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보는 지적재산권> 생명특허의 문제점과 대안 – 제3세계의 시각

생명특허의 문제점과 대안 – 제3세계의 시각

양희진/한재각/정관혜 (IPLeft회원)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과 함께 21세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생명공학기술(BT)에 관한 신문기사를 매일 보면서, 또 생명공학 벤처기업의 성공담을 보면서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는 특허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기는 그리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특허출원 숫자를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국제특허의 출원을 큰 성공으로 여기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외국 생명공학기업의 국내특허출원에 대항하여 한시라도 빨리 많은 생명공학특허를 국내외에서 선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에 특허출원 요령이 아닌 다른 생명공학특허 이야기가 있다. 바로 생명체와 그 부분 또는 그 이용방법에 독점적 소유권을 주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들과 그 이유들이다. 사실 지금은 자연스러워 보이는 생명체(미생물)에 특허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최초에는 큰 논란이었으며, 그 이후에도 생명공학 분야의 특허에 대한 비판은 계속 제기되어 왔었다. 단지 생명공학특허가 가져올 부와 혜택의 복음에 가려 최초의 우려들을 다시 살펴보거나 비판의 소리를 귀담아들을 틈이 없었을 뿐이다.

아래 글의 1절에서 4절까지는 생명공학특허의 문제점들과 기본관점, 이에 대한 대안에 관한 내용이다. 5절에서 7절까지는 제3세계의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을 이용한 특허에 관한 논의들을 소개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생명공학특허가 연구개발 촉진이나 국가간 경쟁수단의 차원이 아닌 좀더 근본적인 다른 면들을 내포하고 있음을 함께 생각해봤으면 한다.

 

1. 생명공학분야의 특허

생명체와 관련하여 현재 한국 특허청에서 인정하는 특허 대상은 자연상태로부터 분리, 확인된 유전자, 단백질, 세포, 미생물, 변종식물로서 무성적으로 반복 생식할 수 있는 식물(변종식물 자체, 변종식물의 일부분, 변종식물의 육종 방법, 무성번식 방법), 미생물, 식물, 동물 등의 형질전환체, 형질전환체를 이용하는 방법, 형질전환체의 산물이다. 그러나 자연계에 생존하는 동물이나 변종식물 자체를 단순히 발견한 경우는 특허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제27조 3항에 따르면 인간과 동물의 치료 및 수술 방법은 특허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으며, 미생물 및 본질적으로 비생물학적 방법은 특허될 수 있어야 하고, 동식물은 특허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으나, 식물 품종은 특허 또는 이에 상응하는 독자적 체계를 통해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되어있다.
 

2. 생명공학분야의 특허의 비판·반대 논거

생명공학분야의 특허에 대한 반대 입장은 초기에는 제3세계 운동가, 제1세계 환경운동가 및 양심적 과학자 단체, 제3세계 국가 정부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발표 전후로 과학기술자 집단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대한 논거로서는 첫째, 자연상태에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 또는 생명체의 일부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므로 \’분리, 확인\’했다는 것만으로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유네스코의 <인간게놈과 인권에 관한 보편선언>에서는 인간 게놈은 \’인류의 유산\’이며 자연 상태의 인간 게놈은 결코 영리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과학기술자 집단인 인간게놈기구(The Human Genome Organization, HUGO) 역시 인간 유전자는 우리 공동 유산이자 집단 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둘째, 자연상태의 유전자 등은 발견의 대상이지 발명의 대상이 아니어서 특허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제3세계 네트워크(The Third World Network, TWN), 책임있는 유전학 회의(The Council for Responsible Genetics, CRG), 국제농촌진흥재단(Rural Advancement Foundation International, RAFI: 현재 ETCgroup으로 이름 바꿈), 기술에 관한 소비자프로젝트 (Consumer Project of Technology, CPtech) 등을 비롯한 전세계 비정부단체(NGO)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또한 과학자 집단인 미국의료유전학협회는 유전자 및 유전자 돌연변이는 특허되어서는 안되는 천연 물질이며 따라서 천연의 유전자와 질병 관련 돌연변이에 대해 특허를 주려는 미국 특허상표청의 결정에 반대한다라고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셋째로 인체의 일부에 대한 특허는 인간의 존엄성 또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이다. 이는 자기 몸으로부터 나온 물질의 자기결정권의 문제로서, 연구 대상이 되거나 종국에는 특허가 부여되는 자신의 유전 물질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동의를 구할 때 동의를 해준 개인들이 그들의 조직이 공적인 연구기관이 아니라 사기업체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하거나 설명 받아야 한다. 또한 인간 신체의 일부(유전자, 세포 등)가 유용성을 발견한 개인에 의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인간 신체의 일부를 금전적 가치로 환원할 수 있는 물신화 경향을 조장하며, 결국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훼손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NGO들은 인체의 일부에 대한 특허가 \’인체 상품화\’의 첫걸음이라 비판하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UN Commission on Human Rights)는 생명체에 관한 특허를 비롯한 지적재산권 제도의 전세계적인 통일을 추구하고 있는 WTO TRIPs 협정의 이행은 모든 인권의 기본 원칙과 불가분성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TRIPs 협정에 구축된 지적재산권과 국제 인권 법 사이에는 명백한 갈등이 존재한다고 지적하였다.

