GATT를 대신하여 들어선 WTO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밀레니엄 라운드\’에서 다루기로 했던 주요 내용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상의 기설정의제(BIA), 공산품 관세인하, 그리고 신통상이슈들이다. 이것은 우루과이라운드와 비교하여 크게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며, 그 주요내용은 2001년 11월에 카타르의 도하에서 열린 WTO 4차 각료회의를 통해 결정되었다.

 

<표 4> 우루과이라운드와 뉴라운드의 비교

  우루과이라운드 밀레니엄라운드 뉴라운드
협상분야 공산품 관세인하, 농산물시장개방, 지적재산권 협정 등 16개 분야 농업, 서비스 이외에 반덤핑 문제, 환경과 노동의 무역연계, 전자상거래, 유전자 조작식품 등 의제 설정을 위한 협의 농업, 서비스,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싱가포르 이슈, 환경, 지역무역협정
협상기간 7년반
(86년 9월 – 94년 4월)
3년 이내
(99년 12월 – )
3년 이내
(2002년 – 2004년)
참여국 125개국 135개국 144개국

자료: {한겨레신문}(1999년 11월 27일치)와 류미경(2001).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지적재산권 관련 분야는 이미 우루과이라운드(UR) 체결 당시에 \’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협정의 형태로 일단 정리되었다. 이 협정은 WTO의 일반협정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것에 조인하는 회원국들은 당연히 이 협정을 받아들이도록 되어 있다(권용수, 1996: 54). 또한 \’밀레니엄라운드\’ 계획에서는 이 협정은 1998년부터 추가협상을 시작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2001년의 도하회의에서 몇가지 내용이 좀더 깊게 다루어졌다. TRIPs 협정을 둘러싼 협상은 UR/TRIPs로 시작되었으나 종결되지 않고 WTO/TRIPs로 이어져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TRIPs 협정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처지를 중심으로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국제협약들을 최저 보호수준으로 해서 강화시키는 \’기존 협정 플러스\’방식을 채택했다. 준용된 기존 협정들은 산업재산권의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 문학 및 예술 저작물의 보호에 관한 베른협약, 실연자·음반 제작자·방송 사업자의 보호에 관한 로마협약, 집적회로에 관한 지적재산권 협정 등이다. 지적재산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강도를 강화하고 범주를 확대하는 것이 TRIPs 협정의 기본 방향이다. 특허권 존속기간의 연장이나 신지적재산권의 보호가 그 좋은 예라고 하겠다(권용수, 1996: 57).

 

TRIPs 협정과 관련해서 우리가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전의 어떤 다자간협상에서도 이처럼 지적재산권 문제를 독자적인 의제로 다룬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박동현, 1995: 19). 본래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사항은 WIPO의 고유영역이었으나, WTO는 자신의 업무영역 내로 지적재산권을 끌어들인 것이다. 이것은 1980년대 초반부터 지적재산권의 경제적 구실에 대한 관심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졌으며, 더욱이 이런 변화를 세계 최대의 지적재산권 보유국인 미국이 주도했다는 사정과 결코 무관할 수 없는 변화이다. WTO는 WIPO의 일반협정보다 훨씬 큰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박동현, 1995: 22)는 점을 염두에 두면, TRIPs 협정이 지적재산권을 변화한 자본주의의 핵심에 위치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TRIPs 협정은 이른바 정보자본주의 혹은 지식자본주의의 형성을 보여주는 핵심적 지표이다. 그 구실은 단순히 지적재산권을 일반적인 무역거래의 핵심분야로 탈바꿈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19세기 말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어 온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을 지구적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표 5> TRIP 협정의 기본 이념과 원칙

기본이념 기술 혁신의 촉진
기술 이전과 확산의 촉진
기술의 생산자와 이용자의 상호이익 증진
기본원칙 내국민 대우의 원칙: 파리조약에서 채택되었던 내외국인 평등의 원칙과 같다. 회원국의 국민에 대해 자국민과 같은 수준으로 보호해 주는 것을 뜻한다.
최 혜국 대우의 원칙: 한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에 대해 부여하는 특혜조치는 무조건적으로 그리고 즉시 다른 모든 회원국에 대해서도 부여해야 한다.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협약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되는 원칙이며, 지적재산권이 무역의 대상으로서 WTO 영역 내로 들어왔음을 의미하는 원칙이다.
권리소진의 원칙: 권리자가 일단 판매한 특허나 상표 등의 실시권을 양도한 뒤에는 다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국제적 통일이 어렵기 때문에 원칙으로 채택되지 않고 각국에 위임되었다.

출처: 기본이념은 권용수(1996: 54), 기본원칙은 박동현(1995: 21)에서 정리.