 

넷째로 인간 유전자에 대한 특허는 결국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제약할 것이라는 점이다. 유엔 인권위원회(UN Commission on Human Rights)는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는 기본권 중의 하나인 \’건강하게 살 권리\’의 하나이므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 제한은 인권 침해의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료유전학협회는 위 성명서에서 임상에 관련된 유전자 특허는 매우 광범위하게 그 실시권이 허락되어야 하며, 라이센스 계약이 과다한 로열티나 그 외의 부당한 대가를 요구함으로써 접근권을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최근의 아프리카의 에이즈 치료제 특허분쟁은 직접적으로 생명체에 관한 특허는 아니지만, 생명공학을 비롯해서 의료와 관련된 기술 분야의 특허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섯번째로, 유전자 특허는 초기 연구 성과의 독점을 초래하여 결국에는 후발 혁신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프란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는 "기초과학에 \’요금 부쓰\’를 놓고 싶지 않다 . . . 톨게이트가 여러 개 있는 길로 여행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언급한바 있으며 인간게놈기구(HUGO)는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인간 유전자 염기 서열의 일부에 대한 특허는 통상적인 발견을 한 사람을 이롭게 하고 생물학적 기능이나 응용을 규명하려는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미국립보건원(NIH) 일부 과학자들 역시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의 단편(EST)에 특허를 주는 것에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인간유전학회(ASHG)는 불명의 DNA 단편이나 EST의 특허청구된 용도는 지금 단계에서는 가설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특허출원인들은 자신들이 출원한 유전자 단편이 법의학, 유전자 지도작성, 질병진단 등에 현실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용도는 아직은 가정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기술분야의 전문가가 특허청구된 용도대로 유전자 단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유전자 단편인 EST가 조기에 특허되면, 완전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와 그 유전자의 산물에 대한 후속적인 특성화 연구는 로열티 상승 등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또한 {Nature}지는 유전자는 화학물질인 그 자체로서 유용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에 담긴 \’정보\’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천연 의약물에 대한 특허와 유전자 특허는 달리 취급해야 하며, 직접적으로 최종 산물로서의 유용성은 후속적인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논평한 바 있다.

 

여섯번째로, EST(Expressed Sequence Tag) 특허는 특허권 분쟁을 심화시킬 것이다. EST는 완전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가 아니다. 유전자의 일부일 뿐이다. 따라서 한 유전자에서 여러 개의 EST가 생성된다. 이렇게 한 유전자에서 유래한 복수의 EST가 제각기 특허되면 이들의 권리 범위가 중복되거나 불명확해서 그에 따른 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인간유전학회 (ASHG)는 "EST 특허를 허용한다면 특허청구범위가 그물처럼 얽혀 라이선싱 계약이 지나치게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Nature}지는 "유전자를 구성하는 기능성 단위들은 하나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서 다른 유전적 산물과 상호작용하는 필수적인 요소인데도 이것들과 완전한 유전자가 각기 별개의 발명으로 취급된다면, 유용한 최종 생산물은 여러 개의 특허에 걸쳐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변호사만 살찌우는 일이며 또한 법적 공방의 과정에서 학교의 연구자나 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소송에서 불리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일곱번째로 특허에 의해 공공연구기금에 의한 연구 성과가 사유화되며, 국민은 부담이 증가된다는 점이다. 질병관련 유전자 연구 대부분이 연방 연구 보조금을 받고 있으며 이런 연구 성과에 대해 특허를 허용하게 되면 국민은 두 번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CRG, , CPtech등 미국의 여러 NGO들의 주장이며, 국내에서 역시 현재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생명공학연구원, 국공립대학 등에서 진행된 연구성과가 해당 연구원이 설립한 바이오벤쳐를 통해서 사유화되고 있다는 비판의 의견이 일고 있다.

 

여덟번째로 생물자원 또는 유전자원 및 전통지식을 활용한 발명의 특허화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또는 이에 따른 이익의 균등 배분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생명공학분야의 특허는 오히려 생물다양성을 훼손한다. 특히 식물품종보호제도(Plant Variant Protection)와 유전자은행의 운용에도 불구하고 생물다양성은 계속해서 훼손되어 왔으며, 특허 및 식물품종보호제도는 새로운 종자 및 품종에 대한 농부의 접근권과 이용권을 제한함으로써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종자회사들이 거대 다국적기업으로 인수 합병되는 세계적 추세로 인해 식량 안보와 관련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는 혁신 과정의 어느 시점에서 독점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 형질전환 식물 및 식물 품종 개발과정에서 현대 과학기술자들의 기여와 전통적 농업 및 농민의 기여를 비교할 때 후자가 더욱 가치있다는 주장이며 따라서 최종 개발자에게만 특허를 부여하여 배타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익의 정당한 배분에 대해서는 생물다양성협약(CBD),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전통지식 보호 방안 연구, 세계식량농업기구의 \’IU\'(농부의 권리 규정),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유네스코(UNESCO)등에서 국제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다.

 

[참고자료 1] 소수 기업에 의한 선점

Human Genome Sciences, Inc. 7,500개의 전장 인간 유전자에 대한 특허 출원 → 112개 특허 획득
Incyte Pharmaceuticals Inc. 6,500개 이상의 전장 유전자를 특허출원함 → 490개 특허 획득
1백2십만개 EST를 특허출원 → 1 개 특허획득
Celera Genomics, Inc. 6,500개의 유전자 단편 및 완전 유전자에 대한 특허출원
Hyseq Inc. 5,000개 이상의 전장 유전자 특허출원
900,000 EST 특허출원 → 이들 중 1,000개 정도만 특허될 것을 목표로 삼고 있음
Genset 2,500 개의 전장 cDNA 특허출원, 50개 이상의 특허 획득

* 미국 생명공학업계 동향에 관한 잡지 {Signals} 2000년 3월 3일자

 

3. 생명공학특허에 대한 기본 관점

생명공학은 친환경적이고,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기술로 각광받고 있으며, 이는 그간 다른 기술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인류의 숙원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생명공학분야의 특허 제도는 기술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로서, 유용한 기술이 영업비밀(trade secrets)화되는 것을 막고 기술 공개를 유도하는 수단으로서 옹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명공학분야의 특허를 옹호하는 이러한 두 가지 주장은 크게 의심받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센티브 제도로서 실제로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본래의 기능을 특허제도가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과학계에서부터 심각한 회의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특허제도가 유용한 연구성과를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은 실제로는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상품 유통을 통해 리버스엔지니어링이 쉬운 분야에서는 특허 출원을 하지만, 리버스엔지리어닝이 어렵고 비밀 유지가 비교적 쉬운 분야에서는 특허를 통한 보호를 기피한다는 연구가 보고되어 있다. 연구자들 가운데는 특허 문헌을 통한 기술 습득은 어렵다고 이야기하며, 오히려 특허권 취득 경쟁으로 인해 과학계의 비밀주의가 조장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생명공학 연구성과의 독점 심화는 생명공학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오히려 훼손할 것이다. 생명공학기술도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유익한 혜택뿐만 아니라 형질전환체를 둘러싼 환경위해성 논쟁, 식품안전성 논쟁, 인간존엄성 위협 등의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생명공학이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면 그것은 미래에 생명공학의

 

[참고자료 2] 특허로 인한 연구개발의 제약 사례
미국 하원 법사위 "유전자 특허 및 기타 게놈 발명"에 관한 청문회(2000년 7월)에서 발표된 Jon F. Merz, JD, PhD (미국 펜실바니아대학 분자세포공학과 생명윤리학 조교수)의 진술서 중에서 인용 (http://www.house.gov/judiciary/merz0713.htm)