2) 디지털혁명과 WTO/TRIPs
TRIPs 협정은 지적재산권을 일반적인 무역의 대상으로 다룸으로써 WIPO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디지털혁명의 여러가지 가능성을 자본주의적으로 전유하도록 해 준다. 이 협정은 전문과 총 7부 73개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은 각각 세가지 이념과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여기서 TRIPs 협정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물론 최혜국 대우의 원칙이다. 그것은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일반적인 무역의 대상으로 되었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지표이다. 권리소진의 경우에는, 제3세계 국가들이 그것을 원하고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1국 1특허 원칙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타협이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오병일, 2000: 88).

 

우리가 더 큰 관심을 가지고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은 TRIPs 협정이 표방하고 있는 고상한 기본이념이 과연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 혹은 실현될 수 있는가이다. TRIPs 협정의 주요 내용을 통해 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의 <표 6>은 논란이 되고 있는 구체적인 사안들을 정리한 것이다.

 

WTO의 분쟁해결 절차를 준용하도록 한 것은 지적재산권이 일반적인 무역의 대상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일 뿐이다. \’강제실시권\’은 일반적으로 제3세계에 유리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TRIPs 협정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요구에 따라 그 발동요건을 강화하였다.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식으로 이 조항이 이용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2001년의 도하회의에서는 AIDS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그룹의 요구에 의해 TRIPs와 공중보건에 관한 선언문이 따로 채택되었다.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TRIPs 협정은 보호대상을 확대하고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식으로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강화하였다. 특허권의 보호기간은 최소 20년으로 규정되었다. 이것은 17년으로 되어 있는 미국의 특허법을 개정하는 근거가 되었는데, 이런 식으로 미국은 자국의 기술 독점력을 더욱

 

<표 6> TRIPs 협정의 주요 쟁점

분쟁해결 WTO의 분쟁해결 절차를 준용
강제실시권 1)합리적인 상업 조건하에 권리자로부터 승인을 얻기위한 노력을 하고, 이러한 노력이 합리적인 기간 내에 성공하지 않은 경우에만 발동할 수 있음.
2)국가 비상사태, 극도의 긴급상황, 공공의 비상업적 사용의 경우에는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됨.
산업재산권 특허권 1)존속기간 연장: 보호기간이 출원일로부터 최소한 20년이 되어야 함.
2)무차별 조항: 특허권은 발명 장소, 기술의 분야, 제품들의 수입 또는 국내 생산 여부에 관해 차별없이 허여되고 향유되어야 함.
상표권 상표에 대한 국제적으로 합의된 정의를 최초로 제공.
등록되지 않았을지라도 유명 상표는 보호하도록 규정.
저작권 저작인접권: 음반에 대한 소급보호를 인정.
신지적재산권 산업저작권 1)컴퓨터 프로그램 및 데이터 베이스: 베른협약상의 어문저작물로 보호.
2)반도체 집적회로의 배치설계: 집적회로가 들어 있는 제품에 대해서 적용.
첨단 산업재산권 특허 또는 효율적인 별개의 제도를 통하여, 또는 양 제도 모두를 설치하여 식물의 변종을 보호하도록 규정.
정보재산권 미공개정보의 보호: 부정경쟁 방지를 위해 영업비밀 및 정부기관에 제출된 자료를 보호.

출처: 박동현(1995: 45-52), 오병일(2000: 86-87)에서 정리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박동현, 1995; 52). 상표권은 등록되지 않았을지라도 유명 상표는 보호하도록 하여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의 기득권을 강조하였다. 저작권에서는 음반에 대한 소급보호를 인정해서 기존에는 보호를 받지 못했던 음반들도 보호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지적재산권은 정신적 산물의 질과 양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크게 구분되던 지적재산권의 구성 자체를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컨대 컴퓨터 프로그램은 특허권의 대상으로도, 저작권의 보호대상으로도 볼 수 있다. 이로부터 산업저작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형성된 것이다. 이후 데이터 베이스, 생명공학기술 등의 새로운 정보기술자산이 등장하면서 신지적재산권이 형성되었다. TRIPs 협정은 이에 대한 보호도 더욱 명확하게 하거나 강화하였다. 특히 정보재산권은 TRIPs 협정에서 교섭항목으로 채택되면서 중요하게 부각되었다(박동현, 1995: 25-27, 33).