  • 특허된 유전자의 배타적 라이센싱 27개 질병 유전자 특허를 샘플로 하여 조사한 결과 이 중 14개가 조사 당시 라이센싱이 이루어졌으나, 모두 배타적인 라이센싱(전용실시권)이었음. 유일하게 미시건대학의 낭섬유증 유전자 특허는 낭섬유증을 테스트하는 모든 이들에게 광범위하게 라이센싱됨
  • 특허로 인한 연구 포기 및 제약 * 74명의 연구의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 특허로 인해 25%는 자신이 개발한 임상시험법을 포기했으며, 48%는 임상 시험법을 아예 개발하지 않았다고 답변.
    * 혈색소침착증의 테스트 능력이 있는 112개 연구소 대상 전국 설문조사: 상당수의 연구소가 유전자 테스트 방법이 연구논문에 발표되었을 때 이 방법을 활용했으나, 이 방법이 1년 남짓 후 SmithKline Beecham사에게 특허가 부여되자 이 회사로부터 경고장을 받았음. 전체의 16%는 특허 때문에 혈색소침착증에 대한 유전자 테스트 방법을 개발하지 않았고, 4%는 이 테스트를 특허 때문에 포기했다고 답함.
  • 특허로열티 지불 (74명의 연구의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 적게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에 대해 9%가, 많게는 사람 호르몬의 일종인 hCG 특허 (모성 혈청 3중 테스트의 일부를 포함함)에 대해 75%가 특허된 기술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고 답변
  • 결론 ① 대부분의 질병관련 유전자 연구는 연방연구비지원을 받았으나, 해당 기술분야의 숙련된 연구자 (당업자)들이 즉시 실시할 수 있는 특허 클레임에 배타적 실시권(라이센스)를 거는 것은 정책 목적에 위배됨, 국민은 두 번 비용을 지불해야 함 ② 초기 질병관련 유전자를 발견하더라도 임상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의 연구가 필요하지만 유전자 특허로 인해 후발 연구가 제한됨 ③유전자 특허는 너무 기본적인 특허여서, 새로운 혁신 과정에서 이런 특허를 피할 수 없으며, 결국 이미 비효율로 만연된 시장에 진정한 독점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특히 유전자 특허에 의해 생명공학분야의 연구성과가 초기부터 독점이 심화되는 길로 방향이 설정된다면 기술개발 경쟁은 제한되고, 생명공학의 유익한 혜택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소수에게만 돌아가게 될 것이며,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대중적 신뢰나 지지도 하락하게 될 것이다. 생명공학의 발전은 연구성과의 독점을 통해서가 아니라, 공적인 연구비 지원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공적인 연구비 지원이 이루어진 연구성과가 개인에 의해 독점되지 않도록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에 대한 특허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한다. 의학 등에 유용한 인간 유전자 또는 세포의 보유자가 자신의 신체의 일부가 특허를 통해 독점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믿게 된다면 신체의 일부를 금전적으로 교환하려 들것이며, 이는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 신체 일부의 금전적 거래를 금지해 왔던 전통적인 도덕적, 법적 윤리에 위배된다. 또한 우리사회의 통념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현재 인간장기 및 혈액이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 \’혈액관리법\’의 매매행위 금지조항에서 알 수 있듯이 현행법에서는 인체 또는 인체의 일부를 거래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는 인체의 일부를 이타적 목적으로 기증할 수는 있어도 거래할 수 있는 권리는 자기 자신에게도 없다. 결론적으로 인체의 유전자는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 제6조 (장기등의 매매행위 등의 금지) ①누구든지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 기타 반대급부를 주고 받거나 주고 받을 것을 약속하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타인의 장기 등을 제3자에게 주거나 제3자에게 주기 위하여 받는 행위 또는 이를 약속하는 행위
  2. 자신의 장기 등을 타인에게 주거나 타인의 장기등을 자신에게 이식하기 위하여 받는행위 또는 이를 약속하는 행위
  3. 제1호 및 제2호의 행위를 교사·알선·방조하는 행위
    혈액관리법 제3조 (혈액매매행위 등의 금지) ①누구든지 금전·재산상의 이익 기타 대가적 급부를 받거나 받기로 하고 자신의 혈액(제14조의 규정에 의한 헌혈증서를 포함한다)을 제공하거나 이를 약속하여서는 아니된다.

특허법은 공익에 충실해야 한다. 특허권은 기술촉진을 통해 사회이익을 실현하고자, 발명의 내용을 공개하는 대가로 그 개인에게 국가 권력이 일정 기간 동안 부여하는 배타적 재산권이다. 따라서 강력한 배타적 권리는 \’발명의 내용 공개\’가 실질적으로 기술 확산에 기여할 때, 그리고 해당 기술 내용이 공서양속 (public order)에 배치되지 않을 때에만 정당하게 부여될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 맞게 특허제도는 윤리적 규정을 두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보아도 윤리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즉, 특허법을 기술적, 절차적 법으로만 바라보아서 특허요건을 충족했다고 해서 무조건 특허를 주는 것은 특허제도의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특허권은 기본적으로 공익을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역사적으로 형성되어온 제도이며, 따라서 특허법의 운용은 공익에 충실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한국 특허심사실무의 지침이 되는 심사기준에서 충분한 윤리적 규정을 두고 있으나, 특허법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것인가의 여부를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보완하여야 할 것이다.

※ 한국 특허법 및 특허심사실무에 드러나는 윤리적, 사회적 고려
① 특허법 제1조 : 기술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
② 특허법 제32조 : 공서양속에 반하는 발명은 특허될 수 없다.
③ 한국 특허청 <치료위생분야심사기준>(2000.1 시행): 특허법 제29조의 \’산업상 이용가능성\’ 규정에 의거 인간의 치료, 진단, 수술 방법은 특허될 수 없는 것으로 규정 (의료업을 산업의 범위에서 배제함), 또한 현재 특허청의 관행은 인간을 과정 중에 포함하는 모든 방법 특허는 허용하지 않음 (샴프 방법 등)
④ 한국 특허청 <생명공학심사기준> (2001.1. 시행)에서의 불특허사유 규정: 유전공학, 미생물, 식물, 동물에 관련된 발명이 다음과 같이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하거나 공중의 위생을 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 특허법 제 32조의 규정에 의하여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규정
※ 영국 독점법 (1623년) "특허는 법에 위반되거나 국가에 해가 되거나 일반적으로 폐가 되지 않은 한에서만 허여될 수 있다"고 명시, 부도덕성에 관한 최조의 법률적 조항.
※ 유럽특허협약 제53조: 발명의 공개 및 이용이 공공의 질서 (ordre public) 또는 도덕에 반하지 않을 때 특허될 수 있다고 규정
※ 대부분의 국가가 공공의 질서에 반하는 발명에 특허주지 않는다는 규정을 갖고 있음

 

4. 생명공학 특허의 대안

다시 한번 정리하면 현재 생명공학분야 특허에 대한 비판의 초점은 유전자 특허를 통해 초기 연구성과가 소수기업에 의해 독점될 가능성 및 인간의 존엄성이 손상될 것이라는 우려 (즉, 자연의 산물에 대해 특허줌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와 환경적 위해성와 식품안전성이 의심되는 형질전환체에 특허를 줌으로써 공서양속에 반하는 발명에 특허를 주고 있다는 우려, 또한 특허권을 부여한 이후에 독점적 실시로 인한 의료 및 식량분야의 독점으로 연결되는 문제로 구분할 수 있다. 마지막 문제는 특허제도의 조정만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봐서 여기서는 제외로 하겠다.

따라서 생명공학분야의 특허를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개의 범주로 나누어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 자연상태로부터 분리·확인된 유전자, 단백질, 세포 및 미생물에 관한 특허출원의 경우 특허를 중지하며, 두 번째로 이를 이용하는 방법 또는 이들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2차 산물로서의 형질전환체 및 형질전환체의 일부의 경우 심사절차를 보완할 수 있다.

 

4-1. 자연상태로부터 분리·확인된 유전자, 단백질, 세포 및 미생물
자연상태로부터 분리·확인된 유전자, 단백질, 세포 및 미생물은 특허법상의 "발명"으로 간주할 수 없으며 자연의 산물인 유전자, 단백질, 세포 및 미생물은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자연의 산물, 특히 인체의 일부에 대한 특허는 인체의 물신화를 조장하고 인간 존엄성을 손상시킬 것이다. 자연의 산물을 분리 확인하는 데 공헌한 개인의 노력은 연구비 지원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루져야하며, 특허를 통한 독점을 허용하면 초기 연구결과가 독점되어 연구개발을 오히려 저해할 것이다. 이는 특허제도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현행 특허법에도 자연의 산물이 (분리확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특허받을 수 있다는 근거가 없다. 자연상태로부터 분리·확인된 유전자, 단백질, 세포 및 미생물에 특허를 주는 현행 심사기준은 현행 특허법에 위배되며, 이러한 특허는 중지되어야 한다. 자연의 산물에 대해 특허를 주지 않더라도 이를 이용하는 모든 발명을 특허화할 수 있으므로, 인센티브로서의 특허제도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독점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4-2. 자연의 산물을 이용하는 방법 또는 이들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2차 산물로서의 형질전환체 및 형질전환체의 일부
자 연의 산물을 이용하는 방법 또는 이들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2차 산물로서의 형질전환체 및 형질전환체의 일부의 경우 심사 절차의 보완으로서 불특허사유에 해당하는 발명을 심사할 수 있는 별도의 체계 필요하다. 특허법 및 특허청의 <심사기준>은 그 자체로 윤리적 고려를 충분히 포함하고 있으나, 그러나 세부 규정과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생명공학심사기준의 불특허사유에 해당하는 발명들의 사례를 적절히 선별하고 특허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노력과 절차적 보완이 필요하며, 국가생명윤리위원회 등을 설치해서 문제의 여지가 있는 발명에 대해 별도의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현재 심사기준의 불특허사유
유전공학, 미생물, 식물, 동물에 관련된 발명이 다음과 같이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하거나 공중의 위생을 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 특허법 제 32조의 규정에 의하여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본다.
  (1)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있는 발명 (공통)
  (2) 환경오염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발명 (공통)
  (3) 인간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발명 (공통)
  (4) 인간의 존엄성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발명 (유전공학)
  (5)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식물, 동물에 관한 발명 (동물, 식물)
  (6) 인간에게 주는 유익한 효과에 비해 동물에게 심한 학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동물에 관한 발명(동물)