 

첨단 산업재산권은 첨단 정보기술 분야와 첨단 생명공학기술 분야로 크게 나뉜다. 이 중에서 후자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과 제3세계 사이에서 특히 첨예한 논란을 빚고 있는 분야이다. 선진국들은 이 분야에서 특허권이 크게 강화되어야 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에, 제3세계는 모든 생명특허를 부정하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풍부한 생물자원을 가진 제3세계와 발달된 생명공학기술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 사이의 이해관계의 차이가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오병일, 2000: 87). 이 문제는 선진국들이 생명공학기술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선진국들은 제3세계의 풍부한 생물자원을 이용해서 생명공학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통해 그에 대한 독점적 소유권을 확보해 왔다. 제3세계는 이런 식으로 확보된 특허권에 대해서도 선진국들이 원하는 대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정관혜, 1999: 87-89; Shiva, 1997). 이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5. 맺음말

디지털혁명에 관한 주류적 논의들은 대체로 강한 기술결정론적 편향을 보인다. 이 편향은 단순히 기술을 사회 변화의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 여기는 데에 머물지 않는다. 그 논의들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류가 새로운 문명에 도달하게 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명전환론은 사회 변화에 관한 기존의 논의들을 모두 부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업주의와 자본주의의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헛된 문명전환론에서 벗어나 디지털혁명을 사실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문명전환론적 디지털혁명론자들은 2차대전 이후의 사회 변화를 주도해 온 것은 정보기술의 발달이었다고 주장한다. 그 경과는 1980년대 초 IBM PC의 개발과 함께 \’개인용 컴퓨터 혁명\’으로 시작해서, 1990년대 초에는 월드와이드웹(WWW)의 개발과 함께 \’인터넷 혁명\’으로 이어졌으며, 다시 1990년대 중반에는 \’디지털혁명\’으로 확산된 것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설명이 사실은 대단히 사후적이고 추수적인 기술에 불과하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결국 정보화에 대한 현실적 이해이다.

 

정보화는 산업주의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고도화하는 것이다. 문명전환론은 \’성장의 한계\’에 대한 생태주의의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 정보화가 산업주의를 넘어서는 변화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무리 정보화가 진행된다고 해도 우리가 물질적 존재라는 사실과 이 세상이 물질적으로 한계 지워져 있다는 사실은 부정될 수 없다. 또한 문명전환론은 정보화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변화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현실의 계급적 갈등\’은 현실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 \’비현실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문명전환론은, 정보나 지식은 누구나 소유할 수 있으며 소유하고 있는 \’자본\’이기 때문에, 더 이상 \’노사관계\’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동반관계\’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비현실성에 대해서는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홍성태, 2000ㄷ).

 

그러므로 디지털혁명의 사회적 영향은 이러한 문명전환론으로 올바로 이해될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그 올바른 이해를 저해하는 이데올로기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떠한 의미있는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본질주의\’도 잘못된 것이다. 아무리 좌파의 도덕적 수사로 분식되어 있을지라도, 이러한 \’본질주의\’는 이론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그 때문에 실천적으로 무력하다. 이에 대해 필자는 \’현실 정보사회\’라는 용어를 통해 접근해 보고자 하였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정보기술의 발달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적재산권\’의 형태로 이미 자본주의의 초기부터 진행되어 온 변화였다. 현대의 정보기술은 그 경제적 가치를 더욱 크게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지적재산권체계의 확립(WIPO),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의 완성(WTO/TRIPs)과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뒤집어 말해서 WIPO와 WTO/TRIPs는 현실 정보사회를 자본주의세계체계 내에서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하는 구실을 한다.

 

현재는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이 그 완성을 향해 본격적으로 나아가는 단계이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지리적 완성으로 나타났다. 자본주의의 지구화는 자본주의세계체계의 지리적 완성을 뜻한다. 이것은 힘에 바탕을 둔 상호의존의 체계이다. 세계 지적재산권체계의 확립을 둘러싸고 나타난 갈등은 이같은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에 대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다. 개발도상국들은 큰 불만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지적으로 약자인 개발도상국들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을 이용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전략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자신들이 그 전략을 통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렇게 해서 세계 지적재산권체계는 제1세계와 제3세계의 격전장이 된다.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은 정보기술의 발달과 함께 또 다른 완성의 단계에 접어든다. 신지적재산권의 형태로 지적재산의 대상이 확대되고, 그 보호기간과 보호방식도 크게 강화된다. 이 점에서 정보사회가 정보 자본주의 사회이고, 지식사회가 지식 자본주의 사회라는 사실이 너무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정보기술은 전자공학적인 것과 생명공학적인 것으로 대별되는 데, 두 경우 모두에서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은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전자공학의 경우에는, 한 기업이 전체 기술체계를 좌우할 정도의 독점력을 가질 수 있게 되거나, 인터넷의 자유로운 이용을 억제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생명공학의 경우에는, 인간의 생명을 볼모로 막대한 독점적 이윤을 챙기거나, 나아가 인간 자체가 상업적으로 복제될 위험성마저 제기된다.

 

이런 문제들에 대응하여 \’자유소프트웨어운동\’이나 \’생명공학감시운동\’이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홍성태, 2001). 운동의 성과는 아직 크지 않다. 그러나 이 새로운 사회운동은 대단히 중요하다.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은 궁극적으로 세상의 모든 정보의 사유화를 추구한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비밀과 아름다움을 사유화하는 것과 같다.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것은 디지털혁명의 시대에 자본의 탐욕으로부터 사회를 지키기 위한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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