또한 특허심사의 보완을 위해 특허 무효심판 청구인의 적격성 제한의 철폐가 필요하다. 현재는 무효심판 청구인이 \’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으로 제한되어 있으나, 불특허사유에 해당하는 발명이 특허되었을 때 환경, 보건, 인권 등의 시민단체들이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관한 유럽의 참고사례로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유럽특허청이 벨기에 한 회사 (Plant Genetic System)에게 부여된 특허(많은 제초제에 내성이 있는 식물)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하여 승리한 예가 있다. (무효사유: 형질전환 식물 및 종자는 특허될 수 없음)

※ 유럽연합 생명공학적 발명의 보호에 관한 지시 98/44/EC 중 윤리 관련 주요 내용
  (ⅰ) 여러 형성 및 발생 단계의 인간 및 유전자의 서열/부분 서열을 비롯한 인체 구성요소의 단순 발견은 특허될 수 없다. (제5조 제1항)
  (ⅱ) 발명의 상업적 이용이 공공의 질서나 도덕 (public order or morality)에 반하는 경우에는 특허받을 수 없다. (제6조) 이 조항의 규정에 의해 ⓐ 인간 복제 방법, ⓑ인간의 생식선 유전적 동일성(genetic identity)을 변형하는 방법, ⓒ 산업적 목적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의 인간 배아의 사용, ⓓ 사람 또는 동물에 대한 실질적 의학적 이익 없이 동물을 학대할 수 있는 동물의 유전적 동일성을 변형하는 방법 및 이로부터 얻어진 동물은 특허될 수 없다.
  (ⅲ) 유럽집행위원회(EC)의 유럽 과학 및 신기술에 관한 윤리회의 (European Group on Ethics in Science and New Techologies)는 생명공학의 모든 윤리적 측면을 평가한다. (제7조)

전통적인 특허 배제 대상은 생명공학분야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인간의 진단, 치료, 수술 방법은 특허법 제29조에서 규정한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현재 특허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를 생명공학분야에 적용할 때 유전자 치료법은 현재 특허심사관행상 특허 대상에서 제외된다. 세포를 청구한 특허출원의 경우, 해당 세포를 인체로부터 분리해서 제조해야 하는 경우 해당 세포를 얻기 위해 인체의 완전성을 손상시켜야 한다면 특허를 줄 수 없다는 특허청 심판원 심결례도 있다. 연구 자체가 금지되어야 할 기술 분야는 특허도 당연히 금지되어야 한다. 인간과 다른 종 세포간의 융합(키메라)는 윤리적인 이유로 연구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특허 부여가 금지되어야 한다. 인간복제 기술은 인간배아 복제 및 인간개체 복제 모두 인간존엄성을 훼손하는 윤리적인 문제로 연구자체가 금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런 연구개발의 결과로 얻어질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특허는 존재할 수 없으므로, 역시 당연히 금지되어야 한다. 한편 인간배아로부터 얻어지는 간세포는 오직 법적으로 잉여배아로부터 얻어질 수 있지만, 그것 자체가 인간존엄성의 훼손을 야기할 수 있는 엄격한 규제 대상이다. 따라서 인간배아 간세포의 상업화를 엄격히 금지해야 하기 때문에, 특허 부여를 금지해야 한다.
 

5. 제3세계의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을 이용한 특허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논의중인 유전자원, 전통지식의 개념을 정리하자면, 유전자원(Genetic Resourcess)이란 유전현상을 나타내는 생물중 실질적 또는 잠재적으로 이용도가 있거나 보존가치가 있는 자원으로서 유전자, 세포주, 미생물, 식물, 동물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며, 전통지식(Traditional Knowledge)이란 전통적으로 계승되어온 모든 지식을 총망라하는 개념으로서 전통의약, 전통식품, 농업 및 환경 등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전통미술, 전통음악 등 전통예술에 관한 지식 및 민간전승물을 포함한다.

유전자원은 동식물의 육종, 식품, 화학물질, 환경산업, 제약과 의학의 잠재적인 저장고로 쓰일 수 있으며, 현재 점차 소멸의 위험에 처하고 있다. 최근의 생물공학기술들이 생물물질로부터 가치 있는 유전적 정보를 빠르게 발견하고 이용하기 위한 새롭고 경제적인 가시적 방법들을 제공함에 따라 제1세계의 연구기관과 화학, 제약기업들은 유용한 유전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게 되었다. 생물자원탐사(Bioprospecting)라고도 불리우는 이러한 유전자원 탐사과정에서 대부분 열대지방에 위치한 유전적 다양성 자원을 보유한 제3세계 국가들은 제1세계의 경제적 이익을 발생시킨 그들의 유전적 자원의 기여에 대하여 거의 그 보상이나 그 외의 어떠한 형태의 이익도 받지 못하였다. 이러한 현상들은 광물자원이나 원유와 같은 천연자원으로부터의 이익이나 대우와 비교할 때 설명되어지기 힘든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유전자 자원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그 유전자자원의 발굴과 이용에 관한 토착민 지역공동체의 전통지식에 관한 것이다. 즉, 생물자원의 탐사에 의하여 밝혀지는 유용한 유전자 자원이라는 것은 대부분 토착민 지역공동체의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전통지식에 근거한다. 특히 수많은 화학, 제약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생물자원 탐사에 나섬에 따라 이러한 전통지식은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제3세계의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을 그 근원으로 하는 제1세계 연구기관과 기업들의 무분별한 특허출원에 대한 반대운동은 주로 비정부단체(NGO)들에 의하여 제기되었다. 대표적인 비정부단체로는 국제농촌진흥재단(RAFI : 현재 ETCgroup), 국제유전자원행동(GRAIN), 제3세계네트워크(TWN)등이 있다. 이들은 이러한 종류의 특허를 생물해적질(biopiracy)이라 규정하고 환경, 시민, 종교단체 등과 연대한 교육, 홍보와 함께 개별 특허 사안에 대한 각국에서의 법적 저지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관한 국제적 논의로서 1983년 FAO 총회에서 채택된 "식량 및 농업유전자원 국제규약"에서는 농민의 권리(Farmer\’s Right)와 함께,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및 이익균분의 조건을 확립하며, 그에 대한 지역공동체의 권리 및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규약 중 농민의 권리는 수만 년 동안 식물유전자원을 보전, 개량시켜온 농민들의 집합적인 공헌을 육종자의 권리보다 적지 않게 인정하여 그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개념으로써, 이는 보상 차원의 개별적 농민권리로서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해 주는 차원을 넘어서, 집합적이고 초세대적인 권리로서 농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들(토지에 대한 권리, 토지이용권 보장, 종자의 수확·저장·교환)을 보장하는 것이다. 또한 1992년 리우회의에서 기후변화 협약과 함께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The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에서는 유전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의 주권적 권리와 그로부터 나오는 이익의 균등한 분배에 대한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제3세계의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을 사용한 선진국의 특허출원에 대한 가장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는 것은 인도의 님 나무(Neam tree, Azadirachta indica)에 대한 특허들이다. 인도에서는 고대에서부터 님 나무를 토양과 식물, 가축의 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하여 왔다. 씨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끼를 가축에게 먹여 토양을 비옥하게 하였고, 그 기름은 살충제로 사용하였다. 그 외에도 이 나무로부터 유래한 여러 성분들이 치료의 목적으로 이용되었다. 인도 내에서도 이 식물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살충제, 치료제, 화장품 등의 상품이 소량 생산되기도 하였다. 1971년 목재수입상에 의하여 미국으로 건너간 이 식물은 1985년부터 W.R.그레이스(W.R.Grace)사 등에 의하여 관련된 십여 가지의 특허가 승인되었고 결국은 J.P.마고(J.P.Margo)사와 합작으로 인도 현지에 특허된 추출방법으로 씨의 추출물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하여 생물살충제(biopesticide)를 대량 생산하였다. 이 특허들에 대하여 인도의 각종단체와 학계에서는 이 기술이 인도의 전통적인 추출법과 근본적으로 같음을 근거로 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

 

6. 유전자원 및 전통지식을 이용한 특허의 이익 공유

제3세계의 유전자원에 대한 권리 및 이의 이용시의 이익공유에 관한 사항들은 현재 국제지적재산권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 국제연합 식량 및 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O), 국제연합 생물다양성협약(The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 등에서 논의되고 있다. 관련된 논의에서 제3세계국가들은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별로 독자성과 고유성이 인정되는 특별한 보호체제(sui generis system)를 주장하는 한편 제1세계 국가들은 현행 지적재산권 제도 및 권리자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로 그 체제를 한정하려하고 있다. 이들 최근 논의 중 주목할만한 것은 2001년 10월 독일 본에서 있었던 생물다양성협약의 특별 작업그룹 1차 모임에서 발표되었던 \’유전자원의 접근 및 정당하고 공평한 이익 공유에 관한 지침 초안\’이다. 이 초안과 또한 관련된 논의에서는 유전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의 주권과 그로부터 나오는 이익의 균등한 분배에 대한 기본적 원칙의 좀더 구체적인 실현 방법으로서, 유전자원의 접근과 사용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담고 있다. 이에는 이익을 분배하는 권리 대상이 해당 정부뿐 아니라 농민조직, 지역자치조직, 비정부단체 등을 광범위하게 포함 할 수도 있다는 것과, 구체적인 혜택의 형태와 함께 이러한 혜택이 생물학적 다양성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사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그 외에도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을 분리하여 접근에 관한 허가를 취급하며, 사전 공지된 동의에 대한 요건들과 또한 충분한 사전공지에 대한 증명의 책임이 유전자원의 사용자에게 있음, 특허 신청시 유전자원의 원천을 명기하는 것 같은 기존의 지적재산권 제도와 진행되고 있는 협의에 유전자원의 권리를 포함시키는 사항의 고려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초안을 바탕으로 최근 2002년 4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6차 모임과 이후 모임에서 최종안을 위해 계속 논의되어지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에서 논의중인 지침과 권고사항들이 강제력이 없는 원칙적 선언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그리고 향후 가까운 미래에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제3세계의 개별적 유전자원의 탐색과 활용시 선진국의 연구기관이나 기업과 제3세계의 정부 또는 지역 자치조직과의 구체적 계약 체결에서 기본 방향설정과 내용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의 권고사항들이 국제규약 또는 국가간 협상으로서의 법률적 의무가 따르는 WTO/TRIPs와 같은 다른 국제기구간의 협의에 포함될 수 있도록 촉구하는 것 역시 큰 과제가 될 것이다.

2001년 11월에 카타르의 도하에서 있었던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그간 제3세계국가들의 주요 의제중의 하나였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27조 3항의 동식물의 특허와 식물품종보호에 관한 조항에 대해서, 구체적인 합의 없이 이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인정하는데 그쳤으며 TRIPS 이사회가 생물다양성협약(CBD)과 TRIPS와의 관계, 전통지식 보호의 문제 등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구체적인 협상들은 다시 2003년 멕시코에서 열릴 제5차 WTO 각료회의 또는 그 이후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7. 생명특허 – 제3세계의 시각

제3세계의 유전정보와 전통지식을 사용한 제1세계의 생명특허에 대한 반대운동은 단지 유전적 자원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이익의 공유만을 목적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반대활동에 대한 근거는 보상의 문제 이외에도, 제1세계의 생명특허의 특허권 사용이 제3세계에 심각한 불이익을 가져다주며 때로는 지역주민들의 삶과 생물학적 다양성을 파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구개념의 과학적, 상품적 시각에 들어맞는 것만을 진보이며 발명으로 인정하고 다른 지식체계를 인정하지 않는 현재의 특허제도 하에서는 그 특허가 제1세계의 기업과 연구기관에 의해 독점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예를 들면 다국적 대기업에 의해 특허화된 주요곡물 종자의 독점공급은 생물학적 다양성의 훼손과 함께 제3세계의 식량주권과도 연관되는 일이다.

또한 많은 제3세계 운동가들과 비정부단체들 또는 국가정부들은 미생물을 포함한 생명특허 자체에 대한 반대의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의 근거는 이 글 2절의 기본 논리들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측면으로서 생명특허에 포함되어있는 생물학적 환원주의, 문화적 환원주의에 대한 반대이기도 하다. 생물학적 환원주의는 하나의 종(즉 인류)에만 본질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다른 종들에는 도구적 가치만을 부여하며,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모든 행태를 유전자로 환원하려 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환원주의는 또한 문화적 환원주의의 표출인데 이는 오직 제1세계의 입장에서, 생물학적 환원주의를 따르지 않는 생물학뿐 아니라 살아있는 세계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모든 종류의 비서구적 농업과 의료체계들을 포함한 수많은 형태의 지식과 윤리체계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이다. 인도의 환경, 여성운동가인 반다나 시바는 생물해적질(biopiracy)에 대한 제3세계의 반대운동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천명하였다.

"특허와 유전공학을 통해 새로운 식민지들이 생겨나고 있다. 토지, 숲, 강, 바다, 그리고 대기권이 모두 식민화되고 황폐화되고 오염되고 있다. 이제 자본은 계속적인 축적을 위해 침략하고 착취할 새로운 식민지를 찾아야 한다. 나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새로운 식민지들은 여성, 식물, 동물의 내부 공간(즉 육체)이다. 생물해적질에 대한 저항은 궁극적으로 생명 그 자체에 대한 식민화, 즉 자연과 관련된 비서구적 전통의 미래, 그리고 진화의 미래를 식민화하는 데에 대한 저항이다. 이는 다양한 종들이 진화할 수 있는 자유를 보호하는 투쟁이자, 다양한 문화가 진화할 수 있는 자유를 보호하는 투쟁이다. 이는 문화적, 생물적 다양성 모두를 보전하는 투쟁이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70

댓글 남기